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크신 시티 편 이후와 원작 후반부에 나오는 능력을 가볍게 언급합니다.
『HUNTER×HUNTER』의 넨 능력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반드시 순수 화력이 가장 강한 능력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 구속, 규칙을 지배하는 능력이 훨씬 까다롭다.
그 대표가 크라피카다.
겉으로 보면 사슬을 구현화했을 뿐인데, 실제로는 한 사람이 표적 탐색, 거짓말 판별, 치료, 강제 구속, 명령 집행까지 맡을 수 있다. 여기에 센리츠의 비정상적으로 예민한 청각까지 더해지면 노스트라드 조직의 호위팀은 갑자기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정보기관처럼 변한다.
그리고 적 쪽에는 다른 사람의 넨 능력을 빼앗아 덱처럼 조합하는 클로로가 있다.
요크신 시티 편의 주요 인물들은 본격적으로 주먹을 주고받기 전부터 능력 설계부터 살벌하다.
크라피카의 사슬은 ‘전투 무기’라기보다 종합 업무 시스템에 가깝다
크라피카의 능력은 구현화한 사슬을 손가락마다 다른 기능으로 배치하는 구조다.
애니메이션 공식 용어 해설에서 소개된 범위만 봐도 이미 기능이 상당하다.
약지의 다우징 체인(Dowsing Chain)
지도를 이용해 표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원작에서는 상대의 발언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중지의 체인 제일(Chain Jail)
환영여단 단원만을 대상으로 하며, 붙잡힌 상대를 강제로 ‘절’ 상태로 만든다.엄지의 홀리 체인(Holy Chain)
자기 치유력을 강화해 골절까지 짧은 시간 안에 회복시킨다.새끼손가락의 저지먼트 체인(Judgment Chain)
상대의 심장에 사슬을 박고 규칙을 설정한다. 그 규칙을 어기면 상대는 죽는다.
이 기능만으로도 크라피카 혼자 추적, 심문, 구금, 치료, 계약 집행을 전부 담당할 수 있다.
보통 전투원이라기보다 형사, 의사, 변호사, 감사 담당자, 특수부대를 한 사람 안에 압축해 넣은 구성에 가깝다.
특히 다우징 체인의 거짓말 판별 기능은 지나치게 편리하다.
넨 능력 전투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능력, 조건, 목적을 정직하게 설명할 이유가 없다. 보통은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크라피카는 아예 ‘대화 자체’를 검사할 수 있다.
채용 면접, 취조, 협상, 내부 감사에 투입하면 일반적인 조직 운영 규칙이 무너질 수준이다.
체인 제일은 사기지만, 제약도 진짜 잔혹하다
체인 제일은 환영여단 단원 우보긴조차 구속해 넨을 쓰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쓸 수 있는 만능기는 아니다.
크라피카는 ‘환영여단 이외의 사람에게 이 사슬을 사용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서약을 걸었다. 넨은 위험과 제약이 무거울수록 힘을 강화하기 쉬운데, 크라피카는 대상을 극단적으로 좁힘으로써 여단원에게 비정상적으로 강한 구속력을 얻었다.
즉, 그는 단순히 편리한 능력을 만든 것이 아니다.
인생의 목적을 한 가지로 압축한 뒤, 그 목적 이외에는 거의 쓸 수 없는 무기를 만든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성능의 원천이 본인의 복수심과 죽음의 위험이니, 누구나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다.
엠퍼러 타임은 힘보다 ‘운용 방식’이 더 무섭다
크라피카의 눈이 붉은 눈으로 변하면 특질계가 되고 절대시간, 즉 엠퍼러 타임(Emperor Time)을 발동한다.
애니메이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붉은 눈 상태에서는 오라량이 증가하고 다른 계통의 능력도 100%의 정밀도로 사용할 수 있다.
원래 구현화계인 크라피카가 치료에 필요한 강화계 성능까지 충분히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슬 기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설정만 보면 당연히 사기다.
하지만 원작 후반에는 엠퍼러 타임을 사용할 때 수명을 깎는 매우 무거운 대가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여기서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은 능력 자체만이 아니라 크라피카가 그 능력을 사용하는 태도다.
보통 사람이라면 ‘수명이 줄어드는 기술’은 마지막 순간에 몇 초만 쓰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것이다. 그런데 크라피카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이나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생기면 자기 수명을 실무 비용처럼 투입한다.
필요하다면 수명도 경비 처리한다.
이렇게 망가진 손절 기준이야말로 크라피카의 가장 위험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센리츠는 온화한 얼굴을 한 정보전 치트키다
크라피카와 같은 호위팀에 들어간 센리츠도 능력이 터무니없다.
