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맞춰 주는 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을 연명시키는가? ― 감정 외주화, 침묵하는 조직, 먼저 떠나는 사람이 만드는 역선택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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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주변 사람들은 분위기를 읽는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 먼저 사과하자.” “이 얘기는 지금 꺼내지 말자.” “반박하면 더 귀찮아진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나중에 우리가 고치자.”

그날은 조용히 끝난다.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단기적으로 비위를 맞추는 행동은 합리적인 생존전략일 수 있다. 피해자는 오늘 하루를 버티고 싶고, 일을 멈추고 싶지도 않다. 매주 화요일 오후마다 정의의 최종전을 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직 전체에서 보면 이상한 버그가 생길 수 있다.

한 사람이 비용을 만들고, 주변 사람이 전부 흡수하며, 정작 비용을 만든 사람에게는 청구서가 가지 않는다.

공격적인 관리자의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이 더 빨리 움직인다. →반박이 줄어든다. →일은 어쨌든 끝난다.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 →“세게 말해야 움직인다”는 믿음이 유지된다.

조직은 관리자 자체를 관리하는 대신 부하직원을 관리자의 감정조절 장치로 쓰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기분을 맞춰 주는 사람이 괴롭힘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비위 맞추기는 대개 생존전략이다. 문제는 그것이 공격행동의 실제 비용을 조직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누구도 매주 화요일 15시에 최종 결전을 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1. 타인의 감정 폭발을 막을 수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감정 폭발은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다. 소리 지르기, 위협, 비난, 불쾌한 기분을 주변에 퍼뜨리는 행동을 뜻하며 성별과 무관하다.

타인의 반응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생 가능성, 강도, 지속시간을 낮출 수는 있다.

2024년 메타분석은 154개 연구, 10,189명을 종합해 호흡, 마음챙김, 명상처럼 생리적 각성을 낮추는 활동이 분노와 공격성을 감소시켰다고 보고했다. 전체 효과크기는 g = -0.63이었다. 반대로 분노를 밖으로 “발산”하는 고각성 활동은 전체적으로 효과가 없었다.[1]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감정 경험을 인정하는 validation이 이를 부정하는 invalidation보다 이후 공격행동을 줄였다.[2]

중요한 차이는 이것이다.

감정을 인정하는 것과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다르다.

“왜 화났는지는 이해한다”는 감정 인정이다.

“화났으니 네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항복이다.

분노가 영원히 고정된 성격이라는 주장도 과하다. DBT 34개 연구, 2,536명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분노가 유의하게 감소했다.[3] 207개 개입연구를 검토한 메타분석에서는 평균 24주 뒤 성격특성 지표의 변화도 관찰되었고 정서적 안정성이 특히 크게 변했다.[4]

정확한 결론은 이렇다.

타인이 억지로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본인이 변화 과정에 참여하면 변화 가능성은 있다.

2. 비위 맞추기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남는다

상사가 화를 낸다. →미리 자료를 다 준비한다. →소리가 멈춘다.

연인이 화가 난다. →내 계획을 취소한다. →그날 밤은 조용하다.

부모가 소리를 지른다. →반박하지 않는다. →설교가 짧아진다.

각 사건은 성공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복되면 다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화내는 사람은 “세게 나가면 주변이 맞춰 준다”고 배운다.

맞춰 주는 사람은 “내 요구를 말하면 일이 커진다”, “먼저 상대 기분을 관리하는 게 빠르다”고 배운다.

결과적으로 화내는 쪽은 자기조절을 주변 사람에게 외주화하고, 다른 쪽은 매일 감정 지뢰지도를 그리게 된다.

관계 속에 감정처리 외주 시스템이 생긴다.

다만 “비위 맞추기가 직접 괴롭힘을 만든다”는 단일한 인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는 일반적 학습원리와 직장 내 침묵, abusive supervision climate 연구를 연결한 설명모형이다.

생존을 위해 적응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

3. 원인, 감정, 행동, 수습의 책임을 분리하라

책임을 네 층으로 나누면 선명해진다.

원인 책임: 약속 위반, 모욕, 불공정한 처우를 한 사람은 그 행동에 책임이 있다.

감정의 소유: 분노, 슬픔, 두려움은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내부 상태다.

행동 책임: 소리 지르기, 모욕, 위협, 무시, 차분히 말하기, 잠시 자리를 뜨기는 행동이며 행동한 사람이 책임진다.

수습 책임: 공동문제는 함께 고칠 수 있지만 상대방 감정 전체를 정상화하는 것까지 공동책임은 아니다.

내가 약속을 어겼다고 하자.

상대가 화난다. →약속을 어긴 책임은 나에게 있다.

상대가 화난 상태에서 인격모독을 한다. →인격모독의 책임은 상대에게 있다.

내가 사과하고 재발방지한다. →나의 수습 책임.

상대가 표현방식을 사과하고 바꾼다. →상대의 수습 책임.

이 구분이 없으면 “네가 나를 화나게 했으니 내가 화난 동안 무엇을 하든 네 책임”이라는 무한책임 게임이 된다.

