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결론
회의 중 한쪽 귀로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 반응이 옅은 사람,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듣는 사람을 보고 곧바로 “태도가 나쁘다”고 말하는 조직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봐야 할 것이 있다.
그 회의 자체의 태도는 어떤가.
90분 회의에서 50분이 잡담이다.
전원 참석이다.
업무 시간이다.
빠져나갈 곳이 없다.
의제는 모호하다.
결정 사항도 빈약하다.
다음 행동도 모호하다.
그런데 개인의 반응만 감시한다.
이건 꽤 이상하다.
잡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목적 없는 구속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르면서 개인의 방어 반응만 “태도가 나쁘다”고 부르는 것이다.
Mendoi식으로 말하면, 이것은 “회의 설계 부족을 개인 태도 문제로 바꾸는 어둠의 마법”이다.
잡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먼저 정리해 두자.
직장 잡담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짧은 잡담으로 분위기가 풀릴 수 있다.
상대의 상태를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관계가 생겨 상담하기 쉬워질 때도 있다.
문제는 잡담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다음 조건이 겹치는 것이다.
- 전원 참석이다
- 업무 시간을 쓴다
- 빠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 원래 의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 결정 사항이 나오지 않는다
- 참석자 전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 개인정보·건강·사생활·속성에 가까운 주제로 들어간다
- 그래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취급된다
이게 위험하다.
1대1로 자연스럽게 하는 잡담과, 전원 참석 회의에서 빠져나갈 곳 없이 들어야 하는 잡담은 다르다.
전자는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후자는 단순한 구속이 될 수 있다.
이름·헌혈·바륨·휴일 계획은 회의의 본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원 참석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오래 이어진다고 하자.
- “이름만 보면 이런 인상이 있지”
- 헌혈 이야기
- 바륨 검사 이야기
- 휴일 계획 이야기
이걸 그냥 화기애애한 잡담으로 흘려보내도 되는가.
상당히 의심스럽다.
이름으로 인상을 말하는 위험성
이름에서 받는 인상을 농담으로 이야기한다.
겉보기에는 가벼운 잡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름은 본인의 능력·행동·성과가 아니다.
직장에서 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이지 이름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이름 같지?”
“이런 인상 있지?”
이런 이야기를 직장 전원 참석 자리에서 하면, 본인의 능력과 무관한 요소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가벼워 보여도 평가의 잡음이 된다.
헌혈·바륨은 건강 영역에 가깝다
헌혈이나 바륨 이야기도 가벼운 세상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건강·체질·의료·종교관·과거 병력·검사 경험 등으로 쉽게 번질 수 있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건강검진 결과나 진료·조제에 관한 정보 등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민감한 개인정보로 정리하고 있다. 물론 회의 잡담에서 바륨이라는 단어를 말했다고 즉시 법적 문제가 된다고 단정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건강이나 검사에 가까운 주제는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에 닿기 쉽다.[7]
전원 참석 회의에서 굳이 다룰 필요가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휴일 계획은 사생활 공개 압력이 되기 쉽다
휴일 계획도 1대1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전원 참석 회의에서 물으면 사람에 따라 사생활 공개 압력이 된다.
아무 일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가족 사정이 있는 사람도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정이 있는 사람도 있다.
휴일만큼은 회사 인간관계에서 떨어져 있고 싶은 사람도 있다.
직장 잡담은 참여하지 않을 자유가 있을 때 성립한다.
빠져나갈 곳 없는 전원 참석 회의에서 한다면 잡담이 아니라 공개 압력이 될 수 있다.
개인의 태도는 보면서 회의 운영의 태도는 보지 않는다
가장 이상한 부분은 여기다.
회의 운영 측은 50분 동안 잡담한다.
업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다.
본론을 진행하지 않는다.
시간을 녹인다.
결정 사항을 모호하게 한다.
그런데 그것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나 “커뮤니케이션”으로 처리된다.
반면 참석자가 한쪽 귀로 듣거나,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듣거나, 휘말리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면 이렇게 말한다.
“태도가 나쁘다.”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
“반응이 약하다.”
“협조적이지 않다.”
비대칭이다.
조직의 비효율은 용인된다.
개인의 방어 반응은 비난받는다.
이 구조가 사람을 깎아 먹는다.
원래 먼저 봐야 할 것은 개인의 표정이 아니라 회의 자체다.
- 이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
- 무엇을 결정하는 회의인가
- 참석자가 정말 전원 필요했는가
- 몇 분 안에 끝나야 하는가
- 잡담은 몇 분까지 허용할 것인가
- 결정 사항은 무엇인가
- 다음 행동은 무엇인가
-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가
- 본론과 무관한 이야기는 어디로 분리할 것인가
이게 없는 상태에서 개인 태도만 보는 것은 관리가 아니다.
