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얕은 관리자가 방해되는 이유

직장에서 정말 힘든 건 상사가 단순히 엄격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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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직장에서 정말 힘든 건 상사가 단순히 엄격해서가 아니다.

엄격해도 판단이 분명하고, 우선순위가 있고, 목적이 있고, 책임 범위가 명확하다면 그래도 일은 할 수 있다.

가장 힘든 건 상사가 이런 식으로 움직일 때다.

  • 결정을 안 한다
  • 공유를 안 한다
  • 요구사항으로 정리해 주지 않는다
  • 구두로 애매하게 넘긴다
  • 나중에 말을 뒤집는다
  • 일부 허점을 전체 책임으로 부풀린다
  • 결국 부하의 성격이나 특성 탓으로 돌린다

이런 상사 밑에서는 요건 정의(무엇을, 왜, 누가, 어떤 조건에서 할지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일)를 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

일을 진행하려면 목적, 현재 상황, 원인, 관련자, 실행 조건, 리스크, 판단하는 사람을 모두 봐야 한다.
그런데 상사는 겉으로 보이는 인상이나 일부 허점만 보고 지적한다.

그 결과 대화의 층위가 어긋난다.

이쪽은 업무 설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사는 겉모습과 인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쪽은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상사는 부수적인 개선점만 주워 온다.

이런 어긋남이 쌓이면 상사는 지원자가 아니라 그냥 소음이 된다.


1. 상사에게 기대할 가치는 '판단·우선순위·책임' 이 세 가지면 충분하다

혼자서도 어느 정도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 목적을 정리할 수 있다
  •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 병목을 짚어낼 수 있다
  • A안·B안·C안으로 나눌 수 있다
  • 리스크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
  • 다른 부서와 이야기할 수 있다
  • 관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 기록을 남길 수 있다
  • 사고가 날 것 같으면 멈출 수 있다
  • 필요하면 기획서를 단시간에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 하는 사람에게 상사에게 바라는 역할은 꽤 한정적이다.

원래 상사에게 바라는 건 다음 정도뿐이다.

  • 판단한다
  • 우선순위를 정한다
  • 다른 부서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준다
  • 책임을 진다
  • 윗선에 대한 설명과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
  • 쓸데없이 뒷북을 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이걸 안 하는 상사는 꽤 방해가 된다.

"진행해"라고만 하고 판단은 안 한다.
"알아서 생각해"라고만 하고 우선순위는 안 정한다.
"다른 부서랑 얘기해"라고만 하고 공식적인 지원은 안 해 준다.
"어떻게 돼 가?"라고 묻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마지막엔 "왜 했어?", "왜 안 했어?"라며 몰아붙인다.

이건 상사로서 가치를 더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일에 소음을 더하고 있다.


2. '윗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와 '요건을 정의할 수 있다'는 다른 능력이다

관리자 중에는 윗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잘하는 사람이 있다.

임원과 이야기한다.
회의에 들어간다.
의견을 여쭌다.
방침 비슷한 걸 듣고 온다.
그럴듯하게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것만 보면 밖에서는 관리자답게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윗사람에게서 들은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아랫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요건으로 바꿀 수 있는가.

원래는 회의가 끝난 뒤 다음과 같은 형태로 풀어 줘야 한다.

  • 무엇이 결정되었는가
  • 무엇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가
  •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실무 담당자는 누구인가
  • 누구에게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
  • 진행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 멈추는 조건은 무엇인가
  • 리스크는 무엇인가
  • 아래로 넘겨도 되는 상태인가

여기까지 정리되어야 비로소 실무자가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환을 못 하는 관리자는 위에서 내려온 흐릿한 이야기를 그대로 아래로 던진다.

"뭔가 7월부터 움직이는 모양이야."
"S 씨랑 얘기해서 진행해."
"이번 달 안에 미팅 잡을 수 있게 조율해."
"일단 해 봐."
"어떻게 돼 가?"
"왜 진행이 안 돼?"

회의에는 들어갔지만 요건 정의는 하지 않은 것이다.

윗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아랫사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업무를 설계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3. 요건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상사를 '결재 관문'으로 다루는 편이 낫다

요건 정의를 잘하는 사람이 상사를 상담 상대로 쓰려고 하면 지칠 수 있다.

