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무한리필 뷔페는 손님이 전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전제로 돌아간다.
적게 먹는 사람도 있고, 보통인 사람도 있고, 많이 먹는 사람도 있다. 스모 선수 같은 사람도 가끔은 온다.
여기까지는 가게도 이미 계산에 넣어 둔다.
그런데 커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가게가 망한다.
무한리필은 커비와 루피가 오지 않기 때문에 성립하는 장사다.
농담 같지만 경영 면에서는 꽤 핵심을 찌르는 얘기다.
무한리필은 '사람 위장의 분포'를 전제로 한다
무한리필 가게는 손님이 먹는 양을 평균으로 본다.
소식하는 손님, 보통 손님, 대식가가 섞여 들어온다. 그 평균이 가격 설계의 범위 안에 들어오면 된다.
사람의 위장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게 가능하다.
사람은 아무리 먹으려 해도 한계가 있다.
- 배가 가득 찬다
- 포만감이 온다
- 속이 괴로워진다
- 구역질이 난다
- 먹는 속도가 떨어진다
- 이용 시간이 끝난다
결국 가게는 "사람은 무한히 먹을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가격을 정한다.
스모 선수는 이상치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스모 선수나 대식가는 보통 손님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가게 입장에서는 한 명만 놓고 보면 적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모 선수도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한계가 있다. 먹는 속도에도 상한이 있다. 머무는 시간에도 상한이 있다. 위장에도 상한이 있다.
그러니 인원이 적으면 흡수할 수 있다.
스모 선수는 이상치이긴 해도 아직 분포 안에 있다. 그저 아주 오른쪽 끝에 있을 뿐이다.
루피는 위험하다
루피는 꽤 위험하다.
루피는 비정상적으로 많이 먹는다. 게다가 먹은 걸 바로 전투 에너지로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의 사람이라면 먹고 나서 소화에 시간이 걸린다. 배도 부르다. 화장실도 가야 한다.
그런데 루피는 잔치에서 엄청나게 먹고 나서도 싸운다. 고기를 먹으면 회복한다. 기어를 쓴다. 대사가 만화다.
그러니까 루피는 무한리필 가게 입장에서
먹은 걸 순식간에 연료로 바꾸는 고대사형 위험 손님
이다.
다만 루피에게도 나름대로 식사 장면의 범위는 있다. 커비만큼 차원이 다르지는 않다.
루피는 위험하지만 아직은 '만화적으로 대식가인 사람' 범주다.
커비는 분포 밖에 있다
커비는 다르다.
커비는 위장이 아니다.
빨아들인다. 복사한다. 능력으로 바꾼다. 적도 물건도 빨아들인다.
이건 먹는다기보다 차원이 다른 수납과 능력 변환이다.
커비를 무한리필 손님으로 취급하는 건 무리가 있다.
가게의 모델은 사람 위장의 편차를 전제로 한다. 커비는 그 분포에 들어 있지 않다.
소식 손님
보통 손님
대식가
스모 선수급
루피
------ 여기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먹는' 존재 ------
커비
------ 다른 차원 ------
커비는 이상치가 아니다. 다른 차원이다.
파레토 차트를 그리면 커비가 전부 가져간다
무한리필의 식재료 원가를 파레토 차트로 그렸다고 해 보자.
보통은 이런 모양이 된다.
- 보통 손님이 인원수로는 가장 많다
- 많이 먹는 손님이 원가를 끌어올린다
- 스모 선수급은 소수지만 눈에 띈다
- 소식 손님은 원가가 낮다
그런데 커비를 1명 넣으면 그래프가 무너진다.
한 명인데도 식재료 원가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다른 손님들의 막대가 작아 보인다. 파레토 차트가 아니라 커비 차트가 된다.
이건 이상치라기보다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느냐가 걸린 리스크다.
무한리필 이용 약관에 넣어야 할 내용
커비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라면 무한리필 가게는 이용 약관을 바꿔야 할 것이다.
다음에 해당하는 손님은 이용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 차원이 다른 수납 능력을 가진 분
· 빨아들이는 능력을 가진 분
· 복사 능력을 가진 분
· 식재료 외의 매장 설비를 빨아들이는 분
· 먹은 것을 즉시 전투 에너지로 바꾸는 분
· 고무고무 열매 등으로 보통의 위장 용량을 현저히 넘어서는 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커비는 귀엽다. 하지만 무한리필 가게 입장에서는 귀여운 얼굴을 한 원가율 파괴 병기다.
뾰요...
농담이지만 본질이다
이 커비 이야기는 농담이다.
하지만 장사의 본질과도 이어진다.
무한리필만이 아니라 많은 사업은 '보통 이용자의 분포'를 전제로 한다.
- 구독 서비스는 모두가 매일 한계까지 쓰지는 않는다는 전제
- 보험은 모두가 동시에 사고를 당하지는 않는다는 전제
- 무제한 술 뷔페는 모두가 주당은 아니라는 전제
- 무한리필은 모두가 커비는 아니라는 전제
그래서 비정상적인 이상치가 대거 몰려오면 모델이 무너진다.
장사는 평균과 분포 위에 서 있다.
정리
무한리필은 커비와 루피가 오지 않기 때문에 성립한다.
스모 선수나 대식가는 한 명만 보면 적자일 수 있다. 하지만 소수라면 흡수할 수 있다.
루피는 위험하지만 아직 만화적인 대식가 인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커비는 다른 차원이다.
무한리필은 사람 위장의 편차를 전제로 한 기댓값 비즈니스다.
즉,
사람은 커비가 아니다. 그래서 무한리필은 성립한다.
농담이긴 하지만 꽤 본질을 찌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