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생성형 AI, RPA, Codex.
최근 몇 년 사이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글 초안은 AI가 써 준다. 엑셀 집계도 AI에게 물어보면 된다. RPA(사람이 컴퓨터 화면에서 하는 클릭과 입력을 대신 반복해 주는 소프트웨어 로봇)를 쓰면 화면 조작이나 데이터 옮겨 적기도 자동화할 수 있다. Codex처럼 일을 직접 실행하는 AI를 쓰면 기사, 랜딩 페이지, 코드, 자료, 데이터 처리, 개선안까지 꽤 많은 작업을 한꺼번에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막상 현장을 보면 이런 일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 엑셀을 연다
- 복사한다
- 붙여 넣는다
- 눈으로 확인한다
- 다른 시스템에 다시 옮겨 적는다
- 실수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한다
- 회의에서 또 확인한다
- 수정 요청을 받고 또 손으로 고친다
이쯤 되면 AI 시대의 죽창 노동이다. (일본에서 '죽창'은 전쟁 말기에 현대식 무기 앞에서 대나무 창으로 맞서라고 했던 데서 나온 말로, 노력은 엄청난데 도구가 틀렸다는 뜻이다.)
물론 엑셀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엑셀은 강하다. 표 계산, 집계, 간이 데이터베이스, 양식, 그래프, 확인표, 관리표, 그리고 현장의 임시 대피소로서 지금도 아주 훌륭하다.
문제는 엑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엑셀로 할 수 있는 일을 언제까지고 사람 손, 눈, 근성, 회의 확인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률을 보면 아직 꽤 초기 단계다
"지금은 다들 AI나 RPA를 쓰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ChatGPT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아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센서타워의 추정으로 ChatGPT 앱은 2026년 5월에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에 도달했다.
반면 일의 실행 단계까지 AI나 자동화에 맡기는 사람은 아직 꽤 적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OpenAI의 Codex는 2026년 6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었다. 그중 지식 노동자는 약 5분의 1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OpenAI의 실행형 AI 도구인데 이용자는 주 500만 명 남짓이다. 일본 아이치현(도요타가 있는 일본 중부 지역)의 인구보다 적은 규모다.
ChatGPT 앱의 월간 10억 명과 비교하면 Codex의 주간 500만 명 남짓은 상당히 작다.
즉 이런 격차가 있다.
- AI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늘었다
- AI로 글을 다듬는 사람도 늘었다
- 하지만 AI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아직 적다
- 게다가 AI가 실행할 수 있는 단위로 일을 쪼개서 맡길 수 있는 사람은 훨씬 더 적다
여기에 큰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RPA 도입률도 아직 전혀 높지 않다
RPA도 마찬가지다.
RPA는 사람이 컴퓨터에서 하는 정형 작업을 소프트웨어 로봇이 대신하게 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입력, 옮겨 적기, 집계, 검증, 양식 작성, 여러 시스템에 걸친 작업 등 엑셀 수작업과 궁합이 좋다.
그런데 스타티어레이즈의 2024년도판 조사에서 일본 기업 전체의 RPA 도입률은 13.04%였다. 중소기업은 8.51%, 대기업도 27.69%에 그친다.
다시 말해 일본 기업 대부분은 아직 RPA를 도입하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RPA 도입 전의 과제로는 1위가 '수작업 업무가 많다(입력, 옮겨 적기, 등록 등)', 2위가 '수작업 때문에 실수가 많다'였다.
이건 꽤 상징적이다.
현장에는 수작업이 많다. 실수도 많다. 일손도 부족하다. 그래도 RPA 도입률은 아직 13% 정도다.
'수작업이 많으니 자동화하고 싶다'는 수요는 있는데, 실제로는 많은 회사가 여전히 수작업에서 멈춰 있다.
