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 낮은 평가가 내 가능성을 깎아내는 느낌

한밤중에 걷다 보면 어느새 회사와 조직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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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평가가 형식적인 의식처럼 보이고, 혼자 벌고 싶어지기까지

한밤중에 걷다 보면 어느새 회사와 조직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만두는가. 본인의 문제와 상사나 환경의 문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경력직이 적응하지 못할 때, 받아들이는 쪽에는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경영진이 알고 있는 회사와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회사는 왜 어긋날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인의 태도 탓으로 돌려 버리면, 회사는 언제 배우는가.

이런 것들을 여러 각도에서 분해하고, 머릿속에서 이어 붙인다.

그런데 사내 평가 시트에 쓰라고 하는 항목은 영상 제작, 표준화, 주변에 대한 영향력, 역할 인식, 보이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물론 영상이나 표준 매뉴얼을 만든 것 자체는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 설명하기 쉬운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안에서 영상 제작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 왜 교육이 특정 사람에게 달려 있는가
  • 무엇을 공통화하고, 무엇을 현장 판단에 남길 것인가
  • 지식을 어느 정도까지 잘게 쪼개야 다른 사람이 재현할 수 있는가
  • 경영진의 의도를 현장에서 돌아가는 운영 방식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를 생각했고, 그걸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상과 표준 매뉴얼을 골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가 시트를 거치면 "영상을 만들 줄 아는 사람", "표준화를 추진하는 사람", "주변을 좀 더 의식해야 하는 사람"으로 압축된다.

압축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가장 싫은 것은 압축된 인물상이 공식적인 나로 취급되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업무, 역할, 승진, 급여, 다음 경험의 기회까지 배분된다는 점이다.


1. 그냥 "이해받지 못하는" 정도라면 아직 견딜 만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곳을 본다.

평가자는 평가자의 자리에서 본다. 현장 담당자는 현장에서 본다. 본인에게는 본인만 아는 사정과 판단 근거가 있다.

그러니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달라"는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

이번에 느끼는 불쾌감도 단순히 칭찬을 받지 못해서, 머리가 좋다는 걸 인정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이해가 부족한 쪽에 권한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평가자가 보는 범위가 좁아도, 그 사람에게는 다음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 무엇을 맡길지
  • 재량을 어느 정도 줄지
  •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할지
  • 승진 후보로 올릴지
  • 급여를 어디까지 올릴지
  • 상위 업무를 경험하게 할지

다시 말해 이런 흐름이 된다.

충분히 보지 않았다
↓
한정된 정보로 인물상을 만든다
↓
그 인물상이 공식 평가가 된다
↓
평가를 근거로 미래의 선택지를 배분한다

이건 단순한 오해가 아니다.

상대의 인지 한계가 나의 행동 가능성의 한계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2. 정말 주변의 해상도가 낮은 걸까

여기서는 감정만으로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나만 본질을 보고 있고 주변은 아무 생각이 없다"고 결론짓는 것은, 반대 방향의 낮은 해상도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른 능력이 있다.

  • 인간관계의 온도를 읽는다
  • 말로 드러나지 않는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 현장을 멈추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
  • 경험칙으로 위험을 피한다
  •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을 가늠한다
  • 조직 안에서 통하는 표현을 고른다

이것들은 구조 분석과는 다른 능력이다.

그러니 공정하게 정리하면

나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주변은 모든 면에서 낮다

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렇다.

나는 개인, 관계, 환경, 제도, 데이터, 경영진의 인식을 나눠서 생각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인과 모델로 이어 붙이는 기능이 꽤 강하다. 반면 이번 평가자와 평가 제도의 운용은 그 기능을 거의 관찰하지 못했다.

복잡한 사고에는 여러 관점을 구별하는 "분화"와, 그것들을 서로 관련짓는 "통합"이 있다.

연구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관점을 구별하면서 연결하는 사고 구조를 통합적 복잡성(integrative complexity)이라는 개념으로 다루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논점을 많이 늘어놓는 것만이 아니다.

서로 상반되는 요인을 그대로 둔 채, 어떤 조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짜 맞추는 것이다.

내가 퇴사 사례를 볼 때 하는 일이 바로 이 처리다.


