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면 줄이 생길까? '첫 손님' 효과

가게 앞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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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내가 줄을 섰다. 갑자기 사람이 늘었다

가게 앞에 아무도 없다.

"한산하네" 하고 혼자 줄을 선다.

몇 분 뒤, 뒤를 돌아본다.

사람. 사람. 사람.

다른 날. 이번에도 한산한 가게다. 줄을 서면 뒤에 사람이 온다. 또 온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슬슬 의문이 든다.

"나, 손님이 아니라 줄을 불러오는 소환사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초능력이라고 증명하기엔 아직 멀었다. 다만 "먼저 와 있는 손님이 있으면 뒤따르는 손님이 들어가기 쉬워진다"는 현상 자체는 소비자 행동, 행동경제학, 대기행렬 연구에서 꽤 탄탄하게 다뤄진 이야기다.

즉, 전부 기분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2. 먼저 결론: 줄은 정말로 줄을 부르기도 한다

연구를 정리하면 이렇다.

가설 연구상의 위치 현재 판정
사람이 줄 서 있는 가게는 뒤따르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쉽다 현장 연구와 이론 연구가 있음 꽤 지지됨
가게를 모르는 사람일수록 남의 줄을 참고한다 현장 연구가 있음 강하게 지지됨
단 한 명 차이라도 긴 줄이 유리해질 수 있다 수리 모형이 있음 조건부로 성립
대기 시간은 인기나 품질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여러 실험이 있음 지지됨
매력적인 첫 손님이라면 효과가 더 강하다 간접 증거 그럴듯하지만 증명되지 않음
"내가 서면 특별히 줄이 생긴다" 개인 데이터 없음 증명되지 않음

일상 용어로는 '사회적 증거'라고 하면 대체로 통한다. 다만 연구에서는 조금 더 세분해서 관찰 학습(observational learning), 즉 남이 하는 걸 보고 배우는 것과, 정보 외부성(information externality), 즉 한 사람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정보가 되는 현상으로 다룬다.

그러니까 뒤늦게 온 사람이 줄을 그냥 장애물로만 보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저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이렇게 공짜 후기처럼 읽을 때가 있다.

3. '0명에서 1명'은 왜 그냥 한 명이 늘어난 게 아닐까

손님이 0명인 가게에는 묘한 정보 부족이 있다.

"영업 중인가?"

"여기서 기다리면 되나?"

"인기가 없나?"

"들어가도 괜찮을까?"

"옆 가게가 정답인가?"

그런데 한 명이 서 있으면, 그 한 명이 알아서 이것저것 설명해 버린다.

영업 중이다. 여기가 입구다. 여기서 기다리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이 가게를 골랐다.

한 사람이 간판, 안내판, 후기, 동선 표시를 한꺼번에 겸하기 시작한다.

Veeraraghavan과 Debo의 대기행렬 선택 모형에서는 서비스 속도 같은 조건이 같다면, 한쪽 줄에 단 한 명만 더 있어도 그 긴 줄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게다가 두 가게가 모두 비어 있을 때 맨 처음 온 손님의 사적인 정보가 그 뒤 어느 가게가 붐비는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이건 꽤 '첫 손님' 사건이다.

가게 입장에서 당신은 손님이 아니다.

초기 유동성이다.

4. 연구에서도 '모르는 가게일수록 남을 본다'는 결과가 나온다

Raz와 Ert는 가까이 붙어 있는 비슷한 식당들의 줄과 신규 손님의 선택을 관찰했다. 줄의 길이와 새로 합류하는 손님 사이에는 양의 관계가 있었고, 그 관계는 지리를 잘 모르는 손님이 많은 관광지에서 특히 강했다.

2019년 Fishman, Fishman, Gneezy는 대학 캠퍼스에서 나란히 있는 겉모습이 비슷한 두 푸드 스탠드를 관찰했다. 신입생이 많고 가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학기 초에는 새로 온 손님이 더 붐비는 쪽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게를 알게 된 시기에는 그 경향이 사라졌다.

이건 단순한 "다들 가니까 나도 간다"보다 한 걸음 더 흥미롭다.

모르니까 남의 선택을 정보로 빌려 쓰는 것이다.

또 Giebelhausen 등의 실험 네 건에서는 기다리는 것 자체가 품질의 신호로 작용해서, 조건에 따라 구매 의향이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Munichor와 Cooke도 카페에서의 현장 연구와 실험을 통해, 긴 대기 시간이 "남들도 그걸 원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더 많은 구매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니 줄은 방해물인 동시에 광고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만든, 전기료 0원짜리 디지털 사이니지.

5. 그럼 첫 손님이 매력적이면 효과가 더 클까? 여기서부터는 가설

재미있는 대목이지만 선을 그어 둘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사람이 맨 앞에 서면 줄이 길어진다"를 직접 검증한 탄탄한 연구는, 이번에 확인한 범위에서는 찾지 못했다.

다만 인접한 연구는 있다.