신입의 실수는 인격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로 없앤다
이 이야기는 신입 교육과도 이어진다.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 신입이 입력을 잘못한다
- 신입이 파일 이름을 틀린다
- 신입이 저장 위치를 잘못 잡는다
- 신입이 확인 항목을 빼먹는다
- 신입이 오래된 양식을 쓴다
- 신입이 마감이나 요청처를 착각한다
그러면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신입은 실수가 많아." "제대로 확인 좀 해." "전에도 말했잖아." "왜 같은 실수를 하는 거야?"
하지만 여기서 따져 볼 것은 신입의 인격이나 주의력만이 아니다.
오히려 봐야 할 것은 신입이 실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이다.
신입은 아직 업무의 배경을 모른다. 암묵적인 규칙도 모른다. 전임자의 버릇도 모른다. 왜 그 열을 보는지, 왜 파일 이름이 그런지, 왜 그 확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자유 입력, 눈으로 확인, 말로 하는 설명, 손으로 옮겨 적기, 특정 사람에게 달린 검토 속으로 던져 넣으면 실수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매번 혼내기보다 처음부터 실수가 잘 안 나는 구조로 만드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이런 개선만으로도 상당히 달라진다.
- 손으로 입력하지 않고 드롭다운으로 바꾼다
- 자유 서술 대신 선택식으로 바꾼다
- 날짜나 금액에 입력 규칙을 건다
- 필수 항목이 비어 있으면 경고를 띄운다
- 파일 이름을 자동으로 만든다
- 저장 위치를 고정한다
- 오래된 양식은 쓸 수 없게 한다
- 입력 내용의 모순을 자동으로 점검한다
- 오류 후보만 목록으로 보여 준다
- 전송 전에 확인 화면을 띄운다
- 작업 완료 기록을 남긴다
- 자주 하는 실수를 체크리스트로 만든다
신입을 오냐오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르쳐야 할 내용을 시스템 쪽에 심어 두자는 이야기다.
사람에게 "조심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엑셀의 입력 규칙, VBA(엑셀에 내장된 매크로 언어), RPA, 입력 폼, 체크리스트, AI 검토로 실수가 나기 어려운 동선을 만드는 편이 빠르다.
게다가 그쪽이 신입에게도 편하다.
신입은 매번 혼나지 않아도 된다. 교육 담당자도 매번 같은 주의를 주지 않아도 된다. 관리자도 실수 뒤처리에 쫓기는 일이 줄어든다.
그러니 실수 방지를 구조화하는 것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다.
신입과 가르치는 쪽 모두의 정신적 비용을 낮추는 안전 설계다.
"신입이 실수가 많다"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확인할 것은 신입의 성격이 아니다.
그 업무가 실수를 부르는 죽창 같은 설계가 아닌지다.
생성형 AI도 회사 단위로는 아직 멈춰 있다
생성형 AI도 개인이 느끼는 체감 이용과 회사의 실제 도입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로이터가 2024년 7월에 보도한 닛케이리서치 조사에서 일본 기업의 약 24%가 AI를 이미 도입했고, 35%가 도입 예정, 41%가 도입 계획 없음이었다.
즉 AI가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썩해도 회사 단위로 보면 도입한 곳은 네 곳 중 한 곳 정도다. 약 40%는 '쓸 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여기서도 같은 구도가 보인다.
화제는 되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편리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 흐름에 끼워 넣지는 못했다.
ChatGPT를 써 본 사람은 늘었어도, 실제로 업무를 쪼개서 AI, RPA, VBA, Codex에 넘기는 데까지 하는 사람은 아직 적다.
왜 다들 아직도 엑셀 수작업일까
이유는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다.
주된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다.
1. 업무를 쪼개지 못한다
자동화를 하려면 먼저 업무를 잘게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엑셀 옮겨 적기를 자동화하려면 이런 것들을 정해야 한다.
