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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못 외움 원피스 외워짐
- 원피스 캐릭터 기억나는 이유
- 만화는 기억나는데 공부는 안 외워진다
- 기억력 없음 공부 못함
- 이야기 기억 학습
- 세계사 인물 이름 못 외움
- 원피스 세계사
- 반복 학습 만화
- 맥락 학습 기억
- 암기 약함 의미 부여
1. 공부는 못 외우는데 원피스는 외워진다
공부할 때 나오는 인물 이름이나 용어는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원피스 캐릭터는 외워진다. 원피스 스토리도 외워진다. 예전에 읽은 섬 이야기나 누가 어느 조직 소속이었는지도 의외로 술술 떠오른다.
이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난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원피스 캐릭터와 스토리는 멀쩡히 기억하고 있다.
그럼 뭐가 다른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 기억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보가 들어오는 방식이 다르다.
학교 공부는 처음부터 압축된 이름표 형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인명. 연도. 제도 이름. 사건 이름. 조문. 용어.
반면 원피스는 다르다.
캐릭터 이름에 얼굴, 목소리, 옷차림, 기술, 소속, 과거, 명장면, 감정, 악연, 재등장이 줄줄이 붙어 있다.
그러니까 공부는 "이름만 외워"가 되기 쉽고,
원피스는 "인생 통째로 기억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큰 차이가 난다.
2. 세계사는 용어집, 원피스는 감정이 담긴 도감
세계사 용어집은 정보를 압축해 놓은 것이다.
인물 이름, 사건 이름, 지명, 제도, 문화, 사상, 전쟁, 조약 같은 것들이 짧은 설명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교과서 출판사 야마카와 출판사(山川出版社)의 새 교육과정판 『세계사 용어집』은 7종의 '세계사 탐구' 교과서에서 학습에 필요한 용어를 약 5,200개 수록하고 있다.
『일본사 용어집』은 7종의 '일본사 탐구' 교과서에서 학습에 필요한 용어를 약 9,800개 수록하고 있다.
상당한 양이다.
게다가 처음 공부하는 사람 눈에는 이것들이 그냥 "문자열"로 보인다.
반면 원피스 캐릭터는 문자열이 아니다.
루피라고 하면 얼굴이 떠오른다. 나미라고 하면 과거가 떠오른다. 로빈이라고 하면 오하라가 떠오른다. 브룩이라고 하면 라분이나 해골 모습이 떠오른다. 도플라밍고라고 하면 천룡인, 드레스로자, 가족 놀이, 새장이 떠오른다. 로저라고 하면 대해적시대, 처형대, 라프텔이 떠오른다.
이름이 장면과 감정에 붙어 있다.
그래서 외우기 쉽다.
세계사는 용어집. 원피스는 감정이 담긴 도감.
이 차이는 크다.
3. 원피스는 '이름 있는 캐릭터'만으로도 세계사급
원피스는 캐릭터 수도 비정상적으로 많다.
공식적으로 계속 갱신되는 총 캐릭터 수가 알기 쉽게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One Piece Wiki에는 만화에 등장하거나 언급된 이름 있는 캐릭터를 모아 놓은 캐논 캐릭터 목록이 있다.
팬 집계나 영상 중에는 이름 있는 캐릭터를 1,500명 넘게 잡는 것도 있다.
한편 세계사 인명 수에 대해서는, 야마카와 세계사 용어집을 기준으로 독자적으로 분석한 글에서 인명을 1,128개로 정리했다.
물론 공식 비교는 아니다.
그래도 규모감은 꽤 재미있다.
원피스의 이름 있는 캐릭터 수는 세계사 인명 암기에 맞먹고, 비공식 집계에 따라서는 넘어설 수도 있다.
즉 원피스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못 외우는 만화"가 아니라, 이미 가상의 세계사다.
세계사 기말고사는 비교도 안 된다.
오다 선생님은 세계사를 만들고 있다.
4. 그런데도 원피스가 더 잘 외워지는 이유
그럼 세계사 인물 이름은 안 외워지는데 원피스 캐릭터는 왜 외워질까.
