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카레를 큰 냄비로 한가득 만들었다.
월요일은 맛있다. 화요일도 맛있다. 수요일, 조금 질린다.
그리고 금요일 밤, 냉장고 안쪽에서 뚜껑에 김이 잔뜩 서린 밀폐용기와 눈이 마주친다.
"이거 언제 거였지?"
뚜껑을 열고 코를 가져다 댄다.
"……아마 괜찮겠지."
이 "아마"로 먹어도 될까. 오늘은 그 이야기다.
0. 결론: 냉장고 남은 음식은 '3~4일'이 기준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조리한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서는 34일, 냉동하면 34개월을 기준으로 안내한다.[1]
일본 후생노동성은 일수를 하나로 정하지는 않지만, 남은 음식은 "시간이 너무 지났다면 과감하게 버리라"고 쓰고 있다.[2]
그러니까 일요일의 카레는
- 월요일: 안심
- 수요일: 슬슬 마감
- 금요일: 마감이 지났다
이렇게 보면 된다.
물론 3~4일은 "이날까지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보증이 아니다. 보관을 잘못했다면 더 빨리 위험해질 수 있다. 제대로 보관했을 때의 상한선이라고 생각하자.
1. 냄새 확인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음식과 관련된 균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 부패균: 음식을 상하게 해서 이상한 냄새, 끈적임, 맛 변화를 만든다
- 병원균: 식중독을 일으킨다
FSIS에 따르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일반적으로 음식의 맛, 냄새, 겉모습을 바꾸지 않는다.[3]
즉,
"냄새가 멀쩡하다" = "안전하다"가 아니다.
코는 "상했는지"의 일부만 알려 줄 뿐, "식중독균이 있는지"는 거의 알려 주지 못한다.
코는 품질관리팀으로는 우수하지만 경비팀은 아니다.
게다가 리스테리아라는 균은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고 FSIS는 주의한다.[3] 냉장고는 "균을 멈추는 상자"가 아니라 "균이 느리게 늘게 하는 상자"다.
2. 냉장고에 넣기 전 2시간이 승부
일수를 세기 전에 시계가 하나 더 있다.
FSIS는 조리한 음식을 2시간 안에 냉장고에 넣으라고 권한다. 기온이 32℃(90°F)를 넘는 날에는 1시간 안이다.[1]
균이 늘기 쉬운 온도는 대략 460℃(40140°F)다.[1]
냄비째 부엌에 두고 "식으면 넣어야지" 하다가 잠들어 버리면, 아침까지 계속 이 온도대에 머물게 된다.
큰 냄비 카레에서 조심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양이 많으면 가운데가 잘 식지 않는다.
후생노동성도 FSIS도 얕은 용기에 나눠 담아 빨리 식히기를 권한다.[1][2]
큰 냄비째 넣는 것보다 납작한 용기 여러 개에 나누는 편이 훨씬 빨리 식는다.
3. 냉장고 온도와 꽉 채우기 문제
냉장고 자체의 온도도 중요하다.
나라마다 숫자는 조금 다르지만, "제대로 차갑다"는 전제는 같다.
또 후생노동성은 냉장고와 냉동고는 70% 정도만 채우라고 안내한다.[2] 꽉 채우면 냉기가 돌지 않아 안쪽이 잘 식지 않는다.
냉장고 안쪽에서 밀폐용기가 실종되는 원인도 대부분 이 꽉 채우기다.
4. 냉장고 안쪽에서 나온 용기는 '고고학 출토품'
뚜껑에 김이 서려 내용물이 안 보인다. 언제 만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건 이제 음식이 아니다.
출토품이다.
고고학자라면 연대 측정을 하겠지만, 집 냉장고에는 그런 장비가 없다.
만든 날을 모르는 음식은 냄새를 맡아도 연대를 알 수 없다. 후생노동성 말대로 "조금이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먹지 말고 버리기"가 정답이다.[2]
발굴 조사를 줄이는 요령은 간단하다.
- 뚜껑에 마스킹 테이프로 만든 날짜를 적는다
- 오래된 것은 앞에, 새것은 뒤에 둔다
- 3일째에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때 냉동한다
FSIS 기준으로 냉동하면 3~4개월까지는 괜찮다.[1] 수요일에 "이제 질렸다" 싶은 카레는 버리기 전에 냉동실로 피난시키면 된다.
5. 다시 데울 때는 '속까지 확실히'
먹을 때 다시 데우는 온도에도 기준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데워지는 정도가 고르지 않기 쉽다. 겉은 부글부글해도 가운데는 미지근할 수 있으니 중간에 한 번 저어 주자.
다만 다시 데운다고 다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날짜가 지났거나 실온에 오래 둔 음식은 데워서 살리려 하지 말고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6. 정리: 반찬 만들어 두기 규칙은 딱 3개
미리 만들어 두는 반찬은 평일의 나를 돕는 최고의 시스템이다.
다만 약속이 세 가지 있다.
- 2시간 안에 식힌다 (얕은 용기에 나눠 담기)
- 3~4일 안에 먹는다 (어려우면 일찍 냉동)
- 헷갈리면 버린다 (냄새로 판단하지 않기)
금요일 밤, 냉장고 안쪽의 용기와 눈이 마주치면 이렇게 말하자.
"출토품은 박물관으로. 우리 집 박물관은 쓰레기통이다."
그리고 다음 일요일부터는 뚜껑에 날짜를 적자.
건강 메모
식사 후 심한 복통, 구토, 설사, 발열이 계속되거나, 어린아이·고령자·임신 중인 사람에게 증상이 나타났다면 빨리 의료기관에 상담하자.[2]
- USDA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 — “Leftovers and Food Safety fsis.usda.gov
- 厚生労働省 — 「家庭でできる食中毒予防の6つのポイント」 mhlw.go.jp
- USDA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 — “Refrigeration & Food Safety fsis.usda.go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