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데도 왜 쉬는 것 같지 않을까

쉬는 날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정신 차려 보면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있다.

읽기 기능 사용법

듣기는 본문을 읽어 줍니다. 속독은 구절을 차례로 표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언어 연습은 다른 언어판과 번역을 비교합니다. 저장한 북마크는 이 브라우저의 플레이어 목록에서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이 글 공유하기

광고
광고

누워서 휴대폰만 만지는데도 머리가 계속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쉬는 날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정신 차려 보면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있다.

SNS만 보려던 건데 어느새 회사 일 개선안을 떠올리고 있다.
영상만 보려던 건데 공부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려던 건데 부업, 블로그, 자격증, 앞으로의 돈 문제, 지난 인간관계 복기까지 줄줄이 시작된다.

몸은 쉬고 있다.
그런데 머리는 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쉬는 줄 알았는데 쉬어지지 않는' 상태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로 일도, 공부도, 부업도, 창작도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상에 앉지 않아도, 노트북을 펴지 않아도 이불 속에서 상당한 작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금은 쉬는 자세 그대로 일할 수 있는 시대다.

편리하긴 하지만, 그 때문에 제대로 쉬는 법이 꽤 어려워졌다.


누워 있다고 해서 쉬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쉰다고 하면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영상을 보고, 늘어져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물론 그렇게 해서 정말 회복된다면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누운 채로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라 뇌의 노동일 수 있다.

  • 내일 업무 순서 짜기
  • 부업이나 블로그에 쓸 소재
  • SNS에 올릴 내용
  • 공부 영상 내용 정리
  • 앞으로의 돈과 커리어
  • 지난 인간관계 곱씹기
  • 직장에서 느낀 위화감과 개선안
  •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걸까' 회의

이런 상태에서는 몸은 멈춰 있어도 뇌는 일하고 있다.

특히 생각하는 걸 잘하는 사람, 말로 정리하는 걸 잘하는 사람, 개선안을 잘 내는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본인은 "그냥 휴대폰 만지는 건데", "좋아서 찾아보는 건데"라고 느낀다.
하지만 뇌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회의 중이다.

게다가 이 회의에는 퇴근 시간이 없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게으름을 못 피우는 게 아니라 '머릿속 가게 문 닫기'를 못 하는 것이다

쉬지 못하는 사람이 꼭 지나치게 성실한 건 아니다.

오히려 머리 회전이 빠르고, 눈앞의 정보로 곧바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많다.

뉴스를 보면 글감이 된다.
직장에서 위화감을 느끼면 개선안이 된다.
SNS 글을 보면 쟁점 정리가 시작된다.
영상을 보면 배움으로 바뀐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인생론, 일 잘하는 법 같은 이야기가 피어난다.

능력으로 보면 꽤 강력하다.

다만 쉬는 날까지 그러면 뇌는 계속 영업 중이 된다.

가게에 비유해 보자. 셔터는 내려져 있는 것 같은데, 안쪽에서는 사장님이 재고를 관리하고, 매출을 분석하고, 발주를 넣고, SNS를 운영하고, 다음 달 기획 회의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겉에서 보면 휴무일.
안에서는 평소와 똑같이 일하는 중.

이래서는 회복이 안 된다.

이걸 여기서는 머릿속 편집부의 휴일 출근이라고 부르자.

블로그를 쓰고 있지 않아도, 자료를 만들고 있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계속 소재를 뽑고, 편집하고, 개선하고, 반성회를 열고 있다면 머릿속 편집부는 출근한 것이다.


수면 부족이 무서운 건 그래도 움직여진다는 점이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 감정 조절에 영향이 나타난다. 성인의 수면 시간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소 7시간"을 권장하고 있고,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도 수면 부족이 학습, 집중, 의사 결정, 감정 관리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까다로운 건, 잠이 부족해도 의외로 움직여진다는 점이다.

특히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성과가 눈에 보이는 일은 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쉬는 날 분명 피곤한데도

  • 블로그 글을 한 편 쓰고
  • 부업 작업을 진행하고
  • 회사 일 개선안을 정리하고
  • SNS 게시물을 만들고
  • 자격증 공부를 하고
  • 앱이나 서비스의 개선점을 생각하고
  • 앞으로의 수입 계획을 세우는

이런 일은 해낼 수 있다.

게다가 성과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
'쉬는 날인데도 진도가 나갔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생산적이었어' 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회복됐다는 것은 다르다.

