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검사 고득점자가 일도 잘할까? 채용·관리자·걷기 사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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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전형에서는 언어, 계산, 추론, 성격 등을 재는 적성검사가 널리 쓰인다.

짧은 시간에 많은 지원자를 비교할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 편리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기초적인 독해력이나 수리 처리 능력이 업무를 익히는 속도나 일정 수준의 직무 성과와 관련 있다는 점도 연구에서 부정된 적은 없다.

다만 여기에는 큰 비약이 있다.

적성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실제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같지 않다.

현실의 업무에는 문제 지문도 보기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필요한 정보가 모자랄 때도 있고, 관계자들의 설명이 서로 어긋날 때도 있다. 정답이 여러 개여서 누군가 결정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생성형 AI가 글 이해나 정형화된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하게 되면서, '사람이 제한 시간 안에 혼자 푸는 능력'만 재는 시험은 실무와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정말로 봐야 할 것은 지식이나 처리 속도가 있느냐 없느냐만이 아니다.

  •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가
  •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설을 세울 수 있는가
  •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가
  • 관계자와 조율할 수 있는가
  •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할 수 있는가
  •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가
  • 현장에만 있는 지식을 익힐 수 있는가
  • AI나 도구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가
  • 다른 사람의 자기결정권을 지킬 수 있는가

일의 성과는 이런 여러 능력이 합쳐져서 결정된다.

그리고 까다로운 점은, 능력이 높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1부 적성검사는 무엇을 재고, 무엇을 재지 못하나

1. 일반 인지능력은 '무의미'하지 않다

일반 인지능력(GMA)은 독해, 추론, 수리 처리, 학습 속도 등에 관련된 기초 능력을 한데 묶은 개념이다.

연구에서는 GMA가 직무 성과나 교육·훈련 성적과 어느 정도 상관이 있다는 결과가 거듭 나왔다. 특히 복잡한 일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지식을 조합하는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 인지능력이 도움이 된다.

그러니 '적성검사는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결론도 맞지 않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거나, 기본적인 수량 관계를 다루지 못한다거나, 지시의 뜻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지 못한다면 직종에 따라 실무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기초 능력의 최저선을 확인하는 용도라면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2. 하지만 '일을 잘한다'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는 적성검사 점수를 업무 능력 그 자체로 취급하는 것이다.

과제 설정

애초에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는 힘이다.

시험에서는 문제 지문이 주어진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누가 곤란을 겪고 있는지, 어떤 상태를 개선해야 하는지,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대응할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 가려내야 한다.

우선순위

모든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는 없다.

기한, 영향 범위, 법적 리스크,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투입 공수, 재발 가능성 등을 비교해서 무엇부터 할지 정해야 한다.

적성검사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힘은 잴 수 있어도, 그 문제를 지금 풀어야 하는지까지는 재기 어렵다.

불완전한 정보로 내리는 판단

실무에서는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시간을 놓치는 일이 많다.

그래서 현재 시점의 사실을 정리하고, 모르는 부분을 따로 나누고, 가설을 세우고, 되돌릴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이고, 새 정보가 들어오면 고쳐 나가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수정하는 능력이다.

관계자 조율

정답을 알고 있어도 관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구분이 있다.

  • 상사나 다른 부서에 이야기를 통과시키는 조율
  • 부하 직원이 움직이기 쉽도록 정보, 권한, 역할을 정리해 주는 조율

앞의 것은 강한데 뒤의 것은 약한 관리자가 실제로 있다.

지속과 완수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은 다르다.

아이디어를 내고, 지시를 내리고, 회의에서 결정하는 데까지는 가도, 중간 경과를 확인하고 걸림돌을 치우고 마지막에 결과를 검증하는 데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현장 지식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다는 것만으로는 현장 고유의 제약을 알 수 없다.

설비, 계약, 법령, 거래 관행, 시스템, 지나온 경위, 인력 구성 등을 알아보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

AI 결과물 검증

AI 시대에는 '내가 전부 풀 수 있느냐'보다, 입력 조건이 맞는지, 잘못 읽은 곳은 없는지, 결론이 전제와 일치하는지, 중요한 예외가 빠지지 않았는지, 최종 판단을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AI를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디를 검증해야 치명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가려내는 힘이 필요하다.

3. 최신 연구가 보여 주는 'GMA 일강 체제'의 수정

일반 인지능력 검사는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단일 예측 요인'이라고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의 타당도 추정치가 통계적 보정 탓에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2024년에 갱신된 메타분석에서는 경력 정보, 구조화 면접, 성실성, 정직성(인테그리티) 검사, 상황 판단 검사 등을 조합할 경우 GMA 검사를 빼도 전형 전체의 예측 타당도가 거의 떨어지지 않는 조합이 많다고 보고되었다.

