"자료가 온 다음에 생각하자"는 대체로 이미 늦다
부동산 투자 매물을 반년쯤 보다 보면 슬슬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고수익률입니다." "풀론(전액 대출) 상담 가능합니다." "적산가격이 매매가를 웃돕니다." "지방 통건물 아파트, 만실 가정 수익률 약 20%입니다."
이런 메일은 숫자만 보면 꽤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건물 연식, 공실, 수선, 눈, 인구, 출구, 대출 조건, 관리 체계까지 걸리는 점이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게 진짜 좋은 물건이면, 메일로 오기 전에 이미 팔렸어야 하는 거 아냐?"
아마 이 감각은 꽤 정확하다.
메일 매물은 '개별 소개'가 아니라 '상품화된 매물'에 가깝다
부동산 회사에서 오는 매물 메일은 얼핏 보면 나에게만 따로 소개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면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 물건 개요
- 가격
- 수익률
- 적산가격
- 대출 어필
- 영업 코멘트
- 지난 메일 모음
- 수신 거부 링크
까지 붙어 있다면, 상당한 확률로 개별 소개라기보다 상품화되어 뿌려지는 매물에 가깝다.
물론 메일로 오는 매물이 전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순서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가기 쉽다.
매도인, 현지 업자, 가까운 투자자, 기존 고객에게 먼저 이야기가 간다
↓
반응이 시원찮거나, 조건이 안 맞거나, 대출이 어렵다
↓
넓은 범위의 투자자 리스트에 메일이 발송된다
↓
"고수익률", "풀론", "적산 초과" 같은 말로 걸려드는 사람을 찾는다
즉 메일로 도착한 시점에, 그 매물은 이미 정보의 하류까지 내려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모두가 같은 호가창을 보고 동시에 살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정보가 어느 단계에서 도착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상당히 달라진다.
'좋은 물건'은 자료를 차분히 뜯어보기 전에 팔린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좋은 물건일수록 판단이 빠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쉽다.
살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조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역: 아이치·기후·미에·시즈오카 서부 우선
제외: 폭설, 인구 감소가 심한 동네, 구 내진 기준, 재건축 불가, 수선 이력 불명
가격: 3,000만~5,000만 엔까지
수익률: 표면 수익률이 아니라 실질 현금흐름 중시
대출: 금리, 기간, 자기 자본, 부대 비용의 허용 범위가 있음
매수 기준: 공실률, 수선, 출구까지 보고 일정 수준 이상이면 즉시 판단
이런 기준이 먼저 있는 사람은 자료가 도착한 순간 1차 판정을 끝낼 수 있다.
반대로 자료가 온 뒤에야
"이 지역은 어떨까?" "이 연식은 괜찮을까?" "적산 초과가 뭐지?" "만실 가정을 믿어도 되나?" "눈이 관리에 영향을 주나?"
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 사이에 좋은 물건은 사라진다.
그래서 문제는 '자료를 읽는 힘이 없다'가 아니다.
자료가 온 다음에 판단 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느린 것이다.
고수익률은 '이득'이 아니라 '리스크의 이름'이기도 하다
표면 수익률이 높은 물건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면 수익률은 아주 거친 숫자다. 단순히 연간 임대 수입을 물건 가격으로 나눈 값일 뿐이라, 공실, 수선, 관리비, 재산세, 광고료, 퇴거 후 원상 복구비, 화재 보험, 금리 상승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일본 금융청이 투자용 부동산 대출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임대 경영에서는 공실, 임대료 하락, 수선비, 재해, 금리 상승 같은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하고 있다. 특히 통건물은 판매와 대출이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고객 스스로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니 고수익률 물건에서 정말 봐야 할 것은
만실이면 돈이 되나
가 아니다.
봐야 할 것은
퇴거가 나와도 버틸 수 있나
수선 시기가 와도 버틸 수 있나
임대료가 내려가도 대출을 갚을 수 있나
눈·수해·재해 대응 비용이 수지에 들어와도 버틸 수 있나
출구에서 다음 매수자가 있나
이다.
