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동네 자치회비를 낸다: 멋진 말과 웃긴 말의 경계

계기는 직장에서 누군가 던진 한마디였다.

읽기 기능 사용법

듣기는 본문을 읽어 줍니다. 속독은 구절을 차례로 표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언어 연습은 다른 언어판과 번역을 비교합니다. 저장한 북마크는 이 브라우저의 플레이어 목록에서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이 글 공유하기

광고
광고

들어가며: "다 두고 퇴근할게요"가 왠지 멋있었다

계기는 직장에서 누군가 던진 한마디였다.

전부 두고 갈게요.

뜻만 보면 그냥 퇴근 인사다.

일을 두고 간다. 짐을 두고 간다. 못 끝낸 업무를 일단 두고 간다. 현실에서는 꽤나 흔한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멋있다.

앞부분 "전부 두고"만 떼어 놓으면 갑자기 신화의 마지막 장면이 된다.

전부 두고……

과거, 악연, 승패, 동료, 책임, 전장. 그런 것들을 등 뒤에 남기고 주인공이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난다.

그런데 뒷부분이

갈게요.

다.

갑자기 사무실. 갑자기 칼퇴. 갑자기 "수고하셨습니다."

이 낙차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왠지 멋있다", "왠지 웃기다"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깝다. 파고들면 꽤 재현 가능한 구조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의미 층위의 충돌과 착지점의 어긋남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1. 먼저, 말에는 층위가 있다

단어 자체가 멋있거나 촌스럽거나 웃긴 것이 아니다.

그 단어가 어느 세계의 말이냐가 있을 뿐이다.

크게 나누면 이런 느낌이다.

상위 층위

세계, 운명, 죽음, 밤, 신, 시대, 혈통, 인과, 이치, 종언, 전부, 남김없이(일본어에는 이를 뜻하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단어가 있다).

신화, 최종 보스, 상위 존재, 마지막 장의 말이다.

예:

전부를 무로 되돌린다.
운명을 끊어 낸다.
세계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멸한다.

중위 층위

기억, 약속, 죄, 이름, 고통, 꿈, 뒷모습, 마을, 일족, 돌아갈 곳.

이야기, 주인공, 악연, 회상의 말이다.

예:

기억을 데리고 간다.
약속을 짊어진다.
이름을 되찾는다.
돌아갈 곳을 빼앗겼다.

하위 층위

확인, 공유, Excel, PDF, 회의, 퇴근 시간, 반려(결재나 검토에서 되돌려 보내는 것), 가정, 서류, 학교, 조나이카이회비(일본 동네 주민 자치 모임인 조나이카이에 내는 연회비로, 청소 당번이나 쓰레기 당번 같은 것도 이 모임이 돌린다).

일상, 업무, 생활, 제도의 말이다.

예:

서류를 확인한다.
회의에서 공유한다.
Excel을 업데이트한다.
동네 자치회비를 낸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재미있는 건 이 층위들을 섞을 때다.


2. 상위 × 상위는 신화가 된다

상위 단어와 상위 단어를 이으면 그냥 멋있다.

전부를 무로 되돌린다.
세계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운명을 끊어 낸다.
하나도 남김없이 멸한다.
시대를 끝낸다.

신화의 문법이다.

다만 상위 단어를 너무 쌓으면 독자를 두고 가 버린다.

만상 일체를 불가역적 멸진으로 이끄는 종언 존재.

강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뜻을 처리하기도 전에 머리가 피곤해진다.

멋있는 말은 어렵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읽혀야 한다. 장면이 떠올라야 한다.

몬스터 헌터(캡콤의 인기 액션 게임)의 "하나도 남김없이 멸하는 네르기간테"는 이 균형이 꽤 훌륭하다.

일본어 원문은 무겁고 고풍스러운 표현이다. 그래도 "멸한다"는 동작은 알아듣는다. "네르기간테"라는 고유명사도 몬스터로 받아들여진다.

어렵지만 장면은 떠오른다.

이게 중요하다.


3. 상위 × 하위는 개그가 된다

상위 단어의 그릇에 하위 단어를 담으면 개그가 된다.

