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는 법'을 배우기 전에, 기준과 차이부터 눈에 보이게 만들자
비즈니스 잡지나 교육 광고에서 '부하직원을 성장시키는 꾸중법', '젊은 직원에게 제대로 주의 주는 법',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 안 듣는 지도법' 같은 문구를 볼 때가 있다.
얼핏 보면 관리자의 고민에 공감해 주는 실용적인 주제처럼 보인다.
부하직원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젊은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듣는 건 무섭다. 그래도 주의는 주고 싶다.
그런 상사의 고민에 '혼내는 법'이라는 상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걸 읽고 실천한 사람들은 정말로 부하직원과의 관계나 인재 육성 문제를 해결했을까?
'혼내는 법'을 배운 뒤 부하직원은 긍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을까?
아니면 상사가 조금 더 안전하게 화낼 수 있게 됐을 뿐일까?
나는 여기에 꽤 큰 위화감이 있다.
문제는 '혼내는 법'이 아니다.
애초에 과제 설정 자체가 어긋나 있는 게 아닐까?
'부하직원을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건 지도가 아니라 통제다
우선 '부하직원을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원래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부하직원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가 아니다.
정작 물어야 할 건 이런 것들이다.
- 업무상 필요한 행동이나 성과는 무엇인가
- 지금 어디까지 해내고 있는가
- 어디가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가
- 그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 원인은 본인, 상사, 팀, 시스템 중 어디에 있는가
'부하직원을 내 뜻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육이 아니라 지배 쪽으로 기울어 버린다.
게다가 사람은 통제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꽤 민감하다.
겉으로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 사람은 나를 키우려는 게 아니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고 싶은 것뿐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위에서 세게 말했을 때, 정말 납득했었는가?
아니면 귀찮아서 따랐을 뿐인가?
뒤에서는 '저 꼰대 영감' 하면서 겉으로만 맞춰 준 적은 없었는가?
상사들은 이 부분을 좀 더 상상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혼난 쪽이 입을 다물었다고 납득한 건 아니다.
반박하지 않았다고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자리를 빨리 끝내려고 따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그게 정말 부하직원에게 편한 환경일까?
상사와 부하직원이 서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관계일까?
아니면 겉치레 복종과 속으로 쌓이는 반감만 늘리고 있는 건 아닐까?
자기결정이론으로 보면 '내 뜻대로 하는 지도'는 궁합이 나쁘다
자기결정이론에서는 사람의 동기부여에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충 말하면, 사람은
-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고
- 점점 할 수 있게 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고
- 지지받고 있다, 관계가 끊기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을 때
안에서부터 움직이기 쉬워진다.
반대로 '너는 이렇게 해', '보통 이렇게 하잖아', '말 안 해도 알아서 해', '내 기대대로 움직여' 같은 태도는 자율성을 빼앗기 쉽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행동은 바뀌어도 내면의 동기는 자라기 어렵다.
혼내서 움직이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정말 성장일까?
아니면 혼나지 않으려는 회피 행동일까?
여기서 잘못 짚으면 현장은 점점 겉모습뿐이 되어 간다.
'혼나지 않으려고 한다'
'상사 앞에서만 맞춘다'
'쓸데없는 말은 안 한다'
'실수는 숨긴다'
'상의하면 귀찮아지니까 입을 다문다'
이런 분위기가 된다.
이래서는 사람이 자란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통제당하면 사람은 반발한다
심리적 저항(리액턴스)이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자신의 자유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그 자유를 되찾으려고 반발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움직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하다.
상대는 무선 조종 장난감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은 통제할 수 없다.
상사가 할 수 있는 건
- 기준을 정의하고
- 현재 상태를 전하고
- 차이를 설명하고
- 개선안을 제시하고
-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보여 주고
- 선을 넘었을 때의 조건을 분명히 하는 것
여기까지다.
그다음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지는 본인의 영역이다.
거기까지 빼앗으려 들면 사람은 반발한다.
적어도 신뢰는 줄어든다.
그리고 신뢰가 줄면 지도는 점점 먹히지 않게 된다.
지도란 화내는 게 아니라 '차이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 아닐까
원래 지도에 필요한 건 훨씬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있어야 할 모습을 보여 준다.
지금의 현상을 본다.
그 간극을 말로 풀어 낸다.
무엇을 고치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전한다.
필요하면 지원과 조건도 제시한다.
즉, 지도란 '화내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에서 뭔가 부족하다면
- 여기는 지금 잘하고 있다
-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
- 여기를 이렇게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
- 당신이라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를 전하면 된다.
그걸로 끝날 일에 굳이 '혼낸다'는 감정 연출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위험한 행동, 법령 위반, 타인에 대한 가해, 같은 규칙 위반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주의나 경고, 처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혼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규칙 위반에 대한 대응'이다.
교통 위반 모델로 생각하면 된다
교통 위반이라면 이해하기 쉽다.
제한 속도가 있다.
정지선이 있다.
신호가 있다.
그 규칙에서 벗어나면 벗어난 부분에 대해 벌칙이 있다.
원래 직장의 지도도 그러면 된다.
'이 업무에서는 여기까지가 기준입니다.'
'이번에는 이 부분이 기준에서 벗어났습니다.'
'다음부터는 여기를 이렇게 해 주세요.'
'같은 일탈이 계속되면 이런 대응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직장에는 이 흰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준이 없다.
기대치가 공유되지 않았다.
아웃 라인과 세이프 라인이 애매하다.
그런데도 상사 머릿속에만 있는 '보통'에서 벗어나면 혼난다.
그건 지도가 아니라 사후 채점에 가깝다.
'보면 알잖아.'
'의욕이 안 보여.'
'주체성이 없어.'
'좀 더 생각하고 움직여.'
