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키워드
- 우주론 납득이 안 됨
- 블랙홀 아직 모르는 것
- 블랙홀 알려진 것
- 중력파 무엇을 관측하나
- 지구 내부 직접 관측 불가
-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미해결
- 과학 직접 관측 간접 관측 이론 예측
- NASA 화이팅
1. 왜 하필 우주론만 납득이 안 될까
평범한 논리나 일상적인 물리는 꽤 납득이 된다.
물건을 떨어뜨리면 아래로 떨어진다. 밀면 움직인다. 뜨거운 걸 만지면 뜨겁다. 물속에서는 압력이 커진다. 지구 중심에서는 중력의 방향이 서로 상쇄되지만, 압력은 사방에서 엄청나게 세다.
이런 건 직관과 이론이 그럭저럭 이어진다.
그런데 우주 이야기로 넘어가면 갑자기 납득하기가 어려워진다.
블랙홀. 중력파. 시공간의 뒤틀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우주의 팽창. 특이점.
여기까지 오면 "아니, 그거 진짜 알고 하는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꽤 건강한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우주론은 모든 게 깔끔하게 밝혀진 완성품이 아니다.
아주 탄탄하게 알려진 부분과 아직 모르는 부분이 뒤섞여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우주과학을 "믿는다/안 믿는다"로 뭉뚱그려 처리하는 게 아니다.
직접 관측한 것. 간접 증거로 꽤 강하게 추정하는 것. 이론상 그렇게 된다고 예측하는 것. 아직 모르는 것.
이 네 가지를 나눠서 보는 것이다.
이걸 나누지 않고 "다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꽤 허술한 원숭이 과학(근거 없이 아는 척하는 가짜 과학)이 된다.
2. 블랙홀은 '구멍'이라는 이름부터 헷갈린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오해를 부르기 쉽다.
도넛 구멍이나 콧구멍처럼, 무언가에 뚫린 빈 공간을 떠올리게 되니까.
그런데 NASA는 블랙홀을 "진짜 의미의 구멍이 아니라, 아주 작은 공간에 엄청난 양의 물질이 꽉 들어찬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건의 지평선(되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 안쪽에서는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중력이 세다.
즉 블랙홀은 "우주에 뚫린 구멍"보다는
중력이 너무 강해서 밖으로 돌아오는 길이 사라진 영역
이라고 보는 편이 더 가깝다.
〈드래곤볼〉(일본의 국민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에 빗대자면, "계왕신의 별은 중력이 세다"라는 입구는 꽤 맞는 비유다.
다만 블랙홀은 계왕신의 별을 강화한 버전 정도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위험하다.
- 계왕신의 별: 중력이 세다. 하지만 노력하면 움직일 수 있고 돌아갈 수도 있다
- 블랙홀: 경계를 넘으면 빛조차 돌아올 수 없다
- 계왕신의 별: 수련장
- 블랙홀: 출구 판정이 사라진 우주의 감옥
그래서 블랙홀은 "구멍"이라기보다 물리 법칙상 돌아오는 길이 없어진 상태에 가깝다.
3. 스파게티화는 '사람이 직접 관측'된 게 아니다
블랙홀에 떨어지면 스파게티처럼 길게 늘어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는 척을 너무 하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이 블랙홀에 떨어져 면발처럼 늘어나는 순간을 직접 촬영한 적은 없다.
당연히 아직 관측하지 못했다.
스파게티화의 근거는 주로 조석력 이론, 그리고 별이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가 찢겨 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관측이다.
조석력이란 물체의 가까운 쪽과 먼 쪽에서 중력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힘이다.
예를 들어 발부터 떨어진다고 하자. 발이 블랙홀에 더 가깝다. 그래서 발이 더 세게 당겨진다. 머리는 조금 약하게 당겨진다.
그 차이로 세로로 늘어난다. 동시에 가로 방향으로는 눌린다.
이것이 스파게티화의 기본 이미지다.
다만 여기서 정리해 둘 게 있다.
