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링크 엔드리스 라그나로크, 본편만큼 볼륨 있다는 말이 이제 이해된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 Endless Ragnarok』에 대해 "본편이랑 비슷한 분량이다"라는 얘기를 미리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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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 Endless Ragnarok』에 대해 "본편이랑 비슷한 분량이다"라는 얘기를 미리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좀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 보니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단순히 스토리나 맵의 길이가 본편과 같다는 얘기가 아니다.

본편에서 한 번 완성했던 보스 공략과 캐릭터 육성을, 다른 난이도 곡선으로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드는 DLC인 것이다.

새로운 적에게 도전하고, 지고, 장비를 다시 살펴보고, 소재를 모으고, 또 도전한다.

본편에서 PROUD 난이도나 후반 보스를 처음 공략하던 시절의 감각이 더 격렬한 형태로 돌아온다.

그래서 플레이 시간의 길이보다 체감 밀도가 훨씬 크다.


바하 무기로도 평범하게 한 방에 죽는다

본편을 파고든 플레이어에게 바하무트 무기는 "여기까지 키우면 강하다"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엔드리스 라그나로크(이하 ER)에 들어갈 때도

이만큼 강화해 놨으면 어느 정도는 밀어붙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CHAOS 구간에 들어가면 그 감각이 쉽게 무너진다.

적은

  • 공격 빈도가 높고
  • 범위가 넓고
  • 다단 히트 공격이 많고
  • 한 방의 위력도 묵직하고
  • 이펙트가 화려해서 공격 전조를 놓치기 쉽고
  • AI가 조작하는 동료(CPU)가 한꺼번에 쓰러지기도 한다

장비를 강화했는데도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한 방에 죽는다.

게다가 한 방만 센 게 아니다.

강한 공격을 쉴 틈 없이 연달아 날린다.

"강한 장비를 갖고 있다"는 안도감보다 "맞으면 끝"이라는 긴장감이 훨씬 크다.


CHAOS는 1회차보다 그 다음부터 갑자기 딴 게임이 된다

처음 만나는 CHAOS는 구환경(본편 시절)에서 완성한 장비로도 비교적 진행할 수 있다.

적어도 거기서 완전히 막힌다고는 할 수 없다.

진짜 벽을 느끼는 건 그다음이다.

CHAOS+ 수준의 진행, 혹은 같은 계열 보스에 재도전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갑자기 요구하는 것이 달라진다.

단순한 공격력만으로는 부족하다.

  • 새로운 진(Gene)
  • 마스터 트레이트
  • 추가 무기 강화
  • 소환석
  • 근성(치명타를 한 번 버티게 해 주는 효과)
  • 자동 부활
  • 회피나 생존 계열 서브 효과

까지 생각해야 한다.

본편에서는 화력을 쌓으면 밀어붙일 수 있던 상황도, ER에서는 화력만 쫓다가는 공격하기도 전에 쓰러진다.

이 난이도 변화가 꽤 가파르다.

그래서 1회차 CHAOS에서 막히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아직 평범하게 진행되네

라고 생각한 직후에 상위 단계에서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용화 이드가 갑자기 적으로 돌아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에 남는 건 이드다.

본편을 끝낸 뒤의 감각으로는 이드는 더 이상 "적이었던 인물"이 아니라 우리 편에 가까운 존재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등장했을 때도 처음에는

오, 이드네. 오랜만이다

정도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연출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다르다.

갑자기 전투 태세에 들어가더니, 마치

자, 죽고 죽이자

라고 말하는 듯한 압박감으로 이쪽을 노려본다.

그 순간

"갑자기 적으로 돌아가는 거냐, 너?"

가 된다.

게다가 단순한 재대결이 아니다.

용화한 이드는 공격이 빠르고, 범위도 넓고, 한 방도 묵직하다.

그리워할 틈도 없이 몇십 초 뒤에는 필사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본편의 추억으로 방심하게 만든 직후에 강화된 개체로서 진심으로 죽이러 온다.

이 낙차가 재미있다.

"다시 만나서 기쁘다"보다 먼저 "너무 세니까 잠깐만 기다려 줘"가 튀어나온다.