3. 한 사람의 퇴사 사례를 어디까지 들여다보는가

예를 들어 경력직으로 들어온 사람이 메모를 하지 않고, 부서 이동을 원하고, 퇴사 쪽으로 기울었다고 하자.

겉만 보면 이런 이야기로 끝난다.

  1. 본인이 메모를 하지 않았다
  2. 일을 익히지 못했다
  3. 부서 이동을 희망했다
  4. 어리광이다
  5. 본인 문제다

본인에게 행동상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메모를 하지 않아서 업무 습득에 지장이 생겼다면, 그 부분은 본인의 책임으로 남는다.

하지만 거기서 100 대 0으로 끝내지 않는다.

다음 요인도 나눠서 생각한다.

개인 요인

  • 메모를 하지 않았다
  • 스스로 확인하지 않았다
  • 필요한 학습 행동을 하지 않았다
  • 본인의 기대와 업무 내용이 맞지 않았다

관계 요인

  • 질문하면 혼나는 관계는 아니었는가
  • 확인하는 걸 반기는 상사였는가
  • 과거에 자기 의견을 부정당한 경험은 없었는가
  •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 있었는가

환경 요인

  • 역할과 기대가 분명했는가
  •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가
  • 경력직을 위한 온보딩(입사 후 적응을 돕는 과정)이 있었는가
  • 질문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있었는가
  • 인력 부족이나 업무 과다는 없었는가

데이터와의 연결

  • 다른 경력직도 일찍 퇴사하지 않았는가
  • 특정 부서나 특정 상사에게 몰려 있지 않은가
  • 입사 후 1년 미만 퇴사율은 어떤가
  • 부서 이동 희망이나 휴직 같은 전조가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경영진 인식과의 단절

  • 경영진은 본인의 태도만 문제 삼고 있지 않은가
  • 현장의 수용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 다른 회사 경험자가 이상 징후를 일찍 알아챘을 가능성을 생각해 봤는가
  • "요즘 사람들은 물러터졌다"는 기존의 이야기에 끼워 맞추고 있지 않은가

조직 학습

  • 퇴사할 때마다 본인 탓으로 매듭짓고 있지 않은가
  • 같은 부서에서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 원인 분석이 다음 채용, 배치, 교육에 반영되고 있는가
  • 경영진에게 불편한 정보는 올라가지 않는 구조가 아닌가

여기까지 이어 보면, 나는 한 직원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책임은 남겨 두면서, 회사가 개선할 수 있는 변수를 찾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공감도, 비판도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 진단이다.


4.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건 "논점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이어 붙이는 것" 때문이다

개별 용어를 아는 사람은 있다.

  • 심리적 안전감
  • 퇴사율
  • 온보딩
  • 업무 몰입도(engagement)
  • 매니지먼트
  • 조직 학습

하지만 하나하나를 따로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현상을 여러 층에서 이어 붙이는 것은 다르다.

대부분의 분석은 중간에 멈춘다.

분석 단계 전형적인 결론
겉으로 드러난 행동 메모를 하지 않은 본인이 잘못이다
감정에 대한 배려 상사의 말투도 문제였다
환경 요인 심리적 안전감이 낮았다
제도 요인 경력직 수용 제도에 문제가 있다
데이터 연결 경력직의 조기 퇴사가 많다
경영진과의 연결 경영진의 인식과 현장 실태가 어긋나 있다
조직 학습 개인 탓으로 닫아 버리는 판단 방식 자체가 재발을 만든다

나는 끝까지 올려서 생각하는 편이다.

게다가 근무 시간이 아닐 때도 계속 생각한다.

산책할 때도, 목욕할 때도, 자기 전에도 다른 사례와 연결해서 모델을 갱신한다.

이 능력 차이에는 인지 특성뿐 아니라 단순히 쏟아부은 시간도 크게 작용한다.

INTP라는 성격 유형만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 구조와 인과에 대한 관심
  • 하나의 설명으로 닫지 않는 습관
  • 모순이나 책임 전가에 대한 민감함
  • 구매, 인사, 교육, 업무 개선을 가로지르는 경험
  • 오랜 시간 곱씹고 모델을 갱신하는 일

이런 것들이 쌓여 있다.

