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로멘코'(야한 느낌의 수집 카드를 비튼 말장난)와 '도파가키'(도파민에 환장한 꼬맹이)는 인터넷에서 쓰는 속어이자 자학 개그다. 공식 장르명이 아니다.
1. "섀도우버스 하고 싶다. 근데 계산이 안 돼"에서 시작한다
『Shadowverse: Worlds Beyond』를 보고 있으면 슬금슬금 하고 싶어진다. 카드도 화려하고, 미소녀도 화려하고, 이펙트도 화려하고, 신규 팩 PV도 화려하다. 뇌가 "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는 카드게임 산수를 못한다.
여러 장의 순서, 남은 PP(턴마다 쓰는 마나 같은 자원), 진화까지 포함한 공격력, 필드 정리, 상대 얼굴에 넣는 딜, 상대의 반격까지 머릿속에 다 올려놓으면 뇌 메모리가 타 버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착하는 곳이 램프 드래곤이다.
PP를 늘린다. 큰 걸 낸다. 수호 유닛을 치운다. 돌진, 쾅.
계산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엄청난 계산을 몇 가지 선택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점이 기분 좋은 것이다.
2. 하지만 "돌진, 쾅"은 탑덱과 서치가 지배한다
램프에는 램프만의 지옥이 있다.
PP 부스트를 뽑을 수 있을까. 중반을 버틸 카드를 뽑을 수 있을까. 마지막에 피니셔를 뽑을 수 있을까.
PP 10 도달, 상대 체력 7. 돌진 카드 한 장만 더 있으면 끝.
드로우.
PP 부스트.
"지금이 아니잖아."
강한 덱은 같은 역할을 하는 카드를 두껍게 넣고, 드로우와 서치로 '운에 기대는 비율'을 낮춘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결국 맨 위 카드가 남는다.
카드게임은 전략 게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그냥 신사(神社)에 소원 비는 게임이 된다.
3. 무과금으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덱을 쓰고 싶다"와는 별개다
WB는 공식 사양으로 매일 팩 1개를 무료로 열 수 있고, 미션이나 스토리로도 재화를 얻는다. 그러니 "무과금으로는 덱을 아예 못 짠다"는 말은 맞지 않다.
다만 "결국 무료로 다 모인다"와 "지금 만지고 싶은 덱을 마음대로 짠다"는 별개의 문제다.
램프 드래곤을 하고 싶다. 필요한 카드가 없다. 다른 덱으로 일일 미션을 한다. 무료 팩을 기다린다. 에테르(카드 제작용 재화)를 모은다. 신규 팩이 나온다.
"아니, 나는 램프 드래곤을 하고 싶었는데?"
싫은 건 과금 자체보다 하고 싶은 전략을 쓸 권한이 카드 자산에 잠겨 있는 느낌이다.
4. 카드게임 승률은 "최대 60%"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60%는 수학적인 상한이 아니다. 유한한 횟수라면 70%도 80%도 100%도 나온다.
다만 무승부 없는 1대1 대전에서는 한 사람의 승리가 곧 누군가의 패배이므로, 전체 평균 승률은 50%가 된다. 완전히 실력이 같은 상대끼리 무한히 붙으면 기대 승률도 50%다.
Elo식 계산으로 바꾸면 이렇다.
| 장기 승률 | 평균적인 상대와의 레이팅 차이(대략) |
|---|---|
| 50% | 0 |
| 55% | +35 |
| 60% | +70 |
| 65% | +108 |
| 70% | +147 |
| 75% | +191 |
| 80% | +241 |
즉 실력에 맞춰 상대를 붙여 주는 매칭에서 장기간 60%를 유지하는 건 상당히 강한 것이다.
5. 60%는 몇 판부터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승률이 50%인 사람이 순전히 운만으로 관측 승률 60% 이상이 될 확률을 이항분포로 계산하면 이렇다.
| 판 수 | 실제 승률 50%일 때 60% 이상이 될 확률 |
|---|---|
| 50판 | 10.13% |
| 100판 | 2.844% |
| 200판 | 0.2843% |
| 500판 | 0.000447% |
| 1000판 | 0.0000000136% |
50판 30승은 흔하다. 100판 60승도 운이 좋았을 수 있다. 하지만 500판 300승이면 우연설은 꽤 버거워진다. 1000판 600승이라면 실력, 덱 선택, 환경 적응 중 어딘가에 분명한 우위가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나 승률 70%야."
"몇 판?"
"10판."
해산.
6. WB에서는 잘할수록 상대도 강해진다
공식 도움말에 따르면 그랜드 마스터 미만의 랭크 매치는 패배해도 BP·MP가 줄지 않고, 최근 성적에 따라 그룹이 오르내린다. 그랜드 마스터에서는 승패에 따라 변하는 클래스별 레이팅(CR)을 쓴다.
