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사귈까. 연애는 결국 둘 중 하나다.”
그럴듯하게 철학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바로 한마디가 들어온다.
“왜 선택지가 둘 다 짝사랑인데?”
맞다. 이 이분법은 사람들이 가장 원할 법한 상태, 즉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상태를 시작부터 조용히 삭제한다. 멀리서는 “인간이라는 것은…”이라고 말하며 다케다 데쓰야가 몸을 풀고 있을 것만 같다.
연구를 봐도 연애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나를 원하는 사람”을 잇는 하나의 축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초기 호감에는 내가 사람을 얼마나 쉽게 좋아하는지, 상대가 일반적으로 얼마나 선호되는지, 그리고 이 두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는 고유한 끌림이 함께 작동한다.
따라서 원래의 양자택일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상호 호감이 아직 생기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장면만 잘라서 연애 전체처럼 보이게 한 것에 가깝다.
1. 이 양자택일, 처음부터 한 칸을 지운 것 아닌가?
두 방향만 물어도 네 상태가 나온다.
| 상대→나: 좋아함 | 상대→나: 별로 아님 | |
|---|---|---|
| 나→상대: 좋아함 | 상호 호감 | 나의 짝사랑 |
| 나→상대: 별로 아님 | 상대만 나를 좋아함 | 양쪽 모두 미성립 |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비대칭인 두 칸만 바라본다. 하지만 상호 호감은 처음부터 표 위에 있었다.
이건 “라면이냐 카레냐”보다, 양방향 도로를 지도에서 지워 놓고 어느 일방통행이 교통의 본질인지 묻는 것에 가깝다.
상호 호감은 비밀 DLC가 아니다. 기본 게임에 원래 들어 있다.
2. 연구에서도 매력은 하나의 인기 순위가 아니다
2022년 PNAS 연구는 세 개의 스피드데이트 연구를 통합해 559명, 6,600회가 넘는 데이트, 6,100건이 넘는 후속 보고를 분석했다. 초기 연애 욕구를 다음처럼 나눴다.
- Actor effect: 한 사람이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얼마나 쉽게 좋아하는가.
- Partner effect: 특정 상대가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선호되는가.
- Relationship effect: 일반적 인기와 개인 성향을 제외하고도 남는, 내가 이 사람을 특별히 좋아하는 정도.
이후의 호감, 연락, 실제 데이트를 특히 잘 예측한 것은 partner effect와 relationship effect였다.
즉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사람”과 “이상하게 나한테 특히 잘 맞는 사람”은 다른 변수다.
2009년 실제 스피드데이트 연구도 actor, partner, 두 사람 고유의 relationship 성분을 확인했고 호감의 상호성에도 일부 지지를 보였다.
3. ‘나를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면 되지’는 자동 기능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상대가 나를 좋아함] → [연애 감정 설치]
버튼이 없다.
호감의 상호성은 존재하지만 기계적인 법칙은 아니다. 상대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것과 나를 상대적으로 특별하게 좋아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같은 신호가 아니다.
따라서 상대의 호감이 내 감정을 키울 수는 있어도, 감정을 명령어처럼 생성할 수는 없다.
4. 두 화살표는 왜 자꾸 엇갈릴까
상호 호감에는 나 → A와 A → 나가 같은 사람에게서 만나야 한다. 짝사랑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
2018년 미국 4개 도시의 대규모 온라인 데이팅 연구에서는 남녀 모두 연구의 네트워크 지표상 자신보다 평균 약 25% 더 “desirable”한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 격차가 커질수록 답장 확률은 낮아졌다.
특정 서비스·시기·미국 도시·이성애 시장의 결과이므로 보편 법칙은 아니다.
그래도 구조는 분명하다.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위”로 화살표를 보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기 쉽다.
짝사랑이 흔한 것은 상호 호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방향 매칭에는 두 선택의 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5.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강하게 끌리는 사람을 쫓는 것은 불확실하다. 이미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2013년 일련의 연구에서는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덜 반응적이거나 덜 매력적인 대상에게도 연애 관심을 보였고, 스피드데이트에서는 관심 표현의 선택성이 낮았다.
