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 검으로 이기는 윌이 마법학원에 있는 이유는?

『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를 보다 보면 주인공 윌이 강한 건지 약한 건지 좀 헷갈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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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에서 느끼는 평가 시스템 버그와 검 루트 문제

『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를 보다 보면 주인공 윌이 강한 건지 약한 건지 좀 헷갈릴 때가 있다.

공식 설정만 보면 윌은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학원 학생이다. 소꿉친구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마법사의 정점인 "지고의 오장", 마기아 벤데를 목표로 하는 소년이다. 지팡이는 못 쓰지만 검을 들고, 마법 지상주의 세계에서 싸운다.

이 설정 자체는 이해가 간다.

마법이 전부인 세계에서 마법을 못 쓰는 소년이 검 하나로 맞선다.
낙오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소중한 약속 때문에 위를 향해 나아간다.
구도만 보면 꽤 뜨겁다.

그런데 보다 보면 걸리는 부분이 있다.

윌이 틈틈이 실력을 보여주는데도 주변의 평가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법을 못 쓴다.
그래서 무능력자 취급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결과를 내고 있다.
검으로 이기고 있다.
신체 능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 "마법도 못 쓰는 무능력자" 취급이 이어지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다들 원숭이야?


"마법을 못 쓴다"는 약점이지만 "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윌이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건 분명 큰 약점이다.

이 세계에서는 마법이 사회적인 평가 기준이다.
마법을 쓰는 게 당연하고, 못 쓰면 치명적인 결함으로 본다.
그래서 학교나 주변에서 낮게 평가하는 건 설정상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법을 못 쓴다"와 "실력이 없다"는 별개다.

마법은 못 쓴다.
그런데 검은 강하다.
신체 능력도 높다.
실전에서 이긴다.
위험한 순간에 결과를 낸다.

이런 경우 주변은 평가를 업데이트해야 말이 된다.

처음에는 "마법을 못 쓰니까 쓰레기"라고 생각했더라도, 몇 번 실력을 봤다면

"마법은 못 쓰지만 전투력은 높다"
"마법사로서는 이단이지만 현장 전력으로는 꽤 쓸 만하다"
"평가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잘못 보게 된다"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마법을 못 쓰니까 무능"이라고 말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주인공이 알기 어렵다기보다, 주변의 평가 업데이트 능력이 너무 낮은 문제다.


평가 시스템이 버그 난 학원으로 보인다

윌이 마법을 못 쓰니까 낮게 평가받는다.

이건 그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검으로 실적을 냈는데도 인정받지 못한다.
실전에서 성과를 내는데도 평가 기준은 마법 하나로 고정돼 있다.
몇 번을 봐도 주변은 "그래도 마법은 못 쓰잖아"라며 사고 정지에 빠진다.

이쯤 되면 학원 자체가 단단히 버그 난 것처럼 보인다.

마치

마법만 평가하는 평가 시스템 버그 학원

같다.

물론 작품은 "마법 지상주의 세계"를 그리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마법이 전부인 사회에서 검이라는 이물질이 어떻게 취급받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거겠지.

그래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윌이 실력을 보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성과를 보라고.

평가 기준이 마법에만 고정돼 있으니, 눈앞에서 나오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은 현실의 조직에서도 가끔 있다.

자격증이 없으니 평가하지 않는다.
직함이 없으니 평가하지 않는다.
정해진 형식에 맞지 않으니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럴 때 지켜보는 쪽은 꽤 답답하다.

윌의 주변 사람들도 여러 번 실력을 봤다면 최소한 평가는 바꿔줬으면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정말 원숭이다.


문제는 "검이 강하다"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검으로 싸우는 주인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마법 사회에서 검을 쓰는 주인공은 알기 쉽게 멋있다.

마법을 못 쓰기 때문에 다른 수단으로 싸운다.
지팡이가 아니라 검으로 길을 연다.
마법 일강의 세계에 다른 기술로 구멍을 뚫는다.

이건 왕도다.

문제는 검으로 이긴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마법학원에 있는 의미가 전투 묘사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윌이 마법학원에서 배운 것을 검 싸움으로 바꿔 쓰는 묘사가 강하다면 훨씬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수업에서 마법진을 이해하고 있으니 적의 약점을 꿰뚫어 본다
  • 속성 상성을 알기 때문에 피할 방향과 벨 타이밍을 판단한다
  • 영창과 마력의 흐름을 읽어서 다음 공격을 예측한다
  • 마법 이론을 알기에 검으로 마법을 무너뜨린다
  • 동료의 마법을 이해하고 검과 합동 공격에 활용한다

이런 묘사가 많다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법학원에서 배운 지식이 검에 실려 있다"

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이

신체 능력으로 휙 피하고
검으로 서걱 베는

쪽으로 기울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거, 마법학원 아니어도 되는 거 아냐?