전부 확인해 나간다.
전부 공유해 나간다.
전부 Excel에 넣어 나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운명을 일단 들고 간다.

문장 구조만 보면 신화급이다.

"전부를", "하나도 남김없이", "운명을".

그런데 처리하는 대상이 확인, 공유, Excel, 반려, 들고 가기다.

그 순간 말은 신화에서 업무로 추락한다.

이게 웃음이 된다.

"전부 두고 갈게요"도 마찬가지다.

"전부 두고"까지는 신화. 그런데 "갈게요"에서 퇴근 보고로 착지한다.

즉,

신화 구문 × 퇴근

이다.


4. 하위 × 상위는 멋있거나 섬뜩해진다

반대로 하위 단어를 상위 대상에 갖다 대면 갑자기 멋있어질 때가 있다.

신은 멸망을 승인했다.
죽음을 관리하는 자.
기억을 재고 조사한다.
운명을 반려한다.
세계의 모순을 정리한다.

"승인", "관리", "재고 조사", "반려", "정리"는 원래 꽤 업무스러운 말이다.

하지만 대상이 "멸망", "죽음", "기억", "운명", "세계"가 되면 갑자기 금서, 신, 관리자, 상위 존재의 말이 된다.

그러니까 동사가 촌스러우냐가 아니라 그 동사가 무엇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바뀐다.

전부 승인해 나간다.

이건 부장님이다.

신은 멸망을 승인했다.

이건 최종 보스나 창조신이다.

같은 "승인"인데 착지점이 다르다.


5. 가까운 장소 × 이상 현상은 괴이가 된다

전부 멸하는 것보다 "일부만" 망가지는 쪽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시부야의 일부를 얼어붙게 했다.
구교사 3층만 아침이 오지 않는다.
동네 한 구석이 침묵했다.
공유 폴더의 일부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회의실 한 모퉁이만 아직 어제였다.

"시부야(도쿄의 번화가)", "구교사", "동네 한 구석", "공유 폴더", "회의실"은 일상과 가깝다.

거기에 "얼어붙다", "아침이 오지 않는다", "침묵하다", "밤 속으로 사라지다", "아직 어제" 같은 이상 현상이 꽂힌다.

이건 신화가 아니라 괴이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상 범위의 크기가 아니다.

"전부"라서 멋있고 "일부"라서 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부" 쪽이 이상 현상이 한 곳에서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느낌을 준다.

세계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이건 최종 보스.

시부야의 일부를 얼어붙게 한다.

이건 봉쇄 구역, 도시 괴담, SCP(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가상의 초자연 사건 기록 모음), 저주 사건이다.


6. 경계는 "어디에 착지하느냐"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멋있는지, 웃긴지, 섬뜩한지는 마지막에 독자의 머릿속 어디로 착지하느냐로 정해진다.

신화에 착지한다

전부를 무로 되돌린다.
운명을 끊어 낸다.
혈통을 끊는다.

이건 멋있다.

괴이에 착지한다

시부야의 일부만 아침이 오지 않았다.
구교사 3층만 아직 여름이었다.
공유 폴더의 일부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이건 섬뜩하면서 멋있다.

업무에 착지한다

전부 확인해 나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

이건 개그가 된다.

생활에 착지한다

가정을 멸하는 네르기간테.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
신화급 최종 보스가 맨션을 경영한다.

이것도 개그가 된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가 웃긴 건 마왕의 격이 높아서가 아니다.

마왕이라는 상위 존재가 동네 자치회비라는 생활 제도로 끌려 내려오기 때문이다.

세계를 멸하는 자가 지역 공동체 유지비를 내고 있다.

이 낙차가 강하다.


7.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의 강점

이 한 문장은 완성도가 꽤 높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

주어는 마왕.

착지점은 자치회비.

동작은 낸다.

전부 짧다. 읽힌다. 설명이 없다.

게다가 여백이 많다.

마왕은 왜 자치회에 들어 있을까. 누가 걷으러 올까. 마왕성은 자치회 구역 안일까. 회람판은 돌아올까. 쓰레기 당번은 있을까. 동네 청소에는 나올까.

이 여백이 웃음이 된다.

