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이런 위화감이 들 때가 있다.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한테만 엄하게 말한다.
나에게는
- 야근이 어떻고
- 연차가 어떻고
- 리더십이 어떻고
- 품질관리(QC)나 개선 활동에서 맡은 역할이 어떻고
- 더 고생해 봐야 한다느니
- 그래서는 승진시켜 줄 수 없다느니
하는 압박이 들어온다.
반면 다른 사람은 비슷하게 행동해도 별말이 없다. 오히려 인사도 평범하게 받아 준다. 위압적으로 굴지도 않는다. 승진 심사 대상에도 올려 준다.
이때 드는 감정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다.
"저 사람만 올라가다니 치사하다"기보다는,
왜 나한테만 그 잣대를 대는 거야?
라는 거부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건 평가 기준이 아니라, 만만한 사람한테만 휘두르는 몽둥이 아니야?
라는 느낌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상태를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라고 부르기로 한다.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란 무엇인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란, 상대에 따라 평가 기준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말로 야근이 평가 기준이라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야근을 안 하는 게 문제라면,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본다.
야근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라면,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본다.
연차 사용이 평가와 관련 있다면, 모두에게 설명한다.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모두에게 보여 준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A에게는 "야근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B에게는 칼퇴를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A에게는 "연차를 너무 많이 쓴다"고 말한다.
B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A에게는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B에게는 구체적으로 후배를 도운 실적이 보이지 않아도 승진 추천을 해 준다.
A의 인사는 받아 주지 않는다.
B의 인사는 평범하게 받아 준다.
이렇게 되면 평가받는 쪽은 이렇게 느낀다.
이건 기준이 아니다. 나를 몰아붙일 때만 꺼내 드는 몽둥이다.
이 '몽둥이'의 찜찜함이야말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의 본질이다.
질투가 아니라 '기준을 불균등하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
여기서 중요한 건 남을 끌어내리고 싶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성과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상사나 회사가 보고 있는 실적이 내 쪽에서는 안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위화감은 남는다.
문제는 그 사람의 실력이 아니라, 나에게만 쓰이는 잣대의 일관성이기 때문이다.
질투라면 감정의 중심은 이렇게 된다.
저 사람만 올라가다니 치사하다.
나도 똑같이 대우받고 싶다.
저 사람을 끌어내리고 싶다.
하지만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에 대한 거부감은 다르다.
나한테만 야근, 연차, 리더십을 몽둥이 삼아 휘두르지 마라.
같은 기준이라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라.
다른 사람에게는 안 쓰는 기준이라면, 그건 평가 기준이 아니라 압박 도구 아닌가.
그런 기분에 따른 운용에 내 신경을 휘둘리고 싶지 않다.
이건 꽤 다른 이야기다.
즉 분노의 정체는 질투가 아니라 절차가 불공정하다는 느낌이다.
조직 공정성 관점에서 보면 꽤 타당한 위화감
조직심리학에는 조직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직원들은 결과만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점을 본다.
- 평가와 처우의 절차가 공정한가
- 기준이 일관적인가
- 편향 없이 대하고 있는가
- 충분히 설명해 주는가
-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는가
평가 결과 자체보다, 거기에 이르는 절차나 대우 방식이 불공정해 보일 때 납득감과 신뢰가 떨어지기 쉽다.
그러니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에게만 다른 압박이 들어오면 강한 거부 반응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이건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은 평가 결과만이 아니라 평가 과정도 지켜보고 있다.
'만만해서 그러는 것뿐'으로 보이면 신뢰가 무너진다
특히 힘든 건, 상대가 나를 '말하기 쉬운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보일 때다.
예를 들면 이런 패턴이다.
반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세게 말한다.
설명하려는 사람은 더 몰아붙인다.
일을 잘 받아 주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고생을 떠넘긴다.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더 얹는다.
까다로운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평가 기준은 더 이상 평가 기준이 아니다.
그건
만만한 사람만 고생하는 코스
일 뿐이다.
더 거칠게 말하면
기분 몽둥이
다.
'야근', '연차', '리더십', '태도', 'QC(품질관리 활동)', '마라톤' 같은 말은 언뜻 평가 기준처럼 들린다.
하지만 같은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는 쓰지 않는다면, 그건 기준이 아니라 만만한 사람을 몰아붙이기 위한 도구가 된 것이다.
여기서 사람은 강렬한 혐오감을 느낀다.
