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직원 한 명, 12개 언어, 회의실은 밤거리
12개 언어로 글을 내보내고, 글 제작을 자동화하고, 광고와 상품 추천으로 수익을 실험한다. 여기에 사진을 보고 웃긴 한마디를 만드는 게임까지 개발해 여러 나라의 기업과 단체에 알린다.
팀이 꽤 클 것 같지만, 거의 혼자 한다. 그것도 밤에 산책하면서 휴대전화에 말을 걸어가며 진행한다.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좀 더 걸을까?”
세계 시장을 겨냥한 사업 회의가 이렇게 열린다. 회의실 공기는 확실히 좋다. 벽이 없으니까.
1. 시작은 여행 가는 비행기 안이었다
처음부터 게임 회사를 세우려고 책상 앞에 앉은 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사진을 보고 누가 더 웃긴 말을 하나 겨루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휴대전화에 메모했다. 여행 중에는 관광지를 찾고, 길을 걷고,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고, 숙소에서 쉬었다. 그러다가 이동하는 틈마다 AI에게 “이 규칙을 넣어 줘”, “컴퓨터 답변을 더 웃기게 해 줘”라고 요청했다.
여행을 포기하고 개발만 한 게 아니다. 여행의 빈틈에서 게임의 초기 모습이 거의 완성됐다. 돌아온 뒤에도 고쳤고, 본인 설명으로는 떠올린 지 약 나흘 만에 해외 언어 지원과 영업 이야기까지 진행됐다.
보통 비행기에서 기념품을 가져온다. 이쪽은 게임 사업부를 가져왔다.
2. 빨랐던 이유는 이미 ‘글 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일은 게임이 아니라 글이었다. 일상에서 생긴 질문을 조사해 글로 만들고, 확인하고, 공개하고, 검색하는 사람이 찾아오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12개 언어 처리, 자동 발행을 돕는 작업, 글 사이의 길 안내, 방문 현황 확인, 광고와 상품 추천 같은 기반이 쌓였다.
그러니 게임을 새로 만들어도 주변 설비를 처음부터 다 짓지 않아도 됐다.
가게 하나를 지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새 가게를 계속 얹을 수 있는 터를 만들어 둔 셈이다. 물론 터가 있다고 손님이 자동으로 오지는 않는다.
3. 조직도는 화려한데 전부 같은 사람
게임 담당은 규칙을 만든다. 해외 담당은 언어를 챙긴다. 편집 담당은 글을 다듬는다. 홍보 담당은 검색과 게시물을 생각한다. 영업 담당은 기업에 연락한다. 수익 담당은 광고를 검토한다.
인사 명단을 펼쳐 보면 충격적이다.
전부 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AI가 사장 역할까지 대신하는 건 아니다. 뭘 만들지, 답이 웃긴지, 문제가 있는지, 다음에 뭘 고칠지는 사람이 판단한다. 일을 작게 나눠 맡기고 결과를 본 뒤 다시 지시하니 산책 중에도 진행할 수 있었다.
4. 예상 밖의 손님: 일본 인터넷 밈과 치이카와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의 관심사도 뜻밖이었다. 제작자의 방문 기록 관찰에 따르면 일본 인터넷 밈 문화인 ‘인무(淫夢)’와 캐릭터 작품 ‘치이카와’ 관련 글이 독자를 끌었다.
전 세계용 다국어 글 공장을 만들었더니 입구에서는 밈과 귀여운 캐릭터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게 무슨 사업 계획서인가 싶다.
하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만드는 사람이 알리고 싶은 것과 독자가 찾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밈 글 독자가 게임도 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글에서 게임으로 넘어간 사람과 실제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을 따로 살펴야 한다. 작품 이름을 언급한 것은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며 공식 제휴를 뜻하지 않는다.
5. PIGPON은 어떤 게임인가
PIGPON은 사진을 보고 재치 있는 한마디를 만드는 게임이다. 사진 소재를 활용해 놀 수 있고, 자기 얼굴이나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게 설계하고 있다. 컴퓨터가 내놓는 답변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제작자 본인은 자기 사진을 계속 올리는 소셜 놀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놀이”라는 방향이 나온다. 이것이 실제로 인기를 얻을지는 이용자의 반응으로 확인해야 한다.
6. 글, 짧은 게시물, 해외 언어, 직접 연락
사람들이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개다. 검색으로 글을 읽고 들어올 수도 있고, 짧은 게시물이나 친구의 추천을 볼 수도 있고, 자기 언어로 게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기업 담당자에게 직접 보낸 안내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읽은 수는 게임을 시작한 수가 아니다. 메일을 보냈다고 계약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어떤 길로 온 사람이 실제로 놀고, 다시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홍보의 가치가 보인다. 12개 언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12개 시장에서 인기가 생기지는 않는다.
7. 기업 영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보는 기업 홍보·채용 부서, 대학 동아리, 직장인 모임, 보드게임 카페, 관광 시설, 놀이공원,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일 이유가 있는 곳들이다.
예를 들어 회사 제품을 사진 문제로 삼고 “이 물건의 황당한 사용법을 만들어 보자”고 하면 어떨까. 새 직원끼리 말문을 트거나 홍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가능성에 관한 가설이지, 효과가 입증된 사례가 아니다. 보내는 메일 수보다 답장, 실제 모임에서의 사용, 다시 사용한 횟수가 중요하다.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연락이어야 한다.
8. 10만 엔 미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들어간 개인 현금은 10만 엔 미만이다. 별도 사무실을 빌리지 않고 집과 외부에서 작업한다. 자동화와 무료 이용 범위를 쓰며, AI 서비스 요금이 주요 지출이라고 한다.
가게는 손님이 없어도 임대료나 시설 비용이 들 수 있다. 자격 등록이 필요한 전문 직업은 시작 조건도 다르다. 단순히 어느 쪽이 낫다고 비교할 수는 없다.
강점은 손님이 적을 때 현금이 빨리 줄지 않는 구조다. 다만 본인 시간에는 값이 있고, 이용자가 늘면 서버나 저장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료 이용 범위가 영원히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9. 이제 확인할 것은 ‘진짜 수익’
만드는 속도는 빠르다. 돈을 벌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글에서 게임으로 온 비율, 게임 시작 비율, 친구와 함께 한 횟수, 재방문, 연락을 받은 단체의 실제 이용, 매출에서 비용을 뺀 금액을 차례로 봐야 한다.
특히 글 독자가 게임 이용자로 바뀌는지, 연락 한 통이 실제 단체 놀이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만큼 만들었으니 이제 좀 벌게 해 줘.” 충분히 나올 법한 말이다. 하지만 답은 기능 수가 아니라 이용자의 행동에서 나온다.
10. 결론: 사장은 오늘도 산책 중
처음에는 글 공장이었다. 그 위에 다국어 기반이 생겼고, 비행기에서 떠오른 생각이 게임이 됐으며, 며칠 뒤에는 해외 영업까지 이어졌다.
실제 일상은 관광, 밥, 산책, 휴대전화 음성 입력이 뒤섞여 있다. 멋진 사무실도, 거대한 조직도 없다.
직원 한 명. 전용 사무실 없음. 목표 시장은 전 세계. 입구에서는 인터넷 밈이 손님을 부른다.
소설이라면 설정이 과하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사람들이 와서 웃고, 또 놀고, 가능하다면 돈까지 쓰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