그러니 "나는 천재고 남들은 낮다"기보다

특정 문제 영역에 대해 접근 각도의 수, 통합의 깊이, 생각하는 시간의 총량이 많다

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5. 평가 시트의 해상도가 낮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평가 시트에는 본래의 용도가 있다.

사람의 능력과 사고를 있는 그대로 전부 적을 수는 없다.

제도로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압축해야 한다.

  •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다
  • 평가자끼리 공유할 수 있다
  • 행동으로 관찰할 수 있다
  • 목표를 세울 수 있다
  • 나중에 돌아볼 수 있다
  • 인사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그러니

개인, 환경, 제도, 경영진의 인식을 통합해 조직 학습이 멈춘 원인을 찾는다

라는 긴 설명을

관계자에게서 정보를 모은다
과제를 구조화한다
개선안을 제안한다
표준 매뉴얼과 영상으로 구현한다

처럼 행동으로 바꾸는 것 자체는 합리적이다.

평가 연구에서도 평가 결과는 "진짜 능력"을 그대로 읽어 낸 것이 아니라, 평가자의 인지 과정, 관찰 범위, 목적, 맥락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정리한다.

그러니 시트에 사람 전체가 담기지 않는 것은 제도의 결함이라기보다 제도의 한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압축하는 것이 아니다.

압축하기 전에 충분한 관찰과 대화가 있었는가. 압축한 표현이 가설로서 수정될 수 있는가. 압축 결과가 본인 능력의 상한선으로 굳어지지 않는가.

이 점이 중요하다.


6. "번역"과 "의식"의 경계

제대로 된 평가라면 이런 순환이 있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한다
↓
본인이 가진 정보와 판단 이유를 듣는다
↓
평가자의 가설과 본인의 설명을 대조한다
↓
구체적인 행동 과제로 풀어낸다
↓
필요한 권한, 업무, 지원을 준다
↓
실행 결과를 관찰한다
↓
인물상과 과제 설정을 갱신한다

이 경우 시트는 성장을 앞으로 밀어 주는 번역 장치가 된다.

반대로 의식으로 변하면 이렇게 된다.

현장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인물상을 만든다
↓
"주체성", "주변에 대한 영향력", "역할 인식" 같은 추상적인 말로 바꾼다
↓
본인에게 문장을 몇 번이고 고쳐 쓰게 한다
↓
지도를 했다는 기록을 남긴다
↓
역할, 재량, 업무, 지원은 달라지지 않는다
↓
처음의 인물상도 갱신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평가는 성장을 돕는 일이 아니라, 제도를 시행한 형식을 완성하는 활동에 가까워진다.

이번에 내 "쇼 감지 센서"가 반응하는 것은 시트가 존재해서가 아니다.

  • 평가자가 현장에서 나를 충분히 보지 않았다
  • 지적이 구체적인 행동이 아니라 추상적인 인물평이다
  • 내 판단 이유를 설명해도 평가 모델이 갱신되지 않는다
  • 시트를 고치는 일 자체가 중심이 되어 있다
  • 부서 이동 후까지 같은 사람이 챙기겠다는 이야기가 되어 있다
  • 그 작업이 새로운 권한이나 경험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

라는 조건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공정한 표현은 이렇다.

평가 제도 자체에는 복잡한 능력을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바꾼다는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운용에서는 평가자의 관찰과 대화가 부족한 채 추상적인 인물상이 앞서 나갔고, 시트를 고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나에게는 성장 지원보다 형식적인 의식에 가깝다.

"전부 쇼다"라고 단언하는 것보다 정확하다.


7. 정보를 보여 주지 않았다면, 평가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을까

여기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평가자가 보고 있는 정보는 다르다.

게다가 내가 가진 정보를 전부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보를 공개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 말해도 이해받지 못한다
  • 일방적으로 부정당한다
  • 본론이 태도나 인격 이야기로 바뀐다
  • 추가 업무와 책임만 떠안게 된다
  • 긴 설명을 요구받는다
  • 회의에 참석하면 시간과 체력만 적자가 난다
  • 문제를 제기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 내가 한 말이 다른 의미로 번역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보를 내놓지 않는 것이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다.

과거의 반응을 바탕으로 한 자원 방어이기도 하다.