- 입력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가
- 출력은 어디로 가는가
- 어느 열을 어느 열로 옮기는가
- 예외 패턴은 무엇인가
- 오류가 났을 때 멈출 것인가, 기록만 남길 것인가
- 마지막에 사람이 확인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정리가 안 되면 VBA도 RPA도 AI도 움직일 수 없다.
많은 사람은 작업 자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업을 구조화해서 기계에 넘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는 서툴다.
그래서 여기서 멈춘다.
2. 현장의 작업이 특정 사람에게 쏠려 있다
엑셀 수작업은 대개 한 사람에게 쏠린다.
"그 사람이 하고 있어." "전임자한테 인수받았어." "이 셀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이 수식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 "매달 그냥 이 순서로 하고 있어."
이렇게 되면 자동화 이전에 업무의 의미부터 알 수 없다.
의미도 모른 채 RPA를 넣으면 그냥 '정체불명 작업의 고속화'가 된다.
자동화란 작업을 기계로 바꿔 끼우는 일이 아니다. 먼저 작업의 의미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3. VBA나 RPA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엑셀 함수까지는 쓰는 사람이 많아도, VBA나 매크로로 넘어가면 확 줄어든다.
VBA의 정확한 이용률을 보여 주는 공적 데이터는 찾기 어렵다. 다만 현장 체감으로는 엑셀을 쓰는 사람은 많아도 VBA로 업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적다.
게다가 VBA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일이 몰리기 쉽다.
그 결과는 이렇다.
- 수작업은 많다
- 자동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의뢰가 모인다
- 그 사람이 해결사 신세가 된다
- 유지보수할 사람이 없다
- 결국 수작업으로 돌아간다
구멍투성이 동물원이다. (일손은 모자라고 곳곳이 땜질인 직장을 내가 이렇게 부른다.)
4. AI를 '상담 상대'에서 멈춘다
ChatGPT를 쓰는 사람도 대부분은 아직 상담 상대로 쓴다.
- 글 좀 고쳐 줘
- 요약해 줘
- 아이디어 좀 내 줘
- 메일 써 줘
이것도 나름대로 편리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AI는 편리한 메모장으로 끝난다.
진짜 강한 건 그 너머다.
- 업무를 쪼갠다
- 요구 사항으로 정리한다
- 마크다운(간단한 텍스트 서식)으로 만든다
- Codex에 넘긴다
- GitHub(코드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사이트)에 반영한다
- 랜딩 페이지, 기사, 앱에 반영한다
- 자동화 스크립트로 만든다
- 테스트 항목까지 만든다
AI에게 묻는 게 아니라 AI에게 일을 맡긴다.
이 단계까지 가는 사람은 아직 적다.
5. 회사가 리스크를 무서워한다
회사에서 AI나 RPA를 쓰려면 리스크도 있다.
- 개인정보
- 기밀 정보
- 권한 관리
- 잘못된 출력
- 책임 소재
- 보안
- 현장의 반발
- 기존 업무와의 정합성
이런 점을 생각하면 회사가 신중해지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신중한 것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다르다.
개인정보는 넣지 않는다. 로컬에서 처리한다. 가짜 데이터로 시험해 본다. 사람의 검토를 남긴다. 출력 결과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 기록을 남긴다.
이렇게 운영을 설계하면 처음부터 전사 도입을 하지 않아도 작게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무서우니까 전부 금지'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현장은 언제까지고 엑셀 수작업 그대로다.
엑셀 수작업 경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남는다
여기까지 보면 현장의 엑셀 수작업은 앞으로도 한동안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 RPA 도입률은 일본 기업 전체로 13% 정도
- 중소기업은 10% 미만
- 생성형 AI도 기업 도입은 네 곳 중 한 곳 정도
- Codex의 주간 이용자는 전 세계에서 500만 명 남짓일 뿐
- VBA나 RPA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 업무를 쪼개서 AI에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더 적다
다시 말해 세상은 아직 'AI가 일을 실행하는 시대'에 완전히 들어서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AI가 대단하다. SNS에서도 AI 활용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직 복붙, 옮겨 적기, 눈으로 확인, 회의 확인이 남아 있다.
