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자고 했더니 다음 달에야 시간이 된단다. 여행은 함께 가기로 해놓고 숙소와 식당은 한 사람이 전부 찾는다. 속상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어느새 “여자는 원래 다 그렇다”는 결론으로 달려간다.
식당 예약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시작한 셈이다.
한 달 뒤 날짜를 제안했다고 해서 곧바로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매번 계획을 떠맡는 사람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두 문제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살펴봐야 한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더 관대해진 실험
2009년 연구에서는 이성애자 스피드 데이트 참가자 350명을 대상으로 남성이 자리를 옮기는 경우와 여성이 자리를 옮기는 경우를 비교했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쪽이 상대를 선택할 때 덜 까다로웠고, 여성이 자리를 옮긴 행사에서는 보통 관찰되던 남녀 차이가 사라졌다.
따라서 처음부터 누가 다가가도록 기대받는지가 연애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실험으로 메시지 답장 속도나 한 달 뒤 약속의 의미를 계산할 수는 없다.
“여자는 다 받기만 한다”와 다른 연구 결과
2020년 메타분석은 연구 30편, 총 1만 7천 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SNS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지지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경향이 나타났고(효과크기 d=0.36), 받는 경향도 다소 높았다(d=0.14).
이 연구는 여행을 누가 계획하는지 조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원래 타인의 노력만 가져간다는 식의 일반화에는 맞지 않는다. 숙소를 찾는 일, 운전, 고민을 들어주는 일, 다음 모임을 제안하는 일은 서로 다른 기여다.
연구: Tifferet, 2020.
날짜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만나려는 행동
“다음 달 둘째 토요일은 돼”라면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 “이번 달은 바빠, 나중에 맞추자”라면 이후의 행동을 봐야 한다. 여러 번 제안해도 늘 바쁘다는 답만 돌아오고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금 만남의 우선순위가 낮을 수 있다. 이는 확률 통계가 아니라 관찰을 위한 기준이다.
간헐적으로 관심을 보이지만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는 행동은 연애 연구에서 breadcrumbing이라고 불린다. 2023년 질적 연구에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상대의 관심 끌기 욕구를 의심한 사례가 나온다. 다만 당사자가 그렇게 해석했다고 해서 상대의 속마음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구: Societies, 2023.
계획을 혼자 떠맡는다면
“이번 숙소는 네가 골라줄래?”처럼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눠보자. 계속해서 책임을 피하는지,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고 해서 지난 우정 전체가 계산적인 관계였다고 결론 내릴 필요도 없다.
문제가 식당 예약이라면 예약을 의논하자. 전 세계 여성의 성격을 수정하는 회의까지 열 필요는 없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성별보다 반복되는 행동과 서로의 부담을 보는 편이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