그래서 표시된 랭크만으로 "완전히 대등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기면 더 강한 상대 쪽으로 밀려가는 구조는 있다.
초보 시절: 약한 상대와 51%. 실력 향상 후: 강한 상대와 51%.
숫자만 보면 "하나도 안 늘었네 ㅋㅋ"다.
실제로는 상대의 강함이 다르다. 최상위 구간에서 51%인 사람이 하위 구간에서 60%인 사람보다 강한 건 흔한 일이다.
7. 방송을 8시간 봤더니 승률이 51%였다
그리고 강렬했던 건 시청 중에 본 **8시간, 승률 51%**라는 숫자다.
스트리머 이름이나 정확한 판 수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51% 자체는 대등한 상대끼리 붙는 매칭에서는 오히려 정상이다.
8시간. 엄청난 판단의 양. 탑덱. 사고. "그걸 갖고 있다고?" "한 판만 더."
그 결과가 51%. 막상막하.
대전 게임은 성장의 보상으로 "더 강한 상대와 대등하게 치고받을 권리"를 준다.
8. 그래서 시간만 녹는다
공부, 제작, 시스템 만들기처럼 복리가 붙는 활동은 과거에 쏟은 시간이 미래에 남는다.
1시간 한다. 지식이나 결과물이 남는다. 다음 1시간이 조금 쉬워진다.
랭크 매치를 극단적으로 쓰면 이렇다.
1시간 한다. 실력이 는다. 레이팅이 오른다. 적도 강해진다. 또 51%.
물론 "재미있었다"는 효용은 진짜다. 하지만 랭크 매치는 보통 복리로 불어나는 자산이 아니다.
선을 잃어버리면 "즐거운 취미"에서 "화내면서 시간을 납품하는 무급 근무"로 바뀐다.
9. 도파가키는 맞다. 하지만 도파의 늪가키는 되고 싶지 않다
PV를 본다. 신규 카드를 본다. 강해 보인다. 팩을 뜯고 싶다. 큰 걸 내고 싶다. 돌진, 쾅 하고 싶다.
여기까지는 그냥 도파민 꼬맹이다.
졌다. 만회하고 싶다. 한 판만 더. 사고 났다, 이건 무효. 한 판만 더. 일일 미션 아직 안 했다. 신규 팩 나오기 전에 자산도 쌓아야 한다. 한 판만 더.
정신 차리면 한밤중.
이게 도파민 늪에 빠진 꼬맹이다.
오락을 먹는 쪽이고 싶다. 오락에 먹히는 쪽은 되고 싶지 않다.
재대결 버튼이 빛난다.
누르지 마라. 그냥 빛나는 것뿐이다.
10. 신규 팩 PV에서는 거대한 총을 든 여자가 근접전으로 돌격한다
2026년 8월 22일, 9번째 카드팩 「Revenants of Azvaldt」의 정보가 공개되었고 8월 27일 출시 예정으로 안내되었다. 「소용돌이의 포수」도 신규 카드로 소개되었다.
커다란 총을 들고 있다. 적은 근접 유닛이다. 보통이라면 거리를 벌린다.
그런데 PV에서는 본인이 돌격한다.
총은 뭐 하러 든 걸까.
아니, 저건 총이 아니라 총 모양의 둔기일지도 모른다.
사격: 탄을 쓴다, 빗나간다, 장전이 필요하다. 타격: 탄을 안 쓴다, 가까우면 맞는다, 무게가 곧 정의.
포수 "합리적이네요."
그럼 처음부터 망치를 들어.
화려한 미소녀. 에로멘코. 거대 무기. 신규 카드. 랭크 매치. 탑덱. 돌진, 쾅.
도파가키 특효 세트, 완성.
11. 결론: 돌진, 쾅은 하고 싶다. 하지만 8시간 51%는 되고 싶지 않다
섀도우버스 WB는 그냥 재미있어 보인다. PP를 늘리고, 큰 카드를 내고, 얼굴에 돌진, 쾅. 그건 즐겁다.
다만 카드 자산, 탑덱의 편차, 실력에 맞춰 붙는 상대, 50%대로 수렴하는 장기 승률, 그리고 "한 판만 더"로 녹아 버리는 밤도 눈에 보인다.
그러니 우선순위는 낮아도 된다.
복리가 붙는 일을 먼저 하자. 지금밖에 못 하는 일을 하자. 그래도 심심하면 섀도우버스를 열자.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돌진, 쾅 하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그대로 닫는 것.
진 걸 만회하겠다고 8시간 하지 마라.
도파가키로 끝내라.
도파의 늪가키는 되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