이건 비관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다.
앞으로 값어치가 나오는 사람은 '업무 배관공'
AI 시대에 값어치가 나오는 건 그냥 AI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업무를 AI, RPA, VBA, Codex에 넘길 수 있는 형태로 바꿔 주는 사람이 값어치가 있다.
말하자면 업무 배관공이다.
현장에는 제각각인 작업이 있다. 엑셀이 있다. 메일이 있다. PDF가 있다. 손으로 쓴 메모가 있다. 회의가 있다. 특정 사람에게만 있는 암묵지가 있다.
이것들을 다음과 같이 바꾼다.
- 작업 목적
- 입력 정보
- 출력 형식
- 판단 기준
- 예외 처리
- 검토 방법
- 자동화할 수 있는 범위
- 사람이 보는 범위
- Codex나 RPA에 넘길 지시
여기까지 풀어 낼 수 있는 사람이 강하다.
AI 시대의 일은 '전부 혼자 작업하는 사람'에서 'AI에게 넘길 수 있게 설계하는 사람'으로 옮겨 간다.
'AI를 쓸 수 있다'보다 '일을 맡길 수 있다'가 강하다
앞으로 차이를 만드는 건 AI를 써 봤느냐가 아니다.
AI를 써 본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ChatGPT를 만져 본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글 생성이나 요약 정도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음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적다.
- 자기 업무를 쪼갠다
- 수작업을 자동화 후보로 골라낸다
- 엑셀의 어느 열을 쓸지 정한다
- 예외 처리를 정의한다
- AI에게 넘길 마크다운을 만든다
- Codex에 완료 조건을 건넨다
- 랜딩 페이지, 기사, 앱에 반영한다
- 결과를 보고 개선한다
여기서 차이가 난다.
그러니 앞으로의 우위는 'AI 이용자'가 아니라 'AI 실행 설계자'에게 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수작업
그럼 어디서부터 자동화하면 될까.
가장 먼저 볼 것은 다음과 같은 작업이다.
1. 매달, 매주, 매일 반복하는 작업
반복 빈도가 높은 작업은 자동화 효과가 크게 나온다.
매달 1시간이어도 1년이면 12시간이다. 여러 사람이 하고 있다면 더 커진다.
2. 복사 & 붙여넣기가 많은 작업
복붙은 자동화 후보다. 사람이 할 의미가 별로 없다.
다만 예외 판단이 많다면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반자동화부터 시작한다.
3. 눈으로 하는 확인이 많은 작업
눈으로 확인하는 건 피곤하다. 실수도 나온다.
확인 조건이 명확하다면 엑셀 함수, VBA, Python, AI, RPA로 상당히 줄일 수 있다.
4. 회의에서 매번 확인하는 작업
회의에서 매번 확인하는 내용은 미리 표나 체크리스트로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에서 묻는다'를 '미리 입력받는다'로 바꾸기만 해도 효율이 꽤 올라간다.
5. 전임자만 아는 작업
전임자만 아는 작업은 위험하다.
먼저 표준서로 만든다. 그런 다음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표준화 없는 자동화는 위험하다. 영문 모를 작업을 빠르게 돌리는 데 그치게 된다.
6. 신입이 자주 실수하는 작업
신입이 자주 실수하는 작업은 자동화와 표준화의 우선순위가 높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보통 다음 중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 규칙이 암묵지로 되어 있다
- 입력란이 너무 자유롭다
- 판단 기준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 예외 처리가 사람의 기억에 의존한다
- 점검 항목이 너무 많다
- 실수를 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구조다
이건 신입의 문제라기보다 업무 설계의 문제다.
신입이 실수하는 곳에서는 베테랑도 피곤하면 실수한다. 신입이 막히는 곳은 인수인계에서도 막힌다. 신입이 이해하지 못하는 곳은 표준서로도 옮겨 적지 못한 곳이다.