인지능력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지능력은 업무 성과를 예측하는 재료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만 중심에 놓아야 할 필연성은 예전에 생각하던 만큼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적성검사는 보조 지표이고, 채용의 중심은 직무에 가까운 과제, 구조화 면접, 과거 행동의 구체적인 사례, 일하는 방식의 확인 쪽으로 옮기는 편이 합리적이다.

4. 생성형 AI가 시험의 의미를 바꾼다

생성형 AI는 문장 순서 맞추기, 요약, 비율 계산, 조건 정리처럼 기존 적성검사와 비슷한 과제를 상당히 잘 처리한다.

그러면 집에서 감독 없이 치르는 검사에서는 측정 결과에 본인의 능력, AI를 썼는지 여부, 입력한 이미지나 문장의 품질, AI에게 지시하는 방식, 답을 검증하는 힘, 통신이나 조작 속도가 뒤섞인다.

이런 상태에서 '점수 = 본인의 인지능력'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전형에서는 AI 금지를 철저히 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오히려 AI 사용을 전제로 삼고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AI에게 무엇을 넘겼는지, 결과물의 어디를 의심했는지, 어떻게 검증했는지, 최종 판단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보는 쪽이 실무에 더 가깝다.

제2부 유능한 플레이어가 좋은 관리자라는 보장은 없다

1. 추론력과 조율력이 높은 관리자

직장에는 불완전한 정보로도 재빨리 가설을 세우고, 현장을 조사하고, 상사나 다른 부서에 이야기를 통과시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유형은 밖에서 보면 매우 유능하다.

  • 정보 수집이 빠르다
  • 현장 지식이 풍부하다
  •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다
  • 윗사람에게 설명을 잘한다
  • 옆 부서와의 협상에 강하다
  • 자기가 움직이면 안건을 진행시킬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어로서는 강하다.

문제는 그 능력이 그대로 관리 능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 관리자의 일은 '자기가 푸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는 자기가 문제를 풀면 성과를 낼 수 있다.

관리자는 거기에 더해 목적을 분명히 하고, 판단 기준을 보여 주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담당과 권한을 정하고, 도중에 지원하고, 완수를 확인하고, 다음번에는 본인 혼자서도 재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의 성과는 본인의 처리량이 아니라, 본인이 없어도 팀이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는가로 재야 한다.

직접 조사하고, 직접 판단하고, 직접 뒷수습까지 하는 관리자는 얼핏 일이 빨라 보인다. 하지만 부하 직원에게는 판단 기준이 남지 않아서 같은 문제가 몇 번이고 관리자에게 되돌아온다.

그 결과 관리자는 늘 바쁘고, 부하는 자립하지 못하고, 업무가 특정인에게 쏠리고,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 일이 멈추고, 뒤늦게 내리는 지시가 늘고, 평가 기준은 관리자의 머릿속에만 남는다.

3. 위쪽으로의 조율과 아래쪽으로의 조율

조율 능력에도 방향이 있다.

위쪽·옆쪽으로의 조율

  • 상사를 납득시킨다
  • 다른 부서의 협조를 얻어 낸다
  • 회의에서 자기 주장을 관철한다
  • 사내 정치의 흐름을 읽는다
  • 자기 안건을 지킨다

아래쪽으로의 조율

  • 부하에게 필요한 정보를 건넨다
  • 누가 결정하는지 분명히 한다
  • 우선순위를 보여 준다
  • 거절할 권리와 상담 경로를 만든다
  •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킨다
  • 부하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 둔다

위쪽·옆쪽 조율은 아주 강한데 아래쪽 조율은 약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윗선에서는 '믿음직한 관리자'로 보이지만, 아랫사람 눈에는 '기준을 모르겠다',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른다', '뭘 해도 일이 더 얹어진다'로 보인다.

4. 육성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될 때

육성에도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상대의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육성은 상대의 현재 위치를 살피고, 판단 기준을 말로 풀어 주고, 실패해도 괜찮은 범위에서 맡기고, 본인의 강점을 살리고, 결국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목표로 한다.

반면 관리자 자신의 편의를 목적으로 하는 육성은 자기 방식을 외우게 하고, 자기가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자기 기대를 알아서 앞질러 맞추게 하고, 따르지 않으면 이해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마지막에는 자기가 뒷수습을 한다.

후자도 겉으로는 열성적인 육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인에게 판단권이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립 지원이 아니라 관리자의 사고방식을 내면화시키는 훈련이다.

