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껄끄러운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묻는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직장에는 잘 안 맞는 사람도 있고,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다. 그럴 때 일을 떠넘길지, 거리를 조절할지, 필요하면 상사를 끼고 정리할지. 지원자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는 질문으로는 충분히 말이 된다.
그런데 질문이 이렇게 진화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가 센 사람이 있어도 괜찮으세요?"
"업무상 거의 엮이지 않는 다른 부서에서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실과 다른 이상한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처하시겠어요?"
게다가 비슷한 상황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묻는다.
여기까지 오면 지원자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면접이 시작된다.
"어,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1. 한 번이면 단골 질문, 세 번 이어지면 "이거 패턴 아닌가?"
한 번뿐이라면 일반적인 스트레스 내성이나 대인 관계 조율 능력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넘길 수 있다.
"껄끄러운 사람이 있으면요?"
네네, 사람 사는 데 다 그렇죠. 일이니까 그럴 수 있죠. 하고 끝난다.
그런데 비슷한 계열의 구체적인 예시가 계속 나오면 질문 자체가 정보가 되기 시작한다.
기 센 사람.
뒷담화.
상관없는 부서에서 도는 이상한 평판.
부당한 말에 대처하는 법.
면접관은 "이 지원자, 괜찮을까?"를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점점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예시, 되게 구체적이네요."
한 번이면 질문이고, 세 번이면 경향이다.
이쯤 되면 적성검사라기보다 직장 환경의 회귀 테스트(예전에 고친 버그가 다시 나오는지 확인하는 소프트웨어 검사) 같아진다.
2. "껄끄러운 사람"은 이해한다. 그런데 왜 "다른 부서의 험담"까지 구체적일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일하시나요?"라면 추상적이다.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업무상 거의 관계없는 부서 사람이 나에 대해 험담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조건을 짜기 시작하면, 지원자는 자연스럽게 그 조건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해진다.
수학 문장제 문제라면 말없이 풀면 그만이다.
면접에서는 문제를 낸 사람이 눈앞에 앉아 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실제로 있나요?"
라는 의문이 드는 건 꽤 자연스럽다.
물론 구체적인 질문이라고 해서 그 회사에서 실제로 같은 일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면접관이 그냥 알기 쉬운 가정을 던졌을 수도 있고, 예전 회사에서의 경험을 참고했을 수도 있다. 채용팀이 다 같이 쓰는 질문지일 수도 있다.
다만 구체성이 올라갈수록 지원자에게는 "왜 그 사례를 그렇게 걱정하는 걸까"라는 새로운 정보가 생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변에 점수를 매긴다.
지원자는 질문지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면접이 갑자기 상호 평가로 바뀌는 순간이다.
3. 게다가 질문하는 사람 본인에게서 압박감이 느껴지면 완성
여기에 조건을 하나 더 얹어 보자.
"기 센 사람이 있어도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면접관 본인에게서 살짝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러면 질문의 의미가 한 겹 더 늘어난다.
면접관: "기 센 사람과 일할 수 있으세요?"
지원자의 머릿속: "지금 체험판을 받고 있는 중이야."
물론 면접관의 말투가 세게 느껴졌을 뿐, 그 사람이 직장의 문제 인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면접이라는 자리라서 일부러 반응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역할상 엄하게 묻고 있을 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사람 때문에 전임자가 그만뒀구나"까지 가면 완전한 비약이다.
하지만 사람은 상황을 보고 가설을 세운다.
질문 내용이 묘하게 구체적이다.
비슷한 질문이 여러 번 나온다.
질문하는 사람에게서도 약간 압박감이 느껴진다.
재료가 여기까지 늘어서면,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그렇게 보이긴 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속사정을 사실로 확정하는 게 아니다. "지원자에게 그렇게 보일 만한 신호를 회사 쪽에서 내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4. 면접 질문이 지원자의 내성 테스트에서 "회사 소개"로 바뀌는 순간
채용하는 쪽의 목적은 아마 이럴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싫은 일이 생겨도 이 사람은 금방 그만두지 않을까?"
채용 입장에서 알고 싶은 부분으로는 이해가 된다. 인간관계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은 실제로 있고, 회사는 입사 후의 미스매치를 줄이고 싶다.
다만 질문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메시지도 동시에 보내 버린다.
"기 센 사람이 있어도 견딜 수 있나요?"
를 반복하면 지원자에게는
"기 센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뽑는 건가요?"
라고 들린다.
"험담을 들어도 대처할 수 있나요?"
를 거듭하면
"험담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은 고치지 않고, 그걸 소화할 사람을 찾는 건가요?"
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는 지원자에게 자기 사용설명서를 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질문을 거듭하는 사이 회사 자신의 사용설명서까지 프린터에서 나와 버렸다.
그런 구도다.
5. 그렇다고 "질문받았다 = 문제 인물이 실제로 있다"는 아니다
여기서는 웃어넘기는 이야기와 사실 확인을 나눠서 보는 편이 좋다.
비슷한 질문을 세 번 받았다고 해서 아래의 것들까지는 알 수 없다.
