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보고를 강조하는 쪽이 가장 상태를 안 알려준다
일본 직장에는 '호렌소(報連相)'라는 말이 있다.
보고.
연락.
상담.
사회인의 기본이라며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의 직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호렌소를 거창하게 설교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본인은 호렌소를 하지 않는다.
부하에게는 "보고해", "상담해", "주체성을 가져"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기가 쥐고 있는 결재 라인, 윗사람에 대한 보고, OK/NG 회신, 완료 상태 공유는 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하는 이런 처지가 된다.
만들었다
고쳤다
관계자에게 공유했다
진행 방식도 글로 남겼다
마감 안내도 완성 연락도 했다
다른 부서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상사가 결재 라인을 움직이지 않는다
OK/NG를 알려주지 않는다
위에 성과를 보고하지 않는다
실제로 썼는지조차 알 수 없다
결국 윗사람이 부하에게 "어떻게 됐어?"라고 묻는다
이것은 부하의 호렌소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상사가 해야 할 호렌소를 안 하는 바람에, 부하가 거꾸로 상사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상태를 역(逆)매니지먼트라고 부르겠다.
역매니지먼트란 관리자가 해야 할 결재, 보고, 판단, 상태 회신을 하지 않아서, 부하가 관리자의 빈틈과 누락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부하의 주체성이 아니다.
그냥 조직이 치르는 비용이다.
1. 호렌소를 '부하가 상사에게 허락받는 의식'으로 아는 사람들
호렌소를 겉핥기로만 아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보고 = 상사의 승인을 받는 것
연락 = 전달하는 것
상담 = "A와 B 중 어느 쪽이 좋을까요?" 하고 묻는 것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표면적인 이해에 그친다.
이렇게만 이해하면 호렌소는 '부하가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허락을 구하는 예법'이 되어 버린다.
부하가 상사에게 보고한다.
부하가 상사에게 연락한다.
부하가 상사에게 상담한다.
즉 호렌소가 일방통행이 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걸로 부족하다.
본래의 호렌소는 위아래 관계의 의식이 아니라, 일이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한 상태 관리다.
2. 본래의 호렌소는 '상태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장치'
실무적으로 풀어 쓰면 이렇다.
보고
보고는 단순히 상사의 승인을 받는 일이 아니다.
보고란 일의 상태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끝났는가
아직 안 끝났는가
어디서 멈춰 있는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문제가 있는가
문제가 없는가
이것을 관계자가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보고다.
연락
연락은 그냥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연락이란 관계자의 인식을 맞추는 것이다.
누가 담당하는가
언제까지 하는가
어떤 경로로 확인하는가
어느 버전이 최신인가
무엇을 가지고 완료로 보는가
누구에게 확인받는가
이런 것이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 연락이다.
상담
상담은 A냐 B냐를 상사에게 떠넘기는 일이 아니다.
상담이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내놓아 의사결정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선택지 A
선택지 B
각각의 리스크
기한
영향 범위
자신의 추천안
결정해 주었으면 하는 사항
여기까지 준비해서 판단을 앞으로 밀어 주는 것이 상담이다.
그러니 호렌소는 '상사에게 혼나지 않기 위한 의식'이 아니다.
일을 멈추지 않게 하는 정보 인프라다.
3. 상사에서 부하로 가는 호렌소도 있다
호렌소라고 하면 부하가 상사에게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호렌소도 중요하다.
상사가 결재 라인을 쥐고 있다면, 상사에게는 부하에게 돌려줘야 할 정보가 있다.
윗선에 보여줬는가
승인됐는가
반려됐는가
OK인가
NG인가
실제로 사용했는가
아직 보류 중인가
추가 수정이 있는가
완료로 처리해도 되는가
이걸 돌려주지 않으면 부하는 움직일 수 없다.
부하가 아무리 작업을 끝내도 상사가 상태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일은 공중에 붕 뜬다.
즉 상사의 호렌소란 부하에게 상태를 돌려주는 일이다.
이게 없는 직장에서 부하는 늘 이런 상태에 놓인다.
끝났을 텐데 완료인지 모르겠다
고쳤을 텐데 OK인지 모르겠다
공유했을 텐데 봤는지 모르겠다
승인 대기 중인데 누구한테서 멈춰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썼는지 모르겠다
위에 성과가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부하의 호렌소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상사가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다.
4. 고등학교용 영상 건: 작업은 끝났는데 결재 라인에서 멈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 보여줄 영상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하자.
납기는 6월 2일.
영상은 5월 29일 시점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상사가 "현장이 어둡다"는 취지로 지적했는데, 그것도 5월 29일에 수정을 마쳤다.
