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자료인데도 "엄청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듣는 설명, 뭐가 다를까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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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자료인데도 "엄청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듣는 설명, 뭐가 다를까

말만 잘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엄청 이해하기 쉬웠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말을 잘했나 보다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처음 보는 자료를 그 자리에서 이해하고 곧바로 설명했다면, 단순한 말솜씨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말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정보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잘게 나뉜 여러 구분에 대해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요.
그래도 큰 흐름은 같아요.
더 크게 묶으면 3단계예요.

라고 설명하는 경우다.

이건 "문장을 쉽게 바꿨다"는 정도가 아니다.

원래 정보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한 것이다.

먼저 "지도"를 건넨다

초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지금 듣는 이야기가 전체에서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는 상태다.

A를 설명한다.
다음에 B가 나온다.
C에는 예외가 있다.
D만 별도 서류가 있다.

이걸 전부 순서대로 받으면 정보가 한 줄로 늘어서 버린다.

그래서 먼저

전체는 3단계예요

라는 지도를 건넨다.

그다음에

A부터 E는 이 3단계 안의 세부 구분이에요

라고 놓아 준다.

그러면 새로운 설명을 들을 때마다

이건 2단계 얘기구나

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초보자의 인지 부하를 낮추고, 스키마(머릿속에서 내용을 정리하는 틀)를 만드는 데 이치에 맞는 방식이다.[4]

진짜 이해했는지는 "알겠어?"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설명한 뒤에

알겠어?

하고 물으면

네

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네"가

  • 정말 이해했다
  • 왠지 알 것 같다
  • 설명을 끊고 싶지 않다
  • 질문하기 귀찮다
  • 모른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럼 이 경우는 어떻게 될 것 같아?

하고 새로운 사례를 건넨다.

본인이 직접 분류하고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이해했음을 꽤 확실하게 확인한 셈이다.

여기서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그리고 배운 틀을 새로운 문제에 쓰는 전이와 비슷한 처리가 일어난다.

Karpicke와 Blunt의 연구에서는 외운 내용을 스스로 꺼내 다시 구성하는 인출 연습이, 그냥 다시 읽기나 개념도로 정교화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학습에서 더 높은 성적을 보였다.[7]

"가르치는 쪽"도 배우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가르치는 당사자다.

남을 가르치려면

  • 중요한 정보와 곁가지를 구분하고
  • 순서를 바꾸고
  • 상대가 모르는 말을 피하고
  • 예를 만들고
  • 질문에 답하고
  • 오해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Koh 등은 남을 가르칠 때 생기는 학습 효과의 일부를, 가르치면서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는 인출로 설명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8]

후속 연구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두고 지금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가르치면 무조건 똑똑해진다

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노트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꺼내 설명하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방향은 인출 연구와 맞아떨어진다.

"알기 쉬움"은 압축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설명은 짧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너무 압축하면

결국 다 똑같아요

가 되어서 예외가 사라진다.

좋은 설명은

공통 부분은 압축하고
+
판단에 필요한 차이만 남긴다

는 형태가 된다.

즉

A부터 E는 큰 줄기가 같아요
다만 이 구분만 여기가 달라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다.

이건 단순화가 아니라 구조화된 생략이다.

처음 보는 자료에서 이게 나온다면 "암기형 설명"과는 다르다

미리 대본을 만들고 같은 설명을 100번 하면서 능숙해졌다면, 루틴 전문성(routine expertise), 즉 정해진 상황에 대한 숙련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자료
↓
그 자리에서 구조를 뽑아내고
↓
초보자용으로 바꿔 말하고
↓
질문에 따라 답을 그 자리에서 바꾼다

가 되면,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에 가까운 요소가 들어간다.

Hatano와 Inagaki는 익숙한 상황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루틴 전문성과, 새로운 상황에서도 지식을 유연하게 쓰는 적응적 전문성을 구분했다.[9]

Carbonell 등의 리뷰에서도 적응적 전문성의 차이는 특히 낯선 상황을 만났을 때 드러난다고 정리한다.[10]

처음 보는 자료로 설명이 성립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이해력이 없다"고 한마디로 평가하면 모순이 생긴다

만약

이해력이 낮다

는 평가가 정확하다면,

  • 처음 보는 자료의 공통 구조를 그 자리에서 꿰뚫어 보고
  • 여러 구분을 큰 단계로 압축하고
  • 초보자 눈높이로 풀어 주고
  • 새로운 사례로 이해를 확인하는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물론 성공 사례 하나만으로 "이해력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해력이 낮다

라는 한마디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적어도

  • 드러난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
  • 말하지 않은 기대를 헤아리는 능력
  • 압박 속에서의 처리
  • 평가하는 사람과의 소통
  • 업무 지식

을 나눠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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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