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기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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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떠넘기기란, 원래 들여다봐야 할 문제가 전혀 다른 문제로 둔갑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 지시가 애매하다
  • 누가 판단하는지 모른다
  •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 교육할 시간이 없다
  • 규칙이 없다
  • 손님의 요구가 지나치다
  • 관리자가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 조직의 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렇게 바뀌어 버린다.

  • 신입이 질문을 못 한다
  • 담당자가 주도적이지 못하다
  • 직원의 응대 태도가 나쁘다
  • 현장 사람들의 의식이 낮다
  • 노동자의 노력이 부족하다
  • 보고·연락·상담(일본 직장의 기본 소통 방식인 '호렌소')을 제대로 안 한다
  • 소통 능력이 없다
  • 멘탈이 약하다

다시 말해 구조와 설계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태도 문제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이것이 책임 떠넘기기다.


신입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현장 쪽으로 책임이 흘러간다

책임 떠넘기기는 신입이나 젊은 직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더 넓게 보면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 노동자
  • 현장 담당자
  • 매장 직원
  • 콜센터 상담원
  • 간호사
  • 요양보호사
  • 파견 직원
  • 파트타임 직원
  • 하청업체
  • 민원 창구 담당자
  • 배송 기사
  • 현장 리더

손님을 직접 상대하고, 실제로 손을 움직이고, 현장에서 부딪히는 쪽에 특히 잘 일어난다.

조직 입장에서 이런 위치의 사람들은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윗사람이나 손님,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현장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편이 훨씬 쉽다.

더 친절하게 응대해
좀 더 생각해
더 자주 보고해
눈치껏 알아서 해
좀 더 참아
좀 더 잘해 봐

그래서 책임은 원인이 있는 곳이 아니라 관리하기 쉬운 곳으로 흘러가기 쉽다.


손님과 가게 사이에서는 "가게 잘못"이 되기 쉽다

손님과 가게의 관계에서도 책임 떠넘기기는 자주 일어난다.

원래는 이런 요소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봐야 한다.

  • 손님의 요구가 지나치다
  • 손님이 규칙을 읽지 않았다
  • 손님의 태도가 위압적이다
  • 손님이 직원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 환불·교환 규정상 해 줄 수 없다
  • 가게 쪽이 규칙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 직원의 설명에 개선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흐르기 십상이다.

손님이 화가 났다
그러니까 가게가 잘못한 거다
직원 말투가 나빴다
더 공손하게 응대했어야 했다
불만을 접수시킨 직원이 잘못이다
가게가 양보해야 한다

이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게 책임을 세탁해 씌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손님 쪽의 문제까지 직원의 접객 실력이나 인내심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책임 떠넘기기는 왜 일어날까

가장 큰 이유는 처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구조 문제로 다루면 할 일이 늘어난다.

예를 들면 이런 일들이 필요해진다.

  • 규칙을 만든다
  • 판단하는 사람을 정한다
  • 교육 시간을 확보한다
  • 불만 접수의 기준을 분명히 한다
  • 관리자에게 판단의 책임을 지운다
  • 손님 대응 방침을 정한다
  • 답장이 없을 때의 처리 방법을 정한다
  • 표준 절차를 만든다
  • 인력 배치를 다시 짠다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돌리면 간단하다.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잖아
직원 응대가 나빴어
현장 의식이 낮아
좀 더 주도적으로 해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연락·상담 좀 제대로 해

이 한마디로 끝난다.

그래서 자책론은 편리하다.

구조 문제를 개인 문제로 압축해 버릴 수 있으니까.


자책론은 "너를 위해서"라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자책론이 까다로운 이유는 일부는 맞는 말이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말들이다.

  • 스스로 생각해 보자
  • 보고·연락·상담을 하자
  • 상대가 알기 쉽게 전달하자
  • 손님께 공손히 응대하자
  • 주도성을 갖자
  • 개선해 나가자

이런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말을 방패 삼아 구조, 규칙, 관리, 손님 쪽, 조직 쪽 문제까지 전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밀어 넣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고·연락·상담을 하자

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 상담하면 혼이 난다
  • 확인해야 할 사람이 메일을 보지 않는다
  • 판단해야 할 사람이 판단하지 않는다
  • 사람마다 지시가 다르다
  •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있다

이런 상황까지 '보고·연락·상담 부족'으로 몰아간다면 그건 이상하다.


관리자 쪽이 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은, 관리자나 상사가 늘 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리자에게는 관리자만의 고충이 있다.

  • 위에서 몰아붙인다
  • 아래에서 불만이 올라온다
  • 다른 부서에서 항의가 들어온다
  • 인원이 부족하다
  • 교육할 시간이 없다
  • 자기 업무도 있다
  • 부하의 실수도 자기 책임이 된다
  • 손님과 윗선 사이에 끼인다

관리자는 때로 중간관리자가 샌드백이 되는 구조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니 단순히 "상사가 나쁘다"로 끝내는 것도 옳지 않다.

그렇다 해도 관리자에게는 맡은 역할이 있다.

  • 판단한다
  • 우선순위를 정한다
  • 상담을 받아 준다
  •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한다
  • 부하가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 감정으로 짓누르지 않는다
  • 지시 체계를 정비한다

이 역할을 내팽개치고 전부 부하와 현장의 자책으로 되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공정하게 처리하려면 먼저 기록부터 남긴다

책임 떠넘기기를 막으려면 먼저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록(로그)을 남긴다.

기록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주관만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직장이라면 이렇게 적는다.

