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지시 변경, 인격 평가, 생성형 AI 금지의 진짜 문제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사람이 정말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들은 내용은 듣고 있다. 그 위에서 목적, 대상, 권한, 완료 조건을 나누려고 한다. 위험한 작업을 제멋대로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나중에 “그런 뜻이 아니었다”, “보통은 알아듣는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 구조가 사람을 소모시킨다.
문제는 부하 직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나중에 ‘이미 말한 전제’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Forms에서 결과를 볼 수 있게 해줘”
누군가 이렇게 부탁했다고 하자.
Forms에서 결과를 볼 수 있게 해줘.
이 요청을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해석한다.
Microsoft Forms의 응답 결과를 보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거구나.
Microsoft Forms에서는 양식을 열고 “View responses”를 선택하면 응답 요약이나 개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Microsoft 공식 지원 문서도 결과 확인 방법을 양식을 연 뒤 “View responses”를 선택하는 절차로 설명한다.[^ms-results]
따라서 받은 사람이 “View responses를 누르면 됩니다”라고 답하는 것은 최초 요청 문구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렇게 말한다.
그게 아니라 Forms 홈의 “Forms shared with me”에 안 보이는 이유가 뭔지, 거기에 나오게 해달라는 뜻이야.
이것은 앞의 이야기와 다른 요청이다.
“응답 결과를 보는 것”과 “Forms 홈의 공유 목록에 나오게 하는 것”은 같은 작업이 아니다.
후자는 공동 편집이나 공유 권한의 문제다.
Microsoft Forms의 공동 작업 기능에서는 공동 작성자가 양식 내용을 추가하고, 응답을 분석하고, 양식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공동 작업 링크에 접근할 수 있는 공동 작성자는 질문과 응답 데이터를 모두 보고 편집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ms-collab]
즉, 이것은 단순히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권한 부여다.
권한 부여를 모호한 요청만으로 임의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상자는 누구인가. 읽기만 필요한가. 공동 편집까지 필요한가. 응답 데이터도 보여도 되는가. 조직 전체인가, 특정 사람만인가. 완료 조건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인가, “Forms 홈의 공유 목록에 표시되는 것”인가.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쪽이 오히려 위험하다.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은 들을 수 없는 것”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는 요청을 받은 사람이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인 경우가 많다.
- 요청자가 두루뭉술하게 부탁한다.
- 받는 사람이 말해진 범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석한다.
- 나중에 실제 목적이 추가된다.
- 그 추가 조건이 처음부터 공유된 전제로 취급된다.
- 받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다”, “듣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받는 사람의 이해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청의 구체성이 부족한 것이다.
머릿속에만 있는 목적은 상대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지시가 아니다.
“Forms에서 결과를 볼 수 있게 해줘”라고만 말하면,
- 응답 화면을 보고 싶은 것인지
- Excel로 내보내고 싶은 것인지
- 공유 링크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 공동 작성자로 추가하고 싶은 것인지
- Forms 홈의 공유 목록에 표시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나중에 “보통은 알아야지”라고 하면, 받은 사람은 소모된다.
아무리 진지하게 들어도 나중에 전제가 추가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더 까다로운 것은 인격 평가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원래라면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면 된다.
죄송합니다. 제 표현이 모호했습니다. 결과를 보는 방법이 아니라 Forms 홈의 공유 목록에 표시되게 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공동 편집 권한과 관련된 문제이니 절차를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단순한 업무 확인으로 끝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기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정보시스템 부서가 생성형 AI를 못 쓰게 하는 거다.
이런 점이 문제다.
이것은 논리적 비약이 크다.
이번 쟁점은 생성형 AI를 써도 되는가가 아니다.
- 요청이 모호했다
- “결과 보기”와 “공동 편집”은 다른 작업이었다
- 권한 부여에는 확인이 필요했다
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을 “생성형 AI를 쓰게 할 수 없다”와 연결하면 문제의 초점이 흐려진다.
오히려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필요한 것은 “지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도 되는가. 어떤 데이터는 입력하면 안 되는가. AI에 맡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항목은 무엇인가.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로그는 어떻게 남기는가.