4.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demand-withdraw 악순환도 생긴다

모든 폭발을 한 사람의 성격 탓으로만 볼 수도 없다.

커플 연구에는 demand-withdraw 패턴이 있다.

한쪽은 “얘기해”, “바꿔”, “왜 이해 못 해?”라고 압박한다.

다른 쪽은 “나중에”, “그만”, “말하기 싫어”라며 물러난다.

압박이 커질수록 회피가 커지고, 회피가 커질수록 압박이 더 세진다.

가정 내 일기연구에서는 남녀 어느 쪽이든 요구자와 철수자가 될 수 있었고, 누가 그 주제에서 변화를 원하는지가 역할과 관련됐다.[5] 관찰연구에서도 한쪽의 요구 증가와 상대방의 철수가 맞물리는 상호경로가 확인되었다.[6]

따라서 상호작용은 복잡하다.

하지만 중요한 경계는 남는다.

상호작용이 갈등을 키웠다고 해서 위협이나 모욕의 책임까지 상대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은 ‘화를 내는 쪽이 100% 잘못이고 물러나는 쪽은 0% 잘못’이라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다.

5. 직장에서는 비위 맞추기가 ‘숨은 인프라’가 된다

감정 폭발이 잦은 관리자가 있다고 하자.

A는 반박하지 않는다. B는 상사의 취향을 미리 확인한다. C는 혼난 신입을 뒤에서 달랜다. D는 민감한 보고를 상사가 화내지 않을 문장으로 전부 다시 쓴다.

부서는 돌아간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경영진 눈에는 “좀 엄격하지만 성과는 내는 관리자”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팀 전체가 관리자가 만든 마찰을 무료로 갈아내고 있다.

모두가 인간 방화벽이 되는 셈이다.

abusive supervision 연구에서는 학대적 감독이 직원 침묵과 연결되고, 정서적 소진이 그 경로의 하나로 제시되었다.[7]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는 안전의 증거가 아니다.

불평 비용이 너무 높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2023년도 조사에서는 최근 3년간 직장 내 파워하라를 경험했다고 답한 근로자가 19.3%였다. 경험자의 직장에서는 상하 커뮤니케이션 부족, 실수 허용도가 낮음, 만성 인력부족, 방지규정 부재, 일상적 위협과 놀림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되었다.[8]

6. “성과가 좋으니까”는 공격행동을 미화하기 쉽다

2024년 실험연구에서는 동일한 abusive supervision 행동이라도 고성과 리더일 때 “abuser”로 보기는 줄고 “tough love”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9]

소리 지름. 성과도 냄. →“무섭지만 유능하다.” →“엄격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 →“부하가 약한 것 아닌가?”

이 해석은 위험하다.

성과는 관리자에게 귀속되기 쉽지만, 감정노동, 재작업, 정보손실, 이직비용은 다른 장부에 잡히기 때문이다.

관리자 10분 절약. 직원 5명 각 30분 소모. 회의 반론 감소. 실수 보고 지연. 한 명 퇴사.

하지만 성과표에 “분기당 발생시킨 팀원 위통” 항목은 없다.

또한 abusive supervision climate라는 연구개념도 있다. “이 팀에서는 상사의 공격적 대우가 일상적”이라는 공유인식이며, 집단 정체성·집단 효능감 등을 통해 팀 성과와 관련된다.[10]

개인의 성격이 공기로 변한다.

7. 먼저 떠나는 사람이 조직을 역선택시킬 수 있다

2025년 27개 연구 메타분석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이직의도 증가와 관련됐다. 횡단연구의 OR은 1.30이었고 전향연구에서도 이후 이직의도와 관련이 있었다.[11]

연구 간 이질성이 크고, 이직의도와 실제 퇴사는 같지 않다는 제한은 있다.

그래도 선택 메커니즘은 중요하다.

괴롭힘을 강하게 거부하는 사람, 경계가 분명한 사람, 외부 선택지가 많은 사람은 먼저 떠날 수 있다.

반면 적응한 사람은 남는다.

“원래 저 사람 그래.” “기분 나쁜 날은 피하면 돼.” “마음에 담지 마.”

신입이 묻는다.

“이게 정상인가요?”

선배가 답한다.

“정상은 아닌데 여기서는 정상.”

조직이 의도하지 않게 문제행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배출하고 문제행동에 적응한 사람은 남기는 장치가 될 수 있다.

8. 괴롭히는 사람에게 ‘살기 좋은 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

조직이 신고를 주워 담지 않고, 기록하지 않고, 고성과자를 제재하지 않고, 동료가 늘 뒤처리를 하고, 퇴사자가 나오면 보충채용만 한다면 공격적 관리자 개인이 치르는 비용은 작다.

소리 지름. →사람들이 움직임.

위협. →반론 감소.

누군가 퇴사. →다른 사람 채용.

관리자가 잠깐 “내가 원인이었나?”라고 생각해도 행동, 권한, 평가, 처우가 그대로라면 피드백 루프는 닫히지 않는다.

회고는 했지만 회의록도 시정조치도 없는 상태다.