상담했더니 흐릿한 이야기가 늘어나거나, 얕은 지적 때문에 핵심 문제에서 벗어나거나, 나중에 완료 조건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상사를 상담 상대가 아니라 결재 관문으로 다루는 편이 낫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한다.

이 건은 A안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B와 C인데, 둘 다 대응해 두었습니다. 문제없으시면 A로 진행하겠습니다.

또는 이렇게 한다.

A안·B안·C안이 있습니다. 영향 범위와 공수를 고려하면 A안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어느 안으로 갈지 판단 부탁드립니다.

또는 이렇게 한다.

이 건은 전사 차원의 전개라서 다른 부서에 정식 요청이 필요합니다. 진행하신다면 협조 부서, 담당자, 우선순위를 판단해 주세요.

이렇게 하면 상사가 생각해야 할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상사에게 처음부터 생각하게 하는 게 아니다.
상사에게 고르게 한다.
상사에게 판단만 하게 한다.
상사에게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게 한다.

요건 정의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정리해 두고, 상사에게는 '승인', '선택', '정식 요청', '책임'을 구하는 것이 좋다.


4. 핵심 문제를 해결해도 부수적인 개선점 때문에 전부 부정당한다

얕은 관리자의 골치 아픈 점은 핵심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부수적인 흠만 집어서 전체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 앞으로 보낸 서류가 3번 반송됐다고 해 보자.

이쪽은 미도달 문제를 해소하려고 다음과 같은 방식을 만든다.

  • 본인 앞이라는 점을 분명히 표시한다
  • 수강자 본인 앞이라는 것을 인쇄해 넣는다
  • 수강자의 부서명과 이름도 인쇄한다
  • 화살표로 어디를 보면 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 받지 못해 곤란한 경우 이유를 적어 인사팀에 돌려보내 달라고 안내한다
  • 문제없이 끝났다면 그 종이는 버려도 된다고 안내한다
  • 본 서류에 첨부해서 보낸다

그 결과 본 서류는 본인에게 도착했다.

즉 핵심 문제인 '도착하지 않는다'는 해소된 것이다.

그런데 얕은 리뷰는 이렇게 흘러간다.

"첨부 안내문의 수신인 손글씨가 지저분하네."
"이거 항의 아니야?"
"일방적인 거 아냐?"
"진짜 원인을 본인이랑 얘기해서 파악해."
"그래서 진짜 원인이 뭔데? 그건 모르겠고."

이건 리뷰로서 꽤 약하다.

봐야 할 핵심 문제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봐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3번 반송된 원인은 무엇인가
  • 본인에게 도착하는 경로를 만들었는가
  • 본인이 곤란한 경우 답할 수단이 있는가
  • 본 서류는 도착했는가
  • 앞으로 같은 일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는가

안내문 손글씨가 읽기 불편하다는 건 기껏해야 다음에 고칠 점이다.

핵심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5.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빗나갈 때

서면으로 안내한 내용에 대해 "일방적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 종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면 일방적이지 않다.

  • 본인 앞이라는 것
  • 서류가 도착하지 않아 곤란하다는 것
  • 병목이나 사정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것
  • 문제가 없으면 버려도 된다는 것
  • 답변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것

이건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다.
미도달 원인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다.

오히려 사람을 찾아가서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상대의 부담이 적다.

"얘기해 봐"라고 하면 얼핏 정중하게 들린다.

하지만 실무 흐름으로 풀어 보면 이렇다.

  1. 서류를 배포한 사람을 특정한다
  2. 그 사람의 부서를 특정한다
  3. 그 부서로 찾아가 이야기한다
  4. 본인이나 관계자에게 사정을 확인한다
  5. 들은 내용을 인사팀에서 정리한다
  6. 결국 기록으로 남긴다

공수가 많이 든다.
게다가 구두라서 나중에 "말했다, 안 했다" 다툼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본인이 종이를 보고 필요하면 답하는 구조로 만들면 본인 확인만으로 끝난다.
기록도 남는다.
관계자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정중함이 반드시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헤매지 않고, 최소한의 수고로, 기록이 남는 형태로 만드는 것도 정중함이다.


6. '진짜 원인을 파악해'라고 한다면 진짜 원인에 다가가는 설계를 봐라

'진짜 원인을 파악하라'는 말 자체는 맞다.

하지만 말만 맞아서는 의미가 없다.

