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뒤 남은 것은 빨래봉 구매, 쇼핑, 큰 재활용 상자 두 개 처리, 모니터 조정, 손잡이 교체, 아크릴판 설치 같은 작은 일의 떼였다. 어렵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함정이다. 할 수 있다는 것과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가게 왕복 20분도 탐색·비교·결제·운반을 더하면 4060분이 된다. 처리와 설치에는 이동, 도구, 정리, 작업 전환이 붙는다. 진짜 보스는 잔업무의 DDoS 공격이었다. 이를 교통비 포함 2,000엔에 묶어 맡겨 23시간을 절약한다면 자유시간 한 시간을 약 670~1,000엔에 되사는 셈이다.
사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이동, 탐색, 운반, 착수, 전환, “나중에 해야 한다”는 기억 부담도 사라진다. 진짜 상품은 내가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더 재미있는 점은 실행자가 웹 서비스, GitHub, Cloudflare도 다룬다는 것. 웹에서 손잡이 교체와 재활용까지, 풀스택이 물리 계층에 도달했다. OSI 모델에 ‘재활용 계층’이 추가됐다.
외주는 판단권을 넘기는 일이 아니다. 결과와 예산은 자신이 정하고 실행자만 바꾼다. 입력은 요청, 제약은 조건, 실행은 타인, 출력은 현실의 변화. 이것은 현실 세계 API다.
그리고 재미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쓰레기는 사라지고 장비는 조정된다. 자동화를 만든 때와 비슷한 쾌감이다. 2,000엔의 가치는 “무엇을 샀나”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었나”로 봐야 한다. 명확하고 저위험이며 이동이 필요한 물리 작업은 외주와 잘 맞는다. 돈은 물건뿐 아니라 시간과 주의력과 자유도 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