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시대의 연애라고 하면 와카를 주고받고, 달밤에 몰래 찾아가며, 우아한 사랑을 나누는 세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 구조만 떼어 내 현대적인 말로 바꾸어 보면 인상이 꽤 달라진다.
어쩌면 이것은 단가 스팸 매치에 가까웠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단가 스팸 매치”는 와카를 무작정 대량 발송했다는 역사적 제도의 명칭이 아니다. 소문으로 상대를 알고, 글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며, 관계가 진행되는 흐름을 현대의 연애 서비스에 빗대어 부른 표현이다.
헤이안 귀족 사회에서는 와카와 편지를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교양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보여 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성 쪽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꽤 “영업”에 가까운 면이 있다.
소문을 통해 아름답거나 교양 있는 여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상대의 가문과 평판을 살핀다. 와카나 연서를 보낸다. 여성 쪽에서 답가가 오면 관계가 더 진행될 수 있다. 주고받는 일이 이어지면 밤에 여성의 집을 찾아가기 시작할 가능성도 생긴다.
현대식으로 바꾸면 대략 이렇다.
- 소문: 상대를 알게 되는 입구
- 와카나 연서: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메시지
- 답가: 주고받는 일이 계속된다는 신호
- 여성의 집: 실제로 만나는 장소
- 사흘간 찾아감: 가족도 관여하는 혼인의 한 고비
헤이안 시대 귀족의 혼인에서는 남편이 아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거나 아내의 집으로 옮겨 사는 형태가 많았다고 설명된다. 남편이 찾아가기 시작한 셋째 날 밤에는 아내의 친족이 남편을 대접하는 ‘도코로아라와시(露顕)’라는 의례가 있었고, 아내 쪽 집에서 마련한 ‘미카요노모치(三日夜餅)’를 남편에게 먹이는 경우도 있었다.
즉 처음에는 와카나 연서를 주고받는 관계였더라도 실제로 찾아가기 시작하면 가족까지 포함되는 혼인의 단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관심이 생김 → 글을 보냄 → 답을 기다림 → 밤에 찾아감 → 가족도 관여하는 혼인의 단계로 나아감.
이렇게 보면 헤이안 귀족의 연애는 두 사람만의 낭만적인 자유연애라기보다 누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를 세밀하게 정한 사회적 구조 안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현대의 연애 서비스처럼 후보를 기계적으로 늘어놓고 같은 문장을 모두에게 보내는 방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헤이안 시대의 와카와 연서는 상대에게 맞추어 말을 골라야 했다.
그래서 여기서 “스팸”은 역사적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소문을 듣고 글을 보내고 반응을 기다리는 흐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해하기 위한 비유다.
같은 문장을 별 생각 없이 여러 사람에게 돌려 쓰기만 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기 어렵다.
따라서 더 정확히 말하면 단가 스팸이라기보다 고품질 단가식 영업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우아한 와카의 뒤에는 가문의 격, 평판, 정치, 임신, 여성 쪽 집안의 사정까지 있었다. 헤이안 귀족의 연애는 현대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집안과 집안의 사정에 좌우되었다.
이 글의 비유를 따르자면, 와카는 단순한 시가 아니라 교양과 배려까지 평가받는 심사 서류 같은 면도 있었다.
그리고 연애는 두 사람만의 관계가 아니라 두 집안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