진짜 원인을 파악하려면 봐야 할 것이 있다.

  • 과거 3번의 수신인
  • 수신인 표기
  • 발송 방법
  • 반송 사유
  • 본인 쪽 수령 상황
  • 주소·부서·사내 우편 경로
  • 누가 어디서 막았는가
  • 어느 단계에서 반송됐는가

이걸 보지 않고 "글씨가 지저분했을지도", "본인이랑 얘기해 봐"만 말해서는 원인 분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본 서류가 도착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번 대책은 도달성을 개선한 것이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핵심 문제의 해소와 남은 과제를 구분하는 일이다.

  • 핵심 문제: 본인 앞 서류가 도착하지 않는다
  • 대응: 본인 앞임을 분명히 하고, 답변 경로를 붙여 발송
  • 결과: 본 서류는 도착
  • 남은 과제: 안내문의 손글씨 부분은 다음부터 인쇄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글씨가 지저분하다", "항의 같다", "일방적이다"라며 겉만 말하는 건 층위가 얕다.


7. '손글씨가 지저분하다'는 다음에 고칠 점이지 핵심 문제가 아니다

손글씨가 읽기 불편하다는 지적 자체가 완전히 무의미한 건 아니다.

다음부터 인쇄하면 된다.
정형 문구로 만들면 된다.
수신인도 전부 워드프로세서로 입력하면 된다.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개선점이다.

이번의 주목적은 미도달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 주목적은 달성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 건은 본인 앞 서류가 여러 차례 반송되었기 때문에, 본인 앞이라는 점과 미도달 사유나 병목이 있으면 인사팀에 회신해 달라는 내용을 서면으로 안내했습니다. 그 결과 본 서류는 본인에게 도달했고, 당초의 미도달 문제는 해소되었습니다. 안내문의 손글씨 부분은 다음부터 인쇄로 바꾸겠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핵심 문제와 개선점이 구분된다.

얕은 관리자는 이 구분을 못 한다.
그래서 부수적인 개선점을 가지고 주된 성과까지 부정하려 든다.


8. 기획서를 내도 판단 못 하는 상사는 처음부터 회의를 다시 연다

기획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부서의 과제를 보고 무엇이 병목인지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선 인력 확보나 채용 공고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순위를 매긴다.
30분 정도로 뼈대를 만든다.
하루 정도로 기획서를 만든다.
상사에게 제출한다.

원래라면 다음에 할 일은 아래 중 하나다.

  • 채택한다
  • 수정한다
  • 보류한다
  • 일부만 시험해 본다
  • 누가 진행할지 정한다
  • 어느 부서를 끌어들일지 정한다
  •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정한다

하지만 판단 못 하는 상사는 기획서를 살리지 못한다.

기획서를 읽고도 답을 안 한다.
판단하지 않는다.
체제를 정하지 않는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꺼낸다.
그러면 "다 같이 처음부터 생각해 봅시다"가 된다.

이건 상당한 낭비다.

이미 초안이 있다.
처음부터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나온 안을 채택할지, 수정할지, 누가 할지를 정하는 단계다.

이때 필요한 건 백지 상태에서 여는 회의가 아니라 의사결정 회의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미 기획안은 제출했으니, 이번에는 백지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가 아니라 실시 여부·우선순위·담당 범위를 정하는 자리로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본래의 진행 방식이다.


9. 빨리 생각하는 사람의 안은 가볍게 취급되기 쉽다

짧은 시간에 기획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가끔 손해를 본다.

30분에 뼈대를 만든다.
하루에 자료로 만든다.
과제, 원인, 우선순위, 시책안까지 정리한다.

원래는 가치가 높다.

하지만 상사에게 그 가치를 알아볼 눈이 없으면 "어쩌다 날아온 안" 정도로만 취급된다.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볍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소에 과제를 보고, 구조화하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진행되어 있었기 때문에 빠른 것뿐이다.

빨리 냈다고 얕은 게 아니다.
이미 생각해 두었기 때문에 빠른 것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는 나중에 다 같이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나와 있던 안과 비슷한 이야기를 시간을 들여 다시 발견한다.

조직으로서 정말 낭비다.


10. '뒷북 회의'는 이미 생각을 끝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다

뒷북 회의란 이미 누군가가 정리해서 낸 내용을 나중에 여럿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는 회의를 말한다.