마왕을 쓰러뜨리는 용사보다 자치회비를 걷으러 온 아주머니가 더 센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마왕 "세계를 멸하겠다."
자치회장 "그 전에 연회비 좀 내주세요."
마왕 "네."

이 시점에서 마왕은 신화에서 생활로 착지했다.

그리고 생활로 내려왔는데 현실의 아픔까지는 가지 않는다.

이것도 중요하다.

"마왕, 가정을 망치다"는 웃기 어렵다. 현실의 아픔에 너무 가깝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는 생활감은 있지만 아프지 않다.

그래서 웃을 수 있다.


8. "가정을 멸하는 네르기간테"는 왜 웃길까

"가정을 멸하는 네르기간테"도 같은 구조다.

가정을 멸하는 네르기간테.

"멸한다"와 "네르기간테"는 강하다.

하지만 대상이 "가정"이 되면 독자의 뇌는 신화가 아니라 생활로 착지시킨다.

아내와 무슨 일이 있었나. 가정 붕괴인가. 바퀴벌레인가. 흰개미인가. 가계가 무너졌나.

즉 "가정"이라는 대상어가 너무 가깝다.

그럼 대상어를 조금 바꾸면 어떻게 될까.

일족을 멸하는 네르기간테.

갑자기 복수극이 된다.

혈통을 끊는 네르기간테.

갑자기 신화가 된다.

돌아갈 곳을 빼앗는 네르기간테.

갑자기 이야기가 된다.

뜻이 비슷해도 대상어의 층위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가정"은 거실에 착지한다.

"혈통"은 신화에 착지한다.


9. "사시모도스"와 "사시카에스"의 차이

이것도 재미있다.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일본어 동사는 "사시모도스")

이건 업무 개그다.

"남김없이"는 상위 단어이지만 "반려하다"는 서류, 신청, 품의서, 리뷰 코멘트의 말이기 때문이다.

반면,

하나도 남김없이 되받아치는 랜서. (일본어 동사는 "사시카에스")

이건 그냥 멋있다.

"사시카에스"는 찌르기, 반격, 요격의 이미지에 가깝다.

"랜서"(일본의 인기 시리즈 Fate에 나오는 창을 쓰는 클래스)와 합치면, 모든 공격을 받아 그 전부를 창으로 되돌려 주는 자가 된다.

한 글자 차이로 층위가 바뀐다.

사시모도스 = 회사
사시카에스 = 전장
사시치가에루(서로 치명타를 주고받다) = 사지

이 차이가 그대로 인상의 차이가 된다.


10.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은 인과의 낙차 개그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도 꽤 웃기다.

이건 단순한 상위어 × 하위어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조작 × 너무 큰 결과

의 개그다.

행위는 작다.

셀을 수정한다.
필터를 건다.
행을 지운다.
Enter를 누른다.
저장한다.

그런데 결과는 크다.

합격과 불합격이 바뀐다.
배속이 바뀐다.
급여가 바뀐다.
발주가 날아간다.
인생이 휜다.

그래서 웃기고, 조금 무섭다.

실무에서는 Excel의 한 줄로 사람의 미래가 바뀌는 일이 있다.

채용 관리, 급여, 발주, 재고, 평가, 면접 일정.

그러니까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이게 강하다.

유형으로 나누면 이렇다.

작은 조작 × 작은 결과

평범.

셀을 고쳤더니 표가 고쳐졌다.

큰 조작 × 큰 결과

정석.

세계를 구하는 싸움.

큰 조작 × 작은 결과

헛바퀴 개그.

전력으로 회의실을 예약했다.

작은 조작 × 큰 결과

제일 웃기고 무섭다.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

이 유형은 직장 괴담으로 꽤 쓸 만하다.

미래를 확정하는 Enter 키.
세계선을 갈라놓는 Ctrl+S.
인생을 좌우하는 VLOOKUP.
내정(합격 통보)을 지우는 필터.
배속을 비틀어 놓는 정렬.
급여를 흔드는 소수점.
발주를 불러내는 매크로.
운명을 반려하는 Ctrl+Z.