기억의 갈고리가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원피스 캐릭터에게는 이런 것들이 있다.
- 얼굴
- 체형
- 옷차림
- 목소리
- 말버릇
- 기술
- 소속
- 섬
- 과거편
- 눈물 나는 장면
- 열받는 장면
- 루피 일행과의 관계
- 재등장
- 복선 회수
- 명대사
- 전투
- 웃는 방식
- 능력
- 악연
갈고리가 이만큼 있으면 이름만으로 외울 필요가 없다.
"도플라밍고"라는 이름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드레스로자, 천룡인, 실실열매, 새장, 코라손, 로, 가족 놀이, 분홍색 깃털, 웃음소리까지 전부 이어져 있다.
이름 하나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강하다.
5. 공부는 '이름표 암기'가 되기 쉽다
학교 공부가 힘든 건 대개 처음 만나는 형태가 이름표 암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사라면,
"카를 대제" "프리드리히 2세" "루이 14세" "표트르 1세" "메테르니히" "비스마르크"
같은 이름이 나온다.
처음 보면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
얼굴도 없다. 목소리도 없다. 명장면도 희미하다. 왜 중요한지도 아직 모른다. 다른 인물과의 관계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이름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면 외우기 어렵다.
법률도 마찬가지다.
조문 번호. 제도 이름. 요건. 효과. 예외.
의미나 취지를 보지 않고 외우려 들면 그냥 문자열이 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왜 있는가",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인가", "어떤 이익을 조정하고 있는가"가 보이면 갑자기 외우기 쉬워진다.
당신이 행정서사(行政書士)나 택건(宅建, 부동산 거래 관련 자격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암기를 잘해서라기보다 제도의 취지와 구조로 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 기억력 부족이 아니라 부호화 방식의 문제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못 외우는 사람이야"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원피스를 외울 수 있다면 기억력이 제로인 게 아니다.
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기억에 넣고 있느냐다.
심리학에서는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미 아는 지식과 연결하거나, 구체적인 예와 이미지를 쓰면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한다.
또 언어와 그림을 함께 쓰는 학습이 기억과 이해에 유리하다는 이중 부호화 이론이나 멀티미디어 학습 이론도 있다.
원피스는 이걸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
- 이름: 언어 정보
- 얼굴: 시각 정보
- 장면: 일화 정보
- 감정: 감정 기억
- 소속: 범주
- 악연: 관계성
- 재등장: 복습
- 고찰: 자기 설명
- 복선 회수: 재인출
그러니까 원피스는 기억에 아주 친절한 교재 설계로 되어 있다.
오다 선생님, 교재 설계를 너무 잘하신다.
7. 전권을 5~6번 돌려 읽었다면 그건 그냥 반복 학습이다
더 큰 요인은 반복이다.
원피스를 전권 사서 5~6번 읽었다면, 그건 그냥 강력한 반복 학습이다.
몇 번이고 읽는다. 몇 번이고 같은 캐릭터를 만난다. 몇 번이고 같은 사건을 떠올린다. 뒤의 전개를 알고서 앞 장면을 다시 읽는다. 복선 회수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캐릭터가 재등장할 때 "이 사람 누구였더라" 하고 떠올린다.
이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학습으로서도 꽤 강력하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같은 정보를 시간을 두고 다시 접하는 분산 학습, 그리고 떠올리는 연습인 인출 연습이 기억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원피스를 몇 번이고 읽는 건 자연스러운 분산 학습이 된다.
게다가 캐릭터가 재등장할 때마다
"쟤 누구였지?" "아, 그 섬에 있던 애구나" "그 과거편에 나온 관계자네"
하고 머릿속에서 검색한다.
이건 인출 연습에 가깝다.
그러니 외워진다.
반복 학습이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대충 말하면 그런 이야기다.
8. 스토리는 '순서'와 '인과'로 기억된다
원피스의 스토리가 기억나는 이유도 단순 암기가 아니다.