뇌는 지쳤는데 성취감 때문에 더 움직이게 된다.
'쉬는 줄 알았는데 쉬지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액티브 레스트는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쉬는 방법에는 완전히 멈추는 방법과 가볍게 움직이며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를 액티브 레스트, 우리말로는 적극적 휴식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가벼운 산책
  • 느긋한 자전거 타기
  • 스트레칭
  • 가벼운 유산소 운동
  • 바깥 공기 쐬기
  • 목욕이나 샤워로 몸 풀기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액티브 리커버리의 장점으로 혈류,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 회복 등을 언급한다.
즉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건 '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게 있다. 머리를 쓰는 활동은 액티브 레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누워서 휴대폰만 만지고 있어도

  • 부업 설계를 하거나
  • 블로그를 쓰거나
  • SNS 전략을 고민하거나
  • 업무 자료를 고치거나
  •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거나
  • 돈 버는 구조를 구상하거나

하고 있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라 뇌의 작업이다.

몸은 편해도 뇌는 피곤하다.

액티브 레스트는 머릿속 회의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머릿속 회의를 멈추기 위해 몸 쪽에서 회복시키는 행동이다.


낮잠을 못 자는 사람은 먼저 '뇌의 출력'부터 낮춰야 한다

낮잠은 효과적인 회복 수단이다.
미국 슬립 파운데이션(Sleep Foundation)은 성인의 낮잠은 20분 안팎에서 길어도 30분 이내가 적당하다고 설명한다. 깊은 잠에 너무 빠지지 않아 오히려 더 졸리게 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낮잠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이불에 누워도 머릿속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눈은 감았는데 일, 미래, 부업, 인간관계, 내일 일정이 계속 흘러간다.
자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다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런 사람은 갑자기 자려고 해도 어렵다.

필요한 건 먼저 뇌의 출력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한다.

  • 떠오른 건 딱 한 줄만 메모한다
  • 본문까지는 쓰지 않는다
  • 조사하지 않는다
  • SNS를 열지 않는다
  • 업무 채팅을 보지 않는다
  • '이건 내일 보자'라고 정한다

뇌가 '잊어버려도 괜찮다'고 느끼는 상태를 만든 다음에 낮잠에 들어간다.

낮잠을 못 자는 사람은 잠드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머릿속 브라우저 탭이 너무 많이 열려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쉬는 날의 기준은 '아무것도 안 했나'가 아니라 '회복했나'다

쉰다고 하면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안 했는지가 아니다.
그 행동 뒤에 회복이 됐는지다.

예를 들면

  • 산책하고 났더니 기분이 가벼워졌다
  • 샤워를 했더니 몸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 낮잠을 잤더니 머리가 조금 조용해졌다
  • 따뜻한 걸 먹고 마음이 놓였다
  •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서 현실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 가볍게 몸을 움직였더니 뻣뻣함이 풀렸다

이런 건 휴식이다.

반면에

  • 쉬는 날 블로그를 세 편 썼다
  • 부업을 진행했다
  • 회사 일 개선안을 생각했다
  • 앞으로의 돈 계산을 했다
  • SNS를 보다가 쟁점 정리를 시작했다
  • 공부한다고 시작했다가 오히려 할 일만 늘렸다

이런 건 성과가 나왔더라도 휴식이라고 할 수 없다.

재미있는 작업.
의미 있는 작업.
미래로 이어지는 작업.

그래도 그건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다.

문제는 작업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쉬는 날에까지 휴식의 얼굴을 한 노동이 끼어드는 것이 문제다.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영업 종료 규칙'이다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휴대폰 보지 마",
"아무 생각 하지 마",
"빨리 자"
라고 해 봐야 별 효과가 없다.

어차피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영업 종료 규칙이다.


1. 메모는 OK, 작업으로 만드는 건 금지

떠오른 생각을 아예 지울 필요는 없다.

다만 본문을 쓰기 시작하지 않는다.
자료로 만들지 않는다.
조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는다.
구현하지 않는다.

'제목만 적어 두기',
'한마디만 남기기',
'내일의 나에게 남기는 메모로 만들기'.

딱 거기서 멈춘다.

머릿속 편집부에 "오늘은 기획 회의까지만. 집필은 금지"라고 알려 주는 느낌이다.


2. 조사는 다음 날로 미룬다

검색을 시작하면 뇌는 단번에 업무 모드로 들어간다.

하나를 검색한다.
관련 글이 뜬다.
비교해 본다.
더 깊이 파 본다.
메모한다.
글로 쓰고 싶어진다.

그러다 쉬는 날이 끝난다.

쉬는 날에는 찾아보기보다 닫아 두자.

궁금한 게 있어도 검색창에 넣지 말고 메모로 빼 둔다.
"내일 찾아보자" 정도면 충분하다.


3. 밤에는 인생 회의를 하지 않는다

밤은 판단력이 떨어지기 쉽고 감정도 흔들리기 쉬운 시간대다.