11. 추상화: 인상은 "층위 차이 × 착지점 × 처리하기 쉬움"으로 정해진다

지금까지를 하나의 식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인상 = 층위 차이 × 착지점 × 처리하기 쉬움

층위 차이

상위 단어와 하위 단어가 섞일수록 낙차가 생긴다.

착지점

신화에 착지하면 멋있다.

업무에 착지하면 개그.

생활에 착지하면 개그 또는 애수.

현실인데 설명이 안 되면 괴이.

현실의 아픔에 너무 가까우면 웃기 어려워진다.

처리하기 쉬움

읽히는데 살짝 어긋나 있으면 강하다.

너무 어려우면 독자를 두고 간다.

너무 쉬우면 표어가 된다.


12. 연구와의 접점: 처리 유창성, 심리적 거리, 경외, 불일치

이번 이야기는 완전한 즉흥 생각만은 아니고 기존 심리학·인지 연구와도 이어진다.

처리 유창성

처리 유창성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처리하기 쉬운 정보를 더 좋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다만 쉽기만 하면 다 좋은 건 아니다. 너무 단순하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처리할 수 없다.

멋있는 말은 대체로 "읽히는데 아주 조금 이물감이 있는" 말이다.

전부 두고 간다.

단어 자체는 쉽다. 하지만 뜻이 가리키는 대상이 크다. 무엇을 두고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돌아올 생각은 있는지. 여백이 있다.

그래서 읽히는데 깊게 느껴진다.

참고: Rolf Reber, Norbert Schwarz, Piotr Winkielman, "Processing Fluency and Aesthetic Pleasure: Is Beauty in the Perceiver's Processing Experience?"
https://doi.org/10.1207/s15327957pspr0804_3

심리적 거리

해석 수준 이론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먼 것일수록 추상적으로, 가까운 것일수록 구체적으로 파악되기 쉽다.

"세계", "운명", "죽음", "시대"는 심리적 거리가 멀다. 그래서 상위 층위로 보인다.

반면 "Excel", "동네 자치회비", "회의", "퇴근 시간"은 가깝다. 그래서 하위 층위로 보인다.

이 거리를 섞으면 멋짐이나 웃음이 생긴다.

참고: Yaacov Trope, Nira Liberman, "Construal-level theory of psychological distance."
https://doi.org/10.1037/a0018963

경외(awe)

경외 연구에서는 자기보다 훨씬 큰 것, 지금의 이해 틀을 새로 짜지 않으면 삼킬 수 없는 것이 경외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상위 존재감은 이와 가깝다.

멋있는 말은 인간의 말로 읽을 수 있지만, 인간의 척도로는 다 처리할 수 없는 대상을 다룬다.

하나도 남김없이 멸한다.
전부 두고 간다.
시대를 끝낸다.

참고: Dacher Keltner, Jonathan Haidt, "Approaching awe, a moral, spiritual, and aesthetic emotion."
https://doi.org/10.1080/02699930302297

유머의 불일치

유머 이론에서는 기대와 어긋나는 것, 즉 불일치가 웃음을 만든다고 한다.

"전부 두고 갈게요"는 신화적인 앞부분 뒤에 퇴근 보고인 뒷부분이 온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는 마왕이라는 상위 존재 옆에 자치회비라는 생활 제도가 온다.

즉 독자가 예상한 착지점을 비껴 가게 한다.


13. 가져다 쓸 수 있는 유형 모음

신화 구문 × 업무 용어

전부 확인해 나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운명을 일단 들고 간다.
세계를 Excel로 관리한다.
죽음을 PDF로 만든다.
시대를 회의에 올린다.

생활 제도 × 상위 존재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
저승사자, 쓰레기 당번을 깜빡하다.
신, 아파트 관리조합 이사가 되다.
최종 보스, 갱신료로 실랑이하다.
고룡, 동네 청소에 참가하다.

작은 조작 × 너무 큰 결과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
미래를 확정하는 Enter 키.
세계선을 갈라놓는 Ctrl+S.
내정을 지우는 필터.
급여를 흔드는 소수점.

가까운 장소 × 이상 현상

시부야의 일부만 아침이 오지 않는다.
구교사 3층만 아직 여름이었다.
회의실 한 모퉁이가 침묵했다.
공유 폴더의 일부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휴게실 시계만 어제를 가리키고 있다.