일시:
장소:
관계자:
일어난 일:
나의 대응:
상대의 반응:
미해결 사항:
업무에 미친 영향:
내 담당 범위:
상대·관리자의 담당 범위:
다음에 확인할 것:
증거·기록:

매장이나 접객 현장이라면 이렇게 적는다.

일시:
장소:
응대한 사람:
손님의 요구:
가게 측 설명:
적용한 규칙:
손님의 반응:
다른 손님·업무에 미친 영향:
관리자의 대응:
CCTV·계산대 기록·통화 녹음:
재발 방지에 필요한 것:

이렇게 남겨 둔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공정한 처리의 첫걸음이다.


매장이라면 CCTV, 계산대 기록, 통화 녹음이 중요하다

매장이나 민원 창구에서는 CCTV, 계산대 기록, 통화 녹음, 채팅 기록 같은 자료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손님이 화가 났다
직원이 잘못했다

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다.

CCTV가 있으면

  • 손님이 먼저 다가와 따졌는지
  • 직원이 거친 태도를 보였는지
  • 얼마나 오래 붙잡혀 있었는지
  • 다른 손님에게 영향이 있었는지
  • 물건을 치거나 던지거나 위협하는 행동이 있었는지

를 확인할 수 있다.

계산대 기록이나 주문 내역이 있으면

  • 무엇을 샀는지
  • 언제 샀는지
  • 환불·교환 조건에 맞는지
  • 설명과 실제 내역이 일치하는지

를 볼 수 있다.

통화 녹음이나 채팅 기록이 있으면

  • 무엇을 설명했는지
  • 손님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 어디서 인식 차이가 생겼는지

를 알 수 있다.

이런 자료는 직원을 지키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 쪽, 가게 쪽, 규칙 쪽 중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공정하게 따져 보기 위한 재료다.


공정하게 처리하는 기본 순서

책임 떠넘기기를 막으려면 다음 순서로 살펴본다.

1. 사실을 본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감정과 업무에 미친 영향을 나눈다

"싫었다", "무서웠다", "열받았다"는 감정으로서 소중하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지 않고

  •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 확인하기 어려워졌는지
  • 실수나 재작업의 위험이 커졌는지
  • 다른 손님이나 환자, 다른 부서에 영향이 있었는지

를 살핀다.

3. 책임 범위를 나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
  • 상대가 해야 할 일
  • 관리자가 판단해야 할 일
  • 조직이 설계해야 할 일
  • 손님 쪽 문제
  • 규칙 쪽 문제

를 나눈다.

4. 개인 문제와 구조 문제를 나눈다

개인의 말투나 행동의 문제인가.

규칙, 설계, 교육, 인력 배치, 판단자가 불분명한 것 중 어느 쪽의 문제인가.

둘 다 있다면 비율로 본다.

개인 요인: 30%
구조 요인: 70%

이렇게 보면 지나친 자책도, 지나친 남 탓도 막기가 쉬워진다.


책임 범위를 나누는 예

부하·담당자 쪽의 책임

  • 아는 범위에서 스스로 생각한다
  • 사실을 정리한다
  • 자기 의견을 낸다
  • 모르는 점을 확인한다
  • 권한 밖의 일을 멋대로 정하지 않는다
  • 필요한 보고와 상담을 한다
  • 기록을 남긴다

상사·관리자 쪽의 책임

  • 판단한다
  • 우선순위를 알려 준다
  • 권한과 책임을 나눈다
  • 교육한다
  • 상담을 받아 준다
  • 지시의 일관성을 지킨다
  • 부하가 모르는 것을 인격 문제로 만들지 않는다

조직 쪽의 책임

  • 표준화한다
  • 규칙을 만든다
  • 교육 시간을 확보한다
  • 관리자에게 자원을 준다
  • 특정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구조를 줄인다
  • 보고·연락·상담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든다
  • 불만 대응 기준을 만든다

손님 쪽의 책임

  • 규칙을 확인한다
  •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는다
  • 직원이나 담당자를 사람으로 대한다
  • 위압, 폭언, 장시간 붙잡기를 하지 않는다
  •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렇게 나누어 보면 "전부 신입 잘못", "전부 직원 잘못", "전부 상사 잘못" 같은 허술한 처리를 피할 수 있다.


"관리하기 쉬운 쪽으로 책임을 흘려보내는 사회"

책임 떠넘기기에서 책임은 대개

진짜 원인이 있는 쪽

이 아니라

관리하기 쉬운 쪽

으로 흘러간다.

회사와 노동자라면 노동자에게.

손님과 직원이라면 직원에게.

원청과 하청이라면 하청에게.

상사와 부하라면 부하에게.

본사와 현장이라면 현장에게.

이것은 원인 분석이 아니다.

관리 비용의 문제다.

바꾸기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 다그치기 쉬운 상대를 탓하는 것.

이것이 현장 샌드백 구조다.


정리

책임 떠넘기기는 구조 문제를 개인 문제로 바꿔치기하면서 일어난다.

신입만의 일이 아니다.

노동자, 현장, 매장 직원, 서비스 제공 측, 하청, 창구 담당자처럼 관리하기 쉬운 쪽으로 책임이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공정하게 보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 누가 나쁜지를 따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감정에 앞서 사실과 업무에 미친 영향
  • 자책에 앞서 책임 범위
  • 남 탓에 앞서 기록
  • 개인 문제와 구조 문제를 나누는 것

기록을 남기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책임 범위를 나눈다.

그러면 "직원이 잘못했다", "신입이 잘못했다", "현장이 잘못했다"로 끝내지 않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가 보인다.

책임 떠넘기기를 막는 첫걸음은 주관이 아니라 기록으로 발 디딜 땅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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