고수익률은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다. 시장이 그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풀론 상담 가능'은 매력적이지만 필승 카드는 아니다
메일 영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풀론 상담 가능'이다.
이건 확실히 강력하다. 자기 자본을 아끼면서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면 자금 효율은 올라간다.
다만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풀론으로 살 수 있다는 것과, 산 뒤에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오히려 자기 자본이 적을수록,
- 공실이 생겼을 때
- 대규모 수선 시기가 왔을 때
- 금리가 올랐을 때
- 임대료가 내려갔을 때
- 매각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작아진다.
대출이 나오느냐는 은행 쪽의 담보 평가와 차주 속성 평가의 이야기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상환하고도 손에 남는 돈이 있는지, 예상 밖의 일을 견딜 수 있는지다.
'빌릴 수 있다'는 입구. '갚을 수 있다'는 본체. '팔 수 있다'는 출구.
이 세 가지를 나눠서 보지 않으면 풀론은 무기도 함정도 된다.
'적산 초과'는 마법의 말이 아니다
적산가격이 매매가를 웃도는 이른바 '적산 초과'도 영업 문구로 자주 쓰인다.
적산가격이란 대략 말해,
토지 평가 + 건물 평가
로 본 담보 가치다.
은행이 대출을 검토할 때 보기 쉬운 지표 중 하나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산 초과라고 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서 우수하다는 보장은 없다.
지방 물건에서는
토지는 넓다
건물도 어느 정도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임대 수요는 약하다
공실 기간이 길다
수선비가 무겁다
매각할 때 살 사람이 적다
같은 일이 흔하다.
즉 적산은 '담보로서 보이는 모습'일 뿐, '입주자가 계속 살아 주는 힘'이나 '다음 매수자가 있는 힘' 그 자체가 아니다.
적산 초과를 봤다면 기뻐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그 적산가격의 계산 근거는?
토지값은 얼마?
건물 평가는 얼마?
재조달 가격과 잔존 연수는?
어느 금융기관이 어떻게 평가했나?
출구에서 매수자도 그 평가를 인정해 줄까?
적산 초과는 판단 재료 중 하나다. 그것만으로는 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직접 찾아가는 의미는 '물건을 보는 것'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면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이건 절반만 맞다.
다만 찾아가는 의미는 물건을 보러 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 회사에게 '살 수 있는 손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부동산 회사 입장에서 좋은 물건을 누구에게 먼저 내놓을지는 꽤 중요한 문제다.
- 그냥 자료만 청구하는 사람
- 매번 검토해 보겠다고만 하고 끝내는 사람
- 조건이 모호한 사람
- 대출 전망이 없는 사람
- 매수 신청을 내놓고도 쉽게 사라지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는 상류의 정보를 내놓기 어렵다.
반대로
- 사고 싶은 지역이 분명하고
- 가격대가 분명하고
- 제외 조건이 분명하고
- 대출 준비가 되어 있고
- 판단이 빠르고
- 사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고
- 조건이 맞으면 정말 사는
이런 사람에게는 메일이 나가기 전 단계에서 연락이 오기 쉽다.
그러니 현지나 인근 현의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간다면, 그냥 "좋은 물건 있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매수 조건표를 들고 가는 쪽이 훨씬 강하다.
매수 신청은 빠르게, 조사는 냉정하게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나오면, 실무에서는 매수 신청서(일본에서는 '매수 증명서'라고 부른다)를 일찍 내고 그 뒤에 상세 확인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매수 증명서는 일반적으로 그것만으로 매매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 전일본부동산협회(부동산 업자 단체)의 해설에서도 매수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매매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가볍게 막 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매수 신청 후에 허술하게 몇 번이고 철회하면 업자에게서 신용을 잃는다.
그래서 쓸 거라면 전제 조건을 분명히 하는 편이 좋다.
융자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
상세 자료 확인을 조건으로 한다
현지 확인을 조건으로 한다
수선 견적 확인을 조건으로 한다
렌트롤(호실별 입주자·임대료 목록) 확인을 조건으로 한다
계약 부적합 책임과 경계 조건을 확인한다
이상적인 모습은 이렇다.