제3부 선의가 지배로 변하는 경계선

1. 선의가 있느냐와 경계선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조언하는 것도, 경험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어디에서 멈추느냐이다.

건강한 조언은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필요하면 참고해. 최종적으로 정하는 건 너야'라는 형태를 띤다.

선을 넘는 조언은 '나는 본인보다 더 멀리 보고 있다. 본인이 다른 선택을 하는 건 아직 이해하지 못해서다'라는 형태가 된다.

선의가 강할수록 안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의가 있으면 자기 개입을 의심하기 어려워진다.

깊이 캐묻는 것을 '살뜰히 챙긴다'고 부르고, 미래를 단정 짓는 것을 '긴 안목'이라고 부르고,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진심으로 마주한다'고 부르고, 상대의 반발을 '이해 부족'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해서 본인의 자기결정권이 사라져 간다.

2. 상대를 위해 생각하는 것과 상대의 인생을 정하는 것

관리자나 채용 담당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직무에 필요한 범위다.

  •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 근무 조건에 합의할 수 있는가
  • 필요한 배려가 있는가
  • 본인이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 경험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이 너머의 인생 설계는 본인의 영역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에 해당하는 정부 부처)도 공정한 채용 전형에서는 본인의 적성·능력과 관계없는 사생활 정보를 파악하지 말 것, 질문 항목과 평가 기준을 미리 정해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채용 기준으로 삼을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한 번 알게 된 정보는 무의식중에 인물 평가에 섞여 든다. 그래서 '물어본 다음에 공정하게 다룬다'가 아니라 애초에 직무에 필요 없는 정보는 모으지 않는다는 설계가 필요하다.

3. 추론력이 높을수록 틀린 이야기도 정교해진다

정보가 부족하면 사람은 빈틈을 이야기로 메운다.

추론력이 높은 사람은 많은 정보를 이어 붙여서 앞뒤가 맞는 설명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앞뒤가 맞는 것과 사실인 것은 다르다.

본인이 말하지 않은 미래상, 본인이 고르지 않은 가치관, 본인이 원한다고 멋대로 가정한 생활,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버린 진로. 이런 것을 쌓아 올리면 정교하지만 검증할 수 없는 인물상이 만들어진다.

추론력이 높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추론하는 것이 아니다.

  • 이것은 사실인가
  • 이것은 가설인가
  • 본인에게 확인했는가
  • 본인이 정할 영역은 아닌가
  • 내가 틀렸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가

를 구분하는 것이다.

4.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과 '이야기를 닫아 버리는 것'

성숙한 조언자는 의견을 말한 뒤에 판단을 본인에게 돌려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선택을 존중할게."

이 한마디가 있느냐 없느냐로 상담과 지배가 갈린다.

경계선을 넘는 사람은 상대가 자기와 다른 결론을 내렸을 때 이야기를 닫지 못한다.

아직 설명이 부족하다, 아직 납득하지 못했다, 더 말하면 알 것이다, 내 옳음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한다, 이런 식이 된다.

듣는 쪽이 논리적으로 설명할수록 '아직 논의할 수 있다'고 여겨져서 붙잡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까지 한다.

이 문제는 듣는 쪽의 설명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상대가 다른 판단을 할 권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제4부 옳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실행 책임을 돌려준다

1. 옳은 말이 실행 가능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조직에서 옳은 말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부 확인해야 한다, 실수를 없애야 한다, 품질을 높여야 한다, 정중하게 설명해야 한다, 빨리 대응해야 한다, 모두에게 공유해야 한다. 어느 것이든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력, 시간, 예산,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뒤로 미룰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2. 이상만 내놓고 현실화는 남에게 넘기는 구조

건강하지 못한 역할 분담에서는 지시하는 쪽이 이상을 말하고, 조건을 추가하고, 품질에 집착하고,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 한편 실행하는 쪽은 현장 조건을 알아보고, 관계자를 조율하고, 기한 안에 형태를 만들고, 다른 업무와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실패하면 해명한다.

이 구조에서 지시하는 쪽은 언제나 옳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실행하는 쪽이 '못 합니다'라고 하면 노력 부족이 되고, 무리해서 하다가 실패하면 실행 실수가 되기 때문이다.

3. 올바른 되돌려 주기

필요한 것은 반론이 아니라 조건의 명시다.

방침은 이해했습니다. 현재 인원과 기한으로는 기존 업무와 병행할 수 없습니다. 실시를 필수로 하신다면, 뒤로 미룰 업무, 담당자, 기한, 결재자를 지정해 주십시오.

