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부터 잡는 게 왜 문제일까? 일정만 먼저 넣는 회의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이유

직장에서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이런 말이 금방 나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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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의 목적이 없다
  • 회의가 목적이 되어버림
  • 자료 작성 목적 불명
  • 무엇을 정하는 회의인지 모르겠다
  • 회의해도 아무것도 안 정해진다
  • 회의 전 확인할 것
  • 회의 줄이는 방법
  • 목적 모를 업무 거절하는 법

1. "회의합시다"는 해결책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이런 말이 금방 나오곤 합니다.

일단 회의부터 합시다. 전날까지 자료 만들어 주세요. 관계자들 불러서 얘기해 봅시다.

겉으로 보면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캘린더에 회의가 잡힌다. 참석자들이 모인다. 자료 작성 요청도 날아온다. 외부 사람이나 다른 부서 사람도 시간이 되면 들어온다.

그런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회의에서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

이게 없는 채로 회의만 잡으면, 회의는 해결책이 못 됩니다. 그저 "일하는 척"이 될 뿐입니다.

회의는 문제를 풀어 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목적, 결정권자, 재료, 완료 조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제대로 쓰이는 도구입니다.

목적 없이 회의를 잡는 건, 칼만 손에 쥐고 요리가 다 된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2. 일정만 먼저 잡힌 회의는 왜 위험할까

위험한 건 일정이 먼저 정해져 버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흐름입니다.

  1. "회의합시다"라는 말이 나온다
  2. 캘린더에 일정이 들어간다
  3. 관계자와 외부 사람에게도 일정이 공유된다
  4. 전날이나 당일에 "자료는 어떻게 됐어요?"라는 말이 나온다
  5. 그런데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
  6. 일단 자료를 만든다
  7. 보여 줬더니 "목적이 다른데요"라는 말을 듣는다
  8. 만든 사람만 밤늦게까지 불태운다

이 흐름이 무서운 건, 회의라는 껍데기만 먼저 완성되고 알맹이는 텅 빈 채로 굴러간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되면 사람은 모입니다. 외부 사람도 참석합니다. 캘린더에 들어 있으니 회의는 열립니다.

하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습니다.

무엇을 정하는가. 누가 판단하는가. 자료로 무엇을 보여 주는가. 어떤 상태가 되면 끝인가.

이런 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큰일 났다, 자료가 없네",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하고 허둥대는 건 담당자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요청하는 시점에 '이기는 조건'이 놓여 있지 않았던 겁니다.


3. "자료 만들어 줘"는 목적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자료 작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는 그냥 정보를 늘어놓는 게 아닙니다. 원래는 누군가가 뭔가를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만들려면 최소한 다음 정보가 필요합니다.

  • 누구에게 보여 줄 자료인가
  • 그 사람이 무엇을 이해했으면 하는가
  • 그 사람이 무엇을 판단해 주길 바라는가
  • 어디까지 설명하면 충분한가
  • 무엇이 들어 있으면 완성인가

이게 없는 상태에서 "자료 만들어 줘"라는 말을 들으면, 담당자는 상상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상상으로 만든 자료는 나중에 이런 말을 듣습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닌데. 목적이 다르잖아. 좀 더 해 봐. 방향을 바꿔 줘.

이건 꽤 힘듭니다.

담당자가 농땡이를 부린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목적을 모르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형태를 만들어 보려고 애쓴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와서 "틀렸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건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골대가 없는 곳에서 달리라고 떠밀린 문제입니다.


4. 회의가 목적이 되면 선의를 가진 사람부터 타 버린다

목적이 불분명한 회의에서 가장 먼저 타 버리는 건 성실한 사람입니다.

대충 하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사람은, 목적이 애매해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 합니다.

그러다 이렇게 됩니다.

  •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 그래도 기한은 있다
  • 관계자들이 모이는 일정도 이미 잡혀 있다
  • 외부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 그래서 밤늦게까지 매달린다
  • 그런데 보여 주면 "아닌데요"라는 말을 듣는다

꽤 고달픈 구조입니다.

결국 목적 없는 회의는 농땡이 부리는 사람보다 제대로 하려는 사람을 태웁니다.

여기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회의합시다"라고 말하는 쪽은 가볍게 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 뒤에서 누군가는 목적도 모르는 자료를 만들고, 밤늦게까지 끙끙대고, 뒤늦은 수정 요청을 받고 있을지 모릅니다.