매수 신청은 빠르게
조사는 냉정하게
철수 이유는 분명하게
속도와 신중함은 모순되지 않는다. 미리 조건을 정해 두면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위험한 물건은 걸러낼 수 있다.
메일 매물의 올바른 쓰임새는 '연습 상대'
메일 매물이 전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메일 매물을 '숨은 보석'으로 보면 위험하다.
올바른 쓰임새는 물건 분석의 연습 상대다.
메일이 오면 5분 안에 1차 판정을 해 본다.
왜 이 수익률일까?
왜 이 가격일까?
왜 지금 메일로 왔을까?
현지 사람들이 사지 않은 이유는 뭘까?
공실은 정말 채워질까?
수선비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눈·수해·재해·자동차 사회의 비용은 없을까?
출구에서 누가 사 줄까?
대출이 나온다면 상환 후에 얼마가 남을까?
이걸 반복하면 '사지 않은 물건 리스트'가 늘어난다.
이 리스트는 자산이다.
내 제외 조건이 점점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무서운 건 좋은 물건을 놓치는 것만이 아니다. 나쁜 물건을 좋은 물건으로 착각하고 사 버리는 것이 훨씬 무섭다.
5분 1차 판정 체크리스트
메일 매물이 오면 먼저 이 순서로 본다.
1. 왜 나에게 왔나
개별 소개인가
메일 매거진 발송인가
지난 메일 모음이 붙어 있나
수신 거부 링크가 붙어 있나
가격 인하 후 재발송인가
널리 발송되고 있다면 정보의 하류에 와 있다는 전제로 본다.
2. 표면 수익률이 아니라 실질로 본다
현재 수입
만실 가정 수입
공실 호실 수
입주 중인 평균 임대료
공실 모집 임대료
재산세
관리비
보험
원상 복구비
광고료
수선비
대출 상환액
'만실 가정'이 아니라 '현재 수입으로 상환할 수 있는가'를 본다.
3. 공실의 속사정을 본다
몇 호실이 비어 있나
몇 개월째 비어 있나
왜 비어 있나
모집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지 않나
평면이 지역 수요에 맞나
주차장은 충분한가
지방 통건물은 한 호실의 공실이 수지에 크게 영향을 준다.
4. 수선 폭탄을 본다
지붕
외벽
철 부분
계단
빗물받이
급배수
정화조
전기 설비
공용 조명
주차장
누수 이력
연식이 20~30년을 넘으면 표면 수익률보다 수선 이력이 더 중요해진다.
5. 지역 리스크를 본다
인구
세대수
임대 수요
인근 경쟁 물건
눈
수해
산사태
자동차 사회
고용
대학·공장·병원 같은 수요처
지방 물건은 건물만이 아니라 그 동네 자체를 산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6. 출구를 본다
다음에 누가 살까
현지 투자자가 살까
금융기관이 다음 매수자에게도 빌려줄까
적산 평가는 남을까
임대료가 내려간 뒤에도 팔릴까
살 때는 대출이 나왔어도, 팔 때 사 줄 사람이 없으면 막힌다.
정리: 부동산 투자는 물건 분석보다 먼저 '정보 경로'의 게임
메일로 오는 고수익률 물건은 숫자만 보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일로 널리 발송되고 있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의 눈을 지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반년을 봤는데 "좋은 물건이 안 돌아온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건 내 안목이 없어서라기보다, 보고 있는 곳이 너무 하류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할 일은 조급하게 메일 매물에 달려드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은 이렇다.
매수 조건을 먼저 정한다
제외 조건을 고정한다
메일 매물로 연습한다
현지·인근 현의 업자에게 조건표를 건넨다
메일 매거진이 나가기 전에 연락이 오는 관계를 만든다
괜찮아 보이면 빠르게 매수 신청을 낸다
상세 조사에서 냉정하게 탈락시킨다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물건 분석 게임이 아니다.
정보의 상류에 어떻게 다가가느냐의 게임이다.
그리고 사지 않은 물건 리스트는 헛수고가 아니다. 그것은 지뢰를 밟지 않은 기록이자, 내 투자 기준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