벨제바브는 강한데 전투 중에 왕좌에 앉는다

벨제바브도 다른 의미로 인상이 강하다.

일단 평범하게 강하다.

상위 단계에서는 장비가 부족하면 짧은 시간에 무너질 만큼 공격이 격하다.

그런데 그런 고난도 전투 도중에 벨제바브가 갑자기 왕좌에 앉는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 쉬는 시간인가?

싶어진다.

물론 본인은 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절대자로서 군림하며 여유를 보여 주려는 연출이겠지.

하지만 전투 중에 갑자기 의자를 꺼내 앉으니, 아무래도

멋있는 척하면서 쉬고 있다

로 보인다.

벨제바브는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라기보다 진지하게 연극 톤으로 멋을 부리는 걸 계속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본인 안에서는 왕좌에 앉는 것도, 옷을 벗어 상체를 드러내는 것도 절대자로서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보기에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이 너무 세다.


더 월드까지 겹치면 이제 죠죠로밖에 안 보인다

벨제바브는 상체를 크게 드러낸 모습이나 독특한 포즈까지 포함해서 어딘가 DIO처럼 보인다.

거기에 프라우가 "더 월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실제로 더 월드라는 이름의 적이 등장한다.

심지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움직임이나 자세까지 죠죠의 더 월드 같다

라는 감상도 나오고 있다.

여기까지 겹치면 공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는 죠죠(죠죠의 기묘한 모험)가 완성된다.

  • DIO처럼 보이는 벨제바브
  • 왕좌에 앉은 절대자
  • 상체를 드러내는 연출
  • 프라우의 "더 월드" 관련 대사
  • 실제로 등장하는 더 월드
  • 죠죠를 연상시키는 자세

이것들이 동시에 성립하고 있다.

공식 오마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모르고 보는 것보다 죠죠를 아는 상태에서 보는 쪽이 확실히 더 재미있다.

전투는 어려운데, 벨제바브가 갑자기 왕좌에 앉을 때마다

지금 쉬는 건가?

하는 잡념이 끼어든다.

이 진지함과 웃음이 섞인 느낌이 벨제바브전의 매력이기도 하다.


어려운데도 보스를 처음부터 공략하는 감각이 즐겁다

ER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강화했는데도 한 방에 죽는다.

적의 공격은 격렬하고, 동료 CPU도 쓰러지고,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다음 공격이 날아온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단순히 불합리해서가 아니다.

지면 다음에 볼 곳이 보이기 때문이다.

  • 화력이 부족하다
  • 상한이 부족하다
  • HP가 부족하다
  • 회피를 실패하고 있다
  • 근성이나 자동 부활이 필요하다
  • CPU 구성을 다시 봐야 한다
  • 새로운 진을 얻으러 가야 한다

실패할 때마다 육성과 구성을 다시 짤 이유가 생긴다.

본편에서는 이미 끝났을 장비 연구가 다시 시작된다.

그것이 "본편만큼 즐길 수 있다"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스토리의 길이가 아니라 공략 사이클 자체가 본편급으로 재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보스를 처음부터 공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이겼을 때의 느낌도 본편에서 처음 강적을 쓰러뜨렸을 때와 비슷하다.


정리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 Endless Ragnarok』는 단순한 추가 보스 모음이 아니었다.

본편에서 완성했다고 생각한 장비와 공략 감각을 한 번 부수고, 다시 키우게 만드는 DLC다.

  • 바하 무기로도 평범하게 고전한다
  • 강화했어도 한 방에 죽는다
  • CHAOS 상위 단계부터 갑자기 딴 게임이 된다
  • 용화 이드가 갑자기 적의 압박감으로 덮쳐 온다
  • 벨제바브는 전투 중에 왕좌에 앉는다
  • 더 월드까지 겹쳐서 죠죠 느낌이 완성된다
  • 어렵기 때문에 장비 갱신과 재도전이 재미있다

"본편과 비슷한 분량"이라는 말은 단순한 콘텐츠 수 얘기가 아니다.

본편에서 맛본 지고, 생각하고, 강화하고, 이기는 흐름을 한 번 더 통째로 즐기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ER은 정말 본편급 DLC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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