센리츠는 청각이 극도로 예민해 심장 박동, 호흡, 발소리 같은 소리로 상대의 상태를 읽어낸다.
- 거짓말이나 동요를 알아챈다
- 적의와 공포를 감지한다
- 멀리 있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한다
- 발소리로 특정 인물을 구별한다
- 크라피카의 정신 상태 이상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음악으로 다른 사람의 피로와 긴장을 완화할 수도 있다.
즉, 센리츠 혼자 광역 탐지, 감정 분석, 거짓말 탐지, 신원 식별, 심리 케어를 모두 맡는다.
본인의 성격도 온화하고 목소리도 차분해서 겉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적 입장에서는 정말 상대하기 싫은 유형이다.
기습하려 해도 소리로 들킨다.
거짓말해도 심장 박동이 폭로한다.
동료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여도 음악으로 상태를 회복시킨다.
크라피카의 다우징 체인과 센리츠의 청각을 나란히 놓으면, 대화로 상대를 속이는 것 자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크라피카가 정밀 검사 장비라면 센리츠는 24시간 돌아가는 광역 감시 시스템이다.
노스트라드 조직의 채용 담당자는 어쩌다 한 번에 정보전 인재 두 명을 말도 안 되게 잘 뽑았다.
센리츠의 목소리는 처음엔 묘하게 웃기지만, 나중에는 점점 안심이 된다
2011년판 애니메이션의 센리츠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독특한 외형이 겹쳐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나이도 정체도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목소리가 주는 인상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베테랑’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후에는 ‘거짓말과 살의를 알아채 주는 믿음직한 사람’의 목소리가 된다.
결국에는 폭주하기 쉬운 크라피카를 붙잡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가 된다.
마피아, 암살자, 환영여단이 가득한 요크신 시티에서 유독 센리츠만 목소리부터 ‘그래도 대화가 통할 사람’처럼 들린다.
능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크라피카 곁에 배치된 인물로서의 설계도 아주 잘 맞는다.
클로로의 능력은 겉으로는 ‘훔치기’일 뿐이고, 진짜 무서운 건 그다음이다
클로로의 넨 능력은 특질계 능력인 **도적의 극의(Skill Hunter)**다.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사람의 넨 능력을 빼앗아 책에 저장한 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능력을 빼앗긴 사람은 원칙적으로 그 능력을 쓰지 못하게 된다.
물론 제약도 있다. 능력을 빼앗으려면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실제 사용 시에도 보통은 책을 펼친 채로 유지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의 능력을 훔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가장 사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클로로의 진짜 강점은 능력을 손에 넣는 순간이 아니다.
훔친 능력의 조건을 이해하고, 여러 능력을 조합하고, 장소와 현장에 있는 사람까지 계산해 승리 루트를 설계하는 것이 그의 진짜 강점이다.
클로로는 능력 수집형 캐릭터라기보다 덱을 짜는 전투자에 가깝다.
완전히 똑같은 능력 묶음을 평범한 사람에게 줘도 클로로와 같은 전투를 재현하기는 어렵다. 어떤 능력을 고를지, 어떤 순서로 쓸지 판단하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한 뒤 모든 요소를 하나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로로와 히소카의 그 싸움, 정말 부정행위였을까
천공격투장에서 벌어진 클로로 대 히소카전에는 오래전부터 ‘실제로는 다른 환영여단 단원들이 직접 도와준 것 아니냐’는 팬 추측이 존재한다.
확실한 사실은 클로로가 샤르나크와 콜트피의 능력을 자신의 책에 넣어 두었고, 충분히 준비한 뒤 싸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 자체는 Skill Hunter의 정상적인 기능이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모아 사용하는 것이 원래 클로로의 넨 능력이다. 따라서 ‘빌린 능력을 썼으니 부정행위’라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히소카도 클로로가 준비한 조건에서 싸우는 것을 받아들였다.
반면 공투설을 지지하는 팬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든다.
- 전투 중 만들어진 인형의 수와 처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 샤르나크와 콜트피가 당시 근처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 히소카가 부활한 뒤 가장 먼저 죽인 사람이 샤르나크와 콜트피다
- 모든 능력 운용을 클로로 혼자 처리했다고 보면 작업량이 지나치게 많아 보인다
다만 원작에서 ‘두 사람이 경기 도중 직접 손을 보태 클로로를 도왔다’고 명시한 적은 없다.
따라서 현재 가장 안전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능력을 빌려 사전에 준비했다: 확정
- 관객과 경기장 환경을 이용했다: 확정
- 여단원이 경기 중 뒤에서 능력을 직접 조작했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
클로로는 애초에 정정당당한 주먹싸움을 고집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기기 위해 능력, 환경, 사람, 시간까지 전부 이용한다.
