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무한리필 가게에 가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거, 본전은 뽑은 건가?"
유즈안, 야키니쿠 킹, 샤부요, 호텔 뷔페, 고기 무한리필.
가격은 대체로 3000엔대에서 4000엔대다.
싸게 외식하는 수준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즈안(일본의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의 '계절 유즈안 코스'는 세금 포함 3828엔이다.
야키니쿠 킹의 '킹 코스'도 대부분의 매장에서 세금 포함 3700엔대에서 3900엔대 가격이다.
이 금액을 보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한다.
"3500엔 넘게 냈으면 그만큼은 먹어야 안 손해 아닌가?"
그런데 가게 쪽도 당연히 이걸 알고 있다.
무한리필은 가게가 평균적으로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럼 손님은 무조건 손해를 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식재료 원가만 놓고 보면 많은 손님이 손해를 보기 쉽다.
하지만 경험의 가치까지 포함하면 손님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무한리필은 가게의 기댓값 계산과 손님의 만족도 게임이 동시에 성립하는 장사다.
무한리필은 가게가 모든 손님을 이기는 장사가 아니다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무한리필 가게가 '모든 손님에게서 반드시 이익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님을 한 명씩 보면 가게가 지는 일도 흔하다.
손님을 유형별로 나누면 이렇다.
- 소식하는 사람: 가게의 대승
- 보통인 사람: 가게가 예상한 그대로
- 많이 먹는 사람: 이익이 얇음
- 스모 선수, 대식가: 혼자서는 적자일 수도 있음
- 루피(먹성이 끝없는 만화 주인공): 만화 속 신진대사라 위험
- 커비(뭐든 빨아들이는 게임 캐릭터): 사업 존속의 위기
무한리필은 손님 한 명 한 명을 이기는 장사가 아니다.
손님 전체의 평균으로 이기는 장사다.
즉 가게는 스모 선수 한 명에게 져도 괜찮다.
소식하는 손님, 보통 손님, 디저트파, 아이들, 가족 손님, 탄수화물파로 평균이 다시 맞춰지면 성립한다.
보험이나 구독 서비스, 무제한 음료 같은 것과도 닮았다.
- 보험: 모두가 동시에 사고를 당하지는 않는다는 전제
- 구독: 모두가 한도까지 쓰지는 않는다는 전제
- 무제한 음료: 모두가 주당은 아니라는 전제
- 무한리필: 모두가 커비는 아니라는 전제
무한리필은 사람마다 다른 위장 크기를 이용한 기댓값 장사다.
가게 쪽의 기본 공식
무한리필 가게의 이익은 대략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손님 1인당 이익
= 무한리필 가격
- 식재료 원가
- 인건비 배분
- 임대료, 공과금, 손실, 관리비 배분
식재료 원가는 다시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식재료 원가
= 고기 주문량 × 고기 원가
+ 사이드 메뉴 원가
+ 디저트 원가
+ 음료 원가
+ 남긴 음식과 폐기 손실
가게가 보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승패가 아니라 평균이다.
평균 식재료 원가
= 전체 손님의 식재료 원가의 평균
가게의 기본 조건은 이렇다.
평균 식재료 원가 ÷ 무한리필 가격 <= 목표 원가율
음식점의 원가율(가격 중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업종마다 다르지만, 보통 30% 안팎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고깃집은 고기 원가가 높은 편이라 35~40% 정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기 무한리필에서는 고기뿐 아니라 사이드 메뉴, 밥, 면, 국물, 디저트 등으로 전체 원가율을 조절한다.
다시 말해 가게는 '고기만 먹으면 곤란하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다.
그래서 메뉴 전체로 균형을 맞춘다.
가게 쪽 게임은 두 단계로 나뉜다
무한리필 가게의 게임은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 손님을 오게 만드는 게임
손님이 안 오면 원가 설계가 아무리 훌륭해도 소용없다.
매출은 0엔.
고정비는 그대로 나간다.
식재료 손실도 생긴다.
인건비도 든다.
그래서 먼저 손님이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가게라면 3500엔 내도 괜찮아"
"오늘은 여기서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고기에 초밥에 디저트까지 있으면 가야지"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편해"
"스트레스 풀고 싶어"
"요리랑 설거지를 맡기고 싶어"
이 단계에서 지면 무한리필 가게는 끝이다.
2단계: 온 손님의 평균 원가로 이기는 게임
손님이 온 뒤에는 가게의 설계가 힘을 발휘한다.
- 이용 시간 제한
- 라스트 오더
-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양
- 원가가 높은 메뉴와 낮은 메뉴의 균형
- 밥, 면, 국물, 채소, 디저트로 채우는 만족감
- 음식 남김 방지책
- 대량 매입
- 운영 효율화
여기서 손님마다 다른 식사량의 편차를 평균으로 맞춘다.
무한리필은 가게가 평균적으로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전에 손님이 와야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은 1단계, 즉 '3500엔 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꽤 중요하다.
손님은 식재료 원가만 사는 게 아니다
여기가 중요하다.
손님은 무한리필에서 식재료 원가만 사는 게 아니다.
손님이 사는 건 훨씬 많다.
- 요리하지 않아도 된다
- 뒷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 장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
- 여러 종류를 먹어볼 수 있다
- 아이나 가족과 가기 편하다
- 친구와 즐길 수 있다
- 스트레스가 풀린다
- 오늘만큼은 제한을 풀 수 있다
- 정액제라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다
- 식사가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 먹고 나서 '만족했다'고 느낄 수 있다
즉 무한리필은
식재료 원가의 승부가 아니라, 욕구, 수고 덜기, 경험, 안정감이 한데 묶인 패키지
다.
식재료 원가로는 가게에 져도 경험의 가치로는 이길 수 있다.
무한리필은 정말 무조건 손해일까?
답은 이렇다.
식재료 원가만 보면 손해를 보기 쉽다. 가게가 평균적으로 이기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사, 다양함, 수고 덜기, 설거지 맡기기, 스트레스 해소, 정액제의 안정감, 이벤트 같은 느낌까지 포함하면 손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봐야 할 것은
식재료 원가로 본전을 뽑았는가
만이 아니다.
봐야 할 것은
3500엔을 내고, 오늘의 나는 만족했는가
이다.
무한리필은 가게에게는 기댓값 장사다.
손님에게는 만족도 장사다.
가게는 평균으로 이기고,
손님은 경험으로 이긴다.
그래서 무한리필이라는 장사가 성립한다.
정리
무한리필은 가게가 모든 손님에게서 반드시 이기는 장사가 아니다.
대식가에게는 진다.
스모 선수에게는 질지도 모른다.
커비가 오면 끝이다.
하지만 가게는 전체 평균으로 이기도록 설계해 두었다.
반면 손님은 식재료 원가로 이길 필요가 없다.
손님이 사는 것은 식사, 다양함, 선택지, 수고 덜기, 뒷정리 맡기기, 스트레스 해소, 정액제의 안정감, 이벤트 같은 느낌, 그리고 만족도다.
그러니 무한리필이 무조건 손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승리 조건을 잘못 잡으면 손해가 된다.
식재료 원가로 가게를 이기려 하면 진다.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면 이긴다.
사람은 커비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무한리필을 이벤트로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