내 노력과 행동이 평가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말하기 쉬운지로 대우가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고생해라'를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말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는 가끔 "고생해 봐야 성장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일은 있다. 어려운 일을 하면서 실력이 붙기도 한다. 책임 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생'이 특정 사람에게만 쏠려 있다면, 그건 성장 기회가 아니라 그저 부담 떠넘기기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주어지는 어려운 경험
→ 성장 기회
만만한 사람에게만 넘기는 귀찮은 일
→ 고생 세탁
이 둘을 뒤섞으면 위험하다.
특정 사람에게만
- 야근해라
- 연차 쓰지 마라
- 리더답게 굴어라
- 더 고생해라
- 그래서는 승진시켜 줄 수 없다
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본인의 태도가 아니라 평가 운용의 일관성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올라가는 게 싫다'는 게 아니다
이 주제에서 오해받기 쉬운 건, 화가 난 쪽이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정확히는 이렇다.
그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한테만 야근, 연차, 리더십을 그렇게 몰아붙여 놓고, 비슷한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는 눈곱만큼도 대지 않은 채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찜찜하다.
이건 꽤 냉정한 위화감이다.
상대 개인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평가 운용의 비대칭을 보고 있는 것이다.
즉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규칙을 꺼내는 방식이다.
'리더십'이 뒤늦게 꺼내는 몽둥이가 되면 위험하다
리더십이라는 말은 편리하다.
하지만 너무 편리하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쓰면, 무엇이든 사후에 트집 잡을 수 있다.
발언을 안 하면
→ 리더십이 부족하다
발언을 하면
→ 주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야근을 안 하면
→ 책임감이 부족하다
야근을 하면
→ 생산성이 낮다
연차를 쓰면
→ 태도가 부족하다
연차를 안 쓰면
→ 자기관리가 안 된다
이쯤 되면 더는 평가가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나중에 편리하게 부정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리더십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쪼개야 한다.
예를 들면
- 회의에서 논점을 정리했다
- 후배에게 작업 순서를 설명했다
- 과제를 눈에 보이게 정리했다
- 관계자에게 확인했다
- 기한과 담당자를 분명히 했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 개선안을 냈다
- 업무가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처럼 관찰할 수 있는 행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리더십을 애매한 채로 두면, 만만한 사람만 몰아붙이는 몽둥이가 되기 쉽다.
대처법: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돌아가기
이런 직장에서 가장 위험한 건, 상대의 기분 따라 움직이는 운용을 이해하려고 너무 애쓰는 것이다.
"왜 나한테만?" "내가 잘못한 건가?" "저 사람과 나는 뭐가 다르지?" "뭘 하면 납득해 줄까?"
이렇게 계속 생각하면, 상대의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에 머릿속 에너지를 다 빨리고 만다.
그러니 대처는 단순해도 된다.
1. 기록한다
먼저 사실을 짧게 남긴다.
○월 ○일
야근, 연차, 리더십에 대해 지적받음.
한편 비슷하게 행동하는 다른 팀원에게는 같은 지적이 없음.
평가 기준 적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임.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남긴다.
2. 기준을 확인한다
밖으로 드러낼 때는 강한 말을 쓰지 않는다.
평가나 승진 심사에서
야근 시간, 연차 사용, QC(품질관리 활동)에서의 역할, 리더십 행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기준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또는
저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행동을
구체적인 행동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상대를 탓하는 게 아니라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3. 너무 설명하지 않는다
만만한 상대로 취급당하고 있을 때 변명을 너무 하면 오히려 더 빨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기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4. 회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가 계속되는 직장에서는 평가로 납득하려 너무 애쓰지 않는 편이 좋다.
그 직장은 당신의 능력을 정확히 재는 게 아니라, 회사 사정이나 상사가 말하기 쉬운지에 따라 흔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내 가치를 재지 않는다.
여기에 내 인생의 기준을 맞추지 않는다.
여기서는 관찰하고, 얻을 것을 얻고, 거리를 둔다.
이면 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건 질투가 아니다.
나한테만 고생하라는 건 안 통한다. 같은 기준이라면 모두에게 써라. 다른 사람에게 안 쓰는 기준이라면, 그건 평가 기준이 아니라 만만한 사람한테만 휘두르는 몽둥이다.
이 감각은 꽤 타당하다.
싫은 건 누군가가 인정받는 일이 아니다. 싫은 건 나에게만 다른 잣대를 대고, 그 잣대에 휘둘리는 일이다.
그러니 이 상태에 이름을 붙이자면 이렇다.
늘어났다 줄어드는 자 평가.
그리고 한 단계 더 편하게 말하면,
만만한 사람만 고생하는 코스.
이 코스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평가 기준이 애매하고 상대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내 시간과 신경과 인생을 거기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
그 위화감은 꽤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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