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커넥톰을 미소녀 3D 아바타에 연결한 이야기에서 뇌·진화·지형·신의 작업기억 붕괴까지
먼저 중요한 정정부터 하자. 이것은 살아 있는 초파리의 뇌를 실시간으로 미소녀 3D 아바타에 꽂아 초파리 본인을 전뇌 미소녀로 만든 실험이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우리는 이미 SF보다 더 멀리 와 있었을 것이다.
1. 시작부터 이상하다: “내가 만든 미소녀가 초파리가 됐다”
한 3D 아바타 제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초파리 신경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실험의 가상 신체로 사용된 것을 발견했다. 반응은 대략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ㅋㅋ”. 실험자는 이상한 용도로 사용해서 미안하다며 감사를 전했고, 제작자는 크게 웃었다.
당연하다. 보통 3D 아바타를 만들면 VR에서 사용되거나, 사진을 찍거나, 방송에 등장하거나, 이용자가 개조하는 정도를 예상한다. “초파리 신경회로 모델의 몸”은 일반적인 사용 사례 목록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판매량이나 ‘좋아요’가 아니다. 누군가 실제 목적을 위해 작품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작자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이 된다. 예상 밖의 용도라면 제작자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후일담까지 작품에 붙는다.
물론 모든 예상 밖 사용이 좋은 것은 아니다. 권리 침해, 사기, 평판 훼손, 무단 상업 이용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해가 적고, 존중이 있으며, 기술적으로 재미있다면 예상 밖의 사용은 작품에 두 번째 생명을 준다.
2. 살아 있는 초파리가 아바타를 직접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초파리 뇌를 무언가에 연결했다”는 이야기가 늘면서 실제 생물의 뇌를 조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기서는 생체 신경계의 실시간 조작과 생물 조직에서 복원한 디지털 커넥톰을 구분해야 한다.
2026년 9월 Google Research, HHMI Janelia 등의 연구진은 성체 수컷 초파리의 뇌와 복측신경삭을 포함한 전체 중추신경계의 시냅스 해상도 커넥톰을 공개했다. 데이터에는 166,691개의 뉴런이 포함된다.
이 지도는 실제 조직을 고정하고, 매우 얇은 절편으로 나누고,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뒤 방대한 이미지에서 뉴런과 시냅스를 계산적으로 복원해 만든다. 출발점은 진짜 초파리지만 결과물은 ‘어떤 뉴런이 어떤 뉴런과 연결되어 있었는가’를 나타내는 거대한 디지털 배선도다.
원래 초파리가 컴퓨터 안에서 눈을 뜨며 “여기가 어디지?”라고 묻는 것은 아니다.
3. 배선도를 얻어도 뇌 전체를 얻은 것은 아니다
여기가 핵심이다.
연결 관계를 전부 알면 그대로 시뮬레이션해서 원래 기능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신경계는 연결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냅스 강도,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 세포막의 전기적 특성, 신경조절물질, 유전자 발현, 가소성, 교세포, 현재의 발화 상태, 감각기관과 몸에서 돌아오는 피드백 등 여러 층이 함께 작동한다.
그래서 실제 해부학적 연결망을 이용하더라도 디지털 모델에서는 뉴런 발화를 단순화된 수학 규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 “배선도 완성!”
인간: “이제 돌려 보자!”
인간: “왜 진짜처럼 안 움직이지?”
자연: “나는 알에서 매번 자동으로 만드는데?”
문제는 커넥톰의 정밀도가 무의미하다는 데 있지 않다. 현대 커넥톰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다. 진짜 어려운 부분은 구조를 읽는 것과 살아 있는 시스템의 동역학 전체를 재현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다.
4. 인간도 언젠가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그 길의 입구에는 이미 들어섰다.
2024년 Google Research와 Harvard 연구진은 인간 측두엽 피질 약 1 mm³를 나노미터 규모로 복원했다. 그 작은 조직에 약 57,000개의 세포와 약 1억5천만 개의 시냅스가 있었고 데이터는 약 1.4페타바이트였다.
1 mm³가 1.4PB다.
뇌: “아주 작은 샘플입니다.”
저장장치: “전혀 작지 않습니다.”
현재 기술로 인간 전체 뇌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규모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완전한 배선도를 얻는다고 해도 기억, 성격, 의식의 연속성까지 복원된다는 보장은 없다.
고해상도 배선 지도, 기능 시뮬레이션, 특정 개인의 기억·성격 복원, 그리고 ‘그 사람이 계속 존재한다’는 의식 문제는 각각 별개의 문제다.
5. AI를 보다 보면 오히려 “뇌가 너무 이상하다”로 돌아온다
신경회로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려 할수록 생물의 비정상적인 성능이 드러난다.
인간은 전자현미경, 대규모 저장장치, 기계학습, 복원 파이프라인, 사람의 검수를 총동원해 회로를 읽는다. 반면 생물은 발생 과정에서 신경계를 스스로 만든다.