직원이 의견이나 우려를 말할지 침묵할지는 본인의 성격만이 아니라, 말한 뒤의 결과에 대한 예측, 상사의 개방성, 조직의 지원, 심리적 안전감 등과 관련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니

정보를 충분히 내놓지 않는다
= 주체성이 없다
= 주변을 보지 않는다

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공개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
정보가 나오지 않게 된다
↓
평가자의 눈에 보이는 행동이 줄어든다
↓
"주체성이나 영향력이 없다"고 평가한다

라는 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조직이 관측 가능성을 낮춰 놓고, 그 관측 부족을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채점하는 구조다.


8.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된다

평가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과 본인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같지 않다.

  •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는다
  • 주변에 폭넓게 공유하지 않는다
  • 손을 들고 앞에 나서지 않는다
  • 상사에게 자주 상의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만 보면 주체성이 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 회의 목적이 불분명해서 참석하면 손해다
  • 발언해도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 이 관계에서는 내가 가진 정보를 공개해서 얻는 이익이 없다
  • 이미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관여하면 책임만 늘어난다
  • 다른 중요한 업무와의 우선순위를 따져 보고 있다
  • 과거에 부정당한 경험 때문에 확인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걸 확인하지 않고 "보이지 않았으니 없다"고 취급하면 평가는 크게 빗나간다.

현장을 충분히 보지 않은 평가자일수록 관찰하기 쉬운 행동에 의존한다.

  • 발언 횟수
  • 회의 참석
  • 말 걸기
  • 자료의 겉모습
  • 지시에 대한 반응
  • 상사 앞에서의 적극성

이런 것들은 알기 쉽지만, 능력 전체를 대신하는 지표에 불과하다.

평가 연구에서도 직장에서의 평판이나 타인의 평가는 실제 능력과 성과뿐 아니라, 평가자에게 선택적으로 보여 준 행동이나 공유된 인지 편향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눈에 잘 띄는 것과 가치 있는 것은 같지 않다.


9. 왜 "나를 싸게 팔고 있다"고 느껴지는가

평가가 거칠 뿐이라면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끝낼 수도 있다.

그래도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그 평가가 미래로 번지기 때문이다.

해상도 낮은 평가
↓
작은 역할밖에 맡기지 않는다
↓
상위 수준의 판단 경험을 쌓을 수 없다
↓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공식 실적이 늘지 않는다
↓
시장에서는 계속 경험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
급여와 선택지가 늘지 않는다

이 흐름을 생각하면 평가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경험의 기회를 배분하는 장치다.

영상과 표준 매뉴얼은 내 능력을 보여 주는 증거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물상이 굳어지면

  • 업무 구조를 진단하는 힘
  • 여러 부서의 정보를 이어 붙이는 힘
  • 개인 요인과 환경 요인을 분리하는 힘
  • 경영진과 현장의 단절을 발견하는 힘
  • 조직 학습이 멈추는 구조를 찾아내는 힘

이 평가에서 사라진다.

말단의 결과물만으로 상류의 진단과 설계 능력까지 값이 매겨진다.

그래서 "싸게 팔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 정확하게는

값비싼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능을 관찰하지 못하는 평가자가 눈에 잘 띄는 값싼 용도에 나를 배정하고 있다

는 위화감이다.


10. 능력의 과소 활용과 거부감

여기서 짚어 둘 것은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내가 수준이 높다고 생각해도, 시장이나 조직이 보기에는 공식적인 경험과 성과가 부족할 수 있다.

실제로 DX(디지털 전환), 대형 IT 기업, 프로덕트 오너(제품 책임자) 같은 곳에 지원했다가 떨어진다면, 지금 시장은

  • 제품에 대한 책임
  • 고객 요구의 정의
  • 우선순위 결정
  • KPI(성과를 재는 수치) 관리
  • 개발팀과의 협업
  • 시스템 도입
  • 예산과 성과에 대한 책임

같은 실무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시장은 내 머릿속을 직접 살 수 없다.

과거에 무엇을 맡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재료로 위험을 판단한다.

그래서 구매, VBA(엑셀 매크로), 표준화, 교육 설계처럼 이미 증명된 경험으로 값이 매겨지는 것에는 타당성이 있다.

그래도 싫은 것은 방향은 보이는데 직무 경험의 형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인식, 곧 자기 기술이 일에 비해 남는다는 인식이 업무 태도, 이직 의향, 웰빙, 커리어 성과 등과 관련된다는 점이 연구로 정리되어 있다.

