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연차가 왜 2년이면 사라질까?

연차휴가는 일본 법에서 '노동자의 권리'로 정해져 있다.

적용 지역: 이 글은 일본의 제도와 규칙을 설명합니다. 거주하는 나라에서는 규칙·금액·절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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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게 하려는 명분'과 '회사를 돌리려는 속내'로 본 제도 설계

연차휴가는 일본 법에서 '노동자의 권리'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으로는 꽤 납득하기 어려운 제도이기도 하다.

"연차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2년 지나면 사라집니다." "돈으로 사 주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회사는 연 5일만큼은 반드시 쓰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직장에 따라 쓰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늘어놓으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노동자를 위한 권리인가?

이 글에서는 연차가 왜 2년이면 사라지는지, 최소 사용 의무가 왜 5일인지,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제도의 명분'과 '현장의 속내'를 정리해 본다.


1. 먼저 결론: 2년 만에 사라지는 이유는 '쉬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

연차가 2년 만에 사라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노동기준법 115조에 있는 소멸시효(일정 기간이 지나면 청구할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다.

후생노동성(일본의 노동·복지 담당 부처)의 설명에 따르면 연차휴가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년이다. 즉 부여된 연차는 원칙적으로 다음 연도까지는 넘겨 쓸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시효로 사라진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2년'이라는 숫자가 의학적으로 가장 알맞은 휴식 기간이라서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 쪽 논리는 이렇다.

연차는 모아 두려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 그 해에 쉬기 위한 권리다.

그래서 무한정 쌓게 두지 않고, 생긴 해 안에, 늦어도 다음 해까지는 쓰게 한다. 이것이 공식 논리다.

2020년에 민법 개정에 맞춰 노동기준법의 소멸시효도 손봤지만, 연차휴가는 2년 그대로 두었다. 후생노동성은 연차 청구권은 발생한 해 안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용률을 높인다는 관점에서도 임금 청구권처럼 늘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니까 공식 설명은 이렇다.

연차는 매년 제대로 써야 하는 것이니, 시효를 늘리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

예쁜 말로 하면 '쉬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거의 이렇게 보인다.

쉴 수 있는 직장이면 쉬어라. 쉴 수 없는 직장이면 2년 뒤에 소각.


2. 그런데 왜 하필 '2년'일까?

여기가 제일 찜찜한 부분이다.

왜 3년도 5년도 10년도 아니고 2년일까.

찾아보면 연차휴가의 2년 시효는 전후(2차 대전 직후)부터 있던 아주 오래된 장치다. 노동기준법은 1947년에 만들어졌고, 같은 해 12월 행정 통달에서도 연차휴가 청구권은 노동기준법 115조에 따라 2년으로 정리되어 있다.

노동정책심의회 자료에는 옛 노동기준법 115조에 대해, 임금이나 재해보상 등의 청구권에 노동자 보호와 거래 안전 등의 관점에서 2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정해 두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즉 2년이라는 숫자는

  • 노동 관계의 청구권을 일찍 확정하고
  • 노동자 보호와 사용자 쪽의 법적 안정성을 함께 지키고
  • 노사 사이의 오래된 권리 관계를 언제까지나 남겨 두지 않고
  • 그해에 못 써도 다음 해까지는 넘길 수 있게 한다

는, 꽤 법률 실무와 노무 관리에 치우친 설계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자의 정신적 회복이나 긴 휴양을 위해 '2년'을 고른 게 아니다.

2년은 노동자가 쉬기에 가장 알맞은 햇수가 아니라, 노동 관계를 빨리 정리하기 위한 햇수에 가깝다.

여기가 화가 나는 지점이다.

연차는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그런데 2년이면 사라지는 이유를 파고들면, 휴식 그 자체보다 권리 관계의 정리, 회사 쪽의 관리 편의, 노사 관계의 조기 안정이라는 냄새가 훨씬 짙다.


3. 2020년에 고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연차는 그대로였다

더 화가 나는 건, 2020년에 시효 규정을 고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민법 개정에 맞춰 임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조문상 5년, 당분간은 3년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연차휴가는 2년으로 남았다.