회의가 목적이 되면, 선의를 연료로 태우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5. 회의는 "불안 떠넘기기"가 되기 쉽다

목적이 애매한 회의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회의가 "불안을 남에게 떠넘기는 수단"이 된다는 점입니다.

원래 요청하는 쪽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 무엇이 문제인가
  • 무엇을 정하고 싶은가
  • 어디가 잘 안 풀리는가
  • 누가 판단해 줬으면 하는가
  •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

그런데 이걸 정리하지 않은 채로 이렇게 말해 버립니다.

일단 회의부터 합시다.

이 말을 풀어서 쓰면 이렇게 됩니다.

제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됐으니, 다들 모여서 어떻게든 해 주세요.

물론 같이 상의하면서 정리해야 하는 회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럴 때조차 "무엇을 정리하고 싶은지"는 필요합니다.

목적 없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라 그냥 불안을 달래는 의식이 됩니다.

좀 세게 말하면 원숭이들의 불안 달래기 의식입니다.

모였다는 것만으로 안심한다.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 진행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담당자만 추가 업무를 안고 돌아간다.

이쯤 되면 회의가 아니라 기력만 쪽쪽 빨아 가는 이벤트입니다.


6. "시간이 됐으니 모인다"는 회의가 아니다

캘린더에 들어 있으니 사람이 모인다. 시간이 됐으니 참석한다. 외부 사람도 온다. 그런데 자료도 목적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태는 회의가 아닙니다.

그냥 캘린더가 시키는 대로 사람이 모여 있는 것뿐입니다.

원래 회의는 "시간"에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목적"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시간은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틀일 뿐입니다.

목적 없이 시간만 잡아 두면 회의는 이렇게 됩니다.

  • 참석자가 왜 불려 왔는지 모른다
  • 사전에 뭘 봐야 하는지 모른다
  • 당일에 무엇을 정하는지 모른다
  •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 결론이 나지 않는다
  • 다음 회의 일정만 잡힌다

그리고 캘린더만 또 늘어납니다.

이건 이제 회의가 아니라 "일정의 번식"입니다.


7. 회의를 잡기 전에 최소한 정해 둘 5가지

회의를 잡기 전에 최소한 이것만큼은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1. 무엇을 위한 회의인가

먼저 회의의 목적입니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 방침을 정한다
  • 서로의 인식을 맞춘다
  • 과제를 짚어 낸다
  • 결정권자에게 승인을 받는다
  • 다음 담당자와 기한을 정한다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해 이야기하는가"를 정합니다.

2. 무엇이 정해지면 끝인가

회의의 종료 조건입니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 A안으로 갈지 B안으로 갈지 정해진다
  • 담당자와 기한이 정해진다
  •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3개 이내로 정리된다
  • 다음 회의까지 누가 무엇을 내놓을지 정해진다

이게 없으면 회의는 끝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 그냥 흩어지는 게 전부가 됩니다.

3. 누가 판단하는가

회의에서 흔히 벌어지는 실패가 결정권자 부재입니다.

다 같이 얘기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됩니다.

이건 윗분께 확인받아야겠네요. 가지고 가서 확인해 볼게요.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

결정권자가 없다면 애초에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 회의는 의사결정 회의가 아니라 정보 공유 회의가 됩니다. 그렇다면 메일이나 메신저로 충분할 가능성이 큽니다.

4. 사전에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가

회의에서 판단하려면 재료가 필요합니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 현황 데이터
  • 비교표
  • 과제 목록
  • 선택지
  • 장단점
  • 비용
  • 일정
  • 리스크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건 "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갖추는 것입니다.

자료는 그걸 담는 그릇일 뿐입니다.

5. 꼭 회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애초에 회의가 필요한지 확인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엔 회의가 아니어도 될 때가 있습니다.

  • 공유만 하는 거라면 메일로 충분하다
  • 확인만 하는 거라면 메신저로 충분하다
  • 승인만 받는 거라면 양식(폼)으로 충분하다
  • 의견을 모으는 거라면 사전 코멘트로 충분하다
  • 자료 검토라면 각자 편한 시간에 해도 된다

회의는 비용이 큽니다. 여러 사람의 시간을 동시에 붙잡아 두니까요.

그러니 회의를 잡는다면 "회의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8. 목적 모를 회의를 멈추게 하는 말

목적을 모르는 채로 회의나 자료 작성을 요청받았다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먼저 확인합니다.

