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거 못 이깁니다 — 『PRAGMATA』를 달의 미술관처럼 구경하다가 기계 문명의 물량에 절망한 이야기

Standard 기준 『PRAGMATA』는 『ARMORED CORE VI』 초반의 벽이었던 발테우스처럼 “여기서 제대로 배워라” 하고 두들겨 패는 타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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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청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대신 바쁘고, 적은 단단하다

Standard 기준 『PRAGMATA』는 『ARMORED CORE VI』 초반의 벽이었던 발테우스처럼 “여기서 제대로 배워라” 하고 두들겨 패는 타입은 아니다.

발테우스는 초반 난관으로 유명했고, 2023년 9월 공식 1.02 패치에서 일부 공격이 조정됐다. AC6 자체도 회피, 거리 조절, 스태거, 무기 운용, 어셈블 이해를 요구한다.

반면 『PRAGMATA』는 리뷰에서도 압도적 고난도라기보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바쁨이 더 많이 언급된다.

이동.
회피.
해킹.
약점 확인.
사격.
무기 교체.

정리하면,

AC6: 어렵다. PRAGMATA: 업무가 많다.

게다가 해킹으로 장갑을 열어도 적이 꽤 단단하다.

게임은 약점을 쏴서 스태거를 쌓고 크리티컬 샷까지 넣으라고 한다.

플레이어는 생각한다.

절차가 많네.

2. 절차를 줄이니 달의 미술관이 되었다

원래 전투는,

적 등장
→ 회피
→ 해킹
→ 장갑 개방
→ 약점 사격
→ 스태거
→ 크리티컬

이다.

귀찮은 부분을 줄이면,

적 등장
→ “앗!”
→ 오버드라이브
→ X
→ 끝

이 된다.

적: “공격!”

나: “앗!”

X.

조용.

개발자의 전투 철학을 성실히 수강하는 태도는 아니다.

대신 새로운 게임이 나온다.

달의 미술관, 호신용 오버드라이브 포함.

그리고 의외로 잘 맞는다.

진짜 보고 싶은 것이 전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대한 설비.
망가진 공장.
금속 질감.
인공 도시.
조명.
공간 음향.
디아나의 움직임.
설정 자료.

전투 시간이 짧아질수록 미술이 앞으로 나온다.

3. 스토리가 왕도여도 작품 전체는 예술이 될 수 있다

리뷰 중에는 스토리 자체를 비교적 익숙한 SF라고 보는 평가도 있다.

폭주 AI.
달 기지.
인간 우주비행사.
소녀형 안드로이드.
귀환을 목표로 하는 두 사람.

골격은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게임은 각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PRAGMATA』는 연구시설, 공업 공간, 거리, 로봇의 금속 표현, 디아나의 머리카락, 공간 음향까지 합쳐서 정체성을 만든다. 개발진은 방별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사음까지 포함한 공간 오디오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감상이

“스토리 대박!”

보다

“이 공간 대박.”

이 되기도 한다.

게임은

**조작 가능한 SF 영화

  • 건축
  • 산업 디자인
  • 음향 작품
  • 캐릭터 애니메이션**

이 된다.

『NieR:Automata』 같은 기계 문명물이 좋다면 이 지점이 강하게 들어온다.

4. Data Library는 최고다. 그런데 가끔 본편보다 먼저 정찰한다

Shelter의 Data Library는 위험하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먼저 열어본다.

개발 아트를 보면,

“이 설비 이렇게 설계했구나.”

“이 구도 처음부터 노렸구나.”

“이 로봇 초기안부터 기분 나쁘네.”

같은 생각이 든다.

미술팀의 머릿속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아직 본편에서 보지 못한 장소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료
→ “네온 거리 같은 곳도 있네?”

본편
→ “아, 자료에서 본 데다.”

보통 엔딩 뒤에 보는 개발 자료를 플레이 중간에 해금하니 생기는 현상이다.

자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첫 풍경의 충격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는 함정.

설정집이 선발 정찰대가 된다.

