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직장 동료가 어디로 갔는지, 역시 궁금하다
나이도 비슷한 전 직장 동료가 조금 전에 퇴사했다. 어디로 이직했을까. 궁금하다. 꽤 많이 궁금하다.
내가 퇴사하는 쪽이었을 때는 주변에서 “어디 가?”, “무슨 일 해?”, “연봉 올라?”라고 계속 물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왜 남의 이직처를 이렇게 궁금해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도 완전히 그쪽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만 이것은 단순한 가십만은 아니다. 나이가 비슷하고 같은 회사에서 일한 사람의 이직처는 내 시장가치를 가늠하는 매우 좋은 실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2. 이직처 맞히기는 이상하게 재미있는 추리 게임이다
“대기업이라더라.” “제조업이라더라.” “기계 쪽 같더라.” “어딘가 공업지역으로 다닌다더라.”
몇 가지 단서가 나오면 바로 후보 압축이 시작된다. 기업 규모, 제품, 채용공고, 연봉, 잔업, 복지를 보고 하나씩 지운다.
“이 조건이면 여기 아닌가?”
거의 기업판 추리 게임이다. 회사 생활이 길어질수록 “이 업종에 이 규모면 다섯 곳, 이 업무까지 넣으면 두 곳, 이 복지까지 있으면… 너냐?”가 된다.
3. 문제는 나도 예전에 단서를 잔뜩 뿌렸다는 것
내 이직 때를 돌아보면 더 웃기다. 회사명은 말하지 않았지만 큰 제조업체, 제조업의 대략적인 분야, 큰 연봉 상승, 업무의 큰 틀, 주거 지원, 이사 지원, 좋은 복지 등을 꽤 말했다.
이 정도면 회사명만 안 말했지 문제지에 답을 써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업계에 밝은 상사가 내 이직처 후보를 맞힌 적이 있다. 이제야 이해된다.
상사가 명탐정이기도 했지만, 내가 단서를 너무 많이 배포했다.
특히 정확한 숫자는 위험하다. “기숙사가 싸다”는 수백 회사에 해당하지만, 특징적인 금액은 곧 검색어가 된다.
4. 전 직장 동료는 ‘살아 있는 이직 시세표’다
왜 그렇게 이직처가 궁금한가. 벤치마크가 되기 때문이다.
채용사이트의 모델 연봉보다 같은 회사 출신 사람의 실제 사례가 훨씬 강하다.
“나보다 조금 어린 사람도 저 규모 회사로 갈 수 있구나.” “같은 경력으로 저 연봉대가 가능하구나.” “이 경험이 다른 회사에서도 팔리는구나.”
한 회사 안에 오래 있으면 그 회사 임금표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누군가 밖으로 나가 조건을 올리면 벽에 구멍이 난다.
“아, 여기서 밖으로 나갈 수 있구나.”
5. 임금표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갈아타는’ 것
이직의 가장 큰 변화가 평범한 인상액이 아니라 임금표 자체의 교체인 경우가 있다.
연봉대가 400만 엔대에서 600만 엔대로 이동하면, 사내 승급을 몇 단계 한 번에 건너뛴 것과 비슷하다.
회사 안에서 계단 다섯 칸을 오르는 대신 다섯 칸 위의 층계참에 옆문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젊은 직원의 연봉이 전 직장의 훨씬 나이 많은 계장급·책임자급과 겹칠 수 있다.
연 250만 엔의 격차가 20년 유지되면 세전 단순 합계로 5,000만 엔이다. 실제 인생은 세금, 승급, 보너스, 퇴직금, 물가 등으로 더 복잡하지만 규모는 충분히 크다.
6. 600만 엔대에 들어오면 ‘위’보다 ‘옆’이 중요해진다
어느 정도 연봉부터는 추가 100만 엔을 얻는 대신 관리 책임, 부하 대응, 회의, 조정, 장시간 근무, 전근 위험, 어려운 업무가 함께 온다.
연봉 100만 엔을 샀더니 책임 300만 엔어치가 사은품으로 왔다.
필요 없다.
그래서 600만 엔 이상을 유지하면서 잔업, 통근, 전근 위험, 업무 적합성, 유연근무, 휴가 사용성을 개선하는 횡이동이 중요해진다.
게임은 같은 연봉 리그에서 가장 편한 자리를 찾는 게임으로 바뀐다.
7. 600만 엔이면 충분하다. 단, ‘지금의 600만 엔’이어야 한다
지금의 구매력 기준으로 약 600만 엔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구매력이다.
물가가 매년 2%씩 오르면 지금의 600만 엔과 같은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명목연봉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경과 기간 | 현재 600만 엔과 같은 구매력 |
|---|---|
| 5년 후 | 약 662만 엔 |
| 10년 후 | 약 731만 엔 |
| 15년 후 | 약 808만 엔 |
| 20년 후 | 약 892만 엔 |
| 30년 후 | 약 1,087만 엔 |
2%라는 숫자는 귀엽다. 30년 뒤 숫자는 전혀 귀엽지 않다.
8. 비관리직 800만 엔 상한도 고정되면 15년 뒤에는 현재의 600만 엔 아래다
비관리직도 800만 엔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어도, 물가가 매년 2% 오르고 상한이 그대로라면 15년 후의 800만 엔은 현재 가치로 약 594만 엔 정도다.
높은 상한만으로는 부족하다. 임금표 자체가 물가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9. 물가 2% 시대의 임금 2% 인상은 거의 현상 유지다
- 임금 +1%, 물가 +2% → 실질 구매력 하락
- 임금 +2%, 물가 +2% → 대체로 현상 유지
- 임금 +3%, 물가 +2% → 실질 구매력 소폭 상승
숫자는 올라갔는데 생활수준은 그대로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조용히 성격이 나쁘다.
10. 관리직 프리미엄은 ‘책임 정액제’가 되기 쉽다
관리직에는 결원, 부하 문제, 평가, 회의, 조정, 사고 대응, 근무시간 밖의 심리적 구속이 함께 온다.
승진은 연봉 인상인 동시에 책임 정액제 서비스 가입일 수 있다. 해지도 귀찮다.
비관리직 상위에서 600~800만 엔 정도를 유지하면서 자유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지킬 수 있다면, 실질 시급과 삶의 질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11. 결국 결론은 ‘노조, 힘내라!’
개인 커리어, 횡이동, 연봉대, 인플레이션을 다 생각한 끝에 도착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노조, 기본급 좀 올려 와라!
직원: 관리직은 크게 관심 없습니다.
회사: 정기승급 하겠습니다.
노조: 베이스업 따냈습니다.
물가: …
물가야, 너는 조용히 해.
12. 결론 ― 남의 이직처가 궁금한 것은 남의 인생을 훔쳐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물론 약간의 구경꾼 심리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나이와 경력을 가진 사람이 같은 회사 밖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매우 유용한 시장 데이터다.
한 번 임금표를 크게 갈아탄 경험을 하면 목표도 바뀐다.
“이 연봉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제는 더 편한 쪽으로 옆으로 움직이면 된다.”
직함 최대화보다 자유시간. 연봉 최대화보다 안정. 다만 인플레이션은 무시할 수 없다.
회사는 옆으로 바꿀 수 있다. 관리직은 안 해도 된다. 그러니 노조야, 임금표만큼은 부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