전투 용어 × 업무 용어의 한 글자 차이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하나도 남김없이 되받아치는 랜서.
하나도 남김없이 베어 되갚는 세이버.
하나도 남김없이 되묻는 룰러.
하나도 남김없이 되감는 워처.

(랜서, 세이버, 룰러, 워처는 Fate 시리즈의 캐릭터 클래스다. 일본어로는 각 동사가 업무 용어와 한 글자만 다르다.)


14. 정리: 센스는 층위 변환으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왠지 멋있다", "왠지 웃기다"로 끝나는 것은 대체로 구조로 분해할 수 있다.

이번 글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일상과 비일상의 층위를 바꾸는 놀이.

비일상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면 구조 개그가 된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
전부 두고 갈게요.
하나도 남김없이 반려하는 상사.

일상을 비일상으로 끌어올리면 멋있거나 섬뜩해진다.

신은 멸망을 승인했다.
운명을 바꾸는 Excel 조작.
시부야의 일부를 얼어붙게 했다.

비일상끼리 부딪치면 신화가 된다.

전부를 무로 되돌린다.
하나도 남김없이 멸한다.
시대를 끝낸다.

일상끼리 닫혀 있으면 그냥 대화다.

서류를 확인한다.
회의에서 공유한다.
동네 자치회비를 낸다.

하지만 거기에 마왕을 놓기만 해도 갑자기 웃음이 된다.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

이게 구조 개그의 재미다.

단어를 외우지 말고 층위를 보자.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에 착지하는지를 보자.

거기까지 보이면 단발성 센스가 바꿔 끼울 수 있는 틀이 된다.


관련 글 후보

  • 말의 위화감을 분해하는 글
  • 구조 개그 만드는 법
  • 만자이(일본식 2인 콩트 만담)의 보케와 츳코미(엉뚱한 쪽과 받아치는 쪽)를 구조로 보기
  • 게임 연출에서 "상위 존재감"을 내는 방법
  • 직장 공감 소재를 게임 로그로 바꾸면 재미있는 이유

공개용 메모

  • 실제 직장이나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한다.
  • "상사", "회사" 소재는 일반화해서 쓴다.
  • 연구 이름을 너무 많이 내세우면 독자를 두고 가 버리므로, 본문에서는 쉽게 풀어 설명하고 마지막에 참고문헌으로 둔다.
  • "마왕, 동네 자치회비를 내다."는 도입이나 제목으로 강하다.

이 글 공유하기

광고

하나 더,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다 읽은 김에. 가까운 이야기 몇 편과,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랐어요.

  1. 가까운 이야기글 2혈압은 약 때문에만 내려갔을까 — EMA5로 보는 “약 + 수면 + 스트레스 풀세트”
  2.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최강 능력은 왜 이야기를 망칠까예약 힐부터 자동 빈사까지
  3. 『하렘왕의 이세계 프레스 유랑기』는 왜 뭐든 되는 걸까
  4. 성인이 된 뒤 친구를 만드는 일은 거리감이 90%다처음부터 절친을 만들려고 하지 말자
  5. 인류, 이거 못 이깁니다『PRAGMATA』를 달의 미술관처럼 구경하다가 기계 문명의 물량에 절망한 이야기

오늘은 이 글

이 글을 읽은 분이 다음에 품는 질문에 각각 답하는 글입니다.

전체 글에서 찾기‘생활’ 글 더 보기

다른 글 찾기

모든 기사

Mendoi-chan

사이트 운영자

Mendoi-chan

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

광고

새 글

  1. 1애드센스 승인 거절, 대체 뭐가 문제인지 좀 알려 달라
  2. 2독자가 글 끝까지 안 읽는다면 본문을 광고로 샌드위치 만들지 마세요: PC 화면의 빈 옆자리를 파는 애드스테라 배치법
  3. 3AI 시대의 똑똑함은 답을 내는 힘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힘
  4. 4일주일 만에 AI 글 자동화가 '자율 공장'이 된 이야기
  5. 5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마스크 필수라는데, 안 사면 진료를 거부당해도 될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