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HUNTER』의 히소카는 어떻게 봐도 위험한 인물이다.
강한 상대와 싸우는 데 이상할 만큼 흥분하고, 장래가 유망한 소년을 '덜 익은 과일'이라며 지켜보다가 충분히 자라면 사냥하려 든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되는 부류다.
그런데 천공투기장 편부터 그리드 아일랜드 편까지 행동을 쭉 늘어놓으면 다른 얼굴이 보인다.
이 녀석, 변태 짓은 다 하면서 곤한테는 묘하게 좋은 선배 아닌가?
천공투기장에서는 사실상 "아직 오지 마"라며 지켜 준다
천공투기장 200층에 도달한 곤과 키르아는 아직 넨을 몰랐다.
그대로 올라가면 넨 능력자에게 일방적으로 '세례'를 받고 재기불능이 될 위험까지 있었다. 그래서 히소카는 두 사람 앞에 서서 넨의 압박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겉보기엔 방해지만 실상은 꽤 교육적이다.
- 지금 실력으로는 위험하다고 막는다
- 넨을 익히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 최소한의 기준을 채우면 통과시킨다
- 그 뒤에는 실전 상대로서 성장을 확인한다
지도자로서 보면 합격 기준이 분명하고 말 바꾸기도 적다.
목적이 '나중에 내가 즐겁게 싸우려고'라서 윤리관은 완전히 끝장났지만, 육성 방식만 놓고 보면 앞뒤가 맞는다.
그리드 아일랜드 편에서는 완전히 믿음직한 조력자가 된다
그리드 아일랜드 편의 히소카는 더 이상하다.
원래는 적에 가까운 인물인데, 곤 일행이 권하자 레이저와의 피구 승부에 참가해서 평범한 팀원처럼 일한다.
게다가 일의 완성도가 높다.
- 레이저의 공을 받아 낸다
- 번지검으로 공의 궤도를 조절한다
- 손가락이 부러져도 빠지지 않는다
- 곤이 고집하는 '완벽한 형태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해 준다
- 마지막에는 반사로 승리를 확정 짓는다
곤, 키르아, 히소카가 힘을 합쳐 레이저의 공을 받아 내는 장면만 떼어 보면 완전히 소년 만화 속 동료 팀이다.
나중에 서로 죽일 예정이 있다는 점만 빼면, 이미 목숨을 건 공놀이를 함께 한 사이다.
번지검 강의까지 시작하는 히소카 코치
그리드 아일랜드 편에서는 히소카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번지검 강의까지 한다.
번지검이 '고무와 껌, 두 가지 성질을 모두 지닌' 능력이라고 설명하고, 그 자리에서 실전 활용까지 보여 준다.
- 공에 붙인다
- 충격을 받아 낸다
- 신축성을 이용한다
- 궤도를 바꾼다
- 반사해서 상대에게 돌려보낸다
능력 설명, 시범, 응용, 성공 사례까지 한 세트로 갖춰져 있다.
천공투기장에서는 "넨을 익히고 와라", 그리드 아일랜드에서는 "선생님 능력을 보고 배워라", 마지막에는 "다 자라면 선생님이랑 싸우자".
교육 방침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일관된다.
히소카는 윤리관이 증발해 버린 열혈 육성 코치다.
곤의 최고 도달점은 '곤 아저씨(곤상)'일까?
히소카는 곤이 더 성장해서 충분히 익은 뒤에 싸우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그 완성형이 '곤상'일까? 곤상은 성인이 된 곤의 모습을 가리키는 팬들의 표현이다.
여기는 조금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 좋다.
곤상은 평범하게 수련해서 어른이 된 곤이라기보다, 미래에 얻을 힘을 제약과 서약으로 일시적으로 끌어낸 비정상적인 형태다.
피토를 속도와 출력으로 압도하고 일방적으로 부술 만한 힘을 얻은 대신, 그 뒤의 인생과 넨 능력을 거의 내던졌다.
즉 히소카가 기다리는 '완성된 곤'과 곤상은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히소카가 바라는 건 아마 이런 곤일 것이다.
- 몸과 오라가 충분히 성장했다
- 실전 경험을 쌓았다
- 넨 기술과 응용력이 있다
- 수 싸움이 성립한다
- 목숨을 건 싸움을 즐길 여유가 있다
반면 곤상은 피토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만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비상용 파괴 형태에 가깝다.
히소카가 키우던 덜 익은 과일이 익은 게 아니라, 나무째 갑자기 핵폭발한 상태다.
히소카 대 곤상이라면, 역시 곤상이 위일까?
작중에 직접 비교하는 장면은 없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묘사로 보면 곤상이 크게 위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히소카의 강점은 단순한 오라양만이 아니다.
- 번지검의 응용력
- 상대의 능력을 읽는 관찰력
- 전장을 이용하는 판단력
- 거짓말과 도발을 쓰는 심리전
- 대미지를 입으면서도 승기를 만드는 전투 센스
하지만 곤상은 피토가 반응하지 못하는 속도로 움직였고, 평범한 공격으로도 치명상을 입혔다.
기초 출력과 속도 차이가 너무 크면 히소카가 전술을 짜기도 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히소카에게 이상적인 상대는 그냥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가 아니다.
자기도 죽을 수 있지만, 궁리와 수 싸움으로 승패를 흔들 수 있는 상대다.
그런 의미에서 곤상은 너무 강해서 히소카 취향의 게임이 안 될지도 모른다.
히소카가 정말 사냥하고 싶은 강함은 '크롤로급'일까?
히소카가 가장 오래 집착해 온 완성품이 크롤로라는 점을 생각하면, 답은 꽤 '그렇다'에 가깝다.
크롤로는 단순한 전투력뿐 아니라 능력 조합, 준비, 전장 설계, 심리전까지 포함해 히소카와 승부할 수 있다.
천공투기장에서의 대결에서는 크롤로가 여러 능력과 대량의 관객을 이용해 히소카를 확실히 죽일 수순을 짰다.
결과만 보면 크롤로의 완승이지만, 크롤로만 한 인물이 거기까지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히소카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히소카가 원하는 상대는 아마 다음 조건을 만족할 것이다.
-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으로 강하다
- 능력이 복잡해서 공략하는 보람이 있다
- 한 수만 실수해도 자신이 죽는다
- 그래도 수 싸움으로 이길 여지가 있다
- 싸우는 것 자체에 큰 쾌감이 있다
크롤로는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채운다.
일루미도 히소카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충분히 사냥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크롤로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완숙품'이다.
곤과 키르아는 장래성까지 포함한 육성 담당. 크롤로는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완성품.
변태와 명코치가 공존한다
히소카의 재미는 변태적인 욕망과 육성자로서의 합리성이 모순 없이 한 몸에 있다는 점이다.
보통의 적이라면 위험한 재능은 미숙할 때 짓밟는다.
하지만 히소카는 반대다.
- 미숙하면 지켜 준다
- 기초를 익히게 한다
- 실전 경험을 쌓게 한다
- 자기 능력까지 교재로 보여 준다
- 최고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린다
- 마지막에 자기가 사냥한다
제자의 성공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목표는 제자와의 목숨을 건 싸움이다.
교육열은 높은데, 교육 목적만 완전히 범죄자다.
그래도 그리드 아일랜드 편의 히소카는 틀림없이 믿음직하다. 곤이 보기에도 인격은 못 믿겠지만 능력과 전투 판단은 믿을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있다.
천공투기장에서 기초 강습, 그리드 아일랜드에서 실전 지도, 졸업 시험은 선생님 본인과의 목숨 건 싸움.
히소카는 역시 변태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우수한 히소카 코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