이 부분을 설계하지 못하는 조직이 AI를 두려워해 전면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
즉, AI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AI를 다루기 위한 요구사항 정의와 책임 설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개인의 인격 탓으로 돌리면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직장에서는 금방 개인의 인격 문제로 바뀌기 쉽다.
-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 고분고분하지 않다
- 이해하지 못한다
- 주의력이 없다
-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격 이야기로 바꾸는 순간 개선은 멈춘다.
다음 대책이 결국 이런 식이 되기 때문이다.
- 제대로 들어라
- 조심해라
- 의식해라
- 더 확인해라
- AI에 의존하지 마라
이것으로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는다.
정말 봐야 할 것은 요청의 구조다.
- 목적은 명확했는가
- 대상은 명확했는가
- 어느 화면을 말하는지 명확했는가
- 권한 범위는 명확했는가
- 완료 조건은 명확했는가
- 받은 사람이 질문하기 쉬운 분위기였는가
- 뒤늦게 조건을 추가했을 때 요청자가 자신의 설명 부족을 인정했는가
이 부분을 보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개인의 인격 탓으로 돌리는 조직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긴다. 그리고 또 누군가의 인격 탓으로 돌린다.
이것이 직장의 어둠의 마법이다.
윗사람의 “아랫사람과의 소통”은 평가되고 있는가
이 문제는 단순한 일대일 궁합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상위자의 커뮤니케이션 품질이 평가되지 않는 문제다.
회사의 평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기 쉽다.
- 납기를 지켰는가
- 회의를 진행했는가
- 자료를 제출했는가
- 부하 직원이 움직이고 있는가
- 문제에 대응했는가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상호작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 지시는 명확했는가
- 뒤늦게 조건을 추가하지 않았는가
- 상대의 휴식 시간이나 집중 시간을 침범하지 않았는가
- 질문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었는가
- 자신의 설명 부족을 인정할 수 있었는가
- 인격 평가가 아니라 작업 조건으로 되돌릴 수 있었는가
Gallup은 팀 몰입도 차이의 70%가 관리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관리자는 팀의 상태를 좋게도 나쁘게도 만드는 조건을 만드는 존재다.[^gallup]
Google re:Work도 효과적인 팀의 중요한 요소로 심리적 안전감, 신뢰성, 구조와 명확성 등을 제시한다. 특히 “구조와 명확성”에서는 기대, 프로세스, 성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google-rework]
즉,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일을 요청하는지는 본래 상당히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세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승진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을 올려야 한다.
역방향으로만 강요되는 자기주장형 직장
직장에서는 흔히 아래 사람에게만 자기주장과 배려를 요구한다.
- 제대로 보고하고 연락하고 상의해라
- 상대의 의도를 읽어라
- 말투를 생각해라
- 확인해라
- 피드백을 솔직하게 받아들여라
그렇다면 윗사람은 어떤가.
- 모호하게 던진다
- 나중에 조건을 추가한다
- 사과하지 않는다
- 감정을 업무 지적의 형태로 던진다
- 상대가 쉬는 시간에 긴 메시지로 몰아붙인다
- 논점을 인격이나 AI 금지로 옮긴다
이것은 자기주장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자기주장적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가치와 요구를 명확히 표현하면서 상대의 가치와 요구도 존중하는 의사소통이다. 반대로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의견과 욕구를 표현하면서 상대의 필요와 가치를 놓치기 쉽다.[^assertive]
즉, 아래 사람에게만 “제대로 해라”라고 요구하면서 위쪽의 요청 품질이나 피드백 품질은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역방향으로만 자기주장을 요구하는 직장이다.
아래 사람에게만 배려를 요구하고, 위쪽의 거친 소통은 지도라고 처리한다.
그러면 아래 사람만 소모된다.
이런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람을 승진시키면 위험하다.