후생노동성의 설명으로는, 연차 청구권은 '발생한 해 안에 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고, 시효를 늘리면 제도 취지에 맞지 않으며 연차 사용률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정리되어 있다.

그러니까 공식 논리는 이렇다.

연차를 5년으로 늘리면 노동자가 쌓아 둘지도 모른다. 그러면 매년 쉬는 제도가 아니게 된다. 그러니 2년 그대로 둔다.

얼핏 보면 말은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된다.

못 쉬니까 쌓인다. 쌓이면 사라진다. 사라지니까 회사의 인력 부족 부담은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이게 바로 엉망인 구조다.

'매년 쉬게 하기 위해서'라면, 본래는 회사에 쉴 수 있는 인력 배치, 대체 인원, 업무 설계를 훨씬 강하게 의무로 지워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쉴 수 없는 직장에서도 연차는 2년이면 사라진다.

이 시점에서 연차는 '휴식할 권리'가 아니라, 직장에 따라서는 유효기간이 붙은 포인트가 된다.


4. 최소 사용 의무는 왜 '5일'일까?

다음으로 2019년부터 시작된 '연 5일 연차 사용 의무'를 생각해 보자.

2019년 4월부터, 연차가 연 10일 이상 부여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회사가 연 5일만큼은 사용 시기를 직접 정해서라도 쓰게 해야 한다.

후생노동성은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연차휴가는 원래 심신의 재충전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주는 것인데, 동료 눈치가 보이거나 말을 꺼내기 망설여지는 탓에 사용률이 낮은 현실이 있어 사용 촉진이 과제였다는 것이다.

즉 나라도 알고 있다.

권리로 만들어 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연차를 쓰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에 연 5일만큼은 쓰게 할 의무를 지웠다.

그러면 왜 5일일까.

공식 자료에서 '왜 5라는 숫자인가'를 한마디로 설명한 대목은 별로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제도 설계를 보면 꽤 짐작이 간다.

이유 1: 처음 부여되는 연차가 10일이라서

노동기준법에 따르면 고용된 뒤 6개월 계속 근무하고 전체 근무일의 8할 이상 출근하면, 원칙적으로 연차휴가 10일이 주어진다.

연 5일 사용 의무의 대상은 연차가 연 10일 이상 부여되는 노동자다.

즉 5일은 최소 부여 일수 10일의 절반이다.

이러면 대상자 전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쉽다.

이유 2: '전부 쓰게 하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강제선이라서

만약 '연 10일을 전부 쓰게 하라'고 의무화했다면, 회사 쪽의 인력 배치, 교대 근무 관리, 대체 인원 문제가 단번에 무거워진다.

음식점, 요양, 의료, 제조, 매장, 소규모 부서 같은 직장은 모두가 자유롭게 10일 이상 쓰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도로는 우선 최소한인 5일을 회사의 의무로 삼았다.

이건 노동자 보호라기보다 꽤 회사가 무너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는 최소한의 조정으로 보인다.

이유 3: 5일은 '일주일치'에 가까워서

주 5일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5일은 대략 일주일치 근무일이다.

물론 실제로는 연속해서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제도상 겉모습으로는 5일이 '적어도 일주일쯤은 쉬게 한다'는 선이 되기 쉽다.

다만 이것을 충분한 휴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5일은 노동자의 정신적 회복에 충분한 일수라기보다, 제도로서 회사에 지우기 쉬운 최저선이다.


5. 명분은 '쉬게 하기 위해서', 속내는 '회사를 돌리기 위해서'

여기까지 보면 연차 제도에는 꽤 뚜렷한 겉과 속이 있다.

명분 속내로 보이는 부분
연차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돌아가는 범위에서 쓰세요
매년 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래 쌓을 수 있으면 회사의 휴가 부채가 폭발합니다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최소 의무는 5일뿐입니다
심신의 재충전을 위해서입니다 쉴 수 없는 직장이어도 못 쓴 연차는 2년이면 사라집니다
쓰지 않고 모아 두는 제도가 아닙니다 못 쓴 이유가 회사 쪽에 있어도 소각됩니다

이게 화가 나는 대목이다.