회의 요청에 대한 답변

회의 자체는 가능합니다. 먼저 목표만 확인하고 싶은데요. 이번엔 무엇을 정하기 위한 회의인가요?

자료 작성 요청에 대한 답변

자료 작성에 들어가기 전에 목적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누가 보고 무엇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인가요?

목적이 애매할 때

지금은 완성된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서, 먼저 "목적, 보는 사람, 판단하고 싶은 것"을 확인한 뒤에 만들고 싶습니다.

회의가 필요한지 모르겠을 때

공유만 하는 거라면 먼저 글로 정리해서 확인해 주시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회의에서 정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그 부분을 먼저 알려 주세요.

외부 사람을 부르기 전에

외부 분들도 참석하시니, 당일 목적, 정할 것, 사전 자료를 먼저 확정하고 싶습니다.

이건 반항이 아닙니다. 일을 막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재작업과 관계자들의 소모를 줄이기 위한 사전 확인입니다.


9. 요청하는 쪽이 갖춰야 할 회의 템플릿

회의를 요청하는 쪽은 최소한 이 정도는 적어 놓고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회의 목적]
무엇을 위해 모이는가:

[정하고 싶은 것]
이 회의에서 정하고 싶은 것:

[결정권자]
최종 판단을 하는 사람:

[참석자]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과 그 이유:

[사전 자료]
미리 봐야 할 것, 만들어야 할 것:

[종료 조건]
회의 후 어떤 상태가 되면 OK인가:

[회의여야 하는 이유]
메일이나 메신저가 아니라 회의로 하는 이유:

이게 못 써진다면 아직 회의를 잡을 단계가 아닙니다.

먼저 요청한 본인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회의는 생각을 대신해 주는 게 아닙니다. 각자 생각해 온 것을 들고 와서 판단하고, 조율하고, 합의하는 자리입니다.


10. 요청받는 쪽이 갖춰야 할 방어 템플릿

한편, 요청을 받는 쪽도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목적을 모르는 채로 진행하면, 선의로 빈틈을 메우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메모를 보내 두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꽤 달라집니다.

현재 이해한 바로는 아래 전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목적:
보는 사람:
판단하고 싶은 것:
필요한 자료:
완성 기준:
불명확한 점:

이 이해가 맞다면 작성에 들어가겠습니다.
다르다면 목적과 판단하고 싶은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걸 보내 두면 나중에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요"라는 말을 들어도, 전제를 확인한 기록이 남습니다.

목적을 모르는 업무는 머릿속에만 담아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반드시 글로 꺼내 놓으세요.

목적을 모르는 채로 진행하면 머릿속 한구석에 계속 걸리거든요.

게임을 하고 있어도, 쉬고 있어도, 자는 동안에도요. 꿈에서 학교 축제 준비 같은 모습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목적 모를 업무는 그만큼 뇌에 남습니다.


11. 이건 "회의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회의는 나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회의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쓰면 강력한 도구입니다.

회의가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 여러 사람의 인식을 맞출 때
  •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합의할 때
  • 그 자리에서 질문하면서 판단할 때
  • 책임자의 승인을 받을 때
  • 말로 온도 차이나 우려를 확인할 때

문제는 회의를 목적으로 삼아 버리는 겁니다.

"회의를 잡았으니 진행된 거야" "사람을 모았으니 안심이야" "자료를 만들게 했으니 일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되면 위험합니다.

회의는 목적을 향해 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목적 없는 회의는 그냥 사람을 붙잡아 두는 이벤트가 됩니다.


12. 정리: 회의는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

회의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회의합시다"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자료 만들어 주세요"도 목적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정 잡았습니다"만으로는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다음 순서입니다.

  1. 무엇이 문제인지 정한다
  2. 무엇을 정하고 싶은지 정한다
  3. 누가 판단할지 정한다
  4.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정한다
  5. 회의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6. 필요하다면 회의를 잡는다
  7. 필요하다면 자료를 만든다

순서가 뒤바뀌면 회의가 일의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목적 모를 자료, 뒤늦은 수정 요청, 밤늦게까지 애쓰는 선의의 사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회의가 생겨납니다.

한마디로 이렇습니다.

회의는 골이 아니다. 목적 없는 회의는 진행하는 척하면서 사람을 소모시키는 이벤트다.

일정부터 잡기 전에 먼저 목적을 두세요. 자료를 만들게 하기 전에 무엇을 판단하고 싶은지 정하세요. 사람을 부르기 전에 그 사람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세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재작업과 소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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