그저 감시다.
“한쪽 귀로 참여”는 게으름이 아니라 방어 반응일 수 있다
회의가 본론에서 벗어나고 잡담이 길어지며 휘말리면 소진된다.
그때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둔다.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은 듣는다.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웃는다.
자기 담당과 관련된 부분은 챙긴다.
하지만 전력으로 올라타지는 않는다.
이것이 언제나 게으름인 것은 아니다.
목적이 희박한 회의에 집중력을 전부 내주지 않기 위한 방어 반응이다.
특히 앞으로 책임 전가나 휘말림을 경계하는 사람일수록 잡담에 깊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도 동의했다.”
“이 사람도 참여했다.”
“이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사람이 해주면 되겠네.”
이렇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만 참여한다.
이것은 차가운 게 아니다.
경계선을 지키는 것이다.
번아웃 상태의 사람을 “태도가 나쁘다”로 처리하면 안 된다
더 위험한 것은 번아웃 직전의 사람을 “태도가 나쁜 사람”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WHO는 번아웃을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의 결과로 정리한다. 특징으로 에너지 고갈,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 또는 냉소, 직업적 효능감 저하를 들고 있다.[1]
즉 번아웃 직전의 사람은 다음처럼 보일 수 있다.
- 반응이 약하다
- 전화 받기를 꺼린다
- 협조적이지 않게 보인다
- 차갑게 보인다
- “이제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된다
- 잡담에 끼지 않는다
- 본론 외의 것에서 거리를 둔다
이 모든 것을 “성격이 나쁘다”, “태도가 나쁘다”로 처리하면 구조를 놓친다.
실제로는 태도 뒤에 다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 업무량이 너무 많다
- 역할이 모호하다
- 책임만 무겁다
- 지원이 없다
- 재량이 없다
- 상담해도 개선되지 않는다
- 회색지대 업무를 계속 떠맡는다
- 회의 때문에 시간이 더 빼앗긴다
HSE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일 설계 영역으로 요구도, 통제, 지원, 관계, 역할, 변화의 6가지를 제시한다.[2]
따라서 태도를 보기 전에 업무 설계를 봐야 한다.
“요즘 저 사람 태도 나쁘지 않아?”가 아니다.
요즘 저 사람이 태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요구도·역할·지원·재량이 망가져 있지는 않은가.
봐야 할 것은 그쪽이다.
나쁜 회의는 번아웃 대책의 반대를 한다
회의는 원래 일을 앞으로 움직이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목적 없는 회의는 일을 진행하기는커녕 일을 방해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는 회의 부담 증가를 다루며 관리직이 회의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회의가 직원의 생산적 업무를 방해한다는 조사도 소개한다.[3][4]
Microsoft Work Trend Index 2023에서도 비효율적인 회의가 생산성을 흐트러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됐다.[5]
물론 모든 회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나쁜 것은 목적도 결정 사항도 없는 채 사람을 붙잡는 회의다.
특히 번아웃 직전의 사람에게 쓸데없는 회의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다.
회복 시간의 박탈이다.
집중 시간을 빼앗는다.
원래 일을 뒤로 민다.
초과근무를 늘린다.
심리적 거리를 키운다.
“또 이거야?”라는 냉소를 키운다.
그러면서 그 냉소를 보고 “태도가 나쁘다”고 한다.
꽤 지옥이다.
직장 잡담은 “참여하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안전해진다
잡담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잡담에는 의미가 있다.
다만 설계를 잘못하면 심리적 안전성이 아니라 동조 압력이 된다.
안전한 잡담에는 대체로 다음 조건이 있다.
- 자율 참여다
- 시간이 짧다
- 본론을 방해하지 않는다
- 개인정보·건강·가정·신념을 지나치게 파고들지 않는다
-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조용히 있어도 튀지 않는다
-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차갑다”고 취급하지 않는다
- 잡담과 업무 판단을 섞지 않는다
반대로 위험한 잡담은 이렇다.
- 전원 참석이다
- 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사생활이나 건강 이야기로 기운다
- 반응하지 않는 사람을 감시한다
- 분위기에 맞지 않는 사람을 “태도가 나쁘다”고 본다
- 본론이 진행되지 않아도 분위기가 좋았으니 괜찮다고 한다
직장 잡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내용보다 이탈할 수 있는 자유다.
이탈할 수 없는 잡담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구속이 되기 쉽다.