- 중력 차이로 물체가 늘어나는 것: 이론적으로는 꽤 탄탄하다
- 별이 블랙홀 근처에서 찢긴 것으로 보이는 현상: 관측되었다
- 사람이 실제로 스파게티화되는 영상: 직접 관측된 적 없다
-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다
NASA도 물질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걸 뒤섞어서 "다 알고 있다"고 하면 좀 엉성하다.
가장 정직한 표현은 이렇다고 생각한다.
블랙홀 가까이에서는 조석력 때문에 물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별이 실제로 찢겼다고 해석할 만한 관측도 있다. 하지만 사람 크기의 스파게티화를 직접 관측한 것은 아니고, 블랙홀 내부에는 풀리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4. 지구 중심에서는 중력이 상쇄된다. 하지만 압력은 최고 수준
중력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궁금증이 있다.
지구에서는 물체가 지구 중심을 향해 끌려간다. 그럼 지구 중심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대칭에 가까운 모델에서는 지구 중심의 중력 가속도가 거의 0이 된다.
사방이 전부 지구의 물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서도 끌어당긴다. 왼쪽에서도 끌어당긴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끌어당긴다.
완전히 대칭이라면 그 끌어당김은 서로 상쇄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중력이 0에 가깝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는 점이다.
지구 중심에서는 압력이 사방에서 엄청나게 세다.
중력의 방향이 상쇄되더라도, 위에 얹힌 물질의 무게가 만드는 압력은 계속 쌓인다.
그래서 지구 중심은 이렇게 된다.
- 중력 가속도: 중심에서는 거의 0에 가깝다
- 압력: 최고 수준
- 온도: 매우 높다
- 사람: 즉사
"무중력 같지만, 사방에서 지구 하나만큼의 무게로 눌리는 지옥"이라고 하면 비슷하다.
5. 지구 내부도 직접 본 건 아니다
이것도 중요하다.
인류는 지구 중심까지 가서 안을 직접 들여다본 적이 없다.
지구 내부에 대한 지식은 주로 지진파, 중력, 자기장, 열류량, 암석 실험, 지구의 운동 등을 종합해서 추정한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지구 내부에 관한 현재의 정보는 지진파의 경로와 특성, 고온·고압에서 한 암석·광물 실험, 지구의 중력·자기장·열류량 등에서 얻는다고 설명한다.
즉 지구 내부 역시,
직접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간접 증거가 꽤 강하게 맞아떨어진다.
는 상태다.
"직접 안 봤으니 전부 거짓말"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 본 것처럼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
여기서도 직접 관측, 간접 관측, 이론적 추정을 나눠서 봐야 한다.
6. 중력파로 우주는 보이는데 왜 지구 내부는 CT처럼 못 찍을까
중력파로 우주를 볼 수 있다면, 지구 속의 중력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꽤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하지만 중력파와 지구의 중력장은 종류가 다르다.
중력파는 블랙홀 합체처럼 격렬한 현상에서 생기는 시공간의 잔물결이다.
미국의 중력파 관측소 LIGO는 2015년 9월 14일, 두 블랙홀의 합체에서 온 중력파를 처음으로 직접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건 "먼 우주에서 시공간이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지구까지 닿았다"는 이야기다.
반면 지구 내부의 중력은 기본적으로 정적인 중력장이다.
파동처럼 날아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구의 중력장은 측정되고 있다.
NASA/JPL의 GRACE-FO는 지구 중력장의 변화를 측정해 물의 이동이나 지표의 질량 변화를 추적하는 임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 내부를 깔끔하게 CT처럼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중력만으로는 정보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지표나 위성에서 "여기는 중력이 조금 강하다"는 걸 알아냈다 해도, 그게 얕은 곳의 밀도 차이인지, 깊은 곳의 구조인지, 지하수인지, 얼음인지, 맨틀인지를 중력 데이터만으로 한 번에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구 내부를 보려면 중력뿐 아니라 지진파, 자기장, 암석 실험, 수치 모델 등을 함께 써야 한다.
정리하면,
중력파로 우주를 본다 → 격렬한 시공간의 흔들림을 검출하고 있다.