목적, 수단, 소속 조직이 맞물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를 분해하면 이렇게 된다.

목적: 소꿉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위로 올라가고 싶다.
수단: 지고의 오장, 마기아 벤데를 목표로 한다.
소속: 마법학원.
결점: 마법을 쓰지 못한다.
실제로 이기는 방법: 검과 신체 능력.

여기서 시청자가 걸린다.

목적이 "소꿉친구를 만나고 싶다", "탑 꼭대기에 가고 싶다"라면, 검으로 강해져서 혼자 가면 되지 않나.
마기아 벤데가 되지 않아도 검으로 실적을 쌓아 인정받으면 되지 않나.
마법을 못 쓰는데 마법직의 정점을 노리기보다, 검사로서 다른 루트를 열면 되지 않나.

물론 작품 안에는 정규 루트와 제도, 탑, 마기아 벤데라는 구조가 있다.

하지만 시청자를 납득시키려면

"왜 그 제도를 거쳐야만 하는가"

를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

여기가 약해 보이면

검으로 무쌍을 찍을 수 있으면 알아서 탑에 가라 문제

가 나온다.

더 거칠게 말하면

메이드 인 어비스 방식으로 알아서 내려가라 문제(『메이드 인 어비스』는 거대한 구멍 속으로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 탐험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다.


"알아서 가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면

이런 유형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루트 봉쇄다.

주인공이 다른 루트로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면, 그 다른 루트가 왜 안 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조건이다.

  • 탑에 들어가려면 학원 학점이나 추천이 필수다
  • 마기아 벤데가 아니면 소꿉친구가 있는 영역에 물리적으로 갈 수 없다
  • 검이 아무리 강해도 제도상 통행증이 없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 검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마법 결계, 인증, 의식이 있다
  • 학원에서 얻는 인맥, 지식, 자격이 없으면 중간에 막힌다
  • 혼자 가면 즉사하는 규칙이나 위험이 있다
  • 학원 루트를 거쳐야만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조건이 일찍 그려져 있으면 납득하기 쉽다.

"검이 강하면 알아서 가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검이 강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마법학원에 있어야 한다"

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이 얇으면, 주인공이 검으로 강해질수록 마법학원에 있는 의미가 옅어 보인다.


마법 도구로 다 하면 되잖아 문제

게다가 마법을 못 쓰는 문제를 "도구"로 메울 수 있다면 또 다른 태클이 나온다.

이 세계에 마법을 못 쓰는 사람도 다룰 수 있는 마법 도구가 있다면

마법을 못 쓰면 마법 도구로 다 하면 되잖아

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작품 안에서 마법 도구에 제한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면

  • 마법 도구를 쓰는 데도 본인의 마력이 필요하다
  • 도구는 비싸서 쉽게 쓸 수 없다
  • 도구로는 상위 마법이나 탑의 인증을 돌파할 수 없다
  • 도구는 보조는 되지만 마기아 벤데는 될 수 없다
  • 도구 사용은 제도상 인정되지 않는다
  • 도구로는 본인의 마법 적성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이런 조건이 있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설명이 약하면 시청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마법을 못 쓰는 대신 대장장이·기술 쪽으로 마법 도구를 만들면 되지 않나?"
"검에 마법을 실을 수 있다면 마법검으로 탑을 정복하면 되지 않나?"
"본인이 마법을 못 쓰는 게 문제라면 외부 장치로 보완하면 되지 않나?"

판타지 세계에서는 이게 꽤 중요한 요건이다.

마법이 재능에 좌우되는 세계인가.
도구로 대체할 수 있는 세계인가.
검이나 도구가 제도상 어디까지 인정되는가.
마법 도구로 돌파할 수 있다면 왜 주인공은 그걸 메인 루트로 삼지 않는가.

여기가 모호하면 마법을 못 쓴다는 핸디캡이 조금 옅어 보인다.


마법검으로 탑을 정복해 달라 문제

윌의 매력은 마법을 못 쓰는데도 검으로 싸운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럼 마법검으로 탑을 정복해 줘.