5. 디아나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었는데, 가끔 말만 기계로 돌아온다

디아나의 매력은 계속 평범한 아이처럼만 행동하지 않는 데 있다.

시선.
체중 이동.
반응 타이밍.
휴와의 상호작용.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적으로 CG 캐릭터라는 감각이 희미해진다.

그런데 가끔 표현이 기계 쪽으로 튄다.

무언가를 “메모리에 기억했다”는 식의 말.

보통 아이면 그냥 “기억할게”라고 한다.

하지만 디아나는 사실상,

메모리. 저장 완료.

휴는 살짝 당황한다.

플레이어도 기억한다.

맞다. 안드로이드였다.

외형과 동작은 골짜기를 넘어 생명처럼 느껴지는데, 언어 끝에서 인공물이 새어 나온다.

이 1%의 기계성이 나머지 99%의 인간다움을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

6. 적 BOT은 반대로 불쾌한 골짜기로 스스로 뛰어든다

디아나가 “기계인데 인간처럼 움직이는” 쪽이라면 적은 반대다.

사람 모양인데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마네킹에 섞여 있다.

가까이 간다.

움직인다.

배트를 꺼낸다.

달리는 자세가 이상하다.

관절도 이상하다.

중심 이동도 이상하다.

멈추는 방식도 이상하다.

그리고 덤빈다.

정통 호러의 공포라기보다,

생리적으로 기분 나쁘다.

『진격의 거인』의 기행종과 비슷한 감각이다.

사람 모양이라 인간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그런데 실제 모션이 예상에서 벗어난다.

그 어긋남이 불쾌한 골짜기를 만든다.

디아나는 골짜기에서 빠져나오도록 애니메이션되고, 적은 골짜기에 빠뜨리도록 애니메이션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중형 BOT이 나오면 답은 간단하다.

“움직이지 마. X.”

강해서가 아니다.

저 움직임을 오래 보고 싶지 않다.

7. “네가 없으면 곤란해”는 감정 대사이자 전투 시스템 설명이다

휴는 디아나에게 사실상 “네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보통이라면 관계가 깊어지는 장면이다.

플레이어는 다른 의미에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짜 곤란하다.

공식 게임 설명에서도 적은 단단한 장갑을 갖고 있고, 디아나의 해킹으로 열어 약점을 노리는 것이 기본이다.

디아나가 없으면 휴의 전술은,

쏜다
→ 깡
→ 적이 온다
→ 또 쏜다
→ 깡

이 된다.

디아나는 방어 해제, 시스템 침입, 전자전, 시설 접근을 담당한다.

화면상으로는 성인 남자가 소녀형 안드로이드를 지키는 그림인데, 전술적으로는

총기 부서: 휴
전자전 부서: 디아나

다.

전자전 부서가 휴가를 내면 회사가 멈춘다.

“네가 필요하다”는 관계 대사이면서 동시에

단일 장애점 보고서

이기도 하다.

8. IDUS가 나를 육성하고 있다

IDUS의 행동은 왕도 악역 그 자체다.

주인공을 제거하고 싶다.

적을 보낸다.

그런데 전 병력을 한 번에 보내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이긴다.

경험을 쌓는다.

장비가 늘어난다.

시스템을 배운다.

더 센 적을 보낸다.

또 성장한다.

결론:

IDUS가 나를 키우고 있다.

왜 악역은 항상 영웅이 성장하기 딱 좋은 수준의 적을 단계적으로 보내 주는가.

플레이어에게는 고맙다.

인류에게는 전혀 안 고맙다.

그 적들이 반복 생산 가능한 공업 제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9. 이걸 양산할 수 있으면 인류는 못 이긴다

무서운 건 한 기가 최종병기라서가 아니다.

튼튼한 자율 기계를 인간 없는 설비가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섭다.

인간:

다친다.
지친다.
먹어야 한다.
탄약이 필요하다.
훈련이 필요하다.
병력 보충에 시간이 걸린다.

기계:

설계도 있음.
설비 있음.
재료 있음.
생산.
파괴됨.
다시 생산.