지구 내부의 중력을 본다 → 질량 분포가 만드는 조용한 중력장의 얼룩을 측정하고 있다.
지구 내부를 완전히 영상화한다 → 아직은 불가능. 정보가 뒤섞이므로 지진파 등과 함께 써야 한다.
이렇게 된다.
7. 우주는 '맞아떨어지는 부분'과 '아직 모르는 부분'이 섞여 있다
우주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주과학은 꽤 많이 들어맞는다.
중력파는 검출되었다. 블랙홀의 그림자도 촬영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수많은 관측을 견뎌냈다. 지구 내부도 지진파 등으로 꽤 강하게 추정되고 있다.
한편 아직 모르는 것도 어마어마하다.
암흑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암흑에너지란 무엇인가. 블랙홀 안쪽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특이점은 정말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가. 중력과 양자역학은 어떻게 통합되는가. 우주의 시작 자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유럽우주국(ESA)은 보통 물질은 우주 전체의 극히 일부이고, 우주의 질량과 에너지의 95% 이상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이건 꽤 큰 이야기다.
즉 현대 우주론은,
꽤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최종 답은 아니다. 그리고 인류는 아직 우주의 대부분을 모른다.
이런 상태다.
그러니 "우주 설명만 납득이 안 된다"고 느끼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부분까지 아는 척하는 걸 보면 위화감이 드는 쪽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8. 과학은 신앙이 아니라 분류로 본다
과학을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표현은 좀 거칠다.
중요한 건 지금 듣는 이야기가 어느 수준의 이야기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 수준 | 내용 | 예 |
|---|---|---|
| 직접 관측 | 실제로 검출·촬영·측정했다 | 중력파 검출, 블랙홀 주변 그림자 촬영 |
| 간접 관측 | 결과로부터 강하게 추정한다 | 지구 내부 구조, 블랙홀 주변 물질의 움직임 |
| 이론 예측 | 수식상 그렇게 된다고 예측된다 | 스파게티화, 중심 중력의 상쇄 |
| 미해결 | 아직 모른다 | 블랙홀 내부, 암흑물질의 정체, 양자 중력 |
이 표를 머릿속에 넣어 두면 우주 이야기를 들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그거 직접 본 거야?" "간접 관측이야?" "이론 예측이야?" "아직 모르는 거야?"
이렇게 나눠 보면 된다.
전부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전부 믿을 필요도 없다.
아는 부분은 아는 것이다.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9. 결론: 우주가 납득이 안 되는 건 세상이 버그라서가 아니라 인류의 설명이 아직 도중이라서
우주는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진 장치처럼 보이지 않는다.
블랙홀도 무슨 목적으로 놓인 것이라기보다, 중력과 질량과 시공간의 규칙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로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니 "무슨 목적으로 존재하는가"를 따지면 아마 머리에 버그가 난다.
우주는 목적으로 설명하는 세계가 아니라 조건으로 설명하는 세계다.
조건이 갖춰지면 별이 생긴다. 조건이 갖춰지면 별이 무너진다. 조건이 갖춰지면 블랙홀이 된다. 조건이 갖춰지면 중력파가 나온다. 조건이 갖춰지면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건 뒤에 있는 근본 법칙은 아직 전부 알려진 게 아니다.
그래서 우주론을 대하는 태도로는 이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아는 부분은 제대로 인정한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한다. 관측하지 않은 것을 관측한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이론 예측을 신앙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측과 계산이 맞아떨어지는 부분까지 함부로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우주를 대하는 꽤 정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모르겠으니까 재미있다.
NASA 화이팅 ❤
- NASA Science, “Black Holes”
- NASA Science, “Black Hole Anatomy”
- NASA Science, “What Happens When Something Gets ‘Too Close’ to a Black Hole?”
- NASA JPL, “How Scientists Captured the First Image of a Black Hole”
- LIGO Caltech, “Gravitational Waves Detected 100 Years After Einstein’s Prediction”
- ESA, “The dark Universe”
- USGS, “The Interior of the Earth”
- NASA JPL, “GRACE-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