회의의 태도를 측정하는 체크리스트
개인의 태도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회의의 태도를 보는 편이 낫다.
아래를 확인한다.
1. 목적
이 회의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공유인가
- 상담인가
- 의사결정인가
- 진행 확인인가
- 교육인가
- 관계 형성인가
목적이 섞이면 회의는 길어진다.
2. 결정 사항
회의 후 무엇이 결정되어 있어야 하는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회의라면 전원을 90분 붙잡아 둘 필요가 있는지 다시 본다.
3. 다음 행동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가.
이게 나오지 않는 회의는 분위기만 만들고 일을 진행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4. 참석자
정말 전원 참석이어야 하는가.
정보 공유라면 회의록이나 채팅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다.
5. 잡담 비율
잡담이 몇 분이었는가.
잡담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90분 중 50분이 잡담이라면 회의 설계로서는 꽤 의심하는 편이 좋다.
6. 주제의 안전성
이름, 건강, 가정, 휴일, 체질, 신념, 신체, 나이 등에 지나치게 들어가지 않았는가.
일본 후생노동성은 직장 내 괴롭힘에서 “업무 환경이 해쳐지는 것”을 노동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능력 발휘에 중대한 악영향이 생기는 등의 지장으로 설명한다.[8]
잡담이라도 상대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자리에서 불쾌한 주제가 계속되면 직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7. 개인 감시가 되지 않았는가
반응이 약한 것, 표정, 분위기를 타지 않는 것만 보고 있지 않은가.
정말 봐야 할 것은 회의에서 필요한 정보를 챙겼는지, 담당 범위 확인이 되었는지, 결정 사항에 지장이 있는지다.
대응 방법: 휘말리지 않기 위한 짧은 말
이런 회의에서 개인 태도를 지적받을 것 같을 때는 길게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다.
짧게 업무로 되돌린다.
의제와 제 담당에 관련된 부분은 확인하고 있습니다. 결정 사항이나 대응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오해를 피할 수 있도록 채팅으로 공유해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본론과 관련된 부분은 챙기고 있습니다. 대응이 필요한 내용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 기준으로 정리해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인식 차이를 피하고 싶으니 결정 사항과 다음 행동은 글로 남겨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핵심은 감정 논쟁에 올라타지 않는 것이다.
“제가 태도가 나쁜가요?”라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의제·결정 사항·담당 범위·다음 행동으로 되돌린다.
이게 방어가 된다.
정말 다정한 회의는 사람의 집중력을 빼앗지 않는다
다정한 직장은 회식이나 잡담을 늘리는 직장이 아니다.
정말 다정한 직장은 다음과 같은 곳이다.
- 본론으로 들어간다
- 필요 없는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 결정할 것을 결정한다
- 잡담을 짧게 끊는다
- 말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파고들지 않는다
- 결정 사항을 남긴다
- 다음 행동을 분명히 한다
- 소진될 것 같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 않는다
- 개인의 방어 반응을 인격 문제로 만들지 않는다
즉 다정함은 “화기애애하게 오래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시간·집중력·사생활·건강 정보·경계선을 거칠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Mendoi의 방어술: 회의 태도 가시화 마법
Mendoi가 이 어둠의 마법에 맞선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개인의 태도를 감시하기 전에 회의의 태도를 측정하라.
측정할 것은 표정이 아니다.
- 목적이 있었는가
- 본론 비율은 몇 %였는가
- 잡담은 몇 분이었는가
- 결정 사항은 나왔는가
- 다음 행동은 나왔는가
- 참석자는 적절했는가
- 개인정보나 건강 주제에 지나치게 들어가지는 않았는가
- 소진될 것 같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는 않았는가
이걸 본다.
개인의 태도를 감시하는 조직일수록 자기들의 회의 태도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먼저 회의를 가시화한다.
이것이 방어 마법이다.
정리
회의 중 한쪽 귀로 듣는 사람이 있다.
반응이 약한 사람이 있다.
잡담에 올라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필요한 부분만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걸 곧바로 “태도가 나쁘다”고 보는 것은 얕다.
어쩌면 그 사람은 게으른 것이 아닐 수 있다.
목적 없는 회의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일 수 있다.
휘말리지 않기 위해 경계선을 긋는 것뿐일 수 있다.
번아웃 전에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뿐일 수 있다.
정말 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의 표정이 아니다.
그 회의가 사람의 시간과 집중력을 정당하게 다루고 있는가.
잡담이 나쁜 것이 아니다.
회의가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회의 설계를 방치한 채 개인의 방어 반응만 감시하는 것이다.
태도가 나쁜 사람을 탓하기 전에 먼저 회의의 태도를 보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