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한국은 얼마나 가까울까?

가고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문득 “일본의 끝까지 내려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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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에서 보이는 부산과 일본·대륙을 잇던 고대 바닷길

가고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문득 “일본의 끝까지 내려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상태에서 지란으로 가려고 하면 그 감각은 더 강해진다.

공식 안내상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지란 특공평화회관까지 자동차로 약 45분이다.[1] 그런데 대중교통 관광 코스에서는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지란 지역까지 버스로 약 74분, 돌아오는 예시는 약 81분이 걸린다.[2]

지도에서는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를 타면 갑자기 교통망의 끝으로 원정을 가는 기분이 든다.

이부스키와 지란이라는 지명은 왠지 주술 만화의 강자 이름처럼 들리는데, 교통망은 영역 전개를 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도를 북쪽으로 돌려 후쿠오카를 보면 더 이상한 사실이 보인다.

한국이 너무 가깝다.

1. 지란은 실제 거리보다 교통 때문에 더 멀게 느껴진다

지란 특공평화회관은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차로 약 45분이다.[1]

하지만 회관까지 직접 이어지는 철도는 없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지란으로 갈 때 버스가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관광 모델 코스에서도 가고시마추오역에서 지란 무사 저택 지역까지 버스로 약 74분으로 안내한다.[2]

여기서 지리적 거리와 체감 거리가 갈라진다.

자동차라면 근교 이동. 버스라면 원정.

사람이 느끼는 “끝”은 국토의 모양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철도 연결, 직행편, 운행 횟수, 환승 수가 실제 킬로미터보다 장소를 훨씬 멀게 만들 수 있다.

2. 후쿠오카에서는 외국이 이상할 정도로 가깝다

후쿠오카시는 하카타항의 지리적 강점을 설명하며 부산이 오사카보다 가깝다고 소개한다.[3]

해상 거리는 약 200km급이다.

즉 머릿속의 “일본 국내 대도시로 이동”과 “국경을 넘어 외국으로 이동”은 아주 다른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거리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현재도 하카타항과 부산을 잇는 국제 여객 항로가 있으며 페리 소요 시간은 약 5시간 30분으로 안내된다.[4]

국경은 심리적 거리를 만든다.

하지만 지리는 그 심리에 맞춰 주지 않는다.

북부 규슈에서 한국은 막연한 해외가 아니라 바다 건너 바로 옆 지역이다.

3. 쓰시마에서는 정말로 ‘외국이 보인다’

쓰시마까지 가면 지리 감각이 더 크게 흔들린다.

쓰시마시에 따르면 북부 쓰시마에서 부산항까지 직선거리는 49.5km다.[5]

조건이 좋으면 전망대에서 부산의 건물군을 육안으로 볼 수 있고, 해가 진 뒤에는 야경이 보이기도 한다.[5]

일본 땅에 서 있다. 앞에는 바다가 있다. 그 너머에 외국 도시가 보인다.

“외국”이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진짜 맞은편 해안이 된다.

물론 49.5km는 가볍게 수영해서 갈 거리가 아니다. 해류, 날씨, 저체온증, 선박 통행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배를 이용하던 사회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보이는 땅. 사람이 오는 곳. 물건이 오는 곳.

그러면 “저쪽에 땅이 있다”는 것은 전설이 아니라 생활 지식이 된다.

4. 옛사람들은 바다 너머에 대륙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질문이 나온다.

옛사람들은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대륙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현대인처럼 유라시아 대륙이 서쪽으로 수천km 이어진다는 지도를 평범한 사람들이 공유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 다른 땅과 사람과 사회가 있고, 배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알려져 있었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야요이 시대에 한반도 여러 지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북부 규슈에 논농사와 금속기를 전하면서 교류가 본격화했다고 설명한다.[6]

이미 “저쪽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가 아니다.

실제로 저쪽에서 사람과 기술과 물건이 오고 있었다.

수평선 너머는 현실의 네트워크였다.