다만 이것이 "내가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증명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능력과 지금 주어진 역할 사이에 큰 불일치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그 불일치가 상사의 해상도 낮은 평가로 굳어지면 반발은 더 커진다.


11. 왜 혼자 벌고 싶어지는가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혼자 벌고 싶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가치의 값매김을 한 명의 평가자에게 쥐여 주고 싶지 않다.

회사에서는 평가의 경로가 한정되어 있다.

  • 상사가 본다
  • 평가 시트로 바꾼다
  • 회의에서 조율한다
  • 등급과 급여에 반영한다
  • 다음 업무를 배분한다

이 경로에 있는 사람이 내 강점을 관찰하지 못하면 내 가치는 돈으로 바뀌지 않는다.

혼자 벌면 적어도 평가 경로를 분산할 수 있다.

  • 상품을 사는 고객
  • 앱을 쓰는 사용자
  • 글을 읽는 사람
  • 계속 이용하는 비율
  • 매출
  • 문의
  • 소개
  • 검색 유입
  • 여러 시장

한 명의 상사가 이해해 주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다.

평가자를 다시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스스로 다음을 정할 수 있다.

  • 무엇을 문제로 다룰지
  • 어떤 능력을 조합할지
  • 무엇을 상품으로 만들지
  • 얼마의 가격을 붙일지
  • 어디까지 시간을 쏟을지
  • 실패하면 무엇을 고칠지

이건 수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능력의 용도, 가격표, 경험의 기회를 스스로 정하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12. 개인 시장도 해상도가 높지는 않다

다만 혼자 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꽤 해상도가 낮다.

고객은 나의 통합적 복잡성이나 조직 진단 능력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보는 것은

  • 무엇이 편해지는지
  • 몇 시간이 줄어드는지
  • 얼마나 이득인지
  • 무엇을 막을 수 있는지
  • 바로 쓸 수 있는지
  • 다른 상품보다 알기 쉬운지

이다.

그러니 개인 시장에서도 고도의 능력을 쉬운 상품명으로 번역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체는 고도의 업무 분석이라도 겉으로는 이렇게 보인다.

  • 엑셀 표준 매뉴얼을 자동 생성한다
  • 인수인계 누락을 막는 템플릿
  • 회사별 면접 대비 리포트
  • 교육 영상의 구성을 짜 주는 도구
  • 사내 업무의 병목 진단
  • 채용 서류를 평가하는 앱

시장에서도 압축은 일어난다.

회사와의 차이는 그 압축본이 내 능력의 상한선으로 굳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영상을 만들었다
= 영상 제작과 표준화를 담당하는 사람

이 되기 쉽다.

개인 사업에서는

영상 제작 지원을 상품으로 판다
= 이번에는 그것을 입구로 썼다

로 할 수 있다.

상품은 단순해도 그 뒤에는 여러 능력을 자유롭게 쏟아부을 수 있다.

압축은 평가가 아니라 판매용 인터페이스가 된다.


13. 혼자 번다는 건 "이해해 주는 사람 찾기"가 아니다

혼자 버는 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지 않는 편이 좋다.

고객은 상사보다 더 짧은 시간에 판단한다.

상품 페이지를 몇 초 보고 이탈한다. 수준 높은 설명은 읽히지 않는다. 편리해도 팔리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제와 고객이 돈을 내는 문제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니 혼자 번다는 것은

나의 깊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찾는 것

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깊은 처리 능력을 다른 사람이 쉽게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그 변환 방법과 평가받을 시장을 스스로 고르는 것

이다.

회사에서도 시장에서도 번역은 필요하다.

싫은 것은 번역이 아니다.

번역본이 원본으로 취급되어, 원본의 가치와 미래까지 제한되는 것이다.

혼자 벌면 내가 원본을 쥔 채로 여러 번역본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이 점이 크다.


14. 평가에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이번 평가에 대해 제도 전체를 바로잡을 필요는 없다.

부서 이동이 정해져 있고 이직 활동도 진행 중이라면, 투입할 시간과 회수할 것을 따져 봐야 한다.

회사에 내는 번역문과 나 자신의 능력 정의를 분리한다

시트에는 회사가 읽을 수 있는 말을 쓴다.

