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읽다가 먼저 지친다. 그런데 본편은 의외로 술술 들어온다.
일본 판타지 작품 『치후요(チー付与)』 이야기다. 일본어 정식 제목은 31자, 능력을 설명하는 부제는 66자, 애니 1화 제목은 무려 69자. 여기에 ‘제1화’와 따옴표까지 붙이면 171자다.
작품 제목은 자기소개서 같고, 1화 제목은 인생 상담을 하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사람 같다.
그런데 화면을 켜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시작부터 최악의 해고
레인은 다른 사람의 무기와 방어구를 강화하는 마술사다. 길드가 갑자기 그를 내쫓자, 레인은 자신이 장비에 붙여둔 강화 포인트를 회수하고 다른 길드에서 새 출발을 한다.[1]
회사로 치면 핵심 업무를 맡은 사람을 자르고, 그 사람이 제공하던 기능까지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통쾌한 퇴사 복수극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사실 레인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게 아니라 쫓겨났다.
해고하기 전에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좀 확인하자.
소설과 만화는 ‘99할’ 다르다고?
더 웃긴 건 애초에 만화가 소설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애니 공식 사이트는 소설 작가 로쿠시마 아사가 소설판과 만화판 내용이 ‘99할 정도 다르다’고 농담한 말을 소개한다.[2]
100할을 가뿐히 넘었다. 차이를 설명하다가 수학까지 탈주했다.
만화는 교무요모치가 맡았고, 애니 제작은 P.A.WORKS다.[2][3]
만화 특유의 정신없는 개그와 급전개에 목소리, 표정, 움직임, 장면 사이의 간격이 붙으니 1화에서는 상황을 따라가기가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것은 감상이지, 애니가 줄거리를 전면 수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능력은 사기인데 사용자가 레인
레인은 강화 포인트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능력은 말도 안 되게 유용하다.
문제는 그 능력을 조종하는 사람이 레인이라는 것.
공식 설정에서도 그는 남을 돕는 착한 사람이지만, 진지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행동과 개그를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2]
성능은 최상급. 운영자는 레인.
작화가 좋으니 엉뚱함도 더 선명하게 보인다.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분명한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결국 애니 1화가 해낸 건 혼돈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혼돈을 알아보기 쉽게 보여주는 일이다.
레인은 똑똑해지지 않았다. 대신 시청자가 레인을 이해하기 쉬워졌다. 그게 더 웃기다.
- アニメ『チー付与』公式サイト・第1話あらすじ。追放、強化ポイントの回収、別ギルドでの再出発と公式の第1話タイトルを確認。 sh-anime.shochiku.co.jp
- アニメ『チー付与』公式サイト。原作者による「99割程度違う」のコメント、レインの性格、スタッフ・制作会社を確認。 sh-anime.shochiku.co.jp
- P.A.WORKS公式作品紹介。制作会社、原作・漫画担当を確認。 pa-works.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