이야기에는 순서가 있다.
만남. 문제. 과거. 싸움. 해방. 이별. 다음 섬.
이런 흐름이 있다.
사람은 흩어진 단어보다 이어진 사건을 더 잘 기억한다.
이야기는 인과관계로 이어져 있다.
나미는 왜 아론에게 따르고 있었나. 로빈은 왜 살기를 포기하려 했나. 브룩은 왜 라분을 만나고 싶어 하나. 로는 왜 도플라밍고에게 집착했나.
이유가 있다.
인과가 있다.
그래서 외워진다.
반면 공부에서 용어만 던져 주면 인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적혀 있다. 하지만 "왜 중요한지", "누구의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큰 차이가 난다.
9. 원피스는 멋대로 '자기 테스트'를 시킨다
원피스는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테스트를 낸다.
이 캐릭터 누구였더라. 이 이름 어디선가 들어 봤는데. 이 마크 뭐였지. 이 대사 전에도 나온 것 같은데. 이 혈통은 어디랑 이어지더라.
이런 순간이 몇 번이나 찾아온다.
이는 기억을 그냥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꺼내 볼 기회가 된다.
공부로 치면 일문일답이나 기출문제에 가깝다.
차이는 그게 이야기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공부에서는 "시험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원피스에서는 "궁금해서 떠올린다"고 느낀다.
이 차이는 꽤 크다.
10. 감정이 있으면 기억에 잘 남는다
원피스 캐릭터는 감정과 세트로 기억한다.
울었다. 열받았다. 웃었다. 뜨거웠다. 무서웠다. 소름 끼쳤다. 멋있었다. 보답받았으면 했다.
감정이 강한 장면은 기억에 잘 남는다.
예를 들어 그냥 "로빈"이라는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살고 싶어!"라고 외치던 장면을 기억하는 쪽이 더 강하다.
그냥 "브룩"이라는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라분과의 약속이나, 죽은 뒤 해골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는 캐릭터성을 기억하는 쪽이 더 강하다.
그냥 "쵸파"라는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히루루크와 벚꽃 장면이 있는 쪽이 더 강하다.
이름이 감정과 연결된다.
그래서 외워진다.
11. 브룩의 과거편은 '2회차 같다'는 느낌이 들 만큼 기억 갈고리가 강하다
브룩의 과거편에는 아직 어린 브룩이 훗날의 해골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훗날의 브룩은 죽은 뒤 뼈만 남은 모습이 되어 "요호호호" 하고 웃는 캐릭터가 된다.
그래서 다시 읽어 보면,
너, 2회차냐?
싶을 만큼 노골적으로 보인다.
조금 의도가 너무 훤히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의 관점에서는 꽤 강력하다.
현재의 캐릭터성과 과거의 노래가 이어진다. 겉모습과 대사가 이어진다. 죽은 뒤의 모습과 과거의 복선이 이어진다.
갈고리가 이만큼 있으면 잊기 어렵다.
장기 연재에서는 이렇게 "너무 깔끔하게 이어져서 2회차 같은 느낌이 나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해서 캐릭터 기억으로서는 강하다.
12. 공부도 원피스 방식으로 하면 외우기 쉬워진다
그럼 공부도 원피스처럼 외울 수 있을까.
완전히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까워질 수는 있다.
세계사라면
인물 이름만 외우지 않는다.
- 초상화나 사진을 본다
- 지도를 본다
- 세력도를 본다
- 누구와 대립했는지 본다
- 무엇 때문에 곤란했는지 본다
- 무엇을 바꾼 사람인지 본다
- 그 사람이 없었다면 무엇이 달랐을지 생각한다
즉 인물을 '세계사 캐릭터'로 보는 것이다.
법률이라면
조문만 외우지 않는다.
- 왜 그 제도가 있는지
-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 어떤 분쟁을 처리하는 규칙인지
- 요건을 충족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 예외는 왜 있는지
- 비슷한 제도와 무엇이 다른지
즉 법률을 '사회의 분쟁 처리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일이라면
절차만 외우지 않는다.
