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에 퇴근한다. 새 직장도 꽤 재미있다. 특별히 녹초가 된 느낌도 없다. 그런데 집에서 저녁을 먹고 조금 멍하니 있으면 하루가 끝나 있다.
문제가 꼭 체력 부족인 것은 아니다. 버틸 수 있는 일의 양보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먼저 부족해지는 상황일 수 있다.
쉬는 동안 생긴 1인 블랙기업
직장을 쉬는 동안 작은 앱을 만들고, 글을 만드는 과정을 자동화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다음 생활을 준비했다고 해보자. 분명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새 아이디어가 세 개씩 나타난다. 야근을 시키는 상사도 없는데 스스로 밤까지 일한다.
사장도 나, 직원도 나인 회사다. 근무 환경을 항의하려면 거울과 면담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라 즐겁지만, 달력은 꽉 찬다.
다시 출근하니 시간의 주인이 바뀌었다
새로운 직장에는 낯선 용어와 시스템이 많다. 설명 중에 모르는 것을 메모하고, 허용된 AI 도구로 찾아본 뒤 계속 질문하면 이해를 업무 시간 안에 진행할 수 있다.
개인 프로젝트 역시 자동화로 손이 덜 갈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회사에 있는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출퇴근, 식사, 볼일, 잠도 모두 시간을 요구한다.
AI는 작업을 줄여도 하루를 30시간으로 늘려주지 못한다.
피곤하지 않더라도 졸릴 수 있다
낮에는 또렷하고 저녁 식사 후 졸릴 수 있다. 식사, 활동의 변화, 수면 리듬, 카페인 등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경험만으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다.
피로감이 적은 것과 충분히 잤다는 것은 별개다. 잠을 계속 줄여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좋은 답은 아니다.
내 사장에게도 퇴근을 선언하자
업무 중 이해한 것은 메모로 남기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목록에 저장한다. 모든 것을 오늘 밤 시작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도 내 시간이다.
자동화로 아낀 시간에 새 업무만 계속 채우면 자유 시간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칼퇴했는데 머릿속 1인 기업 사장이 외친다. “좋아! 이제 야간조 시작!”
회사에서 퇴근하는 것보다 내 야망을 퇴근시키는 일이 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