하지만 이것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면 무조건 타협”이라고 읽으면 안 된다. 안정감, 존중, 생활 궁합, 관계를 함께 키우려는 의지는 모두 합리적인 기준이고, 호감은 관계 속에서 커질 수도 있다.
또한 이 2013년 논문의 Study 3 척도 설명에는 2018년 정정이 발표됐다. 전체 결론 철회는 아니지만 인용할 때 함께 언급하는 것이 정확하다.
6. 원래 양자택일이 맞는 부분과 틀리는 부분
상호 호감이 확인되기 전에는 실제로
- 내가 강하게 끌리는 상대를 추구할지
- 나를 좋아해 주는 상대와 가능성을 키울지
고민이 생길 수 있다. 감정이 첫날부터 똑같은 강도로 시작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 양자택일은 상호성이 해결되지 않은 매칭 과정 속 한 의사결정 지점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연애는 “나는 누구를 고르는가”만이 아니다. 동시에 **“상대는 누구를 고르는가”**가 움직이고, 둘만의 고유한 궁합도 있다.
더 정확한 모델은: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 두 집합에 같은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를 찾는다.
상호 호감은 기적의 제3선택지가 아니라 양방향 매칭이 성립한 상태다.
7. 좋아하지 않는데 ‘나를 좋아하니까’ 사귀는 것은 공정할까
상대의 호감은 상대의 선호에 관한 정보이지 내게 생기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다음 둘은 다르다.
- 아직 강하게 좋아하지 않지만 더 알아가고 싶다.
- 연애 대상으로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관심이 생길 것 같지 않다.
첫째는 충분히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둘째인데 상대의 호감을 안전장치로만 쓰면 상대의 시간과 기대를 소비할 수 있다.
핵심은 처음부터 100 대 100이냐가 아니라 양쪽 모두 관계를 알아가거나 키울 의사가 있고, 관심 부재를 숨기지 않는가다.
8. 결론: 서로 좋아하는 경우를 지우고 철학을 시작하지 말자
더 정확한 질문은 이렇다.
상호 호감이 아직 생기거나 확인되지 않았을 때, 내가 강하게 원하는 사람을 쫓을까, 이미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가능성을 키울까?
이건 정말 생각할 만한 질문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대 나를 좋아하는 사람, 연애는 둘 중 하나”라고 하면 바로 묻게 된다.
“서로 좋아하는 경우는 어디 갔지?”
짝사랑도 있고, 상호성도 있고, 일반적 인기 차이도 있고, 둘만의 궁합도 있다. 화살표가 엇갈릴 수도 있고, 불확실성이 낮은 상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상호 호감은 DLC가 아니다. 기본 게임에 있었다.
그걸 삭제하고 사랑의 대철학을 시작하면 멀리서 다케다 데쓰야가 뛰기 시작한다.
9. 한계와 참고문헌
인용한 연구에는 스피드데이트와 온라인 데이팅이 많고, 서구권·미국·젊은 층·이성애 중심의 표본도 포함된다. 2022년 연구에는 남성과 데이트하는 남성 표본도 있지만 모든 문화·성적 지향·연령·관계 단계에 동일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관찰 자료만으로 강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도 없다.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vs.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한 축만으로 연애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 Eastwick, P. W., et al. (2022). Initial impressions of compatibility and mate value predict later dating and romantic interest. PNAS, 119(45), e2206925119. https://doi.org/10.1073/pnas.2206925119
- Luo, S., & Zhang, G. (2009). What leads to romantic attraction: similarity, reciprocity, security, or beauty? Evidence from a speed-dating study. Journal of Personality, 77(4), 933–964. https://doi.org/10.1111/j.1467-6494.2009.00570.x
- Bruch, E. E., & Newman, M. E. J. (2018). Aspirational pursuit of mates in online dating markets. Science Advances, 4(8), eaap9815. https://doi.org/10.1126/sciadv.aap9815
- Spielmann, S. S., et al. (2013). Settling for less out of fear of being sing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5(6), 1049–1073. https://doi.org/10.1037/a0034628
- Spielmann, S. S., et al. (2018). Correction to “Settling for less out of fear of being sing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5(5), 804. https://doi.org/10.1037/pspp000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