- 목적
- 입력
- 출력
- 판단 기준
- 예외 처리
- 실수했을 때의 영향
- 누가 쓰는지
를 세트로 외운다.
즉 일을 '작업'이 아니라 '작은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13. 외우는 게 약한 사람을 위한 학습법
공부가 안 외워지는 사람은 다음을 해 보면 좋다.
1. 이름만으로 외우지 않는다
이름, 얼굴, 장면, 의미, 관계를 세트로 만든다.
2. 왜 중요한지를 먼저 본다
"무엇을 한 사람인가"보다 먼저 "왜 등장하는가"를 본다.
3. 관계도를 그린다
인물끼리, 제도끼리, 사건끼리 잇는다.
4. 감정을 쓴다
"이 녀석 위험한데" "이건 불공평해" "이건 천재다" "이건 쓰레기 제도네" 같은 감정 태그를 붙인다.
5. 여러 번 돌린다
한 번에 외우려 하지 않는다. 여러 번 돌리면서 재등장시킨다.
6. 떠올릴 기회를 만든다
읽기만 하지 말고 아무것도 안 보고 설명해 본다. 남에게 말해 본다. 글로 써 본다. 문제를 푼다.
7. 자기 말로 이름표를 붙인다
"책임 세탁" "구멍 난 동물원" "쓰레기 원숭이 촌극과" 처럼 내 머리에 걸리는 이름표를 붙인다.
장난 같지만 꽤 강력하다.
14. '외우는' 게 아니라 '떠올릴 길을 만드는' 것
기억은 머릿속에 전부 깔끔하게 저장해 두는 것만이 아니다.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원피스 캐릭터에게는 길이 많다.
얼굴에서 떠올린다. 섬에서 떠올린다. 과거편에서 떠올린다. 조직에서 떠올린다. 기술에서 떠올린다. 감정에서 떠올린다. 명장면에서 떠올린다.
공부도 마찬가지라서, 길을 늘리면 떠올리기 쉬워진다.
문자열뿐이면 길이 적다.
그래서 외우기 어렵다.
15. 결론: 공부가 안 외워지는 게 아니라 외우기 쉬운 형태가 아닌 것이다
공부는 못 외우는데 원피스는 외워진다.
이건 기억력 차이만이 아니다.
원피스는 기억에 잘 남는 조건이 다 갖춰져 있다.
- 이야기가 있다
- 얼굴이 있다
- 감정이 있다
- 인과가 있다
- 관계가 있다
- 재등장이 있다
- 복선 회수가 있다
- 여러 번 읽는다
- 궁금해서 떠올린다
반면 공부는 처음부터 압축된 용어나 인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우기 어렵다.
즉,
공부가 안 외워지는 사람도 외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 외울 수 있다.
원피스를 외울 수 있다면 기억력이 없는 게 아니다.
당신은 아마 단순 암기가 약할 뿐이고, 이야기·구조·의미 부여·반복에는 꽤 강한 사람일 것이다.
공부도 용어집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도감으로 바꾸면 된다.
오다 선생님, 교재 설계를 너무 잘하신다.
그리고 전권을 5~6번 돌려 읽고 외웠다면 결론은 꽤 단순하다.
반복 학습이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정리
- 공부는 못 외우는데 원피스는 외워지는 사람도 기억력이 없는 게 아니다
- 학교 공부는 이름표 암기가 되기 쉽고, 맥락·감정·그림·반복이 약하다
- 원피스는 얼굴·장면·감정·악연·재등장이 있어서 외우기 쉽다
- 이름 있는 캐릭터 수만 보면 세계사 인명 수에 맞먹을 가능성이 있다
- 그래도 외워지는 건 이야기 기억과 반복 학습 덕분이다
- 전권을 5~6번 읽었다면 꽤 강력한 반복 학습이다
- 공부도 인물사·관계도·감정 태그·제도 취지·반복으로 외우기 쉬워진다
- 외우는 게 아니라 떠올릴 길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