물론 여러 사람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초안이 있다면 회의의 목적은 바뀌어야 한다.

나쁜 회의는 이렇게 흘러간다.

"먼저 다 같이 처음부터 생각해 봅시다."
"과제가 뭘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어떤 안이 있나요?"

좋은 회의는 이렇게 흘러간다.

"이미 나와 있는 안을 확인하겠습니다."
"채택할 논점은 어느 것입니까?"
"수정할 논점은 어느 것입니까?"
"추가로 확인해야 할 논점은 어느 것입니까?"
"누가 언제까지 진행합니까?"

후자가 압도적으로 일이 나아간다.

이미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초안을 쓰면 된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상사가 이걸 못 하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지친다.

"그건 이미 생각했어."
"자료도 냈고."
"판단만 하면 되는 상태로 만들어 놨는데."
"그런데 또 처음부터 회의를 시작한다고?"

이런 심정이 된다.


11. 요건을 정의할 줄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이해심 있는 상사가 아니라 방해하지 않는 상사다

요건 정의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이상적인 상사는 특별히 우수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상사라면 훨씬 일하기 편하다.

"A안으로 진행해 주세요."
"다른 부서에는 제가 얘기해서 통과시킬게요."
"여기만 리스크가 있으니 한 문장 추가해 주세요."
"판단이 필요하면 가져오세요."
"이 건은 이번에는 보류합시다."
"이건 전사 전개니까 정식 체제를 정하고 나서 진행합시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이런 상사는 방해가 된다.

"왜?"
"어떻게 할 건데?"
"계획은?"
"그래도 내일까지."
"이것도 내일까지."
"항의지, 이거?"
"글씨 지저분하지?"
"진짜 원인은 모르겠네."
"그건 네 특성이잖아."

이건 업무를 진행시키는 게 아니다.
업무를 흐리고 있다.

요건 정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원하는 건 과잉 지도가 아니다.
판단과 책임, 그리고 방해하지 않는 태도다.


12. 관리자에 맞는지는 직함이 아니라 '변환 능력'으로 정해진다

관리자에게 필요한 건 윗사람과 대화하는 것만이 아니다.

윗사람의 두루뭉술한 방침을 아랫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요건으로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힘이다.

  • 목적을 분명히 한다
  • 미결 사항을 찾아낸다
  • 판단하는 사람을 정한다
  • 담당자를 정한다
  • 우선순위를 정한다
  • 기한을 정한다
  • 버릴 것을 정한다
  • 다른 부서에 정식 요청을 낸다
  • 실무자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 나중에 뒤집히지 않도록 기록을 남긴다

이 변환을 못 하는 관리자는 상사라기보다 미정의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된다.

한편 직함이 없어도 이 변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실무상 아주 강하다.

"A/B/C 중 어느 쪽으로 진행할까요?"
"그 우려는 이미 반영해 두었습니다."
"그 조건이면 A로 진행하겠습니다."
"필요한 연락은 이 범위입니다."
"판단만 부탁드립니다."
"실무는 저희가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관리자·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까운 능력이 상당히 있다.

관리자에 안 맞는 게 아니다.
옛날식 애매한 권위로 사람을 움직이는 관리에 안 맞을 뿐이다.

요건 정의, 합의 형성, 리스크 관리, 관계자 조율로 일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저형 관리에는 오히려 잘 맞을 가능성이 있다.


13. 겉으로 쓸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기

감정적으로는 '방해다', '얕다', '바보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겉으로는 다음처럼 바꿔 말하면 된다.

핵심 문제와 부수적 개선점을 구분한다

이 건의 주목적인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하는 일은 완료되었고, 미도달 문제는 해소되었습니다. 안내문 기재 방식은 다음부터의 개선점으로 인쇄 처리하겠습니다.

이미 기획서를 낸 경우

이 건은 기획서를 이미 제출했습니다. 다음에는 백지에서 안을 내기보다 실시 여부·우선순위·담당 범위를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판단이 필요한 경우

A안·B안·C안이 있습니다. 영향 범위와 공수를 고려하면 A안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판단해 주시면 그 내용에 따라 진행하겠습니다.

뒤늦게 추가 요건이 나온 경우

처음 지시하신 범위에서는 ○○까지 대응했습니다. 추가로 △△까지 필요하시면 대응 범위로 명확히 해 주시면 진행하겠습니다.

