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의 병목은 사장님이었다
작은 이자카야(일본식 술집)에서 계산을 부탁했더니 직원이 "사장님만 계산할 수 있어요"라고 해서 몇 분을 기다렸다. 주문은 종이 전표로 관리하고 있었고, 요리와 가게 운영 전반을 맡은 사장님이 마지막 수량 확인과 금액 확정까지 혼자 쥐고 있었다.
과정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한 사람에게만 달린 업무'다.
주문을 종이에 적는다
→ 사장님이 전표를 확인한다
→ 사장님이 합계를 확정한다
→ 사장님이 요리 중이면 계산이 멈춘다
개선책은 금방 떠오른다.
- POS(전자 계산 시스템)를 도입한다
- 가격표와 전표 양식을 통일한다
- 직원에게도 계산 권한을 준다
- 서비스 메뉴와 할인 규칙을 정한다
- 계산 전용 짧은 절차를 만든다
일본 중소기업청도 종이 중심의 업무에서 디지털 관리로 옮겨 가면서 효율, 비용, 인력 면에서 효과를 느끼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문과 발주를 디지털로 바꾸면 작업 효율, 사람의 실수, 검색 편의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6][7]
사과할 거면 고치라는 말, 늘 맞을까
손님 입장에서 몇 분을 기다리다 보면 "매번 사과할 거면 방식을 고치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게가 예약으로 꽉 차고 혼자 온 손님이 겨우 빈자리에 끼어 앉을 만큼 잘된다면, 사장님의 판단은 회사의 업무 개선과는 조금 다르다.
가게 쪽에서 따져 보는 건 단순한 대기 시간만이 아니다.
- POS 도입 비용
- 사용법 교육
- 메뉴가 바뀔 때마다 하는 수정 작업
- 현금 차이나 부정의 위험
- 단골에게 서비스를 줄지 하는 판단
- 지금의 종이 방식에 익숙해진 속도
- 기다리다 실제로 떠나는 손님
계산 대기가 짧고, 손님이 받아들이고, 매출도 만석이라면 고쳐야 할 경제적 이유는 약하다. 비효율이 있다고 해서 그게 경영에서 가장 급한 문제라는 법은 없다.
회사의 '한 사람 의존'과 작은 가게의 '한 사람 의존'은 다르다
여기서 직장에서 해로운 '한 사람 의존'과 작은 가게에서 받아들일 만한 '한 사람 의존'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해로운 경우
-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직원이 쉬지 못한다
- 실수나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 고객이나 동료에게 큰 손해를 떠넘긴다
- 본인이 야근과 휴일 근무로 덮고 있다
- 사람이 그만둬도 구조를 고치지 않는다
받아들일 만한 경우
- 대기 시간이 짧다
- 사장님 본인이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 손님이 가격이나 분위기와 함께 받아들이고 있다
- 대체 시스템의 비용이 얻는 이득보다 크다
- 품질이나 안전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
똑같이 '한 사람밖에 못 한다'고 해도, 누가 비용을 치르고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고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칠 가치가 있느냐로 정한다
업무 개선을 잘하는 사람은 병목을 보면 바로 고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비효율을 없애는 것이 경영은 아니다. 개선에도 도입 비용, 배우는 비용, 가게 분위기의 변화, 새로운 실수가 따른다.
판단 기준은 이렇다.
- 대기나 실수가 얼마나 자주 생기는가
- 매출, 재방문, 안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 사장님 말고는 처리할 수 없어서 가게를 닫아야 할 위험이 있는가
- 개선 비용을 몇 년이면 회수할 수 있는가
- 가게의 매력이나 융통성을 잃지 않는가
이 가게에서는 만석인 밤에 몇 분을 기다렸고, 사장님이 "정신없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 건넸다. 손님도 낮은 가격과 가게 분위기까지 합쳐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날 밤은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 장사 잘되는 작은 가게가 스스로 택한 불완전한 균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병목을 찾아내는 능력과, 모든 병목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별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