연차를 5년치까지 모을 수 있게 하면 분명 회사는 곤란해진다.

모두가 퇴직 전에 몇 달씩 쉴지도 모른다. 교대제 직장에서는 '오늘 아무도 없습니다'가 벌어질 수도 있다. 쉬게 하지 않은 회사일수록 나중에 거대한 휴가 부채를 떠안게 된다.

그러니 회사 쪽이 2년 시효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해한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회사가 원래 짊어져야 할 '쉬게 하지 않은 대가'를, 2년 소멸로 노동자에게 되돌려 놓고 있다

는 뜻이기도 하다.


6. '못 쓴 연차'는 정말 없애야 할까?

정말 노동자 보호를 위해 설계한다면, 연차를 영원히 보존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다른 방법은 있다.

예를 들면 사라질 연차를 적립해 두는 '보존휴가', '적립 연차휴가' 제도다.

후생노동성 자료에도, 소멸하는 연차휴가를 연 4일 한도로 최대 40일까지 적립해 두었다가 병가, 간호, 돌봄, 육아, 자원봉사 등에 쓸 수 있게 한 회사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까 제도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법으로 전국에 일률 적용되는 의무가 아니라, 회사의 임의 제도에 가깝다는 점이다.

정말 휴식할 권리를 지키려면, 이런 설계가 그나마 납득하기 쉽다.

  • 통상 연차는 매년 제대로 쓰게 한다
  • 회사 사정, 인력 부족, 바쁜 시기 때문에 못 쓴 분량은 보존휴가로 옮긴다
  • 보존휴가는 병, 정신 건강 문제, 돌봄, 육아, 퇴직 전, 재교육(리스킬링)에 쓸 수 있다
  • 상한을 두는 건 괜찮지만, 그냥 태워 없애지는 않는다
  • 못 쓴 연차가 많은 부서에는 인력 부족이나 업무 과다로 보고 감사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감당 못 하게 되는 문제와 노동자의 권리가 소각되는 문제 사이에서 중간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법은 거기까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렇게 된다.

쉴 수 있는 회사에서는 복지. 쉴 수 없는 회사에서는 연차 소각로.


7. 결론: 연차 2년 소멸은 '쉴 수 있다는 전제의 버그'

연차가 2년 만에 사라지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1. 노동기준법 115조에 따라 연차휴가 청구권은 2년이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 그 배경에는 노동 관계의 권리를 일찍 확정하려는 오래된 제도 설계가 있다
  3. 2020년에 임금 청구권은 손봤지만, 연차는 '매년 써야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2년 그대로 두었다
  4. 연 5일 사용 의무는 사용률이 낮은 현실에 대한 대책으로 2019년에 들어왔다
  5. 5일은 최소 부여일 10일의 절반이며, 회사에 의무로 지우기 쉬운 최저선으로 볼 수 있다
  6. 다만 쉴 수 없는 직장에서는 2년 소멸이 회사 사정에 따른 권리 소각로가 된다

제도의 명분은 노동자를 쉬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쉬게 한다는 명분. 돌린다는 속내. 불타는 연차.

정말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면 '2년이면 지운다'에서 끝나지 않고, '쉬지 못하는 직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까지 제도에 넣어야 한다.

인력이 모자란 회사에서는 연차를 쓸 수 없다.
못 쓴 연차는 2년이면 사라진다.
회사는 최소 5일만 맞춰 놓는다.
나머지는 소각된다.

이건 노동자의 휴식할 권리라기보다, 회사를 돌리기 위해 최소한만 쉬게 하는 제도로 보이고 만다.

그래서 이 제도에는 이런 이름표가 어울린다.

연차 소각로.

종이 위의 휴식할 권리.

쉴 수 있다는 전제의 버그.

연차는 권리다.
하지만 쉴 수 없는 직장에서는 2년 뒤에 불탄다.

그건 이미 권리라기보다 유효기간이 붙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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