5. 야요이 시대의 바다는 벽보다 길에 가까웠다

현대인은 바다를 보면 국경과 단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배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이동로이기도 했다.

북부 규슈, 이키, 쓰시마, 한반도 남부는 사람과 물자가 오가며 연결됐다.

규슈국립박물관은 한반도 남부 가야와 왜의 교류, 철과 문화·기술의 이동을 고고학 자료로 소개한다.[7]

쓰시마시 역시 대륙과의 문화·경제 교류를 이어 주는 중계지로서 쓰시마의 역할을 설명한다.[8]

따라서 어떤 해안 지역 사람에게는

“바다 너머에 정체불명의 세계가 있다”

보다

“바다 너머에도 아는 사람이 산다”

에 가까운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배가 온다. 다른 말을 쓰는 사람이 온다. 낯선 도구가 온다. 논농사 기술이 온다. 금속기가 온다.

수평선은 세계의 끝이 아니라 다음 교통로의 시작이었다.

6. 가장 놀라운 것은 ‘보이는 땅 뒤’의 크기다

맑은 날 쓰시마에서 한국 쪽을 본다.

멀리 육지와 도시가 보인다.

고대 사람들도 적어도 저쪽에 사람이 사는 땅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현대 지도를 아는 우리는 여기서 한 번 더 놀란다.

그 땅은 보이는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으로 이어지고,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육지로 계속 연결된다.

쓰시마에서 보이는 ‘맞은편 해안’은 사실 거대한 대륙 세계의 입구다.

눈으로 보는 것은 수십km.

그 뒤에는 수천km가 있다.

이 크기 차이가 정말 이상하고 멋있다.

7. ‘일본의 끝’은 어느 방향을 보느냐에 따라 뒤집힌다

가고시마에서는 일본 열도의 남쪽 끝으로 왔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대중교통으로 지란을 향하면 교통망의 끝이라는 느낌도 커진다.

그런데 시선을 후쿠오카로 돌리면 한국이 갑자기 가까워진다.

쓰시마에서는 외국 도시가 실제 시야에 들어온다.

결국 ‘끝’은 절대적이지 않다.

도쿄 중심의 일본 지도에서는 규슈가 멀다.

동아시아 지도로 보면 북부 규슈와 쓰시마는 오히려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한 지도에서 끝이었던 곳이 다른 지도에서는 입구가 된다.

결론: 바다 너머는 옛날부터 ‘세계의 계속’이었다

지란은 거리보다 대중교통 때문에 더 멀게 느껴진다. 부산은 하카타에서 오사카보다 가깝다. 쓰시마와 부산은 49.5km다. 조건이 좋으면 외국 도시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야요이 시대에는 이미 사람, 논농사, 금속기, 기술이 바다를 건너 움직였다.

옛사람들이 현대의 세계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훨씬 구체적인 사실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 바다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배를 타면 닿는다.”

바다는 세계의 끝이 아니었다.

그 너머로 엄청나게 큰 세계가 계속되고 있었다.

  1. https://www.chiran-tokkou.jp/access_car.html chiran-tokkou.jp
  2. https://www.shiroyama-g.co.jp/feature/charm/detail_1015.html shiroyama-g.co.jp
  3. https://www.city.fukuoka.lg.jp/kowan/hakata-port/04/logistics.html city.fukuoka.lg.jp
  4. https://www.city.fukuoka.lg.jp/kowan/koei/hakata-port/terminal.html city.fukuoka.lg.jp
  5. https://www.city.tsushima.nagasaki.jp/material/files/group/56/hokubuacthonplananfinish.pdf city.tsushima.nagasaki.jp
  6. https://www.rekihaku.ac.jp/research/list/2022_rekihaku_m_matsuda.html rekihaku.ac.jp
  7. https://www.kyuhaku.jp/exhibition/exhibition_s67.html kyuhaku.jp
  8. https://www.city.tsushima.nagasaki.jp/ijyu/shoukai/2424.html city.tsushima.nagasaki.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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