그러니 신입의 실수는 귀중한 디버그 로그다. (디버그 로그는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찾을 때 읽는 기록이다.)
'또 실수했네'라고 보지 말고 '여기는 사람에게 주의력을 너무 요구하고 있구나'라고 본다.
그 시각만 가져도 교육이 훨씬 편해진다.
죽창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순서
갑자기 전사 디지털 전환을 할 필요는 없다.
우선 작게 시작하면 된다.
Step 1: 수작업을 하나 고른다
매달 하는 엑셀 작업을 하나 고른다. 옮겨 적기, 집계, 점검, 파일 이름 확인, PDF 목록 만들기 정도면 충분하다.
Step 2: 작업 순서를 글로 쓴다
남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순서를 적는다.
- 어떤 파일을 여는가
- 어느 열을 보는가
- 어떤 조건으로 판단하는가
- 결과를 어디에 내는가
- 예외는 어떻게 하는가
Step 3: AI에게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묻는다
ChatGPT 같은 곳에 이렇게 묻는다.
이 작업 순서 중에서 엑셀 함수, VBA, RPA, Python, 생성형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 주세요.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반자동화여도 괜찮으니 리스크가 낮은 순서로 제안해 주세요.
Step 4: 우선 반자동화한다
처음부터 완전 자동화는 하지 않는다.
먼저 확인표를 만든다. 오류 후보만 보여 준다. 버튼 하나로 집계한다. 옮겨 적기 전의 점검만 자동화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Step 5: 잘 되면 템플릿으로 만든다
하나가 되면 템플릿으로 만든다.
- 절차서
- 체크리스트
- VBA 코드
- RPA 시나리오
- AI 프롬프트
- Codex에 넣을 마크다운
여기까지 남겨 두면 개인의 작업이 자산이 된다.
회사에서는 해결사 신세가 되지 않게 조심하자
다만 회사 안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보이는 사람일수록 떠맡게 된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일수록 짊어지게 된다.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해결사가 된다.
구멍투성이 동물원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
회사가 표준화에 쓸 시간, 책임자, 평가, 유지보수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채 할 수 있는 개인에게만 개선을 빨아들이게 한다.
그 결과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 소진된다.
그래서 회사에서 개선을 제안한다면 다음 네 가지를 세트로 묶어야 한다.
- 누가 판단하는가
- 누가 운영하는가
- 누가 유지보수하는가
- 나는 어디까지 맡는가
여기를 모호하게 둔 채 개선하면 선의가 빨려 나간다.
회사에서는 소모를 최소로. 나의 자산 쪽에서는 전력으로.
이 구분이 중요하다.
정리: 다들 엑셀 수작업을 하는 동안 배관을 만들자
AI는 이미 대단하다. RPA도 있다. VBA도 있다. Codex도 있다.
하지만 이용률을 보면 일의 실행 단계까지 흘려보내는 사람은 아직 적다.
ChatGPT 앱은 월간 10억 명 규모까지 퍼졌다. 반면 Codex는 주간 500만 명 남짓이다. RPA 도입률은 일본 기업 전체로 13.04%다. 일본 기업 중 AI를 이미 도입한 곳은 약 24%다.
즉 세상은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
많은 현장은 아직도 엑셀을 열고, 복붙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회의에서 확인한다.
이건 뒤처진 것이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값어치가 나오는 건 그냥 AI를 만져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업무를 쪼개서 AI, RPA, VBA, Codex에 넘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사람이다.
다들 엑셀 수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배관을 만든다.
원숭이 회의가 복붙하는 동안 뒤에서 마크다운을 흘려보낸다. (원숭이 회의는 다 같이 손으로 복붙만 하는 의미 없는 회의를 내가 이렇게 부르는 말이다.) 엑셀 수작업 경제가 남아 있는 동안 AI 실행 공장을 만든다.
그것이 지금의 승리 공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