- 정말로 기가 센 직원이 있는지
- 누군가 과거에 괴롭힘을 당했는지
- 전임자가 인간관계 때문에 그만뒀는지
- 그 면접관이 무언가의 원인이었는지
- 회사가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지
전부 추가 정보가 없으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무조건 그 사람이 원인이야"라고 해 버리면 이쪽도 갑자기 허술해진다.
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다"라고 전부 버릴 필요도 없다.
맞는 위치는 그 사이에 있다.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신호는 될 수 있다.
이 거리감이 가장 쓰기 좋다.
6. 회사가 정말 "견딜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라면, 문제는 채용이 아니라 조직 설계
만약 회사가 "기 센 사람이 있다", "험담이나 충돌이 생기기 쉽다"는 걸 실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 보자.
그런데 대책이
"그럼 이번에는 견딜 수 있는 사람을 뽑자"
뿐이라면 꽤 흥미롭다.
문제를 줄이는 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내성이 높은 사람을 골라내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전임자가 안 맞았다면 다음에는 맞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하지만 조직 쪽에서 바꿀 수 있는 원인이 남아 있다면, 채용만으로 해결하려 해도 비용은 그대로 남는다.
지나치게 강압적인 소통이 있다면 피드백과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근거 없는 소문이 업무에 영향을 준다면 사실 확인과 상담 창구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특정인과의 마찰이 되풀이된다면 원인을 개인의 "참을성"에만 둬도 되는가.
여기서 중요한 건 "피해를 입는 쪽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과 "피해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점이다.
지원자의 대인 능력을 보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다만 회사 쪽에 개선할 수단이 있는데도 "견딜 수 있는 인재 확보"에만 치우친다면, 그 회사가 문제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 경향이 있는지가 보인다.
7. "그런 사람이 있는 회사인가요?"는 도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인 질문으로는 꽤 합리적이다
원래 하고 싶었던 되받아치기를 그대로 세게 말하면 분명 도발처럼 들린다.
"그런 사람들만 있는 회사인가요?"
면접관에 따라서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하지만 알고 싶은 정보 자체는 정당하다.
조금 다듬는다면 예를 들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지금 말씀은 일반적인 가정인가요, 아니면 이 부서에서 실제로 생기기 쉬운 상황이 있는 건가요?"
"그런 대인 갈등이 생겼을 때, 당사자끼리 조율하는 것 외에 상사나 인사팀이 개입하는 체계가 있나요?"
"이번에 이 부분을 여러 번 확인하셨는데, 배치될 부서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배경이 있나요?"
이렇게 하면 지원자는 싸우지 않고도 질문의 배경을 알아낼 수 있다.
면접은 허락을 받는 의식이 아니다.
고용하는 쪽과 일하는 쪽이 서로 "이 조건으로 같이 할 수 있을까"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회사가 이쪽의 인간관계 내성을 확인하는 만큼, 이쪽도 회사의 인간관계 처리 능력을 확인해도 된다.
8. 사실 가장 정보량이 많은 건 역질문에 대한 면접관의 대답
"왜 그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에 대한 답에는 회사의 문화가 꽤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질문입니다. 특정한 문제를 염두에 둔 건 아닙니다."
라면 그것대로 하나의 설명이 된다.
"사실 이 부서는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예전에 당황하신 분이 있었어요."
라면 적어도 구체적인 배경을 밝힌 셈이다.
"그런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일이죠."
로만 끝난다면, 회사가 마찰을 어디까지 개인의 적응 문제로 보는지 가늠할 자료가 된다.
나아가
"문제가 생기면 상사가 이렇게 개입합니다."
"인사팀에 상담할 수 있는 경로가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계속되면 배치나 관리도 다시 살펴봅니다."
처럼 구조까지 답할 수 있다면, 단순한 "참아 주세요" 질문과는 의미가 달라진다.
즉, 질문 하나만으로 회사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질문 → 이유를 묻기 → 대답 보기.
여기까지 하면 추측이 조금씩 관찰 데이터로 바뀐다.
9. 정리: 면접에서는 지원자뿐 아니라 질문지도 심사받는다
"껄끄러운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는 그 자체로는 평범하게 성립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기 센 사람, 험담, 다른 부서의 이상한 평판, 부당한 발언처럼 비슷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여러 번 나오면, 지원자가 "어, 실제로 뭔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게다가 질문하는 사람에게서 약간 압박감까지 느껴진다면 콩트로서의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
면접관: "기 센 사람, 괜찮으세요?"
지원자: "현재 작동 확인 중입니다."
다만 웃기다고 해서 속사정을 마음대로 사실로 만들지는 말자.
"전임자가 그 사람 때문에 그만뒀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복되는 질문을 아무 정보로도 취급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
질문은 회사가 무엇을 리스크로 보는지를 비춰 준다.
그리고 회사가 "문제를 줄이려는지", "문제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을 고르려는지"는 직장 문화를 보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면접은 일방적인 심사가 아니다.
지원자가 답하는 동안, 회사도 계속 답하고 있다.
가끔은 질문 자체가 제일 많은 이야기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