다른 부서에서도 "좋네요", "좋네요" 하며 반응이 좋았다.
즉 결과물은 훨씬 전에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결재 라인도 회의에서 정리해 두었다.
상사 → 전무
이 라인으로 확인을 받는다.
회의에는 다른 부서 사람도 참석했고 상사도 동석했다.
그 자리에서 이의는 없었다.
게다가 Teams(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메신저)에도 확정 사항으로 그 결재 라인을 글로 공유해 두었다.
수정 마감도 완성 연락도 관계자 전원에게 글로 알렸다.
여기까지 했다면 부하 쪽의 호렌소는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사가 전무에게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방영·사용했는지 모르겠다
OK인지 NG인지 모르겠다
추가 수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완료로 처리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6월 9일, 전무가 작업자에게 이런 취지로 물어온다.
"그 영상 어떻게 됐어? 아, 벌써 나갔구나. 나중에 다시 보여줘."
이건 꽤 이상한 일이다.
작업자는 일을 끝냈다.
수정도 마쳤다.
관계자에게 공유했다.
결재 라인도 글로 남겼다.
그런데도 윗선 공유와 승인 상황은 불투명한 채, 마지막에 작업자에게 문의가 돌아온다.
이것은 작업자의 문제가 아니다.
결재 라인을 쥔 사람이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 문제다.
5. 사장 안건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긴다면, 그건 재발 패턴이다
이런 구조가 딱 한 번이라면 우연한 연락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장 안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업자가 일을 끝낸다
상사가 중간에 가로챈다
승인, 공유, 다음 액션을 돌려주지 않는다
윗사람이 작업자에게 "어떻게 됐어?"라고 묻는다
작업자가 멈춰 세운 것처럼 보인다
이게 반복된다면 단발성 사고가 아니다.
상사가 결과물과 윗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흐름을 막는 병목이 된 것이다.
원래 관리자는 병목을 없애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상사는 정반대다.
결재 라인을 만들지 않는다
위에 성과를 보고하지 않는다
OK/NG를 돌려주지 않는다
완료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시시콜콜한 지적만은 한다
이래서는 부하가 성과를 낼 방법이 없다.
일을 끝내도 성과로서 위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6. 사소한 지적만 하고 본론은 진행시키지 않는 사람
더 골치 아픈 건, 본질적인 관리는 안 하면서 사소한 지적만은 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급한 서류에서 '단가', '시급'이라고 적힌 칸에 "1,800"이라고 입력했다고 하자.
문맥상 누가 봐도 시급 1,800엔이다.
일급 1,800엔일 리 없다.
월급 1,800엔일 리는 더더욱 없다.
물론 표기를 정확히 보충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거기서,
"지적하는 건데, 시급이야? 일급이야?"
라며 급한 서류를 붙잡아 둔다.
이건 확인이라기보다 빨간 펜을 들고 싶은 욕구에 가깝다.
정말로 일을 진척시키는 확인이라면,
시급 1,800엔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표기만 "시급 1,800엔"으로 고쳐서 진행하겠습니다
로 끝난다.
그러니 문제는 지적 그 자체가 아니다.
멈출 가치가 낮은 지적으로 일을 멈추면서, 정작 필요한 승인, 보고, 상태 회신은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게 가장 손해다.
아래에는 사소한 지적을 내놓고
위에는 성과를 보고하지 않고
OK/NG는 돌려주지 않고
실제 사용 여부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부하에게는 호렌소를 설교한다
이래서는 관리자로서의 부가가치가 마이너스다.
7. 본래의 관리자는 부하가 움직이기 쉽게 만들어 주는 사람
본래 상사와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꽤 분명하다.
결재 라인을 정한다
위에 성과를 보고한다
OK/NG를 돌려준다
병목을 제거한다
부하가 움직이기 쉽게 만든다
이것이 관리자의 일이다.
부하가 만든 것을 필요한 상대에게 전달한다.
판단이 필요하면 판단할 사람에게 넘긴다.
윗사람의 반응을 부하에게 돌려준다.
수정이 필요하면 구체적으로 돌려보낸다.
수정이 필요 없으면 완료로 처리한다.
멈춰 있다면 어디서 멈췄는지 보이게 한다.
이렇게 되면 부하는 움직이기 쉽다.
반대로 이게 안 되면 부하는 움직일 수 없다.
결재 라인 없음
위에 보고 없음
OK/NG 없음
NG가 와도 시시한 내용
병목을 만든다
부하가 움직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주체성을 가져"라는 말을 들으면 난감하다.
