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가는데 왜 ‘순례’를 떠난다고 할까? 목적지는 고대 사원이 아니다. 웃는 비버가 간판에 붙어 있는 미국의 초대형 휴게 시설, 버키스(Buc-ee's)다. 온라인에서는 이곳을 ‘Al Buqqi’라고 부르고, 매장 방문을 인생의 중대한 여정처럼 연출한다. 실제 종교 행사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과장해서 노는 밈이다.
Know Your Meme에 따르면, 비버 그림과 아랍어풍 표기를 결합한 깃발 같은 이미지가 먼저 등장했다. 이후 2026년 8월 말부터 9월 사이 미국의 틱톡 등을 중심으로 버키스를 향한 드라이브를 장엄한 순례처럼 꾸민 영상이 퍼졌다. 최초 틱톡 영상 자체는 이번에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시기와 유래는 해당 해설 매체의 설명을 따른다.
그런데 이 농담은 실제 버키스의 규모를 생각하면 더 웃기다. 차에는 기름을 넣고, 사람은 과자와 음료를 고르고, 선물까지 사게 된다. 화장실에 잠깐 들르려다 쇼핑 일정이 생기는 곳이다. 단순한 주유소였으면 과장이라고 끝났겠지만, 이미 작은 관광지처럼 움직이는 공간인 셈이다.
가상의 대화로 만들면 이렇다.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비버 간판 아래에 도착한 순간.” 웃음의 대상은 특정 신앙이 아니라, 편의점 쇼핑에 대서사시의 무게를 얹는 온도 차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중요한 줄 알았는데, 정작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는 계산대에서 터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