누가 규칙을 어겼다고 보기보다, 히소카가 기대한 ‘일대일’과 클로로가 생각한 ‘일대일 전투’의 정의가 애초에 달랐다고 보는 편이 가깝다.
초기 클로로는 왜 그렇게까지 올백 머리를 했을까
초기의 클로로는 앞머리를 거의 전부 뒤로 넘겨 이마를 드러낸 올백 스타일을 하고 있다.
작가가 그 헤어스타일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한 1차 자료는 여기서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아래 내용은 디자인에 대한 해석이다.
가장 알기 쉬운 효과는 이마의 십자가를 계속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은 코트, 흰 털 장식, 귀걸이, 이마의 십자가, 올백 머리를 한꺼번에 놓으면 여러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 젊은 마피아 보스
- 종교 집단의 지도자
- 의식을 집행하는 사제
- 옛 범죄 영화에 나올 법한 위험한 젊은 간부
클로로는 젊고, 머리를 내리면 잘생기고 조용한 청년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올백 스타일은 그의 ‘원래 모습’이라기보다 환영여단 단장에게 필요한 위압감을 만들어 내는 업무용 복장처럼 느껴진다.
이마를 드러내면 환영여단의 단장.
머리를 내리면 도시 속에 섞여드는 조용한 문학 청년.
얼굴은 똑같은데 헤어스타일 하나만으로 사회적 역할이 달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안색도 안 좋다
특히 구작 애니메이션과 일부 초기 비주얼에서 클로로는 상당히 창백해 보인다.
검은 머리, 짙은 눈썹, 눈 주변의 강한 그림자, 흰 털 장식, 차가운 색조의 연출이 겹치면서 얼굴에서 따뜻한 혈색을 지워 버린다.
그 결과 어떤 장면에서는 위엄 있는 단장이라기보다 저혈압과 만성 수면 부족을 달고 사는 젊은 간부처럼 보인다.
이마를 전부 드러내고 있어 푸르스름한 창백함도 더 눈에 띈다. 센리츠가 심장 소리를 듣는다면 전투 능력보다 생활 습관부터 걱정할지도 모른다.
히소카도 연재 초기에 비해 얼굴, 체격, 머리 모양, 의상이 꽤 달라졌다. 클로로도 마찬가지다. 원작의 그림체 변화, 장면마다 다른 헤어스타일, 애니메이션판마다 다른 색채 설계가 겹치면서 같은 캐릭터라도 시대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초기에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이해시키기 위해 시각적 기호를 선명하게 겹쳐 놓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얼굴과 행동만으로도 캐릭터가 성립한다.
그 변화 역시 장기 연재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요크신은 결국 정보를 지배하는 사람이 강한 이야기다
크라피카, 센리츠, 클로로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의 결정적인 강점은 단순 화력이 아니다.
크라피카는 진실, 계약, 구속을 지배한다.
센리츠는 소리, 감정 정보, 주변 상황 파악을 지배한다.
클로로는 다른 사람의 능력과 전장의 구조를 지배한다.
우보긴처럼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전투원도 강하다. 하지만 요크신 시티 편에서는 누가 더 세게 때리느냐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 상대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 자신의 능력 조건을 숨길 수 있는가
- 거짓말을 감지할 수 있는가
- 상대에게 규칙을 강제할 수 있는가
- 전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 바꿀 수 있는가
이런 정보전에서는 크라피카의 사슬, 센리츠의 귀, 클로로의 책이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크라피카의 능력은 사기다.
센리츠의 지원 능력도 사기다.
클로로의 덱 구성도 사기다.
그리고 클로로가 머리를 뒤로 넘기면, 수상할 정도로 창백한 종교 지도자가 된다.
요크신 시티는 능력 설계도 캐릭터 디자인도 그냥 과적재 상태다.
주요 참고 자료
- 일본TV 『HUNTER×HUNTER』 용어 해설
https://www.ntv.co.jp/hunterhunter/dictionary/index.html - 일본TV 『HUNTER×HUNTER』 크라피카 공식 캐릭터 페이지
https://www.ntv.co.jp/hunterhunter/character/kurapika.html - 일본TV 『HUNTER×HUNTER』 환영여단 편 캐릭터 페이지
https://www.ntv.co.jp/hunterhunter/character/genei.html - 슈에이샤 『HUNTER×HUNTER』 34권
https://www.shueisha.co.jp/books/items/contents.html?isbn=978-4-08-881248-9 - 토가시 요시히로 『HUNTER×HUNTER』 요크신 시티 편, 천공격투장 클로로 대 히소카전, 왕위계승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