DNA에 모든 뉴런 연결이 한 줄씩 직접 기록돼 있는 것도 아니다. 유전자 발현, 화학적 농도 구배, 세포 상호작용, 축삭 유도, 활동 의존적 조정 같은 국소적 규칙들이 결합되어 회로가 형성된다.
자연은 완성된 뇌만 만든 것이 아니라 뇌를 만드는 시스템과, 경험을 통해 그 뇌를 바꾸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6. 진화는 현실 자체를 평가 함수로 쓰는 거대한 탐색처럼 보인다
변이가 생긴다. 생물이 환경에 놓인다. 더 많은 후손을 남긴 계통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남는다. 다시 변이가 생긴다. 이 과정이 엄청난 시간과 개체 수 속에서 반복된다.
공학적 최적화에서는 사람이 평가 함수를 정하지만, 진화에서는 현실 그 자체가 필터다. 온도, 포식자, 먹이, 병원체, 경쟁자, 짝, 지형, 우연이 모두 시험 문제다.
하지만 진화는 완벽한 최적화 AI가 아니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고정된 전역 목적 함수도 없으며, 최상의 설계를 보장하지 않는다. 환경은 변하고 역사적 제약, 우연, 유전적 부동도 작용한다.
진화의 결과는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설계’보다 지금 여기서 번식하기에 충분했던 설계에 가깝다.
그런데도 엄청난 반복 횟수가 쌓이면 신경계, 면역계, 눈, 비행, 언어를 다루는 뇌까지 나온다.
7. 더 무서운 것은 생물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포막은 분자의 성질 때문에 스스로 조립될 수 있다. 식물은 국소적인 발생 규칙과 호르몬, 빛과 중력 반응으로 가지를 뻗는다. 강은 조금 더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고, 흐른 곳이 침식되고, 더 깊어진 길로 다시 물이 모이는 피드백을 통해 거대한 수계망을 만든다. 구름과 태풍도 누군가 CAD로 설계한 것이 아니다.
이 현상들이 모두 자연선택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지형과 진화의 메커니즘은 다르다.
하지만 공통된 관점이 있다. 국소적인 규칙과 상호작용만으로 중앙 지휘자 없이 거대한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자기조직화와 창발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핵심이다.
자연에는 디자인 회의가 없는데 결과물은 자꾸 디자인처럼 보인다.
8. 수백만 명의 신이 있어도 수동 관리하면 작업기억이 터진다
모든 것을 중앙에서 한 건씩 승인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 분자는 여기로.” “이 시냅스는 0.3 강화.” “이 빗방울은 오른쪽으로 2 mm.” “이 뿌리는 다음 마디에서 분기.”
관리자가 수백만 명이어도 티켓 큐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농담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증이 아니다. 신학의 전지전능은 인간의 유한한 처리 능력과 다른 개념일 수 있다. 여기서 웃는 대상은 인간 같은 중앙 관리자를 우주 크기로 확대해 모든 일을 수동 승인시키는 모델이다.
자연의 강점은 오히려 중앙 결재가 없어도 움직인다는 데 있다. 국소 과정이 병렬로 실행되고 전체 구조가 분산적으로 생긴다.
9. 결국 인간의 작업기억이 먼저 무너진다
인간은 자연의 모든 세부 상태를 머릿속에 그대로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압축한다.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그림을 그리고, 수식을 만들고, 모델을 만든다. ‘뉴런’, ‘유전자’, ‘생태계’, ‘유역’, ‘전선’ 같은 개념으로 수십억 개의 세부를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줄인다.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의 고성능 압축이다.
압축에는 손실이 있다. 커넥톰은 뇌 전체가 아니다. 일기도는 대기가 아니다. 진화 모델은 과거의 모든 생물을 재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압축하지 않으면 인간의 작업기억이 먼저 종료된다.
우리가 무엇을 ‘이해했다’고 할 때, 세계의 모든 상태를 저장했다는 뜻이라기보다 그 질문에 충분히 유용한 근사를 얻었다는 뜻인 경우가 많다.
10. 결론: 아무도 지휘하지 않는데 모든 것이 돌아간다
한 세포는 인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해하지 않는다. 한 생물은 자신의 종을 진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한 방울의 물은 계곡을 설계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소적 상호작용이 쌓이면 뇌, 숲, 하천망, 생태계가 생기고, 결국 그런 뇌를 가진 인간이 전자현미경을 만들고 초파리 신경 배선을 읽어 미소녀 아바타를 움직이려 한다.
자연이 뇌를 만들었다. 그 뇌가 과학을 만들었다. 이제 과학은 자신을 만든 뇌의 구조를 다시 만들려고 한다.
재귀가 너무 깊다.
자연에는 보이는 관리자가 없는데도 모든 것이 돌아간다. 그게 제일 이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