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헬스장에 출몰하는 미니 마왕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보면 가끔 이런 소리가 들린다.
“으앗.”
“드웨엑.”
“후읍.”
“도랴아!”
소리를 내는 본인은 분명 진지하게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옆에서 들으면 스쿼트 랙 근처에 작은 가논돌프가 소환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저 소리는 대체 뭘까. 그냥 분위기를 잡는 연출일까, 아니면 실제로 힘을 더 내는 데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리를 내면 어떤 상황에서는 순간적인 힘 발휘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모든 운동에 통하는 만능 기술은 아니며, 헬스장 전체가 들을 정도로 소리를 질러야 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소리를 내는 행위는 근육을 즉시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호흡, 배에 힘을 줘 몸통을 단단하게 만드는 압력인 복압, 동작 타이밍, 몸과 마음이 즉시 반응하기 쉬운 상태인 각성, 자기 격려를 한꺼번에 맞추는 스위치에 가깝다.
그래서 “으쌰”, “영차”, “도랴아!”는 같은 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음량과 연출이 커질수록 평범한 운동인은 점점 마왕으로 진화한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왜 “으쌰”가 나올까
무거운 짐을 들거나, 힘겹게 계단을 오르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사람은 흔히 짧은 소리를 낸다.
이건 단순한 말버릇만은 아니다. 힘을 쓰는 순간에 호흡, 몸통의 긴장, 동작 타이밍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사람은 의식하지 않아도 몸통을 단단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배에 힘을 주고, 잠깐 숨을 멈추거나 짧게 내쉬면서 힘이 새지 않게 한다.
그 순간 소리가 새어 나온다.
“후읍.”
“으쌰.”
“끙.”
“도랴아.”
즉 목소리는 힘을 쓰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면서, 동시에 힘을 낼 순간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헬스장에서 들리는 “으앗”, “드웨엑” 같은 소리도 본질적으로는 이 일상적인 현상이 강해진 형태다.
물론 표현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후읍”에서 끝난다. 어떤 사람은 “도랴아!”까지 간다. 또 어떤 사람은 마왕의 봉인이 풀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
소리를 내면 정말 힘이 세질까
연구를 보면, 소리를 내거나 외치는 행동이 힘 발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외침이 본인이 의식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악력, 즉 최대 수의적 근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2021년 연구에서는 소리를 질렀을 때 악력이 증가했고, 움직임을 지시하는 대뇌 영역이 얼마나 쉽게 활성화되는지, 즉 운동피질 흥분성이 관련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2022년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최대 노력 중 외치는 행동이 악력을 높였다고 보고됐다.
테니스에서도 공을 치는 순간 내는 짧은 힘 소리, 이른바 그런팅이 서브와 포핸드의 속도와 힘 발휘를 높였다는 연구가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소리를 냈을 때 공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산소의 양, 즉 산소 섭취량이나 본인이 느끼는 힘듦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소리를 내면 순간적으로 힘이 더 잘 나온다”는 말을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소리를 낸다고 모든 운동에서 반드시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과거 데드리프트 관련 연구에서는 발성이 최대 힘 발휘를 유의하게 높이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었다.
즉 효과의 크기는 운동 종목, 상황, 개인의 익숙함, 타이밍,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 짧은 시간에 힘을 한꺼번에 내는 동작에서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악력이나 타격, 테니스처럼 순간적인 힘이 중요한 동작에서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모든 근력 운동에서 반드시 기록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 소리가 클수록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작은 “후읍” 정도로도 효과의 핵심을 얻을 가능성은 있다. 헬스장 전체에 울리는 “도랴아!”까지 가면 근력뿐 아니라 자기 격려, 흥분, 연출, 미니 마왕화가 함께 섞이기 시작한다.
소리를 낼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
헬스장에서 힘 소리를 낼 때는 크게 다섯 가지 요소가 얽힌다.
1. 배에 힘을 줘 몸통을 단단하게 만든다
무거운 것을 들 때 몸통이 느슨하면 힘이 새기 쉽다. 그래서 배에 힘을 주고 몸통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때 생기는 내부 압력을 복압이라고 한다.
몸을 굳힌 채 숨을 완전히 내뱉지 않고 짧게 내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결과 “후읍”, “읏” 같은 소리가 난다.
이 정도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발성이다.
2. 동작 타이밍을 맞춘다
“하나, 둘”이나 “으쌰”처럼 소리는 동작의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
벤치프레스를 밀어 올릴 때, 스쿼트에서 일어설 때, 데드리프트를 끌어 올릴 때처럼 가장 힘든 순간에 소리를 내면 동작과 노력을 맞추기 쉬워진다.
여기서는 무슨 소리를 내느냐보다 언제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으쌰”여도 좋고, “후읍”이어도 좋고, “도랴아”여도 좋다. 본인에게 힘을 켜는 스위치가 된다면 기능할 수 있다.
3. 신경계를 깨운다
최대 노력에서는 근육 자체뿐 아니라, 뇌가 근육에 얼마나 강한 힘을 내라는 명령을 끌어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런 작동을 신경계 동원이라고 한다.
소리를 지르면 몸과 마음이 즉시 반응하기 쉬운 상태인 각성도가 올라가 “지금 여기서 힘을 낸다”는 신호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서도 외침이 움직임을 지시하는 대뇌 영역의 활성화 용이성, 즉 운동피질 흥분성을 높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요컨대 목소리는 뇌와 근육에 동시에 내리는 구령이 될 수 있다.
4. 힘듦을 밀어낸다
근력 운동의 마지막 한 번에서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포기할 때가 있다.
이때 소리를 내면 심리적인 브레이크를 조금 풀 수 있다.