신체적 매력에 관한 Langlois 등의 메타분석에서는 매력적이라고 평가받은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판단되고 더 호의적으로 대우받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또 Argo, Dahl, Morales는 실제 매장에서 세 가지 현장 실험을 했고,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 만졌다고 인식된 상품은 특정 조건에서 더 높게 평가받았다는 '긍정적 소비자 전염(positive consumer contagion)'을 보고했다. 다만 이 연구에도 매력적인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의 성별 관계 같은 조건이 있어서, 무조건 통하는 만능 효과는 아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첫 손님이 단정함, 옷차림, 분위기, 당당함 등을 포함해 "따라 해도 괜찮아 보이는 손님"으로 보인다면 그 사람의 선택이 조금 더 강한 신호가 될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건 추론이다.

"미남이 줄 서면 매출 30% 상승" 같은 연구 결과가 아니다.

그러므로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매력 부스트설: 있을 수 있다. 다만 줄에 대해서는 직접 증명되지 않았다.

가게: "매력적인 초기 손님을 공짜 홍보 모델로 쓸 수 있나요?"

연구: "거기까진 말 안 했는데요."

가게: "쳇."

6. 가장 큰 반대 가설: '소환'이 아니라 붐비는 파도에 30초 먼저 올라탔을 뿐

이걸 무시하면 이야기는 순식간에 도시 괴담이 된다.

사람들의 도착은 완전히 무작위가 아니다.

점심시간, 저녁 시간, 전철 도착, 영화나 행사가 끝나는 때, 신호등, 비, 쉬는 시간 등에 맞춰 손님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당신이 "슬슬 먹을까" 하고 생각한 순간, 주변의 열 명도 같은 시계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가게 0명 → 내가 줄을 선다 → 2분 뒤 8명

을 보고 "내가 8명을 불렀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수요의 파도가 오기 30초 전에 나도 그 파도의 맨 앞에 도착했을 뿐

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기를 끌 만한 가게를 나 자신도 무의식중에 고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위치, 냄새, 메뉴, 겉모습, 가격, 점원의 움직임 같은 단서로 남들과 같은 가게를 먼저 골랐을 뿐이라면, 원인은 "당신"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단서를 읽었다"로 설명된다.

그리고 긴 줄이 늘 플러스인 것도 아니다. 기다리는 비용이 크면 손님은 떠나고, 줄이 "인기"가 아니라 "가게가 느리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줄은 광고지만, 너무 길어지면 광고가 물리 공격으로 진화한다.

7. "그래도 이미 여러 번 있었는데"는 어디까지 증거가 될까

여러 번 일어났다면 한 번의 우연보다야 당연히 흥미롭다.

다만 필요한 건 적중 횟수가 아니라 분모다.

기억하는 게

  • 줄 섰더니 10명이 왔다
  • 줄 섰더니 5명이 왔다
  • 줄 섰더니 또 줄이 생겼다

뿐이라면 부족하다.

동시에

  • 줄 섰는데 아무도 안 왔다
  • 애초에 내가 줄을 안 서도 사람이 늘었다

이런 횟수도 필요하다.

Tversky와 Kahneman이 다룬 가용성 휴리스틱에 따르면, 사람은 떠올리기 쉬운 사례를 바탕으로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기 쉽다.

"또 내 뒤에 줄 생겼네 ㅋㅋ"는 기억에 남는다.

"사고 그냥 집에 갔다. 뒤에 0명"은 머릿속 영상 폴더에서 바로 삭제된다.

그래서 진짜로 검증하고 싶다면 간단한 N=1 실험(나 혼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하자.

  1. 먼저 온 손님이 0~1명 정도인 가게만 기록한다.
  2. 절반은 바로 줄을 선다. 나머지 절반은 2~3분 떨어져서 지켜본다.
  3. 시각, 요일, 주변 행인 수, 행사가 막 끝난 직후인지, 날씨 등을 적어 둔다.
  4. 5분 뒤, 10분 뒤에 뒤따른 사람 수를 센다.
  5. "내가 줄을 선 조건"과 "아직 줄을 서지 않은 조건"에서 1분당 신규 손님 수를 비교한다.

20~30번만 해도 개인 관찰로는 꽤 재미있어진다. 엄밀한 인과 추론은 아니지만, "내 기억뿐"인 상태에서는 크게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차이가 나오면, 드디어 가게에 청구서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항목: 초기 유동성 제공비.

8. 최종 판정: 손님일까, 공짜 마케터일까

현재로서 가장 타당한 판정은 이렇다.

'줄이 다음 손님을 부른다'는 현상은 실재한다.

'첫 손님'이 효과를 내는 이치도 있다.

여러 번 경험했다면 완전한 착각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한편,

'특정한 사람이 고유한 능력으로 줄을 소환한다'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매력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후광 효과나 소비 장면에서의 파급 효과는 있지만, 줄의 맨 앞에서 직접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임시 직함은 이거면 된다.

무료 초기 유동성 공급자.

가게: "오늘은 손님이 안 오네."

당신: "이거 주세요."

3분 뒤: "줄은 여기가 끝입니다!"

당신: "나 그냥 밥 사러 왔을 뿐인데요?"

초능력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누군가 먼저 골랐다"**는 모습을 본다.

이 연구를 더 알아보는 책

  •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 김영사 / 2012

    위에서 인용한 ‘가용성 휴리스틱’ 연구의 공저자 대니얼 카너먼이 직관의 지름길과 그로 인한 판단의 편향을 설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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