일, 퇴사, 결혼, 돈, 미래에 관한 큰 결정은 밤에 생각할수록 무거워진다.

밤에 할 일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뇌의 영업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밤의 머릿속 회의는 대개 의장이 지쳐 있다.
지친 의장이 인생의 중요한 안건을 다루면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진다.

큰 결정은 아침이나 낮으로 미룬다.
밤에는 영업 종료.

이것만으로도 한결 편해진다.


4. 몸을 써서 생각을 멈춘다

머리로 머리를 멈추려 하면 잘 안 된다.

그러니 몸을 쓰자.

걷는다.
샤워를 한다.
스트레칭을 한다.
따뜻한 걸 마신다.
이불에 들어간다.
화면이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 돌아온다.

생각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옮겨 가는 것이다.

머리의 스위치는 머리만으로는 끌 수 없다.
몸 쪽에서 낮추는 편이 빠를 때가 있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약한' 게 아니라 '수확 능력이 너무 뛰어난'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쉬지 못하는 나는 문제가 있는 건가" 하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쉬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수확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사람이 있다.

안 좋은 일에서도 배울 점을 수확한다.
SNS에서 쟁점을 수확한다.
직장에서 느낀 위화감에서 개선안을 수확한다.
인간관계의 찜찜함에서 인생관을 수확한다.
쉬는 날 뒹굴거리는 시간에서도 어떻게든 콘텐츠를 수확한다.

이건 재능이다.

다만 너무 많이 수확하면 지친다.

매일 눈에 들어오는 모든 걸 소재로 삼다 보면 뇌는 쉴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건 수확 능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오늘은 수확하지 않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뭘 봐도 글로 쓰지 않는다.
위화감이 들어도 곧바로 말로 정리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한 줄만 남기고 끝낸다.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이것이 수확 능력이 높은 사람을 위한 쉬는 방법이다.


정리: 쉰다는 건 능력을 없애는 게 아니라 영업 종료 시간을 만드는 것

쉬는 줄 알았는데 쉬지 못하는 사람은 게으름을 못 피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보를 줍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형태로 만드는 힘이 강한 사람일수록 쉬기가 어렵다.

뭘 봐도 소재가 된다.
뭘 들어도 개선안이 된다.
뭘 느껴도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이건 강점이다.

하지만 강점도 너무 많이 쓰면 지친다.

그래서 필요한 건 능력을 없애는 게 아니다.
영업 종료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검색하지 않는다.
오늘은 만들지 않는다.
오늘은 몸을 되돌린다.
오늘은 회복한다.

쉰다는 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내일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오늘 하루만 머릿속 가게의 문을 닫는 것이다.

쉬는 날까지 머릿속 회의를 열 필요는 없다.
이불 속까지 일터로 만들 필요는 없다.
휴대폰을 들고 있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뭔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쉬는 줄 알았는데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진짜 쉬는 방법이다.


일본어판 참고 링크

이 글 공유하기

광고

하나 더,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다 읽은 김에. 가까운 이야기 몇 편과,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랐어요.

  1. 가까운 이야기글 2혈압은 약 때문에만 내려갔을까 — EMA5로 보는 “약 + 수면 + 스트레스 풀세트”
  2.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왜 오늘만 유난히 반말 비슷한 말을 많이 듣는 걸까 ― “응응”, “오, 그래?”, “괜찮아요~”에서 시작하는 서비스 현장의 사회언어학
  3. 마라탕은 왜 유행할까?식감 게임을 국물이 살렸다
  4. RPG 랭킹 1위를 봐도 “음…”이 나오는 이유BG3와 『Clair Obscur: Expedition 33』로 보는 “고평가”와 “나한테 맞음”의 차이
  5. 쉬고 있을 뿐인데 “아깝다”무급 생산성 OS, 반추 루프, 그리고 너무 거친 “몸만 보고 만난다”라는 라벨

오늘은 이 글

이 글을 읽은 분이 다음에 품는 질문에 각각 답하는 글입니다.

전체 글에서 찾기‘생활’ 글 더 보기

다른 글 찾기

모든 기사

Mendoi-chan

사이트 운영자

Mendoi-chan

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

광고

새 글

  1. 1애드센스 승인 거절, 대체 뭐가 문제인지 좀 알려 달라
  2. 2독자가 글 끝까지 안 읽는다면 본문을 광고로 샌드위치 만들지 마세요: PC 화면의 빈 옆자리를 파는 애드스테라 배치법
  3. 3AI 시대의 똑똑함은 답을 내는 힘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힘
  4. 4일주일 만에 AI 글 자동화가 '자율 공장'이 된 이야기
  5. 5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마스크 필수라는데, 안 사면 진료를 거부당해도 될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