  • 사실
  • 수치
  • 실행한 행동
  • 재현 가능한 절차
  • 다음에 할 구체적인 행동

하지만 그것을 나 자신의 전체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추상적인 지적은 구체화한다

"주변을 보자"가 아니라

  • 어떤 장면에서
  • 누구에게
  • 무엇을
  • 언제까지
  • 어느 정도 하는지
  • 무엇을 개선의 기준으로 삼을지

로 되돌린다.

인물상을 고치게 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현장을 보지 않은 평가자에게 내 복잡한 사고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더 큰 적자가 난다.

필요한 제출물은 통과시키고, 공식 성과는 내가 따로 저장해 둔다.

나만의 원본을 남긴다

회사용 시트와는 별도로 다음을 기록한다.

  • 발견한 문제 구조
  • 분석에 쓴 정보
  • 판단한 선택지
  • 구현한 수단
  • 수치로 나타낸 성과
  • 재현 가능한 능력
  • 다음 직무에 쓸 수 있는 요소

이것이 이직, 개인 개발, 글, 상품 설계의 재료가 된다.


15. 가장 공정한 결론

이번 위화감을 가장 치우치지 않게 표현하면 이렇다.

나는 개인, 관계, 환경, 제도, 데이터, 경영진의 인식을 나누고, 그것들을 이어 붙여 조직 문제를 생각하는 능력과 습관이 강하다. 주변이 전반적으로 능력이 낮은 것은 아니고, 다른 실무 능력을 갖고 있다. 한편 이번 평가는 나의 강한 기능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은 채, 영상, 표준화, 주변에 대한 영향력처럼 평가자가 이해하기 쉬운 항목으로 압축했다. 압축 자체는 제도상 필요하지만, 관찰과 대화가 부족하고 수정 작업이 역할, 재량, 경험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는 성장 지원보다 형식적인 의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불쾌감의 핵심은 이것이다.

해상도 낮은 평가자가 내 능력을 해상도 낮은 지표로 바꾸고, 그 변환 결과를 가지고 업무, 역할, 승진, 급여, 다음 경험의 기회까지 배분하는 것이 싫다.

여기에 정보의 문제를 더하면

평가자에게 보여 줄 수 있었던 정보량의 한계를 내 능력, 의욕, 가능성의 한계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

가 된다.

이것은 "나를 더 칭찬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한정된 관찰로 만들어진 인물상 때문에 미래의 자유도가 좁아지는 것이 싫다는 요구다.

그래서 평가가 의식처럼 보인다.

그래서 회사에 이해시키기 위한 추가 투자보다 이직 활동에 시간을 쓰고 싶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능력의 용도, 가격표, 경험의 기회를 스스로 정하기 위해 혼자 벌고 싶어진다.

혼자 번다는 건 아무에게도 평가받지 않는 자유가 아니다.

시장에서 혹독하게 평가받는다.

다만 한 명의 상사가 평가 경로를 독점하지는 않는다.

여러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여러 고객에게 시험해 볼 수 있다. 가격을 바꿀 수 있다. 실패에서 스스로 배울 수 있다. 다음 경험을 스스로 고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평가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다.

평가받을 시장을 고를 수 있는 자유다.


요점

  • 주변이 전부 해상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나의 다층적인 구조 분석 능력을 이번 평가가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 평가 시트가 능력을 압축하는 것 자체에는 합리성이 있다.
  • 문제는 충분한 관찰과 대화 없이, 압축된 인물상이 능력의 상한선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행동에는 관계, 심리적 안전감, 회의의 손익, 추가 책임 같은 환경 요인이 있다.
  • 보이지 않는 행동을 "존재하지 않는 능력"으로 취급하면, 평가자의 관측 한계가 본인의 커리어 상한선이 된다.
  • 영상과 표준 매뉴얼은 본체 능력이 아니라, 조직과 업무 설계를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다.
  • 평가가 역할, 재량, 지원, 경험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으면 성장 지원보다 의식에 그치기 쉽다.
  • 혼자 벌고 싶어지는 것은 내 가치의 값매김을 한 명의 평가자에게 독점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 개인 시장에서도 번역은 필요하지만, 번역본을 내 능력의 상한선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 내가 원하는 것은 평가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을 시장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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