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음성으로 한꺼번에 말한다. 대화형 AI가 개발 지시문으로 정리하고, 코딩 AI가 실제 앱을 만든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에만 있던 것이 화면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장 재밌는 순간이 출시 버튼을 누를 때가 아니라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장면 자체가 취미라면?
한 개인 개발 사례에서는 작동하는 시제품을 만드는 데 약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개발 기간도, 품질 검사가 끝났다는 뜻도 아니다. 핵심은 그 이틀 동안 사람이 계속 코드를 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획자는 말한다. AI는 만든다. 가장 신난 사람은 기획자다
먼저 떠오른 생각을 ChatGPT 같은 대화형 AI에 쏟아낸다. 긴 요구 사항을 기억할 필요 없이 “이걸 개발 지시문으로 바꿔 줘”라고 한다. 그런 다음 Claude 같은 코딩 AI에 작업을 맡긴다. 사람은 결과를 확인하고 방향을 정한다.
예를 들어 랜덤 일러스트를 뽑는 가챠 앱을 만들고 싶다고 하자. “뽑을 때 연출이 필요해”, “한 번 더 누르고 싶어야지”, “이 버튼은 재미없어”라고 이야기한다. AI는 화면과 기능을 구현한다.
일을 엄청나게 잘 시키는 상사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상사는 다음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더 바쁘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어디를 고칠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타이핑을 줄여도 창작의 주도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몰입하면 걱정이 잠시 멀어지는 이유
자신의 생각이 눈앞에서 움직일 때는 주의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한다. 걱정이 덜 떠오르고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심리학의 '몰입 상태'와 닮았다. 다만 이런 경험담만으로 특정 심리 상태를 확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 방식의 당사자는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하지 않는다. 말로 아이디어를 남기고 AI에 일을 넘길 수 있어 언제든 구간을 나누기 쉽다. 즐겁게 집중하는 것과 집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곤란한 것은 별개다.
걱정이 잠시 줄었다는 체험을 곧바로 불안 장애의 치료 효과로 확대 해석할 이유도 없다.
머리를 안 쓰는 게 아니라 귀찮은 부담을 밖으로 보낸다
요구 사항을 외우고, 정리하고, 코드를 쓰고, 수정 내역을 관리하는 데도 정신적 에너지가 든다. 연구에서는 이런 부담 일부를 외부 도구에 맡기는 것을 '인지적 오프로딩'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에 할 일을 기록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대신 사람은 “무엇을 만들까?”, “이건 재밌나?”, “다음엔 어떻게 바꿀까?”에 집중한다.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기결정성이론에서는 스스로 선택하는 감각과 능력을 발휘한다는 감각이 동기와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를 막연히 자존감이 높아졌다고만 부르기보다, 자율성과 성취감이 창작의 즐거움에 힘을 보탠다고 보는 편이 낫다.
완성이 결승점이 아니라 제작 과정이 본편이다
“이거 만들 수 있어?” “됐네!” “잠깐, 이것도 가능해?” 이 짧은 왕복이 계속된다.
AI 덕분에 아이디어와 작동 결과 사이의 대기 시간이 짧아지면, 호기심에 대한 답을 빠르게 볼 수 있다. 완성된 앱은 기념품이고, 현실로 바뀌는 과정을 보는 것이 진짜 놀이가 된다.
사람은 기능을 하나 더 제안한다. AI는 화면을 바꾼다. 사람은 신나서 또 말한다. 이쯤 되면 코딩 AI의 휴가가 걱정될 지경이다.
가입이 없는 가챠도 보안 점검은 필요하다
이름, 사진, 계정을 받지 않는 일러스트 가챠라면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접속 로그에 IP 주소가 남거나 광고 업체가 식별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API 키 노출도 조심해야 한다.
개인 프로젝트는 개인 장비와 계정으로 운영하고, 업무 자료나 기밀 파일을 섞지 않는다. 공개 전에는 AI가 만든 코드의 키 노출, 권한, 기본 동작을 확인한다. 이름을 받지 않는 것과 보안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다르다.
결국 취미의 이름은 '아이디어를 실물로 바꾸기'
사람이 상상한다. AI가 정리한다. 또 다른 AI가 만든다. 사람은 결과를 보고 웃으며 다시 상상한다.
코딩을 직접 다 하지 않아도 창작의 쾌감을 누릴 수 있다. 그림 가챠에서 무엇이 나올지도 즐겁지만, 가장 신나는 뽑기는 어쩌면 내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에 꺼내는 뽑기인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Risko & Gilbert (2016), https://doi.org/10.1016/j.tics.2016.07.002 ; 자기결정성이론, https://selfdeterminationtheory.org/the-theory/ ; Lu 외 (2025), https://doi.org/10.1007/s00426-025-02128-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