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큐어가 나오는 꿈을 꿨다. 애니메이션을 구경한 게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된 1인칭 시점이었다. 그래서 내 변신 복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팀원이 다섯 명이었고, 우리 모두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꿈의 끝에서는 다 같이 목숨을 걸고 땅을 파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마법소녀 이야기였는데 장르가 좀 이상해졌다.
도시락 밑에 깔려 있던 수면 함정
처음 발견한 건 얇은 금속 조각이었다. 손으로 건드리면 강제로 잠들어 버리는 물건.
그런데 그게 도시락 바닥에 빈틈없이 깔려 있었다.
도시락에 반찬이 아니라 기절 장치를 넣어 두다니. 밥을 먹으라는 건지 잠을 자라는 건지.
우리는 그 단서를 보고 어느 집에 적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조사하러 갔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그럴듯한 수사물이었다.
다섯 명이 탄 차를 향해 수상한 차가 돌진했다
프리큐어 팀 다섯 명이 한 차에 타고 가는데 수상한 차가 뒤쫓아 왔다. 단순히 따라오는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 차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단단한 방어막으로 막고, 밀쳐 내는 힘으로 거리를 벌리고,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능력까지 써 가며 버텼다. 꿈속 주인공은 갖고 있는 기술을 총동원했다.
그래도 추격은 끝나지 않았다. 도망친 길 끝은 막다른 길이었다.
적이 원하는 곳에 스스로 들어간 셈이다.
주문을 외우더니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더는 도망갈 곳이 없자 적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나타난 건 핵폭탄이었다.
처음엔 수면 함정, 다음엔 차량 돌진, 마지막엔 핵폭탄. 적의 공격 수위가 너무 빠르게 올라간다. 이쯤 되면 필살기로 이기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다섯 명 모두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었다.
마인크래프트처럼 파고, 위를 막고, 다시 팠다
우리가 택한 방법은 땅속으로 피하는 것이었다.
마인크래프트에서 하듯이 아래로 계속 파고, 바로 위를 흙으로 막고, 또 팠다. 다른 네 명도 함께였다. 프리큐어 다섯 명이 핵폭발 앞에서 단체 채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폭발의 영향인지 머리 위 땅이 점점 내려왔다.
아래를 판다. 위를 막는다. 천장이 다가온다. 더 빨리 판다.
“제발 늦지 마! 제발!”
화면 밖에서 구경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 시점으로 겪으니 정말 다급했다. 물론 이런 식의 대피가 가능한 건 꿈속의 게임 같은 규칙 덕분이다.
살아남았더니 지상이 전부 사막이었다
어떻게든 다섯 명 모두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오자 원래 있던 것들이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주변은 끝없는 사막뿐이었다.
도시락에 숨겨진 함정을 조사하러 갔다가 문명이 사라진 세계를 마주한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개는 이어진다. 단서를 발견해서 조사하고, 차가 쫓아와서 도망가고, 막다른 길에 갇혀 땅을 파고, 살아남아 세상의 끝을 본 것이다.
프리큐어 다섯 명은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다 같이 땅을 파서 살아남았다.
이거 정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맞나?