게다가 일반 병사에게는 디아나가 없다.

휴가 버티는 이유는 총을 잘 쏴서만이 아니라 적 시스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특수한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 시설을 보다 보면,

“일반적인 인간 군대가 이걸 어떻게 잡지?”

라는 생각이 든다.

MOD를 쓰는 플레이어는 X를 누르면 된다.

작품 속 인류에는 MOD가 없다.

중대한 차이다.

10. 그래서 『Horizon Zero Dawn』이 떠오른다. “네, 인류는 졌습니다”의 세계

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Horizon Zero Dawn』을 떠올리게 한다.

그 작품의 구인류는 생물자원을 연료로 삼고 자기복제하는 군용 로봇 군집을 막지 못했다.

인류는 승리를 포기한다.

시간을 번다.

그 사이 Project Zero Dawn이 GAIA와 테라포밍 시스템을 만든다.

구 생물권은 결국 소멸한다.

훗날 GAIA가 환경과 생명을 다시 만든다.

게임 후반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 인류가 간신히 산 게 아니라 그냥 졌구나.”

라는 감상이 나온다.

길게 이어진 이야기 뒤에서 세계 설정의 거대한 뚜껑이 열린다.

그게 강하다.

『PRAGMATA』는 다른 작품이고, 이후 이야기는 일부러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 인프라.
자율 AI.
튼튼한 기계.
반복 생산.
평범한 인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달 시설.

을 보면 Horizon이 생각나는 건 자연스럽다.

답을 검색할 필요는 없다.

창밖의 지구를 보고 한마디면 충분하다.

“지구 씨, 거기서 보여도 괜찮아요?”

11. 달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창밖에는 지구가 있다

가장 불길한 것은 풍경일지도 모른다.

달 시설에는 인간 사회의 흔적이 있다.

거리.

공장.

설비.

생활 공간.

그런데 평범한 인간 사회가 작동하는 느낌은 없다.

기계는 움직인다.

그리고 창밖에 지구가 있다.

뇌가 자동으로 자막을 붙인다.

IDUS:
“달: 처리 중.”

지구:
“🌏”

IDUS:
“다음 대상 확인.”

현재로서는 플레이어의 망상이다.

하지만 SF 그림으로서는 최고로 불쾌하다.

사람이 없어져도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

보통 폐허는 사람이 사라지면 기능도 멈춘다.

여기는 반대 느낌이다.

사람이 없어도,

시설: “업무를 계속합니다.”

제조업이 인간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갑자기 무서워진다.

12. 그래서 기계 문명물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NieR:Automata』.
『Horizon Zero Dawn』.
『PRAGMATA』.

같은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끌리는 지점은 겹친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인간보다 오래 남는다.

창조자가 없어져도 기계가 움직인다.

AI와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얻거나, 인간과 다른 논리로 행동한다.

폐허와 데이터에서 과거 문명을 역산한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인류가 자기가 만든 것보다 생존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이 지점이 재미있다.

스토리가 극도로 복잡할 필요도 없다.

거대한 시설을 걷는다.

망가진 공장을 본다.

이상한 기계를 본다.

설정 자료를 읽는다.

인간처럼 보이는 안드로이드의 말 한마디에서 비인간성을 발견한다.

그것만으로 세계의 뒤편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PRAGMATA』는 TPS라기보다

“기계 문명을 관찰하는 예술 작품”

으로 볼 때 더 강해진다.

다만 적은 여전히 기분 나쁘다.

중형이 나온다.

기행종처럼 달린다.

플레이어는 조용히 X를 누른다.

전시 관람에 방해되니 퇴장해 주세요.


검증 메모

사실관계는 Capcom 공식 정보, PlayStation.Blog의 개발 인터뷰와 Shelter/Data Library 소개, Xbox Wire의 전투 설명, PC Gamer 리뷰, Bandai Namco의 AC6 1.02 공식 패치 노트, PlayStation 공식 Horizon Zero Dawn 스토리 정리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현재 플레이 지점 이후의 『PRAGMATA』 스토리는 의도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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