- 모호하게 요청한다
- 뒤늦게 조건을 추가한다
- 자신의 설명 부족을 인정하지 않는다
- 아래 사람의 이해력이나 인격 탓으로 돌린다
- 훈계로 자신의 모호함을 덮는다
- 감정을 업무 지적의 형태로 바꾼다
- 시스템 문제를 개인 문제로 만든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관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엄하게 말한다. 위험을 지적한다. 부하 직원을 지도한다.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래 사람들이 번역하고, 보완하고, 감정을 처리하고, 뒷수습하고 있을 뿐일 수 있다.
상사의 지시가 모호해도 부하 직원이 어떻게든 형태를 만든다. 상사가 뒤늦게 조건을 바꿔도 부하 직원이 흡수한다. 상사가 사과하지 않아도 부하 직원이 삼킨다.
그러면 평가상으로는 이렇게 보인다.
상사는 관리하고 있다.
부하 직원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
부하 직원이 상사의 미정의 상태를 흡수하고 있다.
이 부분을 잘못 보면 조직은 점점 더 사람을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간다.
정말 평가해야 할 관리자의 능력
정말 평가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능력이다.
- 목적을 명확히 하는 능력
- 대상을 명확히 하는 능력
- 권한 범위를 나누는 능력
- 완료 조건을 언어화하는 능력
- 자신의 설명 부족을 인정하는 능력
- 뒤늦게 조건을 추가할 때 상대를 탓하지 않고 보충하는 능력
- 받은 사람이 질문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
- 문제를 인격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되돌리는 능력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강하게 말하는 힘이 아니다.
사람이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그 능력이 없는 사람을 올리면 아래 사람들이 소모된다. 그리고 그 소모가 “멘탈이 약하다”, “반항적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로 처리된다.
그래서는 조직이 성장하지 않는다.
방어법: 모호한 요청은 다섯 가지로 나눈다
모호한 요청 때문에 소모되지 않으려면 감정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작업 조건으로 되돌리는 편이 좋다.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 다섯 가지다.
- 목적
- 대상
- 화면·위치
- 권한 범위
- 완료 조건
이번 사례라면 이렇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요청은 응답 결과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Forms 홈의 “Forms shared with me”에 표시되게 하는 것이라는 이해가 맞을까요?
후자의 경우 공동 편집 권한 부여와 관련되므로 대상 양식, 대상자, 필요한 권한 범위를 확인한 뒤 처리하겠습니다.
이것은 반항이 아니다.
안전 확인이다.
오히려 권한이 걸린 작업을 “보이게 해줘”라는 말만으로 처리하는 쪽이 위험하다.
정리: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보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는 상당히 잘 듣는 사람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은 들은 말을 그대로 삼키는 대신 구조로 변환한다.
- 목적은 무엇인가
- 대상은 누구인가
- 무엇을 완료로 볼 것인가
-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 나중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함부로 진행하지 않는다.
그것을 “고분고분하지 않다”, “듣지 않는다”라고 처리하면 조직은 중요한 방어 기능을 잃는다.
진짜 문제는 부하 직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윗사람이 말하지 않은 내용을 나중에 이미 전달된 전제로 만들고, 그 차이를 상대의 이해 부족이나 인격 문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이 평가되지 않은 채 승진을 통해 확대되는 것이다.
사람을 소모시키는 직장은 대개 개인의 인격을 탓한다.
사람이 조금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요청, 권한, 완료 조건을 정비한다.
그러므로 먼저 봐야 할 것은 성격이 아니다.
지시의 품질이다.
References
[^ms-results]: Microsoft Support, “Check and share your form results.” https://support.microsoft.com/en-US/Forms/check-and-share-your-form-results [^ms-collab]: Microsoft Support, “Share a form or quiz to collaborate.” https://support.microsoft.com/en-US/Forms/share-a-form-or-quiz-to-collaborate [^gallup]: Gallup, “Who's Responsible for Employee Engagement,” updated November 19, 2024. https://www.gallup.com/workplace/266822/engaged-employees-differently.aspx [^google-rework]: Google re:Work, “Understand team effectiveness.” https://rework.withgoogle.com/intl/en/guides/understand-team-effectiveness [^assertive]: The University of Toledo Counseling Center, “Communication Styles.” https://www.utoledo.edu/studentaffairs/counseling/bridge/communication-styles.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