여기에 더해 개인적인 고집이 강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 수준과 방법을 필수로 하신다면, 판단권과 실행 책임을 가진 분이 대응해 주십시오.

이것은 일을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다. 고집을 낸 사람에게 판단과 책임을 한 세트로 돌려주고 있을 뿐이다.

4. '세상은 정론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은 양쪽에 적용된다

'정론만으로는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이 말은 부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의 정론도 현실의 제약을 받는다.

자기 안을 고집한다면 자기도 조율 비용과 실행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제5부 교육 영상을 봐도 사람이 변하지 않는 이유

1. 지식과 행동은 별개다

인권, 괴롭힘, 공정한 채용, 심리적 안전감 등의 교육을 받아도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이 자신을 문제 행동을 하는 쪽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 안에서는 괴롭힘은 고함치는 것이고 자기는 지도하는 것이며, 괴롭힘은 악의 있는 공격이고 자기는 상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 내용을 이해해도 자기 행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 교육보다 일상의 보상 구조가 더 강하다

조직 안에서 경계선을 넘어 개입하는 사람이 일에 열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챙겨 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윗선의 신뢰를 얻고, 아무도 말리지 않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추궁받지 않는다면 본인은 변할 필요가 없다.

영상 교육을 한 시간 보는 것보다 매일의 성공 경험이 더 강하다.

미국 고용평등위원회(EEOC, 직장에서의 차별을 다루는 미국 정부 기관)의 보고서에서도,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윗선의 행동, 명확한 방침, 신고 제도, 조사, 시정 조치, 관리직에 대한 평가와 책임 추궁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은 지식을 건넨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평가, 권한, 책임, 시정의 체계이다.

3. 소수라도 권한이 크면 문화를 만든다

경계선을 넘는 사람이 조직 전체로는 소수라 해도, 직위나 영향력이 크면 피해는 한정되지 않는다.

채용, 평가, 배치, 지도, 회의, 우선순위, 정보 공유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원수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다른 사람의 시간과 판단을 얼마나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제6부 걸으면서 하는 '벽치기 대화'가 생각과 건강을 함께 정돈한다

1. 걷기는 '기분 전환'만이 아니다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 집에 앉아서 계속 생각하면 같은 논점을 되풀이하기 쉽다.

반면 걸으면서 소리 내어 생각하면, 머릿속의 덩어리가 말로 바뀌고, 문장이 되니 순서가 잡히고, AI나 상대에게서 다른 관점이 돌아오고, 풍경과 몸의 감각이 달라지고, 감정의 열기가 내려가고, 사실과 해석이 나뉘고, 다음 행동을 정해서 마무리할 수 있다.

이것은 그냥 산책이 아니다. 운동, 외부화, 대화, 감정 조절, 의사결정을 하나로 묶은 사고 습관이다.

(여기서 '벽치기'란 테니스에서 벽에 공을 쳐서 되받는 연습처럼, 생각을 말로 내보내고 AI나 상대의 반응을 받아 가며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2. 걷기는 발산적 사고에 강하다

2026년에 공표된 걷기와 창의적 사고에 관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23편의 연구, 모두 1,036명을 분석했고, 걷기가 발산적 사고(아이디어를 폭넓게 펼치는 사고)를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한편 유일한 정답 하나로 좁혀 가는 수렴적 사고에 대한 효과는 분명하지 않았다.

이는 체감과도 맞아떨어진다.

걸으면서 생각하면 다른 설명을 찾거나, 공통 구조를 찾거나, 사례를 떠올리거나, 관점을 바꾸거나, 말을 다시 조합하는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

다만 최종적인 채택 여부, 계약, 금액, 기한 등을 확정할 때는 걷고 난 뒤에 앉아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

걷는 중에 어울리는 일

  • 감정 쏟아 내기
  • 논점 쪼개기
  • 가설 늘리기
  • 공통 구조 찾기
  • 글의 뼈대 만들기

걷고 난 뒤에 어울리는 일

  • 수치 확인
  • 증거 확인
  • 최종 판단
  • 이메일 발송
  • 계약이나 일정 확정

3. 벽치기 대화는 반추를 '처리'로 바꾼다

같은 일을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반추는, 생각하는 양이 많아도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벽치기 대화에서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고, 응답을 받고, 말을 압축한다.

개별 사건이 '끈질기다', '이야기가 길다', '지시가 바뀐다', '본인을 위한 거라고 한다', '거절하면 이해 부족이 된다'라는 조각으로 남아 있던 것을, 다른 사람의 결정권과 실행 책임을 침범하는 구조라는 하나의 설명으로 묶을 수 있다.