“못 하겠다”에서 “도랴아!”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만 이것도 쓰기 나름이다. 매번 소리를 질러야만 중량을 들 수 있게 되면 자세나 호흡이 거칠어질 수 있다.
5. 자기 연출과 존재감
조금 말하기 민망하지만, 이것도 분명 있다.
무거운 중량을 다루는 나.
끝까지 몰아붙이는 나.
한계를 넘는 나.
그 세계관에 깊이 들어갈수록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본인 머릿속에서는 주인공.
주변 사람 눈에는 헬스장 안에 마왕성이 세워지고 있다.
“도랴아!”는 효과가 있을까
“도랴아!”는 힘 소리의 성격이 아주 분명하다.
뜻이 있다.
타이밍이 있다.
기합이 있다.
필살기 느낌도 있다.
굳이 분류하면 이렇다.
| 힘 소리 | 인상 |
|---|---|
| 으쌰 | 일상인 |
| 영차 | 아저씨 |
| 후읍 | 운동하는 사람 |
| 도랴아! | 필살기 |
| 으앗, 드웨엑 | 마왕 봉인 해제 |
| 느아아앗! | 가논돌프 |
“도랴아!”도 음량만 낮추면 비교적 무난한 힘 소리다. 문제는 종류보다 크기다.
작은 도랴아는 내 스위치.
헬스장 전체에 울리는 도랴아는 보스전 시작이다.
그렇다면 헬스장에서 소리치는 건 비매너일까
어느 정도의 소리는 어쩔 수 없다.
무거운 중량을 다루면 호흡과 몸통 고정 때문에 소리가 새어 나올 수 있다. 한계 세트를 하면서 완전히 무음으로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주변 전체에 울려 퍼지는 고함은 별개의 문제다.
헬스장은 함께 쓰는 공간이다. 내 집중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중도 존재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발성은 문제가 되기 쉽다.
- 세트마다 큰 소리로 외친다.
- 다루는 중량에 비해 목소리만 유난히 크다.
- 주변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울린다.
- 위압감을 준다.
- 기구를 거칠게 다루는 소리와 함께 난다.
이런 경우는 운동 효과보다 주변 환경에 주는 부담이 더 커진다.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은 폭음이 아니라 호흡, 배에 힘을 줘 몸통을 고정하는 복압, 타이밍, 반응 준비 상태인 각성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변에 울려 퍼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효과의 핵심을 얻을 가능성은 있다.
내가 운동할 때 소리가 나온다면 어디까지가 현실적인 선일까
운동 중 목소리가 나오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완전 무음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대신 다음처럼 조절하면 운동 효과와 예의를 함께 챙기기 쉽다.
- “후읍”, “읏” 정도의 짧은 소리로 끝낸다.
- 마지막 한 번에만 소리를 쓴다.
- 거울 앞에서 세계관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 주변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라면 음량을 낮춘다.
- 기구를 떨어뜨리는 소리와 세트로 만들지 않는다.
- 호흡과 자세를 우선한다.
목소리는 써도 된다.
다만 마왕성까지 세우지는 말자.
주변 사람의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면
다른 사람의 발성이 거슬리더라도 직접 주의를 주는 방법은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한계 세트 중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전투 음악이 재생되고 있을 수 있다. 그 순간 직접 말을 걸면 괜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낫다.
- 이어폰을 쓴다.
- 조금 떨어진 구역으로 이동한다.
- 이용 시간대를 바꾼다.
- 너무 심하면 직원에게 가볍게 알린다.
직원에게 말할 때는 감정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이렇게 전달하면 충분하다.
일부 이용자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서 운동 중 신경 쓰일 때가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시설 이용 예절 차원에서 조금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된다.
“가논돌프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내 데스크에서는 현실 언어로 번역하는 편이 낫다.
정리: 힘 소리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왕화는 다른 문제다
근력 운동 중 내는 소리가 완전한 미신은 아니다.
외침이나 공을 치는 순간 내는 짧은 힘 소리로 순간적인 힘 발휘가 커질 가능성은 있다. 호흡, 배에 힘을 줘 몸통을 고정하는 복압, 동작 타이밍, 신경계가 반응할 준비가 된 각성 상태, 자기 격려가 함께 맞물리면 마지막 한 번을 밀어붙이기 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헬스장 전체에 울리는 고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힘 소리의 본질은 폭음이 아니다.
핵심은 힘을 쓰는 순간에 몸과 뇌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으쌰”는 생활의 지혜.
“도랴아!”는 필살기.
“으앗, 드웨엑”은 미니 마왕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헬스장 전체를 마왕성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근력 운동의 힘 소리는 조금이면 향신료다.
대음량이면 가논돌프다.
그 경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운동인이다.
참고문헌·참고 정보
- Y. Takarada & D. Nozaki. “Shouting strengthens maximal voluntary force and is associated with augmented pupillary dilation.” Scientific Reports, 202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7949-2 - Y. Takarada & D. Nozaki. “Shouting strengthens voluntary force during sustained maximal effort through enhancement of motor system state via motor commands.” Scientific Reports, 2022.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519961/ - D. G. O’Connell, et al. “The effects of ‘grunting’ on serve and forehand velocities in collegiate tennis players.”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 2014.
https://pubmed.ncbi.nlm.nih.gov/25412161/ - E. R. Callison, et al. “Grunting in tennis increases ball velocity but not oxygen cost.”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 2014.
https://pubmed.ncbi.nlm.nih.gov/24956374/ - Z. Morales, et al. “Vocal disinhibition (grunting) does not increase dead lift force in college athletes.” Perceptual and Motor Skills, 1999.
https://pubmed.ncbi.nlm.nih.gov/10544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