마법은 못 쓴다.
하지만 검은 쓴다.
마법 도구나 동료의 마법, 마법 이론, 마검 같은 요소로 보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 루트로 정점을 노리는 이야기로 끝까지 밀고 나가 줬으면 한다.

그러면 꽤 알기 쉽다.

마법학원에 있는 의미도

"마법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법을 이해하고 검으로 변환하기 위해서"
"마법 사회의 제도를 공략하기 위해서"
"마법사들과 연계해 검사로서 또 다른 정점을 만들기 위해서"

가 된다.

이 방향이라면 꽤 통쾌하다.

다만 그러려면 검과 마법 지식의 연결을 더 보여줘야 한다.

그냥 피하고 베기만 하면 마법검이라기보다 그저 피지컬 무쌍으로 보인다.

마법검으로 탑을 정복하려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법을 이해하니까 벨 수 있다"

는 묘사가 필요하다.


마법학원 루트의 요건 정의 부족

이 위화감을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마법학원 루트의 요건 정의 부족.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만들기 전에 무엇을, 왜 만드는지 정리해 두는 작업을 말한다.)

왜 마법학원인가.
왜 마기아 벤데인가.
왜 검사 루트는 안 되는가.
왜 혼자서 탑을 노릴 수 없는가.
왜 마법 도구로 대체할 수 없는가.
왜 마법을 못 쓰는 주인공이 마법 제도 안에서 인정받아야 하는가.

여기가 더 분명하면 훨씬 개운해진다.

이야기로서는 "마법을 못 쓰는 소년이 마법 지상주의 세계에서 정점을 노린다"는 뜨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니, 마법을 1밀리도 안 쓰는데 마법 사회의 자격 루트에 집착할 의미가 있나?"

하고 느끼기 쉽다.

이건 설정이 나쁘다기보다 연결의 문제다.

목적과 수단과 소속 조직의 연결이 약해 보이면 시청자는 태클을 걸고 싶어진다.


작품의 재미와 위화감은 양립한다

여기까지 쓰면 작품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액션은 멋있다.
검으로 마법에 도전하는 구도도 알기 쉽다.
낙오자 취급을 받던 주인공이 실력으로 되갚아 주는 전개도 통쾌하다.

다만 그 통쾌함이 있기에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검으로 이만큼 강하다면 왜 마법학원인가.
왜 정규 루트에 집착하는가.
왜 실력을 보여줘도 주변의 평가가 바뀌지 않는가.
왜 수업과 마법 지식의 가치가 더 보이지 않는가.
왜 마법 도구나 마법검 루트는 안 되는가.
왜 혼자서 위로 올라가는 루트는 없는가.

이 부분을 조금만 더 보여준다면 훨씬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재미없다"가 아니다.

재미있지만 설정의 요건 정의가 신경 쓰인다.

이게 가장 가깝다.


정리: 검으로 이기려면 평가도 루트도 업데이트해 줬으면

『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의 주인공 윌은 마법 사회의 평가 기준에서는 약자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검과 신체 능력으로는 꽤 강하다.

이 낙차가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든다.

"실력을 보여줬는데 왜 주변의 평가는 바뀌지 않지?"
"검으로 이길 수 있다면 마법학원에 있는 의미가 있나?"
"마기아 벤데가 되지 않아도 검으로 탑을 노리면 되는 거 아닌가?"
"마법을 쓰지 않는데 마법직의 정점을 노릴 필요가 있나?"
"마법 도구로 보완할 수 있다면 그걸로 다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학원에서 배운 지식은 어디서 효과를 내고 있지?"

이 의문을 지우려면 마법학원에 있어야 하는 필연성을 더 보여줘야 한다.

검만으로는 닿지 않는 이유.
학원 루트를 거쳐야 하는 이유.
수업과 마법 지식이 전투로 변환되는 묘사.
마법 도구로는 대체할 수 없는 제약.
실력을 본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평가를 바꿔 가는 묘사.

이런 것들이 있으면 꽤 개운해진다.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검으로 무쌍을 찍을 수 있으면 알아서 탑에 가라. 마법 도구가 있으면 그걸로 다 해라. 실력을 보고도 평가를 못 바꾼다면 주변은 전부 원숭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고 싶어질 만큼 주인공은 평범하게 강해 보인다.

그러니 마법학원에 있는 의미와 주변의 평가 업데이트를 더 보여줬으면 한다.

그게 보인다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법학원에서 싸우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훨씬 기분 좋게 맞아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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