부하의 주체성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곳을 상사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8. 이것은 '주체성 부족'이 아니라 '진행 설계 부족'
주체성이라는 말도 직장에서 흔히 아무렇게나 쓰인다.
진짜 주체성이란, 떠넘겨진 것을 정신력으로 전부 짊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짜 주체성이란, 상황을 보고 필요한 정보를 내놓고 관계자와 인식을 맞추며 다음 액션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번 같은 사례에서 작업자는 이미 주체적으로 움직였다.
납기 전에 만든다
지적받은 부분을 고친다
다른 부서에 공유한다
반응을 얻는다
진행 방식을 정리한다
결재 라인을 제안한다
Teams에 확정 사항으로 남긴다
수정 마감을 공유한다
관계자에게 완성 연락을 보낸다
여기까지 했다면 주체성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멈춘다면 원인은 부하의 주체성 부족이 아니다.
승인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윗사람 확인이 돌아오지 않는다
OK/NG가 돌아오지 않는다
완료 상태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진행 설계의 문제다.
이걸 '부하의 호렌소', '부하의 주체성' 문제로 바꿔치기하면 진짜 문제가 보이지 않게 된다.
9. 역매니지먼트란 무엇인가
역매니지먼트란 관리자가 본래 해야 할 관리를 하지 않아서, 부하가 관리자의 빈틈을 관리하는 상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사가 결재 라인을 정하지 않는다
↓
부하가 결재 라인을 제안한다
상사가 위에 보고하지 않는다
↓
부하가 성과 로그를 모두에게 공개한다
상사가 OK/NG를 돌려주지 않는다
↓
부하가 "수정이 없으면 완료로 처리해도 될까요?"라고 확인한다
상사가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다
↓
부하가 Teams에 남은 안건을 보이게 정리한다
상사가 병목이 된다
↓
부하가 병목에서 멈춰 있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얼핏 보면 부하가 야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꽤 고달프다.
부하는 원래 맡은 작업에 더해 상사의 관리 부실을 메우는 일까지 하고 있으니까.
이것을 이 글에서는 역매니지먼트세(稅)라고 부르겠다.
역매니지먼트세가 늘어나면 부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상사의 누락에 대비한 방어용 로그까지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성과를 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성과를 지키기 위한 추가 업무다.
10. 역매니지먼트가 생기는 직장에서는 성과가 위에 닿지 않는다
역매니지먼트가 생기는 직장에서는 부하의 성과가 위에 잘 닿지 않는다.
상사가 성과를 위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하 입장에서는 이렇게 된다.
공수는 늘어난다
사소한 지적에 일이 멈춘다
수정은 한다
완성도 한다
그래도 위에 성과가 전해지지 않는다
윗사람이 "어떻게 됐어?"라고 묻는다
평가로도 이어지기 어렵다
이건 완전한 손해다.
원래 상사에게는 부하의 성과를 위로 통과시켜 주는 역할이 있다.
부하가 만든 결과물을 윗사람에게 보여준다.
윗사람의 반응을 받아 온다.
좋으면 성과로 보고한다.
수정이 필요하면 구체적으로 돌려보낸다.
이게 되면 부하의 일은 성과가 된다.
하지만 여기가 막히면 부하의 일은 '만들기만 한 것'으로 끝나 버린다.
결과물은 존재한다.
그런데 성과로 보고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꽤 큰 문제다.
11. 병목 상사의 특징
여기까지 정리하면 병목 상사의 특징이 보인다.
결재 라인을 정하지 않는다
정해 놓은 라인도 실행하지 않는다
위에 성과를 보고하지 않는다
OK/NG를 돌려주지 않는다
완료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다
실제 사용 여부를 공유하지 않는다
추가 피드백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세세한 표기에는 입을 댄다
어찌 되든 상관없는 지적으로 급한 일을 멈춘다
자기가 막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
부하에게는 호렌소와 주체성을 요구한다
관리자로서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
부하의 성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완성되어 있다.
수정도 되어 있다.
관계자에게도 공유되었다.
하지만 상사가 성과를 위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상태를 돌려주지 않는다.
결국 부하는 늘 "했는데 끝나지 않은" 상태에 놓인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부하는 성과를 내려 할수록 지친다.
12. 대책 1: 완료·수정·남은 안건을 글로 남긴다
이런 직장에서는 구두로만 진행하면 위험하다.
반드시 글로 남긴다.
특히 남겨야 할 것은 이 네 가지다.
완료한 것
수정한 것
누구에게 공유했는지
남은 안건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예를 들어 이렇게 쓴다.
