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해라" 이중 구속이란
"알아서 해라" 이중 구속은 이런 상태를 말한다.
-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면 "마음대로 하지 마"라고 한다
- 물어보면 "알아서 생각해"라고 한다
- 개선안을 내면 "그런 뜻이 아니야"라고 한다
- 아무것도 안 하면 "주도성이 없다"고 한다
- 역할과 권한은 애매한 채로, 결과에 대한 책임만 요구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어떤 행동을 골라도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의욕 문제만이 아니다.
주도성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주도성만 요구하는 구조다.
뒤늦은 지시가 계속되면 일은 끝나지 않는다
뒤늦은 지시란, 작업을 마친 뒤나 제출한 뒤에 처음에는 공유되지 않았던 조건이나 기준이 덧붙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일하다 보면 중간에 조건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뒤늦게 나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 언제 끝난 건지 알 수 없다
- 몇 번이고 다시 해야 한다
- 작업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 담당자의 책임만 늘어난다
- 물어봐도 기준이 분명해지지 않는다
- 결국 "이해가 부족하다", "주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상황을 기록으로 정리해 보면,
본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완료 조건, 판단 기준, 책임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
으로 보일 때가 있다.
말로만 하라는 압박과 기록을 꺼리는 문제
직장 내 갈등에서는 기록을 남기려고 하면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채팅으로 확인했더니 "예의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 말로 설명하라고 요구받는다
- 지시가 말로만 오가서 남지 않는다
- 나중에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는다
- 기록이 없으니 서로 다르게 이해한 것이 본인 탓이 된다
물론 말로 소통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서로 다르게 알아듣거나 뒤늦은 지시가 잦은 업무라면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을 남기는 건 상대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수정 요청, 기한, 담당 범위, 판단 기준은 가능한 한 글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하다.
구조 기록에서 봐야 할 항목
뒤늦은 지시와 "알아서 해라" 이중 구속을 눈에 보이게 하려면 단편적인 발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 항목을 남겨 둔다.
| 항목 | 살펴볼 점 |
|---|---|
| 처음 받은 지시 | 무엇을 요구받았는가 |
| 중간 확인 |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확인했는가 |
| 내가 한 대응 | 무엇을 만들고, 고치고, 제안했는가 |
| 나중에 추가된 조건 | 처음에 공유된 내용이었는가 |
| 부정당한 내용 | 무엇이 "틀렸다"고 여겨졌는가 |
| 판단 기준 |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었는가 |
| 권한 | 내게 판단할 권한이 있었는가 |
| 책임 | 결과에 대한 책임만 내게 오고 있지 않은가 |
| 과거의 비슷한 사례 |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는가 |
이 표를 채워 보면 문제가 한결 잘 보인다.
사례 연구: 일반화한 직장 내 갈등 기록
아래는 여러 직장 내 갈등에서 나타나는 요소를 일반화한 사례다.
전제
어떤 업무 개선 활동에서 담당자는 미리 자료를 만들어 관계자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벌어진 일
- 초안을 냈더니 나중에 큰 수정을 요구받았다
- "그런 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다
- 자잘한 재제출이 여러 번 생겼다
- 말로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채팅으로 확인하는 건 달가워하지 않았다
- 당일이 되어 안내, 자리 배치, 준비 같은 세세한 작업이 추가되었다
- 판단 권한은 애매한 채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자에게 쏠렸다
- 결국 "주도성", "이해 부족", "리더답게 움직이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담당자가 했던 일
- 미리 자료를 만들어 두었다
- 기한 전에 초안을 냈다
- 확인을 요청했다
- 수정 요청에 대응했다
- 대안을 냈다
- 절차화와 표준화를 제안했다
-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채팅이나 자료로 남기려 했다
드러난 구조
- 완료 조건이 사전에 분명하지 않았다
- 판단 기준이 뒤늦게 나왔다
- 권한보다 책임이 컸다
- 주도성을 요구하면서도 주도적인 제안은 부정당했다
- 특정 사람에게만 일이 몰리는 상태를 풀기 위한 공수가 마련되지 않았다
- 개인의 노력으로 회사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는 구조였다
상담할 때 쓸 요약 예시
업무 개선 활동에서 미리 자료를 만들고 확인을 요청하고 수정에도 대응했지만, 판단 기준과 완료 조건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뒤늦은 수정이 여러 번 나왔다. 게다가 확인이 주로 말로 이루어져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 담당자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었고, 상담이나 주도적인 제안을 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정리: 구조 기록은 "누구 잘못인가"보다 "무엇이 반복되는가"를 본다
직장 내 갈등에서는 자꾸 "누구 잘못인가"에 신경이 쏠린다.
하지만 기록으로 정리해서 정말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가
이다.
- 뒤늦은 지시가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 말로만 오가서 기록이 남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 주도성을 요구하면서 주도적인 제안은 짓밟고 있지 않은가
- 권한 없이 책임만 떠넘기고 있지 않은가
- 특정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걸 줄이겠다면서 표준화에 쓸 공수는 내주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게 보이면 감정싸움이 아니라 직장 구조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직장 내 갈등은 한마디 한마디만 놓고 보면 모호하다.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오간 말을 그대로 남긴다.
내가 한 대응을 적는다.
과거와의 공통점을 본다.
구조로 정리한다.
그것이 상담에도, 개선에도, 나를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