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론'이 중간 연차를 무너뜨리는 과정

현장 리더에게는 이런 일이 한꺼번에 몰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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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더가 떠안는 일은 실무만이 아니다

현장 리더에게는 이런 일이 한꺼번에 몰리곤 한다.

  • 본인의 평소 업무
  • 관리자가 정해 주지 않은 역할을 말로 정리하는 일
  • 우선순위와 납기 조율
  • 공정 개선과 표준 문서 작성
  • 신입 교육
  • 진행 상황 점검
  •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유지
  • 실수와 지연을 수습하는 뒷처리
  • 윗사람에게 올릴 자료 수정

이건 한 사람의 담당 업무가 아니다. 실무 담당, 교육 담당, 업무 설계자, 비공식 관리자를 한 사람이 겸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목적, 역할, 우선순위, 자원, 교육에 들어갈 시간, 판단 권한, 평가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리더는 그 틀 안에서 매일의 운영을 조율한다. 그런데 관리자가 설계를 아래로 떠넘기고 결과만 위에서 채점하면, 책임과 권한이 따로 놀게 된다.

방임과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함께 존재한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지시하는 방식만을 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모호하게 맡긴다
→ 담당자가 고민해서 만든다
→ 관리자가 나중에 세부 사항을 고친다
→ 몇 번이고 다시 낸다
→ 마감 직전에 관리자나 중간 연차가 넘겨받는다

이런 패턴에서 상사는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판단의 경계를 알려 주지 않은 채, 언제든 뒤늦게 끼어들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유로워 보여도 자유롭지 않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는데, 무엇이 정답인지 정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담당자의 인품만으로 지킬 수 없다

여유가 있을 때는 담당자도 신입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업무, 질문, 검토, 뒷수습이 한꺼번에 겹치면 이런 말이 나오기 쉽다.

전에도 설명했잖아요. 좀 더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지금 바빠서 나중에 해 주세요.

이것을 개인 성격 탓으로만 돌리면, 회사는 담당자에게 '말투 교육', '경청',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숙제를 또 얹는다. 그래도 물리적인 업무량은 사라지지 않는다.

직무 요구-자원 모델(Job Demands-Resources model)에 따르면, 높은 업무 요구는 소진과, 자원 부족은 이탈이나 냉소와 관련이 있다.[1] 자율성, 피드백, 지원 같은 자원은 과부하와 번아웃의 관계를 완화해 줄 수 있다.[2] 203개 표본, 18만 명 넘는 사람의 데이터를 합친 메타분석에서도 업무 요구·자원, 번아웃, 업무 몰입, 안전 관련 성과가 서로 연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8]

따라서 심리적 안전감은 "바빠도 계속 친절한 능력"이 아니다. 질문을 받아 줄 사람과 시간, 기준, 권한까지 포함한 운영 설계의 문제다.

슈퍼맨이 할 수 있는 일은 표준이 아니다

이상적인 리더상이라며 이런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 업무를 훤히 안다
  • 잘 가르친다
  • 모든 사람의 진행 상황을 파악한다
  • 상대에 따라 설명 방식을 바꾼다
  • 감정적으로 굴지 않는다
  • 공정 개선도 할 수 있다
  • 윗사람에게 올릴 자료도 만든다
  • 자기 납기도 지킨다

혼자서 다 해내는 사람은 분명 있다. 하지만 제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평범한 후임자가 이어받을 수 있는가"여야 한다.

슈퍼맨을 전제로 한 표준은 표준이 아니다.

뛰어난 사람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관리자 눈에는 "잘 돌아간다"고 보인다. 개선은 되지 않은 채 일이 그 사람에게 계속 쏠리고, 그 사람이 퇴사하거나 이동하거나 휴직하는 순간 무너진다.

관리 업무를 아래로 떠넘기는 걸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역할 자체를 부하 직원이 알아서 고민하게 하는 것, 관리자에게 올릴 자료에서 상사가 기대하는 바를 부하가 짐작하게 하는 것, 신입 육성의 방법과 시간을 현장에 맡기는 것은 꼭 주도성을 키워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본인이 고민해야 할 것은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해낼지다. 관리자가 정해야 할 것은 무엇을 달성할지, 무엇을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 무엇에는 책임이 없는지,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으로 평가할지다.

역할을 백지로 내게 한 뒤 나중에 계속 고치게 하면, 관리자가 해야 할 말로 정리하는 일을 부하가 대신 떠안는 '다시 내기 게임'이 된다.

위만 보는 관리를 하면 아래를 위한 설계가 사라진다

관리자가 회의, 윗사람에게 하는 설명, 자료를 주고받으며 고치는 일, 결재를 받기 위한 표현 다듬기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가 있다. 꼭 필요한 일도 섞여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다음이 방치된다면 문제다.

  • 현장의 역할 경계
  • 우선순위
  • 교육에 쓸 수 있는 여력
  • 공정의 결함
  • 이상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 일을 줄이는 판단

위에 설명하는 것이 관리자의 핵심 업무가 되고 아래를 위한 설계를 리더에게 흘려보내면, 리더는 "윗사람의 일을 대신 짊어지는 사람"이 된다.

중간 연차가 빠져나가는 악순환

관리자가 설계하지 않는다
→ 중간 연차가 모호함을 메운다
→ 신입 교육과 뒷수습도 중간 연차에게 몰린다
→ 중간 연차에게 여유가 없어진다
→ 신입이 질문하기 어려워진다
→ 실수와 지연이 늘어난다
→ 중간 연차가 더 많이 떠안는다
→ 신입이나 중간 연차가 그만둔다
→ 남은 중간 연차에게 부담이 집중된다

중간 연차는 조직의 결함을 알아볼 만큼의 경험과, 밖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의 시장 가치를 함께 갖추기 쉽다. 그래서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결함이 보이고 떠날 능력도 있는 사람부터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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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