본 건은 5/29 시점에 제작을 완료했습니다.
말씀해 주신 "현장이 어둡다"는 점도 같은 날 수정했습니다.
수정 후의 내용은 관계자에게 공유했습니다.
현재 남은 안건은 공유된 라인에 따른 윗선 확인뿐입니다.
추가 수정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이렇게 하면 작업자의 책임 범위가 꽤 분명해진다.
핵심은 "저는 끝났습니다"라고만 말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완료됐는지
무엇을 수정했는지
누구에게 공유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그 남은 건이 누구를 기다리는지
여기까지 쓴다.
그러면 상사가 멈춰 세워도 '작업자가 멈춘 것'처럼 보이기 어려워진다.
13. 대책 2: '원숭이한테서 멈췄다'가 아니라 '윗선 확인 대기'로 보이게 한다
감정적으로는 "원숭이한테서 멈춰 있다"(병목 상사를 향한 푸념 섞인 별명)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바깥에 내놓을 때는 이렇게 바꿔 말한다.
윗선 확인 대기
승인 확인 대기
확인 라인 쪽 상태 회신 대기
추가 수정 여부 확인 대기
예를 들어 이렇게 쓴다.
이쪽의 제작·수정 대응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남은 안건은 공유된 확인 라인에 따른 윗선 확인과 추가 수정 여부 확인입니다.
수정이 없는 경우에는 본 건을 완료로 처리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이러면 누구를 직접 탓하지 않고도 어디서 멈춰 있는지 보이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사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일의 상태를 보이게 하는 것이다.
14. 대책 3: 상사를 유일한 성과 보고 경로로 삼지 않는다
병목 상사에게 성과 보고를 맡기면 성과가 위에 닿지 않는다.
그러니 상사를 유일한 성과 보고 경로로 삼지 않는 편이 좋다.
물론 마음대로 윗사람에게 바로 올리는 게 위험한 직장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관계자가 들어 있는 Teams나 채팅방에 완료 로그를 남기는 것은 할 수 있다.
본 건, 이쪽 대응은 완료했습니다.
수정 마감 전에 반영을 마쳤습니다.
최신 버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은 안건은 확인 라인 쪽의 승인 여부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것, 작업이 끝났다는 것, 남은 안건이 승인하는 쪽에 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
상사가 성과를 보고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로그에는 남는다.
이게 중요하다.
15. 대책 4: 의뢰를 받는 입구 조건을 정한다
앞으로 비슷한 안건을 받는다면 입구 조건을 정해 두는 편이 좋다.
특히 상사가 끼면 병목이 되는 안건에서는 처음에 조건부터 정리한다.
승인자는 누구인가
확인 라인은 어디인가
수정 피드백은 누가 취합하는가
피드백 기한은 언제인가
최종 판단은 누가 하는가
실제 사용 보고는 누가 하는가
작업자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게 정해지지 않은 안건은 받으면 위험하다.
작업자가 초안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승인 조율, 윗선 확인, 피드백 수거, 완료 보고까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이렇게 말해도 된다.
저는 초안 작성, 구성 정리, 개선안 제시까지 대응하겠습니다.
최종 판단, 관계자 조율, 승인 확보는 담당 부서에서 맡아 주세요.
수정 요청은 창구 한 곳에서 취합한 뒤에 공유해 주세요.
창구가 분산되거나 승인 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대응 범위 밖입니다.
이것은 도망이 아니다.
책임 범위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16. 대책 5: QC 방식으로 한다
QC(품질관리) 안건에서 잘 풀렸던 형태가 있다.
다른 부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나는 어드바이저로만 물러나는 형태다.
다른 부서 사람이 주 담당
다른 부서 사람이 창구
다른 부서 사람이 승인·조율을 맡는다
나는 어드바이저
상사가 끼어들면 그 사람을 중간에 세운다
책임이나 작업이 이쪽으로 되돌아오면 빠진다
이건 꽤 강력하다.
내가 결과물 심부름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드바이저로서 의견을 낸다.
구조를 정리한다.
개선안을 낸다.
하지만 최종 책임, 승인, 윗선 조율, 피드백 취합은 주 담당이 가진다.
이러면 병목 상사에게 휘말리기 어렵다.
앞으로의 안건도 이 형태에 가깝게 가져가는 편이 좋다.
17. 대책 6: 사소한 지적과 고위험 지적을 구분한다
지적에도 종류가 있다.
전부 같은 무게로 받으면 일이 멈춘다.