설명이 압축되면 대처도 '상대를 설득한다'에서 '사실, 가설, 책임, 권한, 본인의 선택을 나눈다'로 바뀐다.

4. 몸에도 이득이 된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심혈관, 혈당, 수면, 기분, 체력 유지에 플러스가 된다.

체중이 금방 줄지 않더라도, 앉아서 계속 생각하던 시간을 걷기로 바꾸면 활동량은 늘어난다.

특히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걷는 습관은 운동 시간을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이어 가기 쉽다.

5. 실천용 간단한 틀

걸으면서 생각할 때는 마지막에 다음 다섯 가지로 나누면 마무리하기 쉽다.

사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해석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했는가.

가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추측은 무엇인가.

통제 가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음 한 걸음

오늘 혹은 다음번에 한 가지를 한다면 무엇인가.

마지막에 딱 하나만 정한다. 생각을 늘리기만 하고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7부 일 잘하는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

1. 하나의 시험으로 정하지 않는다

채용이나 평가에서는 단일 지표에 의존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실무에 가까운 구성은 다음과 같다.

  • 기초 능력 검사로 최소한의 독해, 수리 이해, 학습의 토대를 확인한다
  • 구조화 면접에서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핵심 질문을 하고, 평가 기준을 미리 정해 둔다
  • 과거의 행동 사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 실제 업무에 가까운 업무 샘플(작업 과제)을 다루게 한다
  • AI를 써도 되는 조건에서 입력, 검증, 수정, 설명을 살펴본다
  • 책임, 권한, 우선순위, 상담 방법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살펴본다

2. 관리자에게 필요한 평가 항목

관리자는 본인의 처리 능력만이 아니라 다음 사항을 평가해야 한다.

  • 부하가 판단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는가
  • 목적과 기준을 처음에 제시했는가
  •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켰는가
  • 부하의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묶어 두고 있지는 않은가
  • 이견을 이해 부족으로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 조언한 뒤에 본인에게 선택을 돌려주었는가
  • 도중에 조건을 바꿨을 때 설명했는가
  • 자기 고집에 대한 실행 책임을 졌는가
  • 자기가 없어도 일이 돌아가는가
  • 육성한 뒤에 본인의 자립도가 올라갔는가

이런 항목은 짧은 시간에 치르는 인지능력 검사로는 거의 잴 수 없다.

3. 완벽한 사람을 찾지 말고 보완 가능성을 본다

모든 능력을 높은 수준으로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 자기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가
  • 다른 사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가
  • 시스템으로 메울 수 있는가
  •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
  • 약점의 비용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가 중요하다.

결론

적성검사는 기초 능력을 확인하는 도구로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지는 그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현실의 업무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불완전한 정보로 가설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계자를 움직이고, 책임과 권한을 나누고, 끝까지 완수하고, 현장을 배우고, AI를 검증하고, 다른 사람의 자기결정권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게다가 플레이어로서 유능하다고 관리자로서도 유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추론력이나 조율력이 높은 사람이 가설과 사실, 조언과 결정, 자기 영역과 타인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 능력은 지원이 아니라 지배로 변한다.

대처의 중심은 상대를 논파하는 것이 아니다.

  • 사실과 가설을 나눈다
  • 조언과 결정을 나눈다
  • 고집과 실행 책임을 한 세트로 묶는다
  • 본인이 정할 영역은 본인에게 돌려준다

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막혔을 때는 걸으면서 말로 꺼내 본다.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고, 구조로 압축하는 습관은 일의 정리와 건강을 동시에 흑자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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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다 읽은 김에. 가까운 이야기 몇 편과,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랐어요.

  1. 가까운 이야기쉬고 있을 뿐인데 “아깝다”무급 생산성 OS, 반추 루프, 그리고 너무 거친 “몸만 보고 만난다”라는 라벨
  2. 글 2혈압은 약 때문에만 내려갔을까 — EMA5로 보는 “약 + 수면 + 스트레스 풀세트”
  3.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혼자 행동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누가 없으면 못 움직인다”를 분해하고 ‘혼자 행동 OS’를 키우는 법
  4. 왜 오늘만 유난히 반말 비슷한 말을 많이 듣는 걸까 ― “응응”, “오, 그래?”, “괜찮아요~”에서 시작하는 서비스 현장의 사회언어학
  5. 마라탕은 왜 유행할까?식감 게임을 국물이 살렸다
  6. RPG 랭킹 1위를 봐도 “음…”이 나오는 이유BG3와 『Clair Obscur: Expedition 33』로 보는 “고평가”와 “나한테 맞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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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oi-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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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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