인식과 개선은 다르다.

그리고 주변이 관리자의 거친 부분을 잘 보정할수록, 관리자 본인은 자신이 만든 외부비용을 더 보기 어렵다.

문제는 “맞춰 준 직원이 나쁘다”가 아니다.

항상 비위를 맞춰 줘야 하는 관리자를, 그 비위 맞추기 비용까지 포함해 정상운전으로 취급하는 조직 설계가 문제다.

9. 해결책은 “모두 강해져라”가 아니라 비용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일본의 직장 내 파워하라는 ①우월적 관계를 배경으로 한 언동, ②업무상 필요·상당한 범위를 넘는 언동, ③취업환경이 해를 입는다는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정리된다. 적정한 업무지시가 곧바로 파워하라는 아니다.[12]

목표는 어려운 피드백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위협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능력을 관리능력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은 다음과 같은 지루한 장치를 가져야 한다.

  • 신고창구를 한 상사에게만 묶지 않는다.
  • 성격 논쟁 대신 날짜, 언동, 빈도, 영향을 기록한다.
  • 상담·조사협조에 대한 보복을 막는다.
  • 높은 성과가 행동평가를 상쇄하지 않게 한다.
  • 피해자가 이동·퇴사했다고 사건을 자동종료하지 않는다.
  • 관리자에게 구체적 피드백, 개선기한, 재점검을 둔다.
  • 고함이 회의를 굴리는 도구가 되지 않게 한다.
  • 팀 단위 침묵, 심리적 안전, 퇴사 편향을 본다.

35개 연구, 91,950명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조직의 정책·절차·관행이 대인적 부당대우를 억제한다고 느끼는 mistreatment climate가 실제 노출, 스트레스, 직무태도와 관련됐다.[13]

2024년 scoping review에서도 psychosocial safety climate가 높은 조직일수록 괴롭힘, 하라스먼트, 폭력, 차별, 학대가 적고 심리적 웰빙이 좋은 경향이 정리됐다.[14]

요점은 간단하다.

좋은 사람을 더 뽑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쁜 행동이 이득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결론 ― “기분을 맞춰 평화를 유지한다”는 말은 비용을 숨긴다는 뜻일 수도 있다

타인의 분노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감정을 인정하고, 각성을 낮추고, 잠시 거리를 두고, 공동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면 확대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만성적 비위 맞추기는 다르다.

상대가 불쾌해짐. →내가 전부 조절. →단기평화. →상대는 바뀔 필요 없음. →나만 폭발방지 전문가가 됨.

가정에서는 한 사람이 감정관리자가 된다.

직장에서는 비공식 “상사 기분관리부”가 생긴다. 예산은 0원인데 인원은 전 직원이다.

그 부서가 유능할수록 문제상사는 문제로 탐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계는 단순하다.

감정은 존중하되 소유권까지 가져오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이 된 행동은 그 행동을 한 사람이 책임진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 책임진다.

공동문제는 함께 수습하되, 위협의 뒤처리를 공동책임으로 만들지 않는다.

조직은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위협하는 사람에게 모두가 맞추는 조직이 아니라, 위협하지 않아도 일이 굴러가는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단순히 “사람이 떠나는 곳”을 넘어서,

남은 사람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다시 정의하는 곳이 될 수 있다.

조직문화는 벽에 붙인 가치문구보다, 실제로 무엇이 허용되었는지의 누적기록에 더 가깝다.


  1. Kjærvik & Bushman (2024), PMID 38518585. Clinical Psychology Review, 109, 102414 pubmed.ncbi.nlm.nih.gov
  2. Herr et al. (2015), PMID 26053230. Personality Disorders, 6(4), 310-314 pubmed.ncbi.nlm.nih.gov
  3. Ciesinski et al. (2022), PMID 35609374.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154, 104122 pubmed.ncbi.nlm.nih.gov
  4. Roberts et al. (2017), PMID 28054797. Psychological Bulletin, 143(2), 117-141 pubmed.ncbi.nlm.nih.gov
  5. Papp et al. (2009), PMID 22102789. Personal Relationships, 16(2), 285-300
  6. Baucom et al. (2015), PMID 25495639.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29(1), 80-90
  7. Xu, Loi, & Lam (2015), DOI 10.1016/j.leaqua.2015.03.002
  8. 일본 후생노동성, 2023년도 직장 내 하라스먼트 실태조사 mhlw.go.jp
  9. Lount, Choi, & Tepper (2024), DOI 10.1016/j.obhdp.2024.104339.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83, 104339
  10. Priesemuth et al. (2014), DOI 10.5465/amj.2011.0237.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7(5), 1513-1534
  11. Sun et al. (2025), PMID 40618127. BMC Public Health, 25, 2394 pubmed.ncbi.nlm.nih.gov
  12. 일본 후생노동성, 직장 내 파워하라 정의 no-harassment.mhlw.go.jp
  13. Yang et al. (2014), PMID 24885687 pubmed.ncbi.nlm.nih.gov
  14. Amoadu et al. (2024), PMID 38589902 pubmed.ncbi.nlm.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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