고위험 지적
법적으로 위험하다
개인정보가 들어 있다
금액이 크게 다르다
사외에 잘못된 정보가 나간다
고객, 학생, 지원자에게 오해를 준다
기한이나 계약에 영향을 준다
이것은 대응한다.
표기 보충
"시급 1,800엔"이라고 명기한다
날짜 형식을 통일한다
명칭을 정식 표기로 한다
단위를 덧붙인다
이것은 멈추지 않고 고쳐서 진행한다.
빨간 펜 욕구
문맥으로 알 수 있는데 멈춘다
급한 일을 시시한 확인으로 멈춘다
자기 관리력을 과시하려는 목적뿐인 지적
이것은 필요한 최소한만 처리한다.
전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병목 상사의 빨간 펜 욕구에 일을 지배당한다.
중요한 건 위험도가 높은 지적과 가치가 낮은 지적을 구분하는 것이다.
18. 부하가 해야 할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이런 직장에서는 부하 쪽도 경계선을 갖는 편이 좋다.
할 일
만든다
고친다
마감을 공유한다
완성 연락을 한다
관계자에게 공유한다
진행 방식을 글로 남긴다
남은 안건을 명기한다
추가 피드백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건 해도 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상사의 성과 보고 누락을 매번 메우기
상사가 전무에게 보여줬는지 매번 쫓아다니기
상사가 OK/NG를 안 돌려준 것을 내 책임으로 여기기
실제 사용 보고 누락을 떠안기
결재 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채 심부름꾼으로 끼어들기
시시한 빨간 펜을 전부 무겁게 받아들이기
여기까지 짊어지면 역매니지먼트세가 너무 무겁다.
작업자는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다.
관리자의 관리 부실을 끝없이 메워 주는 사람이 아니다.
19. 증거 로그 템플릿
앞으로의 방어 로그로 쓸 수 있도록 템플릿을 놓아 둔다.
완료 보고 템플릿
본 건, 이쪽의 제작·수정 대응은 완료했습니다.
지적 사항도 반영을 마쳤습니다.
최신 버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남은 안건은 공유된 확인 라인에 따른 윗선 확인과 추가 수정 여부 확인입니다.
추가 수정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수정이 없는 경우에는 본 건을 완료로 처리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상태 확인 템플릿
만약을 위해 확인드립니다.
본 건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1. 윗선 확인이 끝났는지
2. 실제로 사용했는지
3. 추가 수정이 있는지
4. 완료로 처리해도 되는지
이쪽의 제작·수정 대응은 완료되었습니다.
추가 수정이 없으면 완료로 기록하겠습니다.
입구 조건 템플릿
대응 범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초안 작성, 구성 정리, 개선안 제시까지 대응하겠습니다.
최종 판단, 관계자 조율, 승인 확보, 피드백 취합은 담당 부서에서 맡아 주세요.
승인자, 확인 라인, 피드백 기한, 완료 조건이 정해져 있다면 대응 가능합니다.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대응 범위 밖입니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꽤 지킬 수 있다.
20. 마무리: 호렌소는 부하의 복종 의식이 아니라 일을 멈추지 않기 위한 상태 관리다
호렌소를 겉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부하에게만 호렌소를 요구한다.
하지만 본래의 호렌소는 위아래 관계의 의식이 아니다.
보고 = 상태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
연락 = 관계자의 인식을 맞추는 것
상담 = 판단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리고 상사에서 부하로 가는 호렌소도 있다.
윗선에 보여줬는가
OK인가 NG인가
실제로 썼는가
추가 수정이 있는가
완료로 처리해도 되는가
어디서 멈춰 있는가
이걸 돌려주지 않는 상사는 부하를 움직이기 어렵게 만든다.
부하가 만들고, 고치고, 공유하고, 마감을 알리고, 완성 연락을 하고, Teams에 진행 방식까지 남겼는데도 상사가 결재 라인을 움직이지 않고, 성과 보고도 하지 않고, OK/NG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하의 호렌소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상사 쪽의 호렌소가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그 관리 부실을 부하가 메우게 되는 상태가 바로 역매니지먼트다.
성과를 내고 싶다면 작업자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완료를 글로 남긴다
수정 완료를 글로 남긴다
남은 안건을 글로 남긴다
승인 대기를 글로 남긴다
상사를 유일한 성과 보고 경로로 삼지 않는다
책임 범위를 입구에서 끊는다
병목을 내 책임으로 만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렇다.
호렌소를 설교하기 전에, 먼저 상사가 상태를 돌려줘라.
부하의 주체성이 부족한 게 아니다.
상사의 진행 설계가 부족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