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분에 100배 빨라졌는데, 왜 퇴근 시간은 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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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분에 100배 빨라졌는데, 왜 퇴근 시간은 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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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글을 쓰고, 작은 앱을 만들고, 다음 아이디어까지 내놓는다. 사람은 영상 한 편 틀어 놓고 중간중간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밤이 됐는데도 할 일이 끝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만큼 만들고 싶은 것도 늘었다.

분명 시간을 아꼈는데, 그 시간은 다 어디로 간 걸까?

1. 생산성이 높아져도 쉬는 시간이 늘지는 않는다

가령 예전에는 8시간 동안 글 10편을 만들었는데, AI를 이용한 뒤에는 같은 8시간에 1,000편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 보자. 실제 측정값이 아니라 설명을 위한 가정이다.

투입한 시간은 똑같다. 결과물은 100배다.

이걸 두고 “아직도 8시간이나 일하네?”라고 하면 좀 억울하다. 일 하나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남은 시간에 일을 더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AI가 없던 시절에도 일을 빨리 끝내면 다음 일이 떨어졌다. 야근은 챗봇이 발명한 게 아니다.

1955년 풍자 글에서 유래한 파킨슨의 법칙에는 일이 주어진 시간을 채울 만큼 늘어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직장에 통하는 과학 공식은 아니지만, 빨리 끝낸 대가로 새 업무를 받는 풍경과는 꽤 잘 어울린다.

효율이 좋아지면서 이용량도 늘어나는 현상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반동 효과와도 닮았다. 다만 AI 노동에도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없앤 건 할 일 목록이 아니라, “이건 시간이 없어서 못 해”라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2. 많이 만들었다고 성과가 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양이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2026년 10월에 발표된 한 개발 조직의 글은 AI로 아낀 시간을 기능 추가에만 쓰지 말고, 개발자는 사업 성과를 이해하고 영업 등 다른 부서도 직접 시제품과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제품 개발이라면 충분히 일리 있다. 버튼을 100개 더 만들어 놓고 생산성이 올랐다고 자랑하면, 사용자는 뒤로 가기 버튼부터 찾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개의 글로 작은 검색 수요를 모으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한 글이 한 달에 1,000번 읽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글 100개가 각각 10번씩 읽혀도 합계는 1,000번이다. 물론 모든 글에 실제 독자가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듯한 질문이라도, 답을 모아 두면 작은 관심이 모인다. 이른바 롱테일이다.

대량 생산은 대박 글을 찾는 방법일 뿐 아니라, 작아서 놓치기 쉬운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글 1,000개를 올리면 1,000개 모두 검색에 뜨는 건 아니다. 비슷한 글끼리 독자를 나눠 가질 수도 있다. 구글 역시 검색 순위를 조작하려고 독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페이지를 대량 생성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다.

창고를 가득 채우는 것과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다르다.

3. 회사에서 기능을 더 만드는 일과 개인이 글을 쌓는 일

회사에서는 기능이 늘어날 때마다 오류 점검, 고객 문의, 사용법 설명도 늘 수 있다. 그래서 개발자가 사업 지표를 보고, 영업 담당자가 AI로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식의 협업이 유효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근무 시간이 자동으로 줄지는 않는다. 개발 회의가 분석 회의로 바뀌었을 뿐 달력은 여전히 빽빽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이 유용한 글이나 작은 도구를 차곡차곡 만들어 두면 몇 달 뒤에도 누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하나를 추가로 만드는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면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작은 주제도 시도할 만하다.

실험이 늘면 무엇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물론 관리와 수정에는 여전히 시간이 든다. 자동화는 공짜 마법이 아니다.

4. 그만 만들기보다, 만들어 놓은 것이 어떻게 됐는지 보자

예를 들어 글 100개를 추가했다면 약 90일 뒤에 공개 여부, 검색 노출, 방문자 증가, 수정 부담을 살펴보자. 90일은 비교해 볼 기간의 예시일 뿐 성과가 보장되는 시한이 아니다.

글만 늘고 독자가 늘지 않는다면 주제, 품질, 발견되는 경로를 바꿀 차례다.

만든다 → 사람들에게 닿게 한다 → 반응을 본다 → 다음에 만들 것을 바꾼다.

이 과정과 대량 생산은 충돌하지 않는다. AI가 계속 만들고 있는 동안 사람은 결과를 살펴볼 수도 있으니까.

늘어난 가치가 회사에 쌓이는지, 고객에게 돌아가는지, 자신이 소유한 자산이 되는지도 중요하다.

AI가 보장하는 건 더 짧은 근무 시간이 아니다. 같은 시간으로 무엇을 할지 고를 수 있는 여지다.

쉬고 싶으면 쉬면 된다. 더 만들고 싶다면 그것도 선택이다.

AI에게 일을 줄여 달랬더니 새 아이디어가 200개 생겼다.

이쯤 되면 공범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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