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시간시나구 결전에서 조사병단이 거의 전멸한 이유, 리바이가 지크를 즉시 죽이지 않은 이유, 척수액 와인 사건과 리바이의 부하들, 그리고 피크의 차력 거인 얼굴에 관한 이야기.
작품 결말까지 중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겼는데 병단이 사라졌다
월 마리아 탈환전은 이상한 승리다. 조사병단은 성벽을 되찾고 지하실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런데 돌아온 대원은 고작 아홉 명이다. 엘빈 단장도 죽는다. 목표 달성이라는 문구 옆에 사실상 조직 붕괴라는 영수증이 붙어 있는 셈이다.
짐승 거인이 돌을 던지는 장면을 다시 보면 정말 끔찍하다. 신병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지크는 사람을 상대로 야구 투구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제목 '퍼펙트 게임'이 더욱 잔인하다.
엘빈은 왜 신병들을 돌격시켰나
정면에서 리바이가 접근하면 투석에 걸린다. 말까지 잃으면 퇴로도 사라진다. 엘빈은 자신과 신병들이 말을 타고 돌격해 지크의 시선을 붙잡는 동안, 리바이가 주변 거인들을 발판 삼아 접근하도록 했다.
신병들은 죽음이 두렵다. 엘빈도 알고 있다. 더구나 평생 궁금했던 지하실의 해답이 코앞이다. 그런데 그 꿈을 내려놓고 직접 선두에 선다.
명연설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동시에 '저 신병들은 무슨 죄야'라는 생각이 든다. 감동과 잔혹함이 동시에 성립하기 때문에 이 장면이 오래 남는다.
리바이는 지크를 왜 바로 죽이지 않았을까
리바이는 짐승 거인을 압도했고 지크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인화 주사로 죽어 가는 아군을 거인으로 만든 뒤 지크를 먹게 하면, 짐승 거인의 힘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짧은 순간, 피크가 차력 거인으로 나타나 지크를 구출한다. 리바이가 결투에서 진 게 아니다. 결투는 이겼지만 포로를 놓쳤다. 돌격으로 얻은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너무 쓰리다.
지크의 피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지크의 척수액이 섞인 와인이 병단에 퍼진다. 숲에서 지크를 감시하던 병사 약 서른 명이 그의 외침에 거인으로 변하고, 리바이가 직접 처치해야 한다. 픽시스를 비롯한 군 지휘부도 피해를 입는다.
리바이와 일대일로 붙으면 지크는 번번이 밀린다. 그런데 조직 전체에 끼치는 손해는 어마어마하다. 개인전 성적은 처참한데 병단 피해액은 역대급. 점수판보다 손익계산서가 무서운 적이다.
'리바이반 전멸'에는 서로 다른 비극이 있다
초대 리바이반의 페트라, 오르오, 엘드, 군타는 여성형 거인에게 전원 살해당했다. 이후 새로 꾸린 리바이반에는 에렌, 미카사, 아르민, 장, 코니, 사샤 등이 있었다. 이들이 시간시나에서 전원 죽은 것은 아니다. 숲에서 거인으로 변한 약 서른 명도 지크 경비를 담당한 별도의 부대다.
구분하면 오히려 더 슬프다. 정예 동료를 잃고, 엘빈과 많은 병사를 잃고, 나중에는 자기 부하를 자신의 손으로 베어야 했다. 인류 최강이라는 칭호가 동료들의 생존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차력 거인의 얼굴은 왜 이렇게 달라 보일까
처음 본 차력 거인의 기묘한 얼굴과 나중에 등장하는 피크 핑거의 모습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만화 제작 당시 캐릭터 구상이 바뀐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작가 인터뷰를 소개하는 2차 자료에 따르면, 처음에는 인간 계승자를 중년 남성으로 구상했다가 피크라는 여성 인물로 바꿨다고 한다.
이는 작품 속에서 얼굴이 갑자기 변했다는 설정이 아니라 디자인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훗날 피크의 정체를 알고 구출 장면을 보면 묘하게 웃기다. 저 독특한 얼굴의 거인이 지크를 들고 튀면서 역사를 바꿔 버렸으니.
그때 지크를 죽였다면 땅울림도 달라졌을까
이 부분은 가정이다.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지크는 나중에 에렌이 시조의 힘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시간시나에서 죽었다면 둘의 계획은 동일한 경로로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땅울림의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엘빈과 신병들이 만든 단 한 번의 기회로 리바이는 승리했다. 그러나 지크는 살아남았고 피해는 이어졌다. 한 번의 전투에서 이기는 것과 전쟁을 끝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