'내가 어렸을 땐 이랬어.'
이런 말은 흰 선도 안 긋고 교통 위반 딱지를 떼는 것과 같다.
기분 따라 떼는 교통 딱지다.
괴롭힘 소리 안 듣고 혼내고 싶다고? 그 전에 아웃 라인과 세이프 라인부터 정의하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듣는 건 무섭다. 그래도 주의는 주고 싶다.'
이 고민도 질문이 어긋나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건 '괴롭힘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꾸중법'이 아니다.
필요한 건
- 무엇이 업무상 필요한가
- 어디까지가 적정한 범위인가
- 어디부터가 아웃인가
-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은 말할 필요가 없는가
- 인격 평가, 위압, 공개 망신, 고함, 비꼼, 장시간 추궁이 왜 필요 없는가
를 정의하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정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파워하라)은 우월적인 관계를 배경으로 한 언동으로, 업무상 필요하고 적정한 범위를 넘어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해치는 것이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보아 업무상 필요하고 적정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한 업무 지시나 지도는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중요한 건 '화를 잘 내는 기술'이 아니다.
무엇이 업무상 필요하고, 어디까지가 적정하며, 어디부터가 아웃인가.
그걸 객관적으로 정의해서 직장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괴롭힘이라는 말 안 듣고 혼내는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아웃 라인과 세이프 라인을 정의하자.
'꾸중법 비즈니스'는 상사의 불안을 달래 주는 데서 끝날 위험이 있다
비즈니스 잡지나 연수 업체가 '혼내는 법'을 상품화하면 상사는 이렇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역시 혼내는 것 자체는 필요하구나.'
'문제는 혼내는 게 아니라 혼내는 방식이구나.'
'괴롭힘이라는 말 안 나오게 잘 주의를 주면 되는 거구나.'
하지만 정말 물어야 할 건 그게 아니다.
물어야 할 건
- 그 지도 기준이 문서로 정해져 있는가
- 부하직원과 공유되고 있는가
- 상사 개인의 기분이나 취향을 교육처럼 바꿔 말하고 있지 않은가
- 본인이 개선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가
- 상대를 키우고 싶은가, 아니면 내 뜻대로 하고 싶을 뿐인가
하는 것들이다.
혼내는 법을 배우면 상사의 불안은 조금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준이 애매한 채라면 현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낡은 권력 행사에 현대적인 포장지를 두른 셈이 된다.
'혼내기'를 능숙하게 하기 전에 지도의 설계부터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곳에서는 학습이 멈춘다
심리적 안전감 연구에서는, 팀 안에서 대인 관계상의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학습 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말하면
-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 실수를 보고할 수 있다
- 상의할 수 있다
-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 개선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런 상태다.
질책이 강한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
부하직원은 배우기 전에 방어부터 하기 때문이다.
혼나지 않도록 한다.
이상한 말은 하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장은 조용해진다.
상사가 보기엔 문제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목소리가 사라진 것뿐일지 모른다.
그건 개선이 아니다.
침묵이다.
상사도 '남은 통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 편해진다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면 상사 쪽도 힘들다.
'왜 이해를 못 하지?'
'왜 말한 대로 안 하지?'
'왜 의욕을 안 내지?'
'왜 기대만큼 안 크지?'
이렇게 계속 짜증이 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두면 된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준, 환경, 지원, 조건을 갖추는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꽤 정리된다.
상사의 역할은 '조작'이 아니다.
'설계'다.
부하직원을 무선 조종 장난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흰 선을 긋는다.
표지판을 세운다.
제한 속도를 알린다.
위험 구역을 공유한다.
그래도 벗어나면 벗어난 부분만 대응한다.
그거면 된다.
결론: 원숭이에게 혼내는 법을 가르치지 마라. 먼저 흰 선을 그어라
혼내는 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는 혼내는 방법이 서툴러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애초에 혼내는 걸 전제로 한 지도 설계가 잘못되어 있다.
기준이 없다.
현재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다.
아웃 라인과 세이프 라인이 공유되지 않는다.
상사의 감정과 기대가 교육의 얼굴을 하고 부하직원에게 부딪친다.
이래서는 사람이 자라기 어렵다.
필요한 건 '꾸중법 연수'가 아니라 '기준 설계 연수'다.
부하직원을 내 뜻대로 하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업무상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그러려면 있어야 할 모습, 현재 상태, 간극, 수정 방법, 지원, 조건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혼내는 법을 배우기 전에 흰 선을 그어라.
표지판을 세워라.
제한 속도를 알려라.
위반 조건을 정의하라.
그래도 벗어나면 벗어난 부분만 대응하면 된다.
원숭이에게 혼내는 법을 가르치지 마라.
먼저 규칙과 기준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라.
참고 자료·근거
- 일본 후생노동성 '아카루이 쇼쿠바 오엔단: 파워 하라스먼트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돕는 정부 사이트)
https://www.no-harassment.mhlw.go.jp/foundation/harassment_list/power-hara/ - 일본 후생노동성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자료'
https://www.mhlw.go.jp/content/11900000/001338359.pdf - Ryan, R. M., & Deci, E. L.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https://selfdeterminationtheory.org/SDT/documents/2000_RyanDeci_SDT.pdf - Steindl, C. et al. (2015). Understanding Psychological Reactance.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675534/ -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https://journals.sagepub.com/doi/10.2307/2666999 - 꾸중법 연수의 시장 사례: 인소스 '부하직원의 의욕을 끌어내는 연수
꾸중법 편'
https://www.insource.co.jp/bup/bup_motivate_shikarikata.html - 꾸중법 연수의 시장 사례: SMBC 컨설팅 '부하직원 칭찬법·꾸중법 연수'
https://www.smbcc-education.jp/training/training_skill/training_praise-scold/index.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