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곰치 군단 토관 수조가 재미있는 이유: 무서운 얼굴과 아파트 같은 전시 설계
곰치는 얼굴이 강렬하다.
수조 안에서 가만히 있어도 압도감이 있다.
입은 벌어져 있다.
이빨이 보인다.
눈매가 무섭다.
가늘고 긴 몸으로 바위나 구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
아무리 봐도 다정한 이웃으로는 안 보인다.
그런데도 왠지 자꾸 쳐다보게 된다.
다케시마 수족관의 안내 지도에는 '곰치 군단 토관 수조'라는 전시가 있다. 이름부터 이미 세다.
곰치.
군단.
토관.
수조.
이 단어들이 나란히 있기만 해도 보고 싶어진다.
그냥 '곰치 전시'라고 적혀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보기도 전에 세계관이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곰치 군단'이라는 말에는 조직폭력배 같은 분위기가 살짝 있다.
험상궂은 얼굴의 주민들이 토관 아파트에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곰치는 바위 구멍이나 틈새에 숨어 있는 이미지가 강한 물고기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곰치 항목에도, 곰치류는 선명한 무늬를 가진 종이 많고 몸이 가늘고 길며, 바위 지대나 산호초 틈에 숨어 사는 포식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런 습성과 토관 전시는 궁합이 좋다.
토관은 인공물이다.
하지만 곰치에게는 은신처 역할을 한다.
얼굴만 내밀고 있다.
옆 토관에도 다른 곰치가 있다.
저마다 무늬가 다르다.
주민 같은 느낌이 난다.
여기서 평범한 물고기가 '캐릭터'가 된다.
수족관 전시에서 중요한 건 생물을 어떤 틀로 바라보게 하느냐다.
곰치를 '무서운 물고기'로만 보면 잠깐 보고 끝난다.
그런데 '곰치 군단 토관 수조'로 보면 갑자기 주거형 전시가 된다.
이 토관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어느 얼굴이 제일 무서울까.
무늬는 어떻게 다를까.
이웃 사이는 어떨까.
관람객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전시 이름의 힘이다.
곰치 자체의 생태도 흥미롭지만, 보여 주는 방식 덕분에 더 재미있어졌다.
얼굴에 압도감이 있는 생물에게 토관이라는 '집'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무서움에 생활감이 섞인다.
무서운데 조금 웃기다.
무서운데 그냥 살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것이 곰치 군단 토관 수조의 재미다.
인간 사회에 빗대어 말하면 '이름을 붙이면 인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냥 곰치 전시가 아니라 곰치 군단 토관 수조.
그냥 여러 마리를 모아 둔 수조가 아니라 주거형 전시.
이름이 붙으면 보는 방식이 바뀐다.
이는 글 제목, 상품명, 기획명, 행사명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내용이 같아도 이름에 따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곰치 군단 토관 수조는 그 쉬운 예다.
이 글의 한 줄 요약
곰치 군단 토관 수조는 무서운 얼굴의 물고기에 '사는 집'이라는 느낌을 더해, 무서움을 보고 싶어지는 전시로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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