일방적이라는 말을 들은 경우

이 건은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미도달 사유나 병목이 있으면 회신해 달라는 확인 요청으로 안내한 것입니다.

얘기해 보라는 말을 들은 경우

본인이 확인하면 끝나는 내용이고 서면으로 회신 경로도 마련했기 때문에, 우선 지면 확인으로 대응했습니다. 추가로 구두 확인이 필요하시면 대상자와 확인 사항을 분명히 한 다음 대응하겠습니다.


14. 결론: 얕은 지적에 주된 성과를 짓밟히지 말자

일에서 중요한 건 핵심 문제와 부수적 개선점을 나누는 것이다.

핵심 문제가 해결됐다면 그건 성과다.
부수적인 흠이 있다면 그건 다음번 개선점이다.

이 둘을 섞으면 안 된다.

본인 앞 서류가 도착하지 않은 문제라면 핵심 문제는 '도착하느냐 아니냐'다.
본 서류가 도착했다면 핵심 문제는 해소된 것이다.
안내문 손글씨가 읽기 불편하다면 다음에 인쇄로 하면 된다.

부서 과제 기획이라면 핵심 문제는 '무엇이 병목이고 무엇부터 손쓸 것인가'다.
기획서가 나와 있다면 다음은 처음부터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단계다.

요건 정의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얕은 관리자의 지적은 상당한 방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얕은 지적에 끌려가서 자기 성과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봐야 할 것은 목적, 원인, 우선순위, 실행 조건, 결과다.

겉으로 드러난 흠은 고치면 된다.
핵심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은 지우지 않아도 된다.


실무 템플릿 모음

1. 서류 미도달 대응 기록

이 건은 본인 앞 서류가 여러 차례 반송되었기 때문에, 본인 앞이라는 점과 미도달 사유나 병목이 있으면 인사팀에 회신해 달라는 내용을 서면으로 안내했습니다.
그 결과 본 서류는 본인에게 도달했고, 당초의 미도달 문제는 해소되었습니다.
안내문의 손글씨 부분은 다음부터 인쇄로 바꾸겠습니다.

2. 핵심 문제와 개선점 구분

이 건의 주목적인 ○○는 완료되었습니다.
한편 △△는 다음부터의 개선점으로 대응하겠습니다.

3. 이미 낸 기획서를 활용해 주길 바랄 때

이미 기획안은 제출했으므로, 이번에는 백지에서 안을 내는 게 아니라 실시 여부·우선순위·담당 범위를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4. A/B/C로 판단받고 싶을 때

현 시점에서는 A안·B안·C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향 범위와 공수를 고려하면 A안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문제없으시면 A안으로 진행하겠습니다.

5. 상사의 뒷북을 막고 싶을 때

처음 지시하신 범위에서는 ○○까지 대응했습니다.
추가로 △△까지 필요하시면 대응 범위로 명확히 해 주시면 진행하겠습니다.

6. 직접 얘기해 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본인이 확인하면 끝나는 내용이고 서면으로 회신 경로도 마련했기 때문에, 우선 지면 확인으로 대응했습니다.
추가로 구두 확인이 필요하면 대상자와 확인 사항을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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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시 주의점

이 글은 실제 경험에 가까운 내용을 포함하므로 공개할 때는 반드시 익명화한다.

  • 회사 이름을 내지 않는다
  • 개인 이름을 내지 않는다
  • 부서명을 흐린다
  • '원숭이' 같은 내부 표현은 '상사', '관리자'로 바꾼다
  • 서류의 종류나 업무 내용은 일반화한다
  • 구체적인 날짜는 뺀다
  • 이직 활동 중에는 비공개 초안으로 다룬다
  • 공개할 경우 분노가 아니라 '업무 설계', '요건 정의', '관리자의 역할'이라는 관점으로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요건 정의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얕은 지적 때문에 자기 성과를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

핵심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건 성과다.
부수적인 개선점이 있다면 다음에 고치면 된다.

상사의 역할은 겉으로 드러난 흠을 집어 부하를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목적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책임을 지고, 실무자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걸 못 하는 상사는 지원자가 아니라 